소설리스트

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55)화 (455/500)

455화. 안보국(3)

“으악!”

진민천 국장이 중심을 잃고 그대로 넘어졌다.

“아이고, 허리야!”

그가 앓는 소리를 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백시준의 경호를 위해 찾은 안보국이었다.

그곳의 국장이 어떻게 되든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는.

“시준이 삼촌!”

백시준을 억지로 책상 아래로 밀어넣고 상황을 살폈다.

쿠구궁―!

진동은 한참 후에야 멈췄다.

그러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누나!”

윤리타가 진달래를 찾아 돌아온 거다. 저 망할 오빠는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사랑에 눈이 돌아가서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다.

“리타 오빠, 나는 안 보여?”

“큼!”

윤리타가 그제야 내가 보인다는 듯 헛기침을 하고는 물었다.

“괜찮아? 시준이 삼촌은?”

“나는 괜찮아. 시준이 삼촌도.”

“리사 덕분에 괜찮단다.”

백시준이 내 말을 이어받으며 책상 밑에서 기어 나왔다.

내가 억지로 안에 밀어 넣을 때 머리를 박은 모양인지, 정수리 쪽을 어루만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았다.

“리오 오빠는?”

“안보국의 전투 요원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갔어.”

이런, 미친!

“누가 습격한 줄 알고!”

“어차피 거주자겠지.”

윤리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우선, 너는 여기에서 시준이 삼촌이랑 진달래 누나를 부탁할게.”

“리타 오빠는?”

“윤리오 도우러 가야지.”

윤리타가 한숨을 내쉬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안보국의 전투 요원은 대부분 B급 각성자야.”

“그래도 A급 각성자는.”

“없어. 안보국에 대해서는 일전에 조사할 일이 있어서 잘 알고 있어.”

“리타 말이 맞아.”

진달래가 윤리타의 부축을 받으며 말했다.

“A급 이상의 각성자는 보통 국가 기관 중 AMO를 선호하거든.”

그게 아니면 5대 길드를 선호한다면서 진달래가 말했다.

그 말에 아직도 바닥에 있는 진민천이 버럭 소리 질렀다.

“진달래 회장 대리! 우리 안보국의 전투 요원이 AMO의 요원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소리인가?!”

“그런 말은 아닙니다, 국장님.”

진달래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진민천을 보며 싱긋 웃었다.

“거주자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뜻이죠.”

“진달래 회장 대리!”

진민천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질렀지만.

“윽!”

그것도 잠시, 넘어지면서 다친 허리가 아픈지 앓는 소리를 냈다.

“누, 누가! 누가 나 좀 일으켜 주게! 허리, 허리가……!”

아프다면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정말이지.

‘꼴불견이네, 꼴불견이야.’

그래, 보기 좋지 않았다.

그렇게 진민천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짧게 혀를 찰 때였다.

“그럼, 윤리사. 시준이 삼촌이랑 누나 좀 부탁할게.”

윤리타가 당장에라도 나갈 것처럼 굴었다.

“잠깐, 리타 오빠! 차라리 내가……!”

윤리오를 도우러 가겠다고 말하려는데.

“윤리사.”

윤리타가 내 말을 끊고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너, 시준이 삼촌 경호로 온 거라면서? 지금 경호 대상을 혼자 두겠다는 거야?”

“그건 아닌데.”

“그럼 내 말 들어.”

단호하기 그지없는 말에 입술을 씰룩였다. 백시준의 경호는 나 혼자 맡고 있는 게 아니었다.

‘윤리오.’

그 역시 함께였지만.

‘건물 밖으로 이미 나가 버렸다고 했지?’

아마, 거주자와 싸울 수 있다는 게 기뻐서 그런 걸 거다.

‘바보 같이.’

돌아오면 잔소리 좀 퍼부어 줘야 할 것 같았다.

‘윤사해한테도 말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 시준이 삼촌도, 그리고 언니도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리오 오빠 도우러 가.”

“그래.”

윤리타가 잘 생각했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헤실거리며 진달래에게 말했다.

“누나, 금방 돌아올게요.”

“그래, 다치지 말고.”

“물론이죠. 누나야말로 다치지 말고 리사 곁에 꼭 붙어 계세요.”

“그래.”

선남선녀가 서로를 걱정하는 게 아주 명화의 한 장면 같았다.

어쨌거나.

‘이곳을 견고하게 만들어 놓는 게 좋겠지?’

나는 그림자를 펼쳐 회의실을 감싸 버렸다. 밖에서 누군가 들어올 수 없도록 말이다.

“이봐! 지금 우리 회의실에 무슨 짓을 한 건가?!”

진민천이 어두워진 공간을 보고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가 저렇게 나올 줄 알았기 때문에 나는 태연히 대답했다.

“일종의 결계를 펼친 것뿐이에요.”

“결계?”

“네, 국장님께서도 들으셨겠지만, 안보국을 공격한 건 거주자일 가능성이 꽤 높으니까요.”

거주자라는 말에 진민천이 살짝 겁에 질린 얼굴을 보였다.

그런 그를 보며 웃었다.

“하지만 국장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그림자를 거두도록 할게요.”

“아니! 괜찮네!”

진민천이 다급하게 외쳤다.

“부, 부디 이대로 놔 두게!”

“네, 국장님. 물론이죠.”

나를 보며 온갖 말로 구시렁거릴 때는 언제고, 지금은 하나뿐인 동아줄처럼 보고 있는 진민철이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걱정도 안 되는 모양이지?’

철저하게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 중인 모습이 역겨웠다.

하지만 백시준은 그와는 달랐다.

“리사, 밖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놀랐을 텐데…….”

백시준이 안보국 건물 내의 비전투 요원들을 가리키며 걱정했다.

‘도윤이가 왜 그렇게 착한지 알겠다니까?’

그의 아버지인 백시준이 이렇게나 착하니 그 아들인 도윤이 역시 착할 수밖에 없지.

나는 도윤이를 떠올리며 백시준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에 있는 건물에 그림자를 모두 펼쳐났어요. 회의실 밖에 있는 요원분들도 괜찮을 거예요.”

백시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그가 크게 안도하고는.

“고마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인사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나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내가 맡은 일이 아무리 백시준의 경호라고 하지만.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지켜야지.’

그렇게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해야.〗

대도깨비가 내게 말을 걸었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에요?’

시답잖은 농담을 하겠다고 나를 부른 건 아닌 것 같았기에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황이 꽤 곤란해졌다.〗

천지해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그러기 무섭게.

쿠구궁!

건물이 다시 울리며.

“쿨럭……!”

속이 뒤틀어지는 감각에 그만 피를 토하고 말았다.

“리사!”

백시준과 진달래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지만, 속이 타들어 가는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내 어깨를 감싸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아해야, 정신 차리거라. 여기서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리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죽게 될 거다.〗

천지해의 손이었다.

〖리사.〗

그가 나를 다정하게 부르며 등을 토닥였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진정하거라. 네 힘이 억지로 부서진 게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지 않느냐?〗

그 말대로였다.

누군가 내가 만든 방어막을 뚫고 억지로 이 공간에 침입했다.

‘우선, 회의실은 아니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꺄아악!”

“으아악!”

회의실 바깥에서 비전투 요원들이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뭐, 뭐야! 윤리사 헌터! 뭐냐고! 안전하다며!”

진민천이 그 소리에 귀를 막고 벌벌 떨며 소리 질렀다.

“시끄러워요.”

나는 그 입을 다물게 하고는 굳은 표정인 백시준과 진달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 있으세요.”

백시준과 진달래가 무엇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마는.

“대도깨비님, 부탁할게요.”

〖오냐.〗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곧장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백시준과 진달래는 천지해에게 맡긴 채 말이다.

회의실 바깥은 아주 엉망이었다.

내가 펼친 그림자를 찢고 들어온 녀석이 거주자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사, 살려…… 살려 주세요…….”

이미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나를 향해 뻗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내가 잡기도 전에 누군가 그 손을 베어 버린 탓이다.

손의 주인은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그대로 생을 마감해 버렸다.

아마, 피를 많이 흘린 탓이겠지.

쳐죽일 놈이 손을 베지 않았다고 해도 죽었을 목숨일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개새끼가!”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그림자를 이용해 창을 만들어 냈다.

그런 내가 우습다는 듯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 사이로 유쾌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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