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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28)화 (428/500)

428화. 열아홉의 아침(2)

“어, 음.”

CW에 도착하자마자 진달래를 볼 줄은 몰랐다.

당황하여 두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진달래 회장 대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 그렇네요.”

진달래가 싱긋 웃고는 물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셨죠? 윤리사 전 길드장님이 벌써 열아홉이라니. 시간 정말 빠르네요.”

“하하, 그러게나 말이에요. 실례지만, 진달래 회장 대리님은 나이가…….”

“이제 서른이네요.”

윤리타와 두 살 차이. 두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럴려고 했다.

“윤리사 전 길드장님을 처음 만난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말이죠.”

그러면서 진달래는 말했다.

“그때는 제 허리에도 오지 못하는 아이였는데 말이죠. 윤사해 길드장님께서 윤리사 전 길드장님을 보면 굉장히 뿌듯해 하실 거예요.”

“아, 하하. 네, 뭐.”

진달래의 칭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고위 인사 분들 중에서 윤리사 전 길드장님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시나요?”

“네?”

“물론, 그분들이 직접적으로 노리는 건 아니고, 자식들을 윤리사 전 길드장님과 맺고 싶어 하더군요.”

그만큼 내 매력이 어마무시하다며 진달래는 계속해서 칭찬했다.

사람 머쓱해지게 말이다.

이러다가 거듭되는 칭찬에 주제도 모르고 콧대가 높아질 것 같아, 급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저, 진달래 회장 대리님!”

“네, 윤리사 전 길드장님.”

“그냥 리사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이제 이매망량의 일개 헌터니까요!”

“한때 이매망량을 이끄셨던 젊은 주인 분께 그럴 수는 없죠.”

“아니요! 그래도 됩니다!”

제발 그래 주세요!

애원하다시피 매달린 후에야 진달래는 내 말을 들어줬다.

“그럼, 알겠어요.”

“말도 편하게 놓아 주시고요.”

“으음.”

진달래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리사.”

됐다!

편하게 말을 놓은 모습에 작게 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먼저,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와서 정말 죄송해요.”

“아니야. 오히려 리사가 말도 없이 찾아와 줘서 기쁜걸?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그렇다니 다행이다.

“크흠.”

괜히 머슥해져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찾아온 건.”

“리타 때문이지?”

“네? 아, 네.”

얼떨결에 수긍하고 말았다.

“아니! 리타 오빠 때문에 찾아온 거 아닌데요!”

급히 부정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진달래가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그렇지 않아도 리타가 연락을 했거든.”

“네? 리타 오빠가 연락했다고요?”

“그래. 너, 아님. 리오. 최악의 경우 윤사해 길드장님께서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이야.”

아하하하! 그 망할 오빠가 그랬단 말이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무대포로 진달래에게 묻기로 했다.

“진달래 회장 대리님.”

“그냥 언니라고 불러 줄래?”

“어, 음. 언니.”

“그래, 리사.”

진달래가 미소를 그리며 쳐다봤다.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물었다.

“리타 오빠랑은 무슨 사이인가요?”

“무슨 사이로 보이니?”

“저 진지해요. 진달래 언니랑 장난치고 싶은 마음 없다고요.”

“그렇구나.”

어린 녀석이 맹랑하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진달래는 계속 웃는 낯이었다.

곧,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진지하게 대답해야지.”

진달래가 눈웃음을 짓고는.

“사실 나도 몰라.”

어처구니없는 답을 들려줬다.

“네?”

멍청한 목소리가 절로 튀어나갔다.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아니, 아닌데?’

전혀 장난을 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진달래의 얼굴 자체도 어느새 미소가 지워져 있었고.

그러니까 그녀는 꽤 진지하게 답을 들려주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게 말이지? 리타랑 분명 한 집에서 자고, 한 집에서 먹고. 나름 오랜 시간 동안 그랬는데 딱 그것뿐이란 말이지.”

진달래가 그러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도 가끔 궁금해. 리타랑 내가 무슨 사이인지.”

“어, 저기. 리타 오빠랑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죠?”

“당연하지. 네가 올 거라는 것도 리타가 알려줬는걸? 그리고 가끔 시간 날 때마다 서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는 해.”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아무래도 리타는 내가 편한가 봐. 아, 리타랑 나는 서로에게 있어 그냥 편한 누나와 동생 사이인 걸까?”

그걸 저한테 묻는 건가요?

아니, 그 이전에.

‘윤리타! 이 멍청이!’

윤사해의 자랑스러운 둘째 아들.

그는 분명 진달래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그냥 마음이 있다.

그런데 고백할 타이밍을 잡지 못해 저러고 있는 모양이었다.

진달래 역시 그에게 마음이 있는데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가출 어른을 자기 집에 들일 리가 없지.

여하튼 진달래는 자신과 윤리타의 관계를 정립한 모양인 듯했다.

친한 동생과 친한 누나.

그런 사이로 말이다.

‘환장하겠네!’

장천의를 대신하여 CW의 일을 맡아 처리하고 있는 진달래.

그녀는 솔직히 같은 여자가 봐도 “헉!”하고 놀랄 만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청순가련 그 자체라고 할까?

그러니까 외모로는 윤리타와 무척 잘 어울린다는 말이었다.

아니, 진달래가 아까울 정도였다.

윤리타한테는 미안하지만 같은 여자 입장에서는 그랬다.

그런데 그 망할 오빠가 전전긍긍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진달래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니!

“저기, 언니.”

“응, 리사.”

진달래가 다정하게 대답하며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쩜, 암만 생각해도 진달래가 아까웠다.

여하튼!

“먼저, 리타 오빠는 진달래 언니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요.”

“그러니?”

진달래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네, 확신해요. 당장 이번주 내로 리타 오빠가 언니한테 제대로 고백하게 될 거예요.”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진달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눈을 끔뻑이기만 했다.

“리사가 그걸 어떻게 아니?”

제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라고 대답해 줄 수는 없으니.

“다 아는 수가 있거든요. 리타 오빠가 고백하면 언니는 모르는 척 해 주세요.”

“거절하면 안 되겠지?”

뭐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놀라 그녀를 쳐다보니 진달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거절 안 할 거야. 나도 리타 정말 좋아하는 걸? 애가 귀엽기도 하고, 놀리는 맛도 있고. 또 얼굴도 취향이거든. 린 님 닮아서.”

윤사해가 아닌, 에일린 리.

윤리타가 확실히 그녀 쪽을 닮은 얼굴이기는 했다.

그 얼굴이 취향이라니.

‘무섭다!’

생각해 보니 진달래는 에일린 리와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녀의 성격이 얼마나 뭣 같은지 알고 있을 텐데.

‘그런 인간을 닮은 얼굴이 취향이라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진달래의 취향이 꽤 독특한 모양이었다.

하여튼 나는 말했다.

“그러니까 언니는 이상한 오해말고 기다리세요.”

“그럴게.”

진달래가 싱긋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이렇게 한 산을 넘었다.

아니, 그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진달래를 찾아온 게 아닌데?

‘물론, 윤리타와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그들의 관계에 깊게 들어갈 생각 따위 없었다.

그런 생각은 윤사해나 하라지!

뒤늦게 진달래를 찾아온 가장 큰 이유를 떠올렸다.

그 때문에 급히 말을 걸었다.

“언니.”

“응, 리사.”

내가 CW에 온 것. 그것도 진달래 회장 대리를 찾아온 이유.

그건 바로.

“장천의 회장님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요?”

장천의.

그 망할 인간 때문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진달래가 놀란 눈을 보였다.

그것도 잠시.

이내 그녀가 말했다.

“우리도 없어.”

꽤 실망스러운 대답이었다.

“장천의 회장님이 사라진 후, 계속 행방을 찾으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면서 진달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문에 CW도 여러 번 위기를 겪었었지. 회사가 아주 도산을 할 정도로 말이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면서 진달래가 말했다.

“하지만 곧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추적에 능한 각성자를 한 명 고용했으니까.”

“누구인지는.”

“미안하지만 말해 줄 수 없어. 나름 회사 기밀 사안이라.”

“그럼 어쩔 수 없죠.”

……라고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뺨. 뺨을 때리자.’

오랜만에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가 일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진달래의 뺨을 때릴 틈을 노리는데.

“하지만 무언가 흔적을 찾으면 바로 말해 줄게.”

그 전에 진달래가 말했다.

“네?”

“회사 기밀 사안은, 그 각성자의 정체일 뿐이니까. 다른 건 기밀이 아니거든.”

그러면서 진달래가 웃었다.

CW의 진달래 회장 대리. 그녀가 꽤 특이한 인간이라는 걸 몸소 알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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