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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18)화 (418/500)

418. 친구들(2)

어, 음. 그러니까.

“한태극 의원님?”

조심스럽게 그를 부르자, 한태극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의원님은 무슨! 편하게 할아버지라고 부르거라!”

아뇨. 부담스러운데요.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의원님. 이쪽이 더 편해서요.”

그렇게 대꾸하고는 단예와 단이를 쳐다봤다.

나를 왜 너희 집으로 데리고 왔냐는 그런 눈빛으로 말이다.

단예와 단이가 내 시선을 읽고는 주거니 받거니 정답게 일러 줬다.

“할아버지가 네게 고맙다고 함께 식사를 들고 싶다고 하셨거든. 우리 셋째를 구해 줬으니.”

“그래서 이렇게 데리고 왔어.”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하단다.”

“하지만 말했다가는 윤사해 길드장님께서 하락을 해 주시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하긴, 윤사해는 한태극을 싫어했다.

만약 단예와 단이가 찾아와서 ‘할아버지가 리사랑 같이 저녁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었다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겠지.’

그것도 엄청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을 거다.

그뿐만이 아니라 단예와 단이가 내 친구들이라는 것도 잊고 무안을 줬겠지.

단예와 단이도 그걸 알고 한태극에 대해 알려 주지 않은 걸 테고.

하지만…….

‘나중에 아빠가 알면 엄청 화낼 것 같은데.’

그때, 단예와 단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윤사해 길드장님은 걱정하지 마렴, 리사.”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할아버지께서 잠시 들린 것으로 우리가 말해 놓을 테니.”

“변명거리는 모두 준비됐단다.”

철두철미하다.

한태극은 자신의 손주들이 말하는 걸 듣고는 뿌듯하게 웃었다.

뭐, 나라도 그럴 것 같았다.

참하고 예쁘게 생긴 손주들이 저렇게 말도 잘하는 데 얼마나 좋겠어?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단예와 단이는 내게 앉을 자리를 권했다.

문제라면, 그 자리가 한태극의 바로 옆이라는 점.

“앉거라.”

한태극이 손수 의자를 빼 주었다.

이것, 참. 제게 있어 너무 과분한 친절인 것 같습니다만.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차마 한태극의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그의 눈이 과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단예와 단이가 내가 다른 곳에 앉지 못하고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버렸기 때문이다.

남은 한 자리가 있었지만.

“윤리사! 왔어?!”

단아가 뛰어와서는 그 자리에 냉큼 앉아 버렸다.

“한단예, 한단이! 윤리사 데리고 왔으면 알려 줘야지!”

“셋째, 네가 알려 달라고 했던가?”

“그런 적은 없지만! 어쨌든!”

단아가 단예를 향해 빼액 소리를 지르고는 내게 물었다.

“윤리사, 잘 지냈어? 전화는 왜 끊은 거야? 도중에 연락이 끊어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단아와 전화 중에 연락이 끊어진 이유는, 단예랑 단이가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 거였다.

물론, 그 전에 단아가 두 사람의 방문을 미리 알려 줬지만.

‘알려 준 것과 동시에 단예와 단이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으니까.’

그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단아와의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다.

단아는 갑작스럽게 끊어진 나와의 전화에 발을 동동 구른 모양이었다.

그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는데.

“한단아, 네 이놈! 밥상머리를 앞에 두고 시끄럽게 굴면 안 된다고 내 말했건만!”

한태극이 호통을 쳤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닌지, 단아가 불퉁하게 말대꾸했다.

“시끄러, 할배!”

심지어 한태극을 향해 버릇없게 혀를 비쭉 내밀기까지 했다.

“저, 저……!”

그런 단아의 버릇없는 모습에 한태극이 뒷목을 잡았다.

아이고, 어르신! 진정하세요! 그러다가 혈압 올라 쓰러져요!

저녁을 얻어먹으러 왔다가 친구들 할아버지가 쓰러져 실려 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황급히 숟가락을 들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맛있네요! 잘 먹겠습니다!”

맛있기는 개뿔,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크흠, 흠! 그래,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니 맛있게 먹거라!”

한태극의 혈압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으니, 뭐.

“우와, 정말 맛있어요!”

맛있게 먹는 척이야 계속 할 수 있었다.

사실, 맛있기도 했고.

특별히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하더니만, 차려진 음식들이 하나같이 모두 맛있었다.

“한단아, 네 이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편식이냐? 네 언니랑 오빠 좀 본받거라!”

“1분, 2분 차이로 태어난 것뿐인데 언니 오빠는 무슨!”

나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한태극과 단아 때문에 음식 맛에 영 집중을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의 말을 최대한 흘려들으며 먹는 데 집중했다.

한태극와 그의 막내 손주인 단아의 말싸움은 식사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먹은 건 모두 싱크대에! 제발 네 언니랑 오빠 좀!”

“본받을 테니까 할배는 잔소리 좀 그만해!”

단예와 단이는 싸움이 일상인 것처럼 그 둘을 보며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어때, 리사?”

단예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음식 맛을 묻는 건가 싶어 웃으며 답해 줬다.

“맛있었어!”

“그래, 다행이야. 하지만, 리사.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란다.”

“응?”

그럼, 무슨 질문이었던 거지?

영문을 몰라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는데, 단예가 미소를 그린 낯으로 답을 알려 줬다.

“할아버지와 우리 집 셋째가 싸우는 모습이 네가 보기에 어떠냐고 물은 거란다.”

한태극과 한단아가 싸우는 모습이 어때 보이냐고?

시끄럽게 쫑알쫑알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다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말했다.

“화목하네.”

화목하기는 개뿔, 누가 보면 집안 꼴 잘 돌아간다고 말할 법한 광경인데…….

“보기 좋아.”

이상하게도 그랬다.

“그치?”

단예가 기쁘다는 듯이 웃고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리사, 네 덕분이란다.”

“응?”

놀란 눈을 보이는 내게 단예가 옅게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집은 지금 우울에 잠겼겠지.”

형제 중 막내인 단아를 사령의 숲에서 잃었을 테니.

“리사, 나와 첫째는 네게 은혜를 입었단다. 평생을 갚아도 갚지 못할 그런 은혜를 입었지.”

“어, 음, 저기, 단예야.”

“아니라고 할 생각은 하지 마렴. 네가 암만 그런다고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단예가 단호하게 내 말을 끊었다.

“첫째와 나는 애초에 네게 은혜를 갚고자 귀국한 거란다. 사실, 셋째의 실종 소식에 온 거였지만.”

하지만 그 두 사람이 한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가 단아를 구해 줬다.

“그래서 결심했단다, 리사.”

단예가 내 손을 꼭 잡고는 싱긋 웃었다.

“너의 힘이 되어 주기로.”

“뭐……?”

나도 모르게 멍하니 되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의 힘이 되어 주겠다니.

“아니야. 단예야. 괜찮아.”

내 적은 저세상이다.

그 망할 자식은 현재 유랑단에 속해 있는 중이었고. 즉,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유랑단과 싸워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 나와 함께 하겠다니.

아니, 힘이 되어 주겠다니!

‘절대로 안 돼.’

자칫 잘못하면 단예가 유랑단에게 노려지게 될 거다.

지금 당장도 그랬다.

이미, 할미에 의해 단아가 사령의 숲에 끌려갔었다. 다름 아닌 내게 엿을 먹이겠다고.

그런 터무니 없는 이유로, 그딴 짓을 저지르는 게 유랑단이었다.

할미의 단독 행위였다고 해도 언제 또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쩌면 다음번에는 단예와 단이일 수도 있지.

도윤이와 단아는 이미 노렸고, 내가 또 구해 냈으니 건드리는 건 소용 없다고 여기면서 말이야.

그러니까.

“단예야, 마음만 받을게.”

웃으며 친구의 호의를 거절했다.

단예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유랑단 때문에 그래?”

묻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단예는 그런 나의 동요를 못 본 척 무시하고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아님, 세상이 오빠?”

둘 다.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단예가 또한 내게 물었다.

“아님, 둘 다인가?”

“……단예야.”

“리사.”

단예가 부드럽게 나를 부르고는 옅게 미소를 그렸다.

“네 짐을 함께 덜 수 있게 해 줘. 네 발목 붙잡는 일은 없을 거야.”

그와 동시에 주변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타난 건, 나와 저세상. 그리고 도윤이와 한태극의 세쌍둥이가 즐겁게 놀고 있는 풍경이었다.

단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하나를 내게 사용한 것이다.

내 앞에 펼쳐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멍하니 보는데, 단예가 싱긋 웃으며 말을 끝마쳤다.

“나도 첫째도 미국에서 공부만 한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단예가 올곧게 나를 보며 힘있게 말했다.

“힘이 되게 해 줘.”

다시금 내뱉는 목소리에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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