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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17)화 (417/500)

417화. 친구들(1)

“어, 음. 저기, 단아야? 몸은 어때? 괜찮아?”

―응? 아, 뭐. 괜찮아! 며칠 죽은 듯이 기절해 있다가 깨어나서 그런지 엄청 개운해!

개운한 거 맞아?!

―어쨌든, 윤리사! 들어 봐! 일어나자마자 본 얼굴이 한단예랑 한단이란 말이야! 미국에 있어야 할 녀석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고! 

자신이 얼마나 놀랐겠냐면서 단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상황은 이러했다.

사령의 숲에서 빠져나온 후, 단아는 몇 날 며칠을 앓았었다.

고열에 시달리다 이제 막 깨어나 한태극을 부르려는데.

‘안녕, 셋째야. 좋은 꿈 꿨니?’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단예랑 단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반겼다고 했다.

―귀신인 줄 알았다고!

단아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여하튼 단아가 무사히 일어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서 단예랑 단이는? 두 사람은 지금 어디 있는데? 나한테 연락한 거 보면 지금 같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 그게 말이지.

크흠! 단아가 헛기침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윤리사, 너 만나러 갔어.

“응?”

뭐?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당황하여 두 눈을 끔뻑이는 찰나,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윤리타, 나가 봐.”

“귀찮게.”

윤리오의 말에 윤리타가 툴툴거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청해진인가? 아빠, 혹시 찾아올 손님 있어요?”

“없단다.”

“그래요? 그럼 도대체 누구지?”

윤리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리타 오빠, 잠깐!”

나도 모르게 그를 막아 섰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윤리타가 당황하여 물었다.

“어, 음. 그게, 내 손님이라서.”

“네 손님?”

윤리타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혹시 남자야?”

이야기가 왜 그렇게 튀는지 모르겠지만, 단이가 남자니까.

“응.”

고개를 끄덕여 줬다.

내가 대답하기 무섭게 부엌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였다.

“리오 오빠, 괜찮아?”

깜짝 놀라 물었지만, 그에게서는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윤리오가 다친 건 아닐까, 당장에라도 뛰어갔을 윤사해가 멍청하게 서 있었다.

윤리타 역시 마찬가지.

“아빠? 리타 오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마자.

“남자?! 남자라고?!”

“리사, 남자라니? 어떤 새끼야!”

“아니지? 윤리사, 네가 잘못 말한 거지?!”

윤리타와 윤리오가 사이좋게 묻기 시작했다.

꽤 다급한 얼굴로 말이다.

“리오 오빠, 리타 오빠. 잠깐 진정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

쌍둥이 아니랄까 봐, 윤리오와 윤리타가 동시에 외쳤다.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윤사해를 쳐다봤다.

나를 도와줬으면 해서였지만.

“아가.”

윤사해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대신 그는 내게 물었다.

“어떤 새, 아니. 놈이니?”

새끼나, 놈이나 거기에서 거기 아닌가요?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어색하게 웃는 낯으로 말했다.

“아빠도 잘 아는 놈인데.”

“아빠가 잘 아는 놈?”

윤사해가 살포시 미간을 좁히더니.

“백도윤이군.”

멋대로 오해했다.

“저기, 아빠?”

나를 찾아온 남자는 도윤이가 아닌데? 단이인데? 무엇보다 단이 혼자 찾아온 것도 아닌데?

그렇지만 윤사해는 내 말을 듣기도 전에 현관문을 벌컥 열어젖혔고.

“백도윤! 네가 백시준의 아들인 이상 절대로 허락 못 한다!”

낯 뜨겁게 저런 식으로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아이고, 아버지! 딸내미 말은 좀 끝까지 들어달라고요!

그 와중에 윤리오와 윤리타가 엄한 얼굴로 윤사해의 양옆에 나란히 섰다.

내게 찾아온 남자를 결코 허락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말이다.

환장하겠네!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단예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윤사해 길드장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건강하신 듯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어? 음? 너는?”

“한단예라고 해요.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기억 안 나시나 보네요.”

“아니, 그건 아닌데.”

윤사해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있는 게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그때, 윤사해와 그의 두 아들이 그토록 경계하는 남자가 등장했다.

“도윤이는 같이 오지 못했어요.”

단이가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단아랑 똑같이 계속 앓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 셋째는 다행히도 조금 전에 정신을 차렸지만요.”

“리사 덕분이죠.”

단이와 단예의 말에 윤사해와 그의 쌍둥이 아들은 멍한 얼굴을 보였다. 

그러고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남자라며?”

윤리타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단이는 남자니까.”

“야, 윤리사!”

윤리타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단예랑 단이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여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 모습에 키득거리며 웃은 후 입을 열었다.

“알겠으면 그만하지? 아빠랑 리오 오빠도.”

윤리오랑 윤사해가 헛기침을 터트렸다.

이 상황이 꽤 부끄러운 모양이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암만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고 해도 그렇지! 내 친구들 앞에서 저렇게 굴다니!

“오해해서 미안하구나.”

윤사해가 어른답게 사과했다. 물론, 사과로 끝나지 않았다.

“리사는 왜 찾아왔니?”

그가 언제 당황했냐는 듯 말끔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질문에 단예가 부드럽게 답했다.

“리사 덕분에 우리 셋째가 무사히 깨어나서요.”

“나는 한 게 없는데?”

“리사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셋째는 영원히 잠들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사령의 숲에서 구조되지 못했을 거란 말이었다.

“리사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그러니, 아버님.”

“아버님?”

단이의 말에 윤사해가 뾰족하게 두 눈을 치켜떴다.

그에 단이가 말을 고쳤다.

“윤사해 길드장님.”

“흠.”

윤사해가 살짝 풀린 얼굴로 단이를 쳐다봤다.

정말이지,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아빠였다.

그런 윤사해에게 단이가 말했다.

“리사의 시간을 저희가 감히 빌려도 될까요?”

“부탁드릴게요.”

단예가 단이의 말을 뒤이어 꾸벅 고개 숙였다.

정중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윤사해가 당혹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내 의사를 묻는 것 같아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좋아.”

“그래, 리사. 네가 그렇다면야.”

윤사해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늦지 않게 돌아오렴.”

“응, 아빠!”

활짝 웃으며 겉옷을 챙겨입었다. 

단아와의 전화는 진작 끊어진 상태였다.

겉옷을 챙겨 입고 나가려는 내게 윤리오와 윤리타가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녁 준비 다 했는데.”

“무엇보다, 윤리사. 아직 다 안 나은 상태잖아.”

“아버지가 허락했으니까, 뭐.”

그 목소리들을 무시하며 집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밝게 인사하면서 말이다.

단예와 단이는 예의 바르게 우리 아빠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윤사해는 기껏 허락했으면서 마뜩잖은 얼굴이었다.

“아빠, 표정!”

내 지적에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지마는.

그렇게 단예와 단이와 함께 길을 나서려는데.

“리사.”

“응?”

윤사해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가 내게 와서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시원찮은 음식을 대접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렴. 후에 있을 일은 생각하지 말고.”

“아빠…….”

걱정도 참 유난이다 싶었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라서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오빠들이랑 저녁 맛있게 먹어. 무슨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

“그래.”

윤사해가 내 겉옷을 꼼꼼하게 정돈해 주고는 다시금 당부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야 한단다. 아빠가 곧장 갈 테니. 한태극 그 늙은이는 신경 쓰지 마렴.”

“아빠도, 참!”

단예랑 단이가 곁에 있는데 못하는 말이 없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한태극을 ‘그 늙은이’라고 칭한 윤사해의 말을 듣지 못한 거 같지마는.

“걱정 말고 어서 들어가!”

나는 윤사해를 집 안으로 밀어 넣고는 단예와 단이를 향해 밝게 웃었다.

“오랜만이야!”

단예와 단이가 내 인사에 똑같이 미소를 그렸다.

“그래, 리사. 오랜만이란다.”

“정말 오랜만이야. 미국에서 보고 며칠이나 지났지?”

단이의 질문에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며칠이 아니라, 몇 달.”

적어도 한 달은 지났을 거다.

단이가 내 대답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그럼! 단아 소식 듣고 바로 온 거지? 둘 다 걱정 많이 했을 텐데, 단아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리사, 네 덕분이야.”

단예가 미소를 그렸다.

“앞으로 몇 번이고 네게 이 은혜를 갚을게.”

“에이, 됐어! 친구 사이에 뭘!”

단예에게 팔짱을 낀 후 짓궂게 웃는 낯으로 말했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리오 오빠가 오랜만에 만든 요리를 포기하고 나온 거니까, 맛난 음식 사줘야 해!”

단예가 내 말에 쿡쿡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기대해도 좋다는 듯이.

그렇게 단예와 단이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오, 잘 왔단다.”

한태극의 집이었다.

그러니까, 단예와 단이. 그리고 단아의 보금자리.

나는 멍하니 한태극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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