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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12)화 (412/500)

412화. 다시, 사령의 숲(4)

꽈드드득―!

그림자에 잡힌 CW 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해야! 그만해!”

백시준이 다급하게 불렀다.

“이러다 건물이 무너지겠어!”

“백시준의 말이 맞네! 당장 그만두게, 윤사해 길드장!”

한태극이 백시준의 말을 뒤이어 다급하게 외쳤다.

그에 윤사해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해도 제가 안전하게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백시준이 버럭 소리 질렀다.

한태극은 윤사해를 말리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새 잠에 든 한단아를 데리고 사람들과 함께 빠져나갔다.

남은 사람은 백시준과 그의 아들, 그리고 CW 몰을 파괴 중인 윤사해와 그와 계약한 거주자뿐이었다.

“사해야!”

제발 그만두라는 듯, 백시준이 그를 불렀지마는.

꽈드드득!

윤사해는 그만두지 않았다.

백시준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랑야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 지금 눈이 돌아간 상태라서 말이지. 말리기 어렵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그 목소리에 백시준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곳은 CW 몰.

장천의가 회장을 맡았을 때에 비해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 해도, CW의 이름은 건재했다.

그런 공간을 함부로 무너뜨리게 된다면.

‘분명 문제가 생기겠지.’

현재 장천의를 대신하여 CW를 맡고 있는 사람은 진달래.

그녀는 장천의에 비해 카리스마가 약한 게 흠이었지만, 그 외는 장천의와 똑같았다.

아니,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었다.

진달래는 사업을 보는 눈이 장천의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었으니.

그러니 그녀라면 CW 몰이 윤사해에 의해 무너진 것에 대해 자신들한테 유리한 쪽으로 거래를 이끌어 내려고 할 터.

백시준이 크게 한숨을 토해 냈다.

4대 길드의 일에는 휘말리고 싶은 생각 따위 없지만, 친구의 일이라면 다르다.

더욱이 그 친구의 딸이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을 구해준 상태다.

그 때문에 백시준은 말했다.

“사해야, 나는 분명 그만두라고 했어.”

뭔가 수상한 느낌에 윤사해가 살포시 미간을 좁히는 찰나.

CW 몰을 덮고 있던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백시준의 스킬, <[특수 스킬] : Delet>가 효과를 발휘한 거다.

“백시준!”

윤사해가 고함을 터트렸다. 화가 잔뜩 난 그 얼굴에 백도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겁에 질린 아들을 다정하게 끌어안으며 백시준이 말했다.

“사해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나는 충분히 이성적이야.”

“아니.”

백시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충분히 이성적인 상태였더라면 리사를 믿고 기다리겠지.”

윤사해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그 얼굴에 백시준은 계속해서 말했다.

“사해, 너는 리사를 믿지 못하는 거니?”

윤사해가 입술을 달싹거리다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백시준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한층 누그러진 기세에 백시준이 미소를 그렸다.

“리사를 믿어.”

“나는 충분히.”

“아니. 믿고 있지 않았잖아.”

백시준이 윤사해의 말을 끊고는 입을 열었다.

“리사를 믿고 싶다면 기다려. 네 딸은 분명 할미를 쓰러뜨릴 테니까. 설마, 리사가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윤사해가 버럭 소리 질렀다.

“우리 딸은 강해.”

“그래, 맞아.”

백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없을 동안 이매망량을 지킨 길드장이니까.”

윤사해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보였다.

왜 잊고 있었을까?

자신의 딸아이가 저를 대신해서 이매망량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귀수산의 윤사희에게 인정받은 강한 아이라는 것을 왜 잊었던 걸까?

“사해야.”

백시준이 윤사해를 부드럽게 부른 후 말했다.

“네 딸을 믿자.”

윤사해가 금붕어처럼 입술을 뻐금거리다가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빌어먹을…….”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은 그가 휙 몸을 돌렸다. 이내 윤사해는 백시준의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성격하고는.〗

랑야가 짧게 혀를 차고는 백시준에게 말했다.

〖잘했다.〗

“아닙니다.”

백시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해를 따라가 보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응. 따라간다고 해도 저 자식이 싫어할 거다.〗

윤사해라면 분명 그럴 터였다.

백시준 역시 동의하는지라 픽 웃고는 말했다.

“그럼, 저는 아들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 보겠습니다.”

〖그래.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말해 주러 가마.〗

“네, 감사합니다.”

백시준이 꾸벅 고개를 숙인 후 일어났을 때였다.

“저기.”

백도윤이 랑야를 붙잡았다.

〖내게 볼 일이 있나?〗

랑야가 흥미 가득한 눈으로 백도윤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백도윤이 꿀꺽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리사는 괜찮겠죠?”

〖아무렴, 괜찮을 거다.〗

랑야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 대도깨비님의 계약자.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대도깨비님은 미지 영역으로 돌아가겠지. 하지만 그분께서는 여전히 이 땅 위에 머무르고 계시다.〗

즉, 윤리사는 무사하다는 말. 그에 백도윤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 그러니 이만 네 아비와 함께 나가 보거라. 저기, 불청객이 찾아온 것 같으니.〗

랑야가 가리키는 곳에 웬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진달래 회장 대리…….”

백시준이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고는 랑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사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어서 가 봐.〗

랑야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백시준은 미소를 짓고는 아들과 함께 CW 몰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그들이 나간 후, 진달래가 랑야의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미지 영역의 거주자님. 윤사해 길드장님은 현재 어디 계십니까?”

“여기 있다만.”

윤사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정했나?〗

“그래.”

윤사해가 담담하게 대꾸하고는 말했다.

“애초에 흥분한 적도 없어.”

〖그렇군.〗

랑야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사해는 굳은 표정으로 눈 앞에 선 여자를 노려봤다.

그녀에게 아무 죄가 없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CW 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속이 들끓었다.

CW가 유랑단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 생각을 어떻게 알았는지 진달래가 말했다.

“저희는 유랑단과 어떠한 관계도 맺고 있지 않습니다.”

생각을 읽힌 윤사해가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윤리사 전 길드장님께서 현재 사령의 숲에 갇혀 있다고 들었습니다. 친구 분들을 구하시고요.”

“그래서?”

“윤리사 전 길드장님께서 사령의 숲에서 빠져나오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윤사해가 차오르는 말을 꿀꺽 삼킨 후 말했다.

“우리 딸은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올 거다.”

“사실, 저 역시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진달래가 싱긋 웃었다.

“윤리사 전 길드장님은 강하신 분이니까요.”

***

쿠구구궁―!

땅이 울렸다. 하늘도 울렸다. 이 공간 전체가 금방에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고 있었다.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릴 거야! 네년을 내 손으로 꼭 죽이겠어!”

할미가 분노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고운 얼굴에 긴 상흔이 붉게 그어져 있었다.

내가 만든 상처였다.

죽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부상을 입히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죽어 버려!”

상처가 난 할미가 미친 것처럼 발광을 시작했거든.

〖이거 큰일이구나.〗

천지해가 짧게 혀를 찼다.

〖사령들이야, 뭐. 내 손으로 할 수 있다마는 나머지가 문제다.〗

잔뜩 흔들리고 있는 공간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이 공간이 이대로 무너지면, 너는 매몰되고 말 것이다.〗

“대도깨비님은요?”

〖나야 미지 영역이 있으니 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은 무슨.

`

“지금 계약자를 두고 미지 영역으로 탈출할 거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하하! 그렇게 들렸다니 미안하구나!〗

천지해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쇄도하는 가시 돋친 줄기들을 검을 휘둘러 베어 냈다.

“할미를 쓰러뜨려야 해요.”

죽일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정신을 잃게 만들어야 했다.

〖나 역시 네 말에 동의한다만, 어떻게 저 여자에게 다가갈 생각이냐?〗

“글쎄요.”

현재로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가시 돋친 줄기로 몸을 보호하며 내 접근을 막고 있는 그녀는 꽤 상대하기 어려웠으니.

사령들이야, 뭐. 천지해가 상대해 주고 있어 문제없지마는…….

“아.”

좋은 수가 떠올랐다.

〖음?〗

천지해가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나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이상한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구나?〗

“이상한 생각이 아니라 좋은 생각이에요.”

불퉁하게 말하고는 천지해에게 한 가지 당부했다.

“나중에 아빠한테 잘 좀 말해 주세요.”

〖네 아비에게?〗

“네.”

내 말에 천지해가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도대체 뭘 할 생각인 게냐?〗

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신.

타앗!

내 쪽으로 쇄도하는 가시 돋친 줄기를 향해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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