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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07)화 (407/500)

407화. 좌절(4)

“윤리사는 바보야!”

“단아야, 리사도 사실은 돌아오고 싶을 거야.”

그 누구보다도 학교생활에 열심히던 윤리사다.

지금에야 이매망량의 일이 바빠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 터. 

그녀는 분명 다시 돌아올 거다.

백도윤은 그렇게 믿으며 한단아를 위로했다.

“그러니까 이제 공부하자.”

“윽.”

한단아가 어깨를 움츠렸다. 그에 백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인 거 알지?”

“알거든!”

한단아는 그렇게 소리 지르고는 뚱한 얼굴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백도윤과 한단아.

두 사람은 현재 백도윤의 집에서 시험공부 중이었다.

백시진과 제인 아일리는 현재 가족 여행을 떠난 상태였고, 백시준은 야근.

그 때문에 백도윤의 집은 텅 비게 됐고.

‘그럼, 너희 집에서 오늘 공부할래!’

그 사실을 알게 된 한단아가 백도윤의 집에 찾아오게 된 거였다.

“윤리사, 분명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 안 오려는 걸 거야.”

백도윤이 작게 웃었다.

속으로, 윤리사가 한단아도 아닌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우웅―!

한단아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망할 할배]

한단아가 화면에 뜬 이름을 슬쩍 보고는 무시했다.

“단아야, 전화 오는데?”

“알아.”

“아는데 왜 안 받아? 한태극 할아버님 전화 아니야?”

“아니야.”

맞으면서 잘도 거짓말을 하는 한단아였다.

당연히 백도윤 역시 한단아에게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한태극이란 것을 알았기에.

“야, 백도윤!”

한단아의 휴대폰을 멋대로 가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태극 할아버님? 저 도윤이에요.”

―도윤이? 백도윤?

“네, 할아버님.”

백도윤이 사근사근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고 계시죠?”

―물론, 잘 지내고 있다마다! 

한태극이 유쾌하게 웃었다.

“야! 백도윤! 휴대폰 내놔!”

한단아는 백도윤을 향해 팔을 뻗으면서 소리 질렀다.

―단아, 그 녀석이랑 같이 있나 보군. 하긴, 이렇게 내 전화를 받은 걸 보니, 뭐.

“네, 할아버님. 지금 단아랑 같이 공부 중이에요. 다음 주에 중간고사라서요.”

―그렇구나. 너랑 함께 있다고 하니 안심이다. 단아, 그 녀석이 연락도 없이 집에 안 들어와서 놀랐지 뭐니.

“단아가 이야기 안 했군요.”

―그래! 아주 이 할애비 속 타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지!

한태극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윤아, 네가 우리 막내 손녀 좀 잘 봐주려무나. 아주 그냥……!

백도윤이 한태극의 말에 집중할 때였다.

“백도윤! 내놓으라고!”

“악!”

한단아가 팔을 뻗어 백도윤의 손에서 억지로 자신의 휴대폰을 빼앗아 갔다.

겸사겸사 백도윤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말이다.

“진짜 아파!”

“아프라고 때린 거니까!”

한단아가 콧방귀를 뀌고는 한태극에게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할배! 쓸데없이 전화는 왜 해?! 내가 애야?! 알아서 들어갈 건데!”

―한단아, 네……!

한태극이 호통쳤지만.

“뭐!”

현재, 백도윤의 집에 있는 한단아는 그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계속 그러면 나 집에 안 들어갈 거야! 오늘 백도윤 집에서 잘 거라고!”

―뭐, 뭣이?! 이 녀석이 외간 남자 집에서 함부로 잔다고?!

“그래! 그리고 백도윤이 왜 외간 남자야? 내 친구인데!”

그 말에 한태극이 기함을 토했다.

―친구는 무슨 친구! 남녀가 유별난데……!

“끊어!”

한단아가 매몰차게 제 할아버지의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기가 무섭게 곧장 그한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지만.

“흥!”

한단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그의 전화를 다시 끊어 버렸다.

“단아야, 그래도 돼? 할아버님께서 많이 걱정하실 것 같은데.”

“네가 신경 쓸 거 없어! 어서 다시 공부나 하자!”

“나중에 혼나도 나는 모르는 일인 거다?”

“알겠으니까 이 문제나 가르쳐줘!”

한단아가 백도윤에게 문제집을 내밀었다. 대신 풀어달라는 거나 다름없는 그 상황이었지만.

“그래.”

백도윤은 픽 웃으며 그녀의 문제를 대신 풀어 주기 시작했다.

한단아가 그 모습을 구경하며 콧노래를 부를 때였다.

“응?”

돌연, 창밖을 바라본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래?”

“아니, 조금 전에 사람을 본 것 같아서.”

“사람?”

백도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집, 17층인데?”

한단아 역시 알고 있는 사실.

그녀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내가 잘못 본 거였나 봐.”

“그게 아님, 비행 스킬이라도 연습 중이었던 모양이네. 아래층에 사는 꼬마가 비행 스킬 가지고 있거든.”

“꼬마…….”

한단아가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창밖 너머로 본 사람은 절대로 ‘꼬마’라고 볼 수 없는 체격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 설사,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할 거야.”

여기에는 지하 길드원의 침입을 대비한 아이템이 작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다 풀었어. 여기, 풀이 과정까지 적어 놓았으니까 한 번 봐 봐.”

“으음.”

한단아가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듯 문제를 들여다볼 때였다.

쨍그랑―!

베란다의 넓은 창이 깨졌다.

“으악!”

한단아와 백도윤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어머, 미안. 창문이 잠겨 있어서 이렇게 깰 수밖에 없었어.”

갑작스러운 침입자가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

하지만 한단아와 백도윤은 전혀 안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야, 아파트 17층.

베란다 창문을 깨고 들어온 사람이 정상일 리가 없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야, 백도윤. 저 여자 손에 들려있는 거…… 탈 맞지……?”

침입자는 유랑단의 아홉 탈 중 하나, 할미였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제 얼굴에 탈을 썼다.

“너무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보지 말아 줘. 나는 그냥 너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온 것뿐이니까.”

“이야기는 무슨!”

한단아가 주먹을 꽉 쥐고는 전투 자세를 취했다.

“탈쟁이랑 할 이야기 없어!”

그 옆에서 백도윤이 불꽃을 피워 내면서 말했다.

“저희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 아파트에는 지하 길드의 침입을 대비한 아이템이 작동 중이니까요.”

“그러니?”

할미가 푸스스 웃었다.

“그런 것 치고는 주변이 너무 고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말대로였다.

침입받은 즉시, 경보가 울려야 할 텐데 주변이 지나치게 고요했다.

백도윤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초조함이 엿보이는 그 모습에 할미가 키득거리며 웃고는 말했다.

“너무 경계하지 마. 나는 정말 너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온 것뿐이니까.”

“무슨 이야기?”

한단아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에 할미는 사근사근 답해 줬다.

“윤리사.”

할미의 입에서 들린 이름에 한단아가 움찔 몸을 떨었다. 백도윤 역시 그랬다.

두 사람의 동요에 할미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고는 말했다.

“그 아이가 너희 곁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필요 없어요.”

백도윤이 차갑게 대꾸했다.

“리사는 어차피 저희 곁에 있으니까요.”

“흐음.”

할미가 콧소리를 내고는 말했다.

“그건 곤란한데.”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내 나타난 건, 백도윤의 바로 앞.

“백도윤!”

한단아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지만, 백도윤은 이미 할미의 손아귀에 잡힌 상태였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할미가 한단아에게 경고하며 백도윤의 목을 움켜잡았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손이었지만 백도윤은 그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할미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 이 목숨이 위험해지리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꼼짝도 않는 아이의 모습에 할미가 웃었다.

“현명하네.”

그러고는 따악, 손가락을 부딪쳤다.

그와 동시에 한단아와 백도윤은 모두 할미의 숲으로 이동됐다.

“여, 여기는.”

“내 숲이란다.”

할미가 백도윤을 놓아주고는 그들한테서 물러났다.

“어디 한 번 둘이서 잘 살아남아 보렴.”

윤리사.

“너희의 친구가 올 때까지.”

그제야 한단아와 백도윤은 알아차렸다. 할미가 무슨 목적으로 자신들을 찾아온 건지.

“윤리사를 불러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윤리사가 목적인 거다.

한단아의 외침에 할미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오랜만에 만나고 싶어서 이러는 것뿐이란다. 직접 찾아가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도깨비께서 너무 귀하게 여기고 있어서 말이지.”

이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할미가 말했다.

“그럼, 너희의 친구들이 찾아올 때까지 잘 버티고 있으려무나.”

할미의 인영이 흐릿해졌다.

“야, 이 망할 탈쟁이 새끼야!”

한단아가 주변에 있던 돌을 잡아 빠른 속도로 집어 던졌지마는.

“젠장!”

할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렇게 한단아와 백도윤은 할미의 숲에 남게 되었다.

―우으……!

―아, 아이들… 아이들이다……!

―흐흐흐흐!

할미의 숲에 갇혀 있는 사령들이 그 둘을 보며 웃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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