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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02)화 (402/500)

402화. 절망(4)

쿵! 쿠궁!

굉음과 함께.

“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연신 들려왔다.

그 비명의 주인공은 모두 지하 길드 소속의 각성자들이었다.

윤리사와 함께 아래아를 지원하기 위해 온 윤리타는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괴, 괴물!”

“아아악!”

자신이 나설 것도 없이 윤리사가 그들을 처참하게 쓰러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우, 우리 윤리사 전 길드장님. 몸이 많이 간지러웠었나 보네?”

“화홍이 형.”

류화홍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다른 길드원들은 각자 다른 곳에 이동시키고 왔어. 그보다 여기, 금방 정리되겠네.”

류화홍의 말에 윤리타가 물었다.

“윤리사, 쟤. 언제 저렇게 강해진 거래요?”

“글쎄. 리타, 네가 뒤늦은 사춘기로 집을 나갔을 때부터?”

“그 이야기 좀 그만하면 안 돼요?”

윤리타가 입술을 삐죽였다.

“안 그래도 윤리오가 저 볼 때마다 그 일로 놀리고 있단 말이에요.”

“내 알바인가?”

류화홍이 짓궂게 웃었다.

“어쨌든, 아가씨께서 언제 저렇게 강해진 건지는 나도 몰라. 그래도 감히 말해 보자면, 이매망량의 길드장 자리를 얻기 위해 귀수산에 올랐을 때.”

그 이후로 저렇게 강해졌다며 류화홍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강해지고 있는 중이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수련을 한 몸이니 당연했다.

류화홍의 말에 윤리타의 낯빛은 색이 바랜 것처럼 어두워졌다.

“왜 그런 표정이야?”

“미안해서요.”

또한, 자신이 한심해서 윤리타는 견딜 수가 없었다.

윤리오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끝도 없이 방황할 때, 소중한 동생은 길드를 위해 움직였다.

‘손에 피를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불면 날아갈까, 비에 젖어 감기에 걸릴까 싶어 애지중지 귀하게 대한 동생이다.

그런 동생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지하 길드원을 상대하는 중이라니.

‘내가 방황하지 않았다면.’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윤리사가 저럴 필요는 없을 텐데.

또래 친구들과 똑같이 학교에 다니면서 추억을 쌓아갈 수 있었을 텐데.

“리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겠다는 듯, 류화홍이 다정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과거를 후회해 봤자 바뀌는 건 없어. 속만 곪지.”

그러니 앞만 보라는 말이었다.

윤리타가 류화홍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타앙―!

경쾌한 총성과 함께 지하 길드원이 쓰러졌다.

“팔……! 내 팔이……!”

왼쪽 어깨 아래가 뜯겨 나간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나는 무심하게 그 모습을 보고선 뒤를 돌아보았다.

“리타 오빠.”

“나머지는 내가 맡을게.”

그러니 최설윤이 있는 곳으로 가라면서 윤리타가 말했다.

“오빠 혼자서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윤리타가 당장에라도 지하 길드원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듯이 굴며 웃었다.

“너, 이 오빠가 어떻게 싸우는지 모르지?”

“응,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아.”

“야!”

윤리타가 빼액 소리 질렀다. 버럭 지르는 그 목소리에 가볍게 웃어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여기는 맡길게.”

윤리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렇게 윤리타에게 나머지 정리를 맡긴 후 정상으로 향했다.

가는 족족 만나는 지하 길드원들은, 그림자를 이용해 윤리타가 있는 쪽으로 날려 줬다.

“윤리사아악!”

뒤에서 윤리타가 악을 받친 목소리로 나를 불렀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네 오라비에게 너무 각박한 것 같구나.〗

“깜짝이야.”

천지해가 소리소문없이 내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를 갖추고 있는 그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대도깨비님, 제가 알기로는 미지 영역의 거주자는 계약자의 부름에 의해서만 나오는 거로 아는데요.”

〖그런데?〗

“왜 대도깨비님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밖으로 나오는 걸까요?”

〖그거야 미지 영역으로 돌아간 적이 없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느냐?〗

천지해가 당연한 사실을 왜 묻느냐는 듯이 재잘거렸다.

〖아해야, 너는 나의 계약자인 것을 다행으로 여기거라. 너도 알다시피 계약자는 미지 영역의 거주자의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하나 나는.〗

“네네, 알겠으니까 조용히 좀 해 주실래요?”

천지해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금강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쿵! 쿠궁!

산의 정상에 도입하기 무섭게 땅이 울릴 정도의 굉음이 나를 반겼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를 그림자를 움직여 막아 낸 후 크게 목소리를 내었다.

“최설윤 길드장님!”

치열한 공방이 계속 이어졌던 모양인지 앞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설마, 최설윤이 당한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 거다.

최설윤은 윤사해 못지않은 강자.

더욱이 대한민국의 S급 각성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녀가 쉽게 당할 리가 없을 터.

더욱이 이곳까지 올라오는 길에 만난 지하 길드원은 모두 오합지졸이었다.

“대도깨비님, 저 흙먼지 좀 걷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천지해가 가볍게 바람을 일으켜 산 정상에 깔려 있던 흙먼지를 몰아냈다.

그렇게 드러난 광경은 처참했다.

“화백이 오빠!”

최설윤의 조카, 최화백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황급히 그에게 달려가서는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정신만 잃은 것뿐, 큰 상처는 입지 않은 듯했다.

‘다행이다.’

안도하며 얼른 회복 포션을 꺼내 그에게 먹였다.

“으윽…….”

광혜원이 만든 회복 포션의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화백이 오빠, 정신이 좀 들어요?”

“리사?”

최화백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어떻게, 아니. 윤리사 길드장님인 건가?”

“지금 그게 중요해요?”

그를 부축하며 타박했다.

“최설윤 길드장님은요?”

“몰라.”

최화백이 얼굴을 찌푸렸다.

“망할 고모 같으니라고. 다짜고짜 나를 날려 버릴 게 뭐야.”

“화백이 오빠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최설윤 길드장님이세요?”

“응.”

최화백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랜만에 길드에 방문했더니, 이런 일이 생겼잖아.”

그가 사납게 머리를 헝클어뜨린 후 말했다.

“다행히 상황이 금방 정리될 것 같네. 리사, 네가 온 걸 보니 이매망량에 지원 연락이 제대로 간 것 같으니까.”

이매망량에 지원을 요청한 사람이 바로 최화백인 모양이다.

“너 혼자 온 거야?”

“아니요. 리타 오빠랑 같이 왔어요. 오빠는 지금 산 아래에서 지하 길드원들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고요. 다른 길드원들도 지금쯤 도착했을 거예요.”

내 말에 최화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지친 낯인 그를 안전한 곳에 앉히고는 보호막을 펼쳐줬다.

보호막이라고 해봤자, 그림자를 통해 만든 안전장치였지만 말이다.

“대단하네.”

최화백이 내가 펼친 공간을 보며 중얼거렸다.

“윤사해 길드장님이 가진 힘과 똑 닮았어.”

“아빠 딸이니까요.”

싱긋 웃어 주고는 말했다.

“최설윤 길드장님은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찾아 나서서 협력할 테니까요.”

“고마워.”

“그런 인사는 할 필요 없어요.”

아래아는 이매망량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곳. 더욱이 지하 길드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그들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니까 이매망량의 사람인 내가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는 소리였다.

“그럼,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세요.”

나는 그 말을 남겨 두고 최설윤을 찾아 나섰다.

***

최설윤은 윤리사가 자신을 돕고자 온 것을 꿈에도 몰랐다.

알았다면 눈앞의 상대와 이렇게 공방을 펼치고 있지 않았을 거다.

어쨌거나 그녀는 무심하게 저를 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우리 윤사해 길드장님께서 자식 농사를 망치셨네.”

“저는 윤사해 길드장님의 자식이 아닙니다.”

“윤사해 길드장이 너를 키운 거나 마찬가지잖아?”

최설윤이 저세상을 노려보며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저세상을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 시선이 불쾌해 최설윤은 상처 입은 몸으로 소리 질렀다.

“윤사해 길드장은 알아?! 네가 지하 길드에 소속되어 있다는 걸!”

“글쎄요.”

저세상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윤리사는 알아요. 이렇게 만난 적이 꽤 많으니까요.”

“리사가 용케 너를 살려 뒀구나?”

“윤리사는 아직 약하니까요.”

철그럭―!

저세상의 힘에 따라 사슬이 뱀과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설윤이 자신을 노리려고 드는 그 무기에 혀를 찼다.

‘성가셔.’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무기를 얻어 왔는지 모르겠다.

거리를 좁힌다 싶으면 멀어지게 만들고, 거리를 벌렸다 싶으면 또 좁혀지게 만드는 무기라니.

‘윤사해 길드장이 저렇게 위험한 무기를 선물해 줬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혼자서 얻은 거란 말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최설윤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쐐액!

그녀를 향해 사슬의 날카로운 끝이 날아들었다.

‘아차!’

피하기에는 늦었다.

최설윤이 황급히 손을 들어 그것을 막고자 들었다. 목숨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한 손이 망가지는 게 훨씬 더 나았으니.

하지만 최설윤이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타앙!

총성과 함께 윤리타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최설윤 길드장님! 괜찮으세요?!”

윤리타가 다급하게 묻고는 표정을 굳혔다.

최설윤을 노린 사람이, 다름 아닌.

“……세상아.”

저세상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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