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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01)화 (401/500)

401화. 절망(3)

「유랑단의 시작은 아무도 모른다.

수장의 나이 역시 모르며, 그 성별 역시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중략)……

수장이 직접 탈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고서야, 보통 새로운 탈은 ‘이매’에 의해 정해진다.

유랑단의 아홉 탈은 12공방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하현이 정리해 준 자료가 워낙 방대했기에 살펴보는데 시간이 걸렸다.

유랑단의 아홉 탈 중 하나인 ‘선비’였기 때문인지 유랑단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정보는 꽤 많았다.

‘유랑단의 시작을 모르는 거야, 뭐.’

내가 알고 있으니 상관없었다.

유랑단은 원래 내 증조할머니인 윤사희에 의해 만들어진 단체.

‘하지만 아홉 탈이 12공방에 의해 만들어진 건 의외야.’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탈을 쓰는 순간, 얼굴을 비롯한 모든 기억을 희미해지게 만드는 그런 장치를 12공방이 아니면 누가 만들 수 있을까?

‘그래도 한 번 알아봐야겠어.’

12공방이 탈을 만든 거라면, 그걸 완전히 부술 수 있는 방법 또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탈은 몇 번을 부숴도 금방 복구되니까 말이지.

어쨌거나 하현이 정리해 준 자료는 모두 읽었다.

“유용하네요.”

“날밤을 꼬박 새워서 정리한 자료이니 당연히 유용할 겁니다.”

하현이 으쓱거렸다.

“도깨비한테도 보여 주니, 잘 정리했다고 칭찬하더군요.”

윤사해와 적이었던 사실은 그새 잊은 모양인지 하현이 뿌듯하게 웃었다.

“정리해 드린 자료에 관해 물어볼 거 있음 지금 물어보십시오. 어서 눕고 싶거든요.”

이운조는 아예 하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졸고 있었다.

하긴, 피곤할 만도 했다.

어제 하루 종일 하현의 일로 가장 많이 뛰어다닌 사람이 바로 이운조니까.

‘거기에 하현을 돕겠답시고 밤을 새웠을 테니.’

저렇게 조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 때문에 하현에게 말했다.

“지금은 물어볼 거 없어요. 나중에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하현이 그렇게 대답하고는 이운조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방에 가서 주무십시오.”

“음? 뭐야, 이야기 다 끝났어?”

“네, 일어납시다.”

“흐아암.”

이운조가 크게 하품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사, 아저씨한테 잘 좀 말해 줘.”

“뭐를요?”

“그거.”

유랑단에 관해 하현이 정리한 자료들을 가리키며 이운조가 말했다.

“네 반응 보고 AMO쪽에 어떻게 협상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거든.”

“아빠가요?”

“그래.”

그러니까 잘 좀 부탁한다면서 이운조는 하현과 함께 방을 나가 버렸다.

〖저 아해들은 보면 볼수록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깜짝이야.

“제발 기척 좀 내고 나타나 주면 안 되나요?”

〖응, 안 된다.〗

천지해가 능글맞게 웃고는 내 손에 들려 있는 것들을 빼앗아 갔다.

“내놔요.”

〖좀 보자꾸나. 유랑단에 대해서는 나 역시 알고 있는 게 많으니.〗

그 말에 대도깨비를 향해 뻗었던 손을 슬며시 내렸다.

천지해는 윤사희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를 소환할 수 있는 성물을 윤사희가 가지고 있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잘하면 유랑단에 관한 정보를 더 알 수 있겠어.’

그렇기에 잠자코 그가 모든 자료를 살펴볼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해가 보고 있던 자료를 내려놓았다.

〖그 아해가 잘 정리해 놓았구나.〗

“소감은 그게 끝이에요?”

〖그럼.〗

천지해가 소파에 털썩 앉고는 히죽 웃었다.

〖신인의 시대가 끝난 후, 유랑단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는 바가 없거든.〗

“그건 신인의 시대 때의 유랑단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소리네요.”

〖호오…….〗

능글맞은 대도깨비가 감탄했다.

〖아해야, 머리가 좀 돌아가는구나.〗

“칭찬은 됐으니까 유랑단에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해 주시죠.”

〖그래, 뭐. 못 할 이야기도 아니니 내 들려주도록 하마.〗

천지해가 들려준 이야기는 윤사희가 알려준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현재 유랑단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윤사희와는 형제 사이이며, 미지 영역의 거주자와 같은 존재라는 것.

〖설마, 그 녀석이 유랑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놓았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천지해는 유랑단의 수장에 관해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윤사희와 그는 형제 사이라고 했으니까 몇 번 본 적이 있겠지.

그러니까 신인의 시대 때 말이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물었다.

“대도깨비님은 유랑단의 수장을 만난 적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천지해가 씨익 웃었다.

〖사희와 같은 염원 아래에서 생긴 존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꽤 음습한 녀석이었다.〗

같은 염원 아래에서 생긴 존재라.

“유랑단의 수장이 무슨 목적으로 할머니가 만든 곳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시나요?”

〖모른다.〗

천지해가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애초에 그 녀석은 예전부터 속을 읽기 힘든 녀석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 녀석에 대해서는 왜 묻느냐?〗

“유랑단의 수장이 원하는 걸, 저세상이 들어주기로 했다고 해서요.”

〖흐음.〗

천지해가 물끄러미 나를 보다 입을 열었다.

〖가만 보면, 너는. 저세상이란 녀석에 대해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거든요. 저도 그딴 자식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다소 불퉁하게 말한 목소리 때문인 걸까?

천지해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왜 웃어요?”

〖재미있어서 말이다.〗

대도깨비의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내 계약자는 솔직하지 못한 것이 사희와는 다르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저 놀리는 거죠?”

저 망할 대도깨비가 나를 놀리고 있다는 것.

내 물음에 천지해는 아무 대답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저 기분 나쁘게 웃을 뿐이었다.

하여튼, 남의 속 천불 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미지 영역의 거주자였다.

할머니는 도대체 왜 저런 도깨비와 친하게 지냈던 건지 모르겠다.

하여튼 유랑단에 대한 정보를 얼추 모았고, 그 수장에 관한 이야기 역시 들었으니.

〖어디를 가려고 그러느냐?〗

“아빠한테 가려고요.”

이제 이운조가 부탁한 것을 들어줄 차례였다.

‘네 반응 보고 AMO쪽에 어떻게 협상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거든.’

그러니 윤사해한테 잘 좀 말해 달라 했었지?

이운조가 이매망량에 저지른 일만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피해 금액의 몇 배를 지불하기로 한 것 같으니까.’

너그럽게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렇게 윤사해를 찾아가는데.

“윤리사! 여기 있어?!”

윤리타가 찾아왔다.

***

벌컥, 열린 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래라.”

“다행이다! 여기 있었구나?”

“무슨 일인데 그래?”

“설명은 나중에 해 줄게.”

윤리타가 내 손을 잡고 다짜고짜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길드 밖으로 사람들이 우글우글했다.

당연히 그 사람들 모두 이매망량의 길드원들이었다.

“화홍이 형! 윤리사 전 길드장님 데리고 왔습니다! 바로 출발해요!”

“그래.”

류화홍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 손을 덥석 잡았다.

“화홍이 오빠,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시야가 바뀌었다. 이동한 장소는 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숲이었다.

“오빠, 여기는…….”

“아래아가 있는 곳이야.”

4대 길드 중 하나인 아래아.

최설윤이 길드장으로 있는 그곳은 이매망량과 함께 지하 길드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는 왜 온 거지?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쿠구구궁!

산이 울렸다.

갑작스러운 땅울림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리사!”

“난 괜찮아!”

손을 털며 가볍게 몸을 일으킨 후 윤리타에게 말했다.

“습격받고 있는 모양이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산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더군다나 그런 일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다급하게 움직일 리가 없잖아?”

그림자를 움직여 창을 만들어낸 후 윤리타에게 물었다.

“아래아를 습격한 곳은 유랑단이야?”

“아마도.”

확실치 않은 대답이었다.

“지하 길드 여러 곳이 함께 손을 잡고 아래아를 습격한 것 같아.”

그것 때문에 아래아의 힘만으로는 상대하기 버거운 상태라며 윤리타가 말을 이었다.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일당백을 하고 있지만, 습격을 감행한 인원이 너무 많아서 우리한테 지원을 요청했어.”

쿠구구궁―!

윤리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거센 진동이 산을 울렸다.

“이러다 산사태 나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윤리타가 총을 꺼내 들며 말했다.

“아래아가 위치한, 이곳 금강산은 A급 이상의 던전이 다수 위치하고 있는 곳이니까.”

던전은 주변의 지형지물을 가볍게 바꿔 버린다.

금강산의 경우, 던전에 의해 다른 곳보다 지반이 몇 배는 더 단단해졌다며 윤리타가 설명해 줬다.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저기! 아래아의 떨거지들이 있다!”

“잠깐, 아래아의 길드원들이 아닌 것 같은데?!”

“저, 저 녀석들은!”

마음껏 모든 힘을 발휘하여 지하 길드원들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그들을 향해 나는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고 올랐다.

아래아를 습격한 지하 길드원들을 이끌고 있는 우두머리가 누구일지도 모르고.

“어디를 도망가?”

나는 그렇게 이매망량의 길드원으로 그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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