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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00)화 (400/500)

400화. 절망(2)

윤사해한테 인사한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오! 이게 누구야! 우리 길드장님이잖아?!”

나를 반긴 사람은 윤리오도 윤리타도 아닌 청해진이었다.

“오빠가 왜 여기 있어?”

“내가 여기 있는 게 이상해? 어릴 적에도 그리고 다 크고 나서도 자주 왔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윤리오가 병상에 눕고, 윤리타가 사라진 후 그는 우리 집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청해진이 우리 집에 있는 게 굉장히 낯설었다.

“리사, 왔어?”

“야, 청해진! 네가 뭔데 우리 동생한테 먼저 인사하는 거야?!”

“맞아.”

그의 뒤로 윤리오와 윤리타가 얼굴을 내밀었다.

“리오 오빠? 병원에 갔던 거 아니었어?”

“윤리사, 그게 말이지. 윤리오, 이 자식이.”

“닥쳐, 윤리타.”

윤리오가 윤리타의 입을 때리고는 웃었다.

“입원할 정도는 아니어서 간단한 검사만 받고 돌아왔어. 오랫동안 누워 있어서 근육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더라고.”

내일부터 매일 병원을 다니며 재활 치료를 받을 거라며 윤리오가 나를 안심시켰다.

“걱정 많이 했지?”

그걸 말이라고!

“무리하는 거 아니지?”

“아니야.”

윤리오가 다정하게 웃었다.

“오빠 빨리 나을게. 우리 리사랑 같이 이매망량에 갈 수 있도록.”

청해진으로부터 그간의 일을 모두 들었나 보다.

그러니까, 내가 이매망량의 길드장을 맡고 있었던 동안의 모든 사정을 말이다.

윤리타야, 뭐.

‘진달래한테서 나와 관련된 일을 전해 들었을 테니.’

괜히 윤리타가 괘씸해져 정강이를 한 대 걷어찼다.

“악! 또 왜 때려?!”

“윤리타는 솔직히 맞아도 돼.”

“인정.”

청해진이 윤리오의 말에 동조한 후 내게 인사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벌써?”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나 때문에 가는 거야?”

“어이쿠, 제가 설마 우리 길드장님 때문에 가는 거겠습니까? 아니지, 이제 전 길드장님이지! 윤사해 길드장님께서 다시 자리를 맡는다고 들었으니까!”

청해진이 너스레를 떨고는 말했다.

“누나 손님이 와 있거든. 그분들이 남해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내가 곁에서, 그.”

“시종처럼 굴어야 한대.”

“응, 맞아.”

청해진이 윤리타의 말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암담해지는 듯했다.

그나저나 청해솔의 손님이라면.

‘청정하와 가람을 말하는 거겠지.’

선비의 일로 부른 초랭이 탈인 청정하와 그의 곁을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가람.

아무래도 그들은 아직 남해로 돌아가지 않은 모양이다.

청정하 하나만 해도 성격이 장난 아닌데, 가람까지 함께라니.

“해진이 오빠, 파이팅!”

나도 모르게 응원했다.

“오냐.”

청해진이 지친 미소로 손을 흔들어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쌍둥이는 청해진과 신이 나게 놀았는지 집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오빠들…….”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자 윤리오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지금 바로 치울게!”

“아니, 내가 치울게! 윤리오, 너는 얌전히 앉아 있기나 해!”

그렇게 윤리타가 엉망이 된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나는 윤리오와 함께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

그때, 돌연 윤리오가 물었다.

“리사, 아버지는?”

“아빠는 오늘 늦을 거야. 처리할 일이 많거든.”

“그래?”

윤리오가 아쉬운 얼굴을 보였다.

“다행이다.”

아쉬운 얼굴이 아니었구나.

“오빠, 설마 병원에서 돌아온 거 아빠한테 안 말한 거야?”

“그게, 걱정 끼쳐 드리기 싫어서.”

윤리오가 배시시 웃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그의 어깨를 찰싹 소리 나게 때린 후 혼을 냈다.

“어서 아빠한테 말해! 집으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리사.”

“아빠, 분명 퇴근하자마자 오빠 보러 갈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어서 전화 드려!”

“우음.”

윤리오가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휴대폰을 들었다.

윤사해가 자신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가는 건 원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윤리오가 윤사해에게 전화를 거는 사이 집청소가 끝났다.

“두 번 다시는 이렇게 어지르면서 놀지 않을 거야.”

“그 말, 예전부터 들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진짜야!”

윤리타가 얼굴을 붉렸다.

“저녁이나 먹어! 안 먹었지?”

“응.”

윤사해에게 길드장을 위임하자마자, 저세상과 선비 등등의 여러 일을 겪었었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그때는 24시간이란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는데.

‘오늘은 하루가 이틀같았어.’

사실, 이틀은 무슨. 일주일 같았다.

“배고파.”

“어서 먹어.”

윤리타가 상을 차려 주며 윤사해를 걱정했다.

“우리 아빠, 돌아오시자마자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아.”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저 자식, 설마. 내가 윤사해한테 괜히 길드장의 자리를 맡겼다고 눈치 주는 건 아니겠지?

떨떠름하게 묻는 내 목소리에 윤리타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응. 윤리사, 너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저 망할 오빠가 정말?

숟가락으로 한 대 때리려는데.

“리사, 먹는 거로 장난치는 거 아니야.”

윤리오가 어떻게 알았는지 나지막하게 나를 타일렀다.

그 때문에 결국, 잠자코 윤리타가 차려 준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남이 해 준 음식을, 그것도 가족이 만들어 준 음식을 먹는 게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까?

“맛있지?”

“응.”

무척이나 맛있었다.

***

다음날, 나는 윤리타와 함께 이매망량으로 향했다.

출근했다는 말이 옳으리라.

“이게 누구야? 뒤늦게 사춘기 왔던 우리 리타 도련님 아니야?!”

“화홍이 형! 놀리지 마요!”

“놀리 적 없어. 나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류화홍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던 류사하와 류홍랑이 두 눈을 끔뻑였다.

“리타 오빠다.”

“리타 형.”

윤리타가 아이들을 보고는 미소를 그렸다.

“많이 컸네?”

“웅.”

“그런데도 계속 아빠 품에 안겨 있는 거야?”

“웅!”

류사하와 류홍랑이 류화홍을 꼭 끌어안았다.

그게 좋다면서 류화홍이 싱글벙글 웃었다. 아주 입꼬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말이다.

“생각해 보니 리타, 너도 이제 슬슬 결혼할 나이인데.”

“잔소리 거절이요!”

윤리타가 질색하며 곧장 자리를 떴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며 은근슬쩍 물었다.

“오빠는 결혼 생각 없어?”

“없어!”

윤리타가 단호하게 외쳤다.

“내 나이가 이제 스물여덟인데, 벌써 결혼이라니.”

“오빠 나이에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쨌든 나는 싫어.”

윤사해와 에일린 리의 결혼생활을 가까이에서 보고 자랐기 때문일까?

윤리타는 결혼에 꽤 부정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CW의 진달래 회장 대리님, 좋아하지 않아?”

당장, 그녀와 동거까지 했던 윤리타였다.

진달래의 이름이 거론되기 무섭게 윤리타가 뻣뻣하게 몸을 굳혔다.

“오빠?”

“그, 그렇게 보였어?”

진심으로 묻는 건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야! 윤리사! 내가 누나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냐고!”

노코멘트하기로 했다.

누구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저 오빠는 왜 저러나 몰라.

“리사, 리타.”

“아빠!”

윤리타가 시끄럽게 외치던 목소리가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던 윤사해의 귀에까지 들렸나 보다.

이매망량에서 날을 꼬박 샌 윤사해가 웃는 낯으로 우리를 반겼다.

“왔니?”

“응!”

윤사해를 와락 끌어 안고는 그의 첫째 아들이 전해 달라던 말을 입에 올렸다.

“리오 오빠가 몸 좀 챙기래.”

“그래.”

윤사해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웃었다.

“리오도 몸 좀 챙기면 좋으련만.”

“오늘 집에 가서 혼내 줘!”

“그래야지.”

우리는 그렇게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에는 손님이 두 명 앉아 있었다.

“안녕, 리사. 리타.”

이운조가 윤사해보다 더 초췌한 꼴로 내게 인사했다. 그녀 옆에서 하현이 나를 향해 고개만 꾸벅였다.

윤리타가 놀란 눈을 보였다.

“운조 누나?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예요?”

“내 친구.”

“친구요?”

윤리타가 숨을 들이마셨다.

“누나한테도 친구가 있구나!”

“죽을래?”

이운조가 윤리타를 향해 주먹을 한 번 흔들어 보였다.

윤리타는 헤실거리며 웃고는 윤사해가 살피고 있던 서류를 들었다. 그를 돕고 싶은 모양이다.

나도 한 번 볼까 하는데.

“리사, 너는 이거부터 확인해.”

이운조가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하현이 정리한 거야.”

유랑단.

그들에 대해서 말이다.

참고로 윤사해는 이미 확인한 내용이라며 이운조가 말했다.

“원하면 네 오빠들한테도 보여 줘.”

“괜찮아요.”

윤리타는 윤사해의 일을 정리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그 옆에 서차웅이 있는데도 그랬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그 광경을 두 눈에 담으며 말했다.

“저는…….”

윤사해가 돌아오고, 윤리오가 깨어나며 방황을 끝낸 윤리타가 복잡한 일에 얽히는 일 없이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랐으니.

그래서 나는 이운조가 건네준 것들을 혼자서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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