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화. 쌍둥이(3)
쾅쾅쾅-!
“윤리타!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문 열라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윤리타가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윤리오?”
거짓말.
윤리오가 어떻게, 아니.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데?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 거야?’
윤리타가 벌벌 떨며 귀를 막았다.
“윤리타!”
그럼에도 윤리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윤리타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문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사람이 윤리오일 리가 없었다. 애초에 그는 죽은 듯이 누워 있었으니까.
‘깨어났다는 소식은 못 들었어.’
그럼, 저 밖에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윤리타! 야!”
윤리오의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적인가?’
윤리타가 표정을 굳히고는 무기를 꺼내 손에 쥐었다.
자신이 진달래와 함게 살고 있는 것을 알고 찾아온 적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자신을 노리는 게 아닌, 진달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그녀를 노리는 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CW 회장 대리인 그녀는, 어떠한 스킬도 상대방에게 적용되지 못하게끔 하는 S급 스킬의 소유자였으니까.
‘적이군.’
윤리타는 결국 문 밖에서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윤리오를 적으로 규명했다.
그렇게 그가 긴장감 어린 얼굴로 총을 쥘 때.
“야, 이! 망할 새끼야! 내가 당장 문 열라고 했지?!”
굳게 닫혀 있던 문이 기어코 박살이 나고 말았다. 리타는 곧장 쥐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지만.
“윤리타!”
환하게 들어오는 빛 사이로 보인 형제의 얼굴에 그럴 수가 없었다.
“……윤리오.”
윤리타는 그렇게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궜다.
***
망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뜯겨져 나가 버린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진달래한테 어떻게 말하지?
아니, 일단 배상부터 해야지!
‘그보다.’
뜯겨져 나간 문, 바로 그 안에 웬 남자가 멍하니 서 있었다. 내게도, 그리고 윤리오에게도 무척 익숙한 남자가 말이다.
“윤리오?”
남자가, 아니.
윤리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형제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 나다!”
“거짓말.”
“거짓말은 무슨!”
윤리오가 현관문을 뜯어내는데 사용한 검을 내팽개치고는 윤리타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자! 이래도 내가 거짓말 같아? 헛것으로 보이냐고!”
윤리타의 멱살을 잡아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말했다.
“거짓말…….”
“거짓말 아니라고, 이 멍청아!”
퍽!
윤리오가 기어코 윤리타를 주먹으로 쳐 버렸다.
“리오 오빠!”
황급히 다가가 그를 말렸다.
“오빠 주먹 상하면 어떻게 해!”
“리, 리사?”
윤리타가 당황하여 나를 불렀다.
“그래, 나도 왔다. 이 망할 둘째 새끼야!”
오빠고 자시고 이런 상황에서는 필요 없었다.
“내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가지고 있는 S급 스킬로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고!”
윤리타를 향해 나 역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손바닥을 활짝 펼치고는 윤리타의 등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이 못된 새끼야! 그러고도 네가 내 오빠야? 동생을 그렇게 버려두고 사라지는 게 어디 있어!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내가 얼마나!”
정말로, 무척이나.
“보고 싶었는데.”
“리사…….”
윤리타가 금방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서글프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 역시 그와 똑같은 표정으로 윤리타를 쳐다보다가.
“이 못된 새끼야!”
“아악!”
윤리타의 머리채를 쥐어 잡아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길바닥에서 노숙하고 있으면 어쩌나 했더니! 진달래 회장 대리님 집에 얹혀살고 있었냐?! 이 새끼야!”
그동안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하 길드 새끼들한테 쫓기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자, 잠시만! 잠시만, 리사!”
“이 망할 새끼!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아 넣더니!”
“리사, 내가 미안해!”
“이게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문제야? 어?!”
“아아아악!”
윤리타가 아프다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입을 크게 벌리고는.
“앙!”
그의 정수리를 깨물어 버렸다.
“아파! 진짜 아파!”
윤리타가 발을 돌돌 궁리며 눈물을 질끔 흘렸다. 그럼에도 기분이 풀리지가 않아 뺨이라도 때릴까 하는데.
“리사, 진정해.”
그래도 쌍둥이 동생이라고 윤리오가 나를 말렸다. 몸이 많이 약해진 윤리오가 말리니 별수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윤리타, 너는!”
윤리오 덕분에 산 줄 알라며 으름장을 놓으려는데.
쫘악!
그러기도 전에 윤리오가 윤리타의 뺨을 후려쳐 버렸다. 윤리타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갈 정도로 무척이나 강한 힘으로 말이다.
윤리타가 멍한 낯으로 두 눈을 끔벅였다. 그 위로 윤리오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야, 윤리타.”
흠칫, 몸을 떨며 윤리타가 윤리오를 쳐다봤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죄책감 따위 가지지 말라고.”
윤리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윤리오 역시 그와 똑같이 서글프게 얼굴을 구기며 외쳤다.
“그런데 왜 이런 거야? 네가 뭘 잘못했다고!”
“나는…….”
“시끄러!”
윤리오가 버럭 화를 내며 윤리타의 말을 차단했다.
“내가 저지른 일이야! 네 잘못은 없다고! 그런데 네가 뭐가 미안해서 이런 반항을 해? 나이도 먹을 대로 처먹은 새끼가!”
“그렇지만.”
“계속 말대꾸!”
윤리타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야, 윤리타.”
윤리오가 그런 그의 멱살을 다시 잡고는 말했다.
“이 멍청한 새끼야.”
윤리타의 두 눈이 살짝 흔들렸다. 윤리오가 그 눈을 흔들림 없이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잘못은 아무것도 없었어. 너한테 잘못이 있다면, 그건 리사를. 저 어린아이를 집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 버린 것.”
그리고.
“나를 믿지 못한 거야.”
윤리타의 두 눈에 기어코 눈물이 맺혔다. 윤리오가 손수 그것을 닦아 주고는 말했다.
“잘못은 나한테 있어.”
“형…….”
“미안해.”
윤리오의 사과에 윤리타의 두 눈에 맺혀 있던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떨어졌다.
“다 큰 녀석이 왜 울어?”
“그치만.”
“뚝!”
윤리오가 윤리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주며 웃었다.
“리사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그 말에 윤리타가 황급히 눈물을 닦아내고는 나를 쳐다봤다.
“리사.”
“왜, 뭐.”
“미안해.”
“왜 미안한데.”
윤리타가 우물쭈물 내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집에 그렇게 혼자 두고 가 버려서.”
“그리고.”
“나만 생각해서.”
“또.”
“너한테 연락 한 번 안 해서.”
끄흡, 흡.
윤리타가 울음을 참으며 더듬더듬 말을 내뱉었다.
“미,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그렇지만, 다, 이렇게 된 게, 다, 내, 내 잘못인 것 같아서.”
“으이구, 이 바보 오빠야!”
윤리타의 정수리에 주먹을 한 대 쥐어박았다.
“리오 오빠 말 못 들었어? 네 잘못 없어! 하나도 없다고!”
“그, 그치만.”
“그치만 금지!”
“하지만.”
“하지만도 금지!”
윤리타를 향해 검지를 치켜들었다.
“내 말에 꼬투리 잡지 마! 그 순간 이번에는 내가 가출할 테니까!”
“리사!”
윤리오가 놀라 외쳤다.
윤리타보다 더 놀란 기색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장난이야, 오빠.”
윤리오가 다행이라는 듯 안심하며 말했다.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안 그래도 이 자식 때문에 내가 얼마나 걱정을…….”
윤리오가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리오 오빠?”
“윤리오, 왜 그래?”
나와 윤리타가 놀라 물었지만, 그는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야! 윤리오! 왜 그러냐니까?!”
윤리타가 황급히 그의 어깨를 잡자마자 윤리오의 몸이 허물어졌다.
“윤리오!”
윤리타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
“리오 오빠, 괜찮아?”
“응, 나 괜찮아.”
윤리오가 하얗게 질린 낯으로 미소를 그렸다.
“조금 무리했나 봐.”
“조금이 아니라 많이 무리했지!”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몸을 이끌고 윤리타를 찾겠답시고 곳곳을 누볐으니 말이다.
“나 때문이야?”
윤리타가 벌벌 떨며 물었다.
윤리오가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손을 들어 윤리타의 이마를 한 대 때려 버렸다.
“그래. 너 때문이니까 병원까지 안전 운전 부탁할게.”
윤리타가 입술을 꾹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사, 너는.”
“아빠한테 말할 거야.”
“응?”
윤리오가 당황하여 물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들고는 입을 열었다.
“아빠가 그랬잖아. 리오 오빠한테 문제 생기면 연락하라고.”
“그랬던가?”
“응, 그랬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막무가내로 윤사해한테 전화했다.
윤리타도 찾았겠다, 그에게 알려줄 일이 많았다.
“잠시만, 리사! 아버지 지금 많이 바쁠 텐데!”
“마, 맞아, 윤리사! 아빠한테 나중에 전화하면 안 될까? 응?”
윤리오와 윤리타가 살짝 겁에 질린 눈으로 내게 부탁했지만.
“여보세요, 아빠?”
어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