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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78)화 (378/500)

378화. 찾는 것도 일이다(5)

“……리사?”

꿈에 그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다. 정말 아빠야.

윤사해가 내 앞에 있어.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자마자 나는 곧장 윤사해를 향해 달려갔다.

“아빠!”

멍하니 있던 윤사해가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아빠! 아빠아!”

“리사……!”

윤사해의 넓은 품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 역시 윤사해를 꼭 끌어안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온갖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금방 끝내고 돌아오마.’

‘아빠!’

‘걱정하지 마렴. 우리 리사의 친구들과 함께 돌아올 테니까.’

왜, 그랬냐고.

왜, 나를 혼자 남겨 뒀냐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미안하구나.”

들려온 사과에 생각이 멈췄다.

“미안해, 리사.”

윤사해가 내 머리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애처롭게 미소를 그렸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단다.”

약속?

‘걱정하지 마렴. 우리 리사의 친구들과 함께 돌아올 테니까.’

우성운과 우신우.

두 사람을 떠올린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소리 질렀다.

“바보!”

윤사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울먹였다.

“아빠는 오랜만에 만난 딸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윤사해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이내 그가 나를 다시금 꼭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보고 싶었단다.”

“나도.”

금방에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힘겹게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끝마쳤다.

“저도 보고 싶었어요, 아빠.”

그렇게 한창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우리 따님께서는 엄마는 보이지 않나 보네?”

에일린 리가 훼방을 놓았다.

시끄러워!

……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에일린 리의 말을 무시했다.

에일린 리는 내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키득거리며 웃었다. 

또한 물었다.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는데? 우리 따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가 별로 없었나 보네?”

그것도 아니면.

“생각보다 친한 사이가 아니었나 보네?”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나는 와락 얼굴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친한 사이 맞거든요.”

그것도 1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엄청 친한 사이라고!

내 말에 에일린 리는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벌써 왔다고? 네가 한태극 의원의 손주 녀석들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게 10분 전인데?”

그 망할 보좌관, 역시나 내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에일린 리에게 보고하고 있었구나?

어쨌거나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에일린 리의 말대로 단예와 단이와 만난 건 10분여 전.

분명 두 사람과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회포를 풀기로 했지마는.

‘리사, 우리 그냥 나중에 이야기 나누자.’

‘나 역시 첫째와 같은 의견이란다.’

단이와 단예가 먼저 자리를 파해 버렸다. 나를 놓아 줬다는 표현이 더 옳으리라.

어쨌든 두 사람은 ‘왜’냐고 묻는 내 질문에 답해 줬다.

‘솔직히 말해 줘도 돼?’

‘응.’

고개를 끄덕인 나를 향해 단이는 말했다.

‘리사, 너는 지금 우리를 보며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게 눈에 보여서.’

단예는 단이의 말을 끝맺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윤사해 전 길드장님께 어서 가 봐.’

그러면서 친구들은 내게 윤사해가 있는 곳을 알려 줬다.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나와 친구들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알았다.

단예와 단이와는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두 사람 모두 오래지 않은 시간에 유학을 끝내고 돌아올 테니까.

그래서 이렇게 온 거다.

“아빠,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윤사해가 내 말에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일린 리와 저녁을 먹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그 식사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에일린 리는 아쉬워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는 듯한 투로 말했다.

“우리 따님께서 이렇게 빨리 우리 자기를 만나러 올 줄은 몰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 일정을 더 빡빡하게 짜 줄 걸 그랬어.”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그런 호의 따위 필요 없어요.”

날카롭게 내뱉은 대답에 에일린 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 대답에 기분 나빠하는 기색 따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 짜증이 나서 한 마디 툭 내뱉으려고 하는데.

“리사.”

윤사해는 에일린 리에게 너무 그러지 말라는 듯이 나를 불렀지만.

“됐어, 자기야.”

에일린 리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어서 가 봐.”

그녀가 와인 잔을 들며 웃었다.

“배웅은 필요 없지?”

윤사해가 에일린 리를 물끄러미 보다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것으로 끝.

윤사해는 곧장 나와 함께 그녀와의 식사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면서 본 광경은 에일린 리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는 모습이었다.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윤사해가 없는 동안, 아니.

윤리타가 사라지고 윤리오가 죽은 것처럼 누워 있는 동안 연락 한 번 한 적 없는 사람이.

‘저렇게 인사를 보내다니.’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짧게 혀를 찬 후 말했다.

“서 비서님이 아빠 엄청 보고 싶어 했어.”

“그러니?”

“응, 혜원이 언니는 아빠 보면 등짝 때려 줄 생각인 것 같던데?”

윤사해가 유쾌하게 웃었다.

“두 사람과 함께 왔나 보구나.”

“엄마가 아무 이야기도 안 해 줬나 보네?”

윤사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에일린 리의 성격을 고려해 보면 그녀는 윤사해를 애태울지언정 아무 이야기도 안 해 줄 듯했다.

어쨌거나 나는 윤사해와 함께 바깥으로 나왔고.

“기, 길드장님!”

“세상에! 정말 길드장님이잖아?!”

기다리고 있던 길드원들과 만나게 됐다.

서차웅과 광혜원이 한달음에 윤사해한테 달려와서는 금방에라도 울 것처럼 굴었다.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다친 곳은,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숨기지 말고 말해 봐요! 아프지 않게 치료해 줄 테니까요!”

“이럴 게 아니라 그냥 힐을 사용해 주시죠, 광혜원 헌터!”

“오, 좋아요. 그럴게요.”

서차웅과 광혜원이 주거니 받거니 정신없게 굴었다.

윤사해는 그들의 모습에 픽 웃음을 흘리고는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들었다.

그에 당장에라도 그를 치료할 것처럼 굴던 서차웅과 광혜원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윤사해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모두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군.”

들려온 목소리에 서차웅과 광혜원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윤사해가 정말 자신들의 앞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는 모양이었다.

윤사해는 감격에 젖은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서차웅과 광혜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역시 그들과 똑같이 고개를 기울이며 윤사해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곧, 그가 말했다.

“이매망량의 길드장은 내가 아니지 않나?”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매망량의 길드장은 지금 나였다.

윤사해가 아닌, 나.

그 사실을 윤사해의 입에서 듣게 되자 감회가 새로웠다.

서차웅과 광혜원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어버버거리더니 곧장 내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윤사해 전 길드장님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에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저도요. 정말 죄송해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니에요.”

사실, 서차웅과 광혜원이 윤사해를 향해 ‘길드장’이라고 부르는 데 아무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내심, 윤사해가 이 자리를 도로 가져갈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때였다.

“리사.”

윤사해가 다정하게 나를 부르며 손을 내밀었다.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집.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는 그 누구도 없었던 집.

그곳으로 윤사해가 돌아가잔다.

마치, 이제부터 자신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울컥, 치미는 감정을 겨우 억눌러 잠재우고는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응, 아빠.”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우리는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CW의 회장 대리인 진달래는 윤사해를 향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등의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그 후, 그녀는 우리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줬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나는 윤사해와 함께 돌아가는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윤사희였다.

나는 귀수산에서 있었던 일을 꺼내면서 윤사희를 욕했고 윤사해는 내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 역시 이매망량의 길드장이 되기 위해 윤사희의 시험을 치르면서 그녀에게 쌓인 게 많았나 보다.

어쨌든, 5시간의 비행이 끝난 후 도착한 한국에서.

“리사.”

윤사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오를 보러 가도 되겠니?”

아빠가 아들을 보러 가도 되겠냐고 묻는데 말릴 이유는 없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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