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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75)화 (375/500)

375화. 찾는 것도 일이다(2)

황급히 진달래를 쳐다봤다.

그녀 역시 꽤 당황한 눈치였다.

이번 미국행은 CW가 사업차 급히 방문하게 됐다고만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미국 정부는 내가 이곳에 오는 걸 모를 거란 말씀.

도대체 어디에서 정보가 새어나간 걸까?

그때, 남자가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미국, 각성자특별관리기국 ASMO의 워싱턴 지부장인 에일린 리 님의 보좌관입니다.”

에일린 리……!

망할 여자의 이름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순간 남자가 말했다.

“에일린 리 님께서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라고 했습니다.”

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고요?”

“네.”

에일린 리의 보좌관이란 남자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특히나 윤리사 길드장님은 미국에 방문한 것이 처음이니 각별히 모시라고 했습니다.”

믿어도 되는 걸까?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니, 나와 함께 온 서차웅이 귓속말했다.

“길드장님, 저분은 정말 에일린 리 님의 보좌관이 맞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었다.

나는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차피 윤사해를 찾기 위해서는 에일린 리와 만나야겠다. 나는 남자에게 웃는 낯으로 말했다,

“잘 부탁할게요.”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곧장 에일린 리를 만나러 가는 줄 알았던 여정이…….

“이곳은 미국 국회의사당입니다. 한국의 국회의사당보다 크죠?”

관광이 될 줄은 말이다.

“지금 뭐하는 짓이죠?”

“성심성의껏 모시는 중입니다만.”

“이건 그냥 관광이잖아요!”

이마를 짚고는 말했다.

“지금 당장 저희를 에일린 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내 말에 남자가 곤란하다는 얼굴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죄송합니다.”

남자가 사과했다.

“지부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정해진 일정을 따라 주시지 않는다면 정부에 알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실소가 절로 나왔다.

그럼, 그렇지.

그 망할 여자가 순순히 윤사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저기요.”

나는 그림자를 움직여 곧장 남자를 위협했다.

“헛소리 그만하시고, 지금 당장 ASMO의 지부장님께서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시죠.”

“그, 그건 곤란합니다.”

“곤란하기만 할뿐, 어쨌든 가능하다는 말씀이잖아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림자의 끝을 날카롭게 벼리는 순간.

“윤리사 길드장님.”

진달래가 나를 말렸다.

“진정하셔요.”

그 말과 함께 남자를 향해 겨눴던 그림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놀라 진달래를 보니,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 스킬이에요. 지정한 상대를 향한 스킬을 모두 무효화시키죠.”

백시준이 지니고 있는 <[특수 스킬] : Delete>와 비슷한 스킬이었다.

그보다.

“S급 스킬인가 보네요?”

암만 지정한 상대를 향한 스킬을 무효화 시킨다고 해도, 내가 부린 스킬은 <[S, 숙련 불가] 그림자 사냥꾼>이다.

내 질문에 진달래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네, S급 스킬이에요.”

역시, 그랬군. 그보다 진달래 역시 S급 각성자였다니.

서차웅을 쳐다보니 처음 듣는 사실이라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진달래에 대한 정보는 서차웅이 언제인가 직접 정리해서 내게 보여 준 적 있었다.

그때에 진달래는 S급 각성자가 아닌, A급 각성자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비나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얻은 스킬이에요. 윗분들께는 아직 알리지 않았죠.”

숨기고 있었다니.

“도대체 왜죠?”

백시준 정도는 아니지만, 스킬을 무효화 시키는 힘은 꽤 귀했다.

내 말에 진달래가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모로 제약이 많거든요.”

우선, 지정할 수 있는 상대가 자신보다 어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가 자신의 시야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어요. 전투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지정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한 명뿐.

진달래가 눈웃음을 지었다.

“윤리사 길드장님께 죄송하네요.”

“아니요. 저한테 죄송하실 필요는 없어요.”

애초에 나 역시 숨기고 있는 스킬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보다 에일린 리의 보좌관이란 남자가 진달래보다 어렸다니.

‘노안이 이렇게 무섭구나.’

그런 실없는 생각도 잠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쨌든 좋아요.”

남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어울려 주지는 않을 거예요.”

곧 어두워졌지만 말이다.

나는 에일린 리의 보좌관 앞에 성큼 다가가서는 말했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에일린 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야 할 거예요.”

“그게.”

“에일린 리가 정해준 일정이 설마 2박 3일이나, 3박 4일. 뭐 이런 건 아니겠죠?”

“6박 7일의 일정이십니다.”

이 여자가, 정말!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린 후 입을 열었다.

“에일린 리한테 연락해서 당장 그 일정 수정하세요.”

“윤리사 길드장님.”

“아님, 미국 정부가 저희의 방문을 알게 되든 그러지 않든 ASMO에 쳐들어갈 테니까요.”

남자가 삐질 땀을 흘렸다.

그는 진달래를 비롯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는 듯, 간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서 비서님, 저기에 한 번 서 보실래요? 사진 잘 나올 것 같은데.”

“사진이요?”

“네, 어차피 저쪽이 작정하고 관광시켜 준다는데 즐겨야죠.”

아무도 도움을 바라는 시선에 답해 주지 않았다.

그래도, 에일린 리의 보좌관이라는 남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

“우리 딸이 내가 준비한 여행이 많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야.”

에일린 리가 스테이크를 썰며 싱글벙글 웃었다.

윤리사가 CW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온다는 걸 알자마자 준비한 선물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딸도 정말 많이 컸어. 사람 협박할 줄도 알고.”

에일린 리는 자신한테 울먹이며 윤리사의 말을 전하던 보좌관의 목소리를 떠올리고는 웃었다.

“그렇지 않아, 자기?”

에일린 리의 앞에서 묵묵히 음식을 보기만 하고 있던 윤사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리사가 남을 협박한다니. 네 보좌관이 무언가 오해를 한 게 분명해.”

어쩜, 자신의 딸을 저렇게 모를 수 있을까?

에일린 리가 픽 웃고는 말했다.

“그보다 안 먹어? 내가 자기를 위해 준비했는데.”

모두 윤사해가 좋아하는 것들로 말이다.

에일린 리가 권하는 음식들에 윤사해가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왜?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들고 자시고, 윤사해는 에일린 리로부터 들어야할 이야기가 있었다.

“린.”

“응?”

불린 이름에 에일린 리가 예쁘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가 보이는 환한 웃음에 윤사해가 움찔거렸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한테 해 줄 이야기가 있지 않나?”

자신이 없는 동안, 제 자식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말이다.

에일린 리는 분명 식사에 어울려 주면 그 이야기를 해 준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무슨, 태연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모습이라니.

“혹시, 내가 없는 동안에 우리 애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에일린 리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와인 잔을 들며 대답했다.

“모두 다 알고 있어.”

“그럼, 지금 당장.”

“그 이야기를 들으면 자기는 하루종일 굶게 될 텐데?”

윤사해가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에일린 리가 키득거리며 웃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먹어. 말해 주기는 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었다.

윤사해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었다.

한 점, 두 점…….

윤사해가 스테이크를 절반 정도 비웠을 때 에일린 리가 입을 열었다.

“먼저, 우리 첫째 아드님께서는 지금 병원에 계셔.”

쨍그랑-!

윤사해의 손에서 떨어진 나이프가 접시에 부딪혔다.

윤사해가 떨리는 눈으로 에일린 리를 쳐다봤다. 그러나 그녀는 무심하다 싶을 정도의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둘째 아드님과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그것 때문에 둘째 아드님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야. 아마, 그런 지 이제 반년 정도 넘어갈걸?”

윤사해가 딱 그 정도의 시간 만에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입을 벌렸다. 무슨 말을 내뱉고 싶은 듯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없었다.

윤사해는 한참 후에야 목소리를 내었다.

“세상이는…….”

억지로 쥐어 짜낸 목소리에 에일린 리가 싱긋 웃었다.

“당신 가족 따위 안중에도 없는 것 같던데?”

“뭐?”

“우리 따님이랑 몇 번이고 싸웠거든. 말다툼이니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말이지.”

“그런……!”

믿을 수 없었다.

‘세상이가 왜?’

도대체 왜 자신의 딸과 싸웠다는 말인가!

“이매망량까지 무너뜨렸다던데?”

윤사해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 우리 딸이 자기를 대신해서 이매망량의 길드장이 된 건 알고 있어?”

동그랗게 떠진 눈이 흔들렸다.

“몰랐나 보구나?”

에일린 리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자기가 이 세상에 없는 동안.”

아니.

“실종됐을 동안에 말이야.”

에일린 리가 미소를 그리며 말을 끝마쳤다.

“우리 딸은 정말 많이 성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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