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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59)화 (359/500)

359화. 돌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일(1)

단아와 도윤이와의 만남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어색했던 우리의 관계는 많이 발전했다. 사실, 우리 관계가 어색해졌다고 생각했던 건 나뿐이었던 것 같다.

[단아: 뭐해?]

이런 식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오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픽 웃고는 답장을 보냈다.

[나: 서류 처리 중.]

[단아: 으;]

[나: ㅋㅋ단아 너는 뭐해?]

[단아: 나는 수업 중]

[나: ?]

수업 중인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단 말이야?

단예랑 단이한테 일러야겠다.

참고로 단예와 단이와도 다시 연락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도윤이와 똑같이 그간의 일에 대해서는 일절 질문하지 않고 나를 대해 줬다.

정말이지, 고마웠다.

그보다 우선 도윤이한테 이 사실을 알려주도록 할까?

[나: 도윤아, 단아가 수업 중에 나한테 메시지 보내고 있어. 좀 말려줄래?]

[도윤이: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선생님한테 휴대폰 뺏겼어ㅎㅎ]

아이고, 우리 단아.

어쩐지 갑자기 메시지가 안 날아온다고 했더니마는.

[도윤이: 수업 끝나고 연락할게.]

[나: 응.]

도윤이와의 짧은 연락을 끝으로 다시 서류를 처리하는데 집중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서 비서님.”

“네, 길드장님.”

“저한테 혹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요?”

서차웅이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거다.

내 질문에 서차웅이 헛기침을 두어 번 터트리고는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저?

“길드장님께서 친구분들과 연락을 나누며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말입니다.”

뭐야, 그런 거였어?

“제가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고 길드 일을 내팽개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괜찮습니다. 하루 정도는 봐 드릴 수 있습니다.”

“일주일은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럴 줄 알았지.

단호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키득거리며 웃고는 말했다.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울 일 따위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서류를 처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탓에 온몸이 찌뿌둥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 비서님이야말로요.”

서류 처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 내 곁을 지킨 그였다.

서차웅이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길 바라며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그보다 잠시 몸 좀 풀어야겠다.

“청해진 헌터, 혹시 길드에 남아 있나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니에요.”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시간에는 길드에 없을 것 같았다.

‘윤리오 보러 갔을 시간이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귀수산에 안개가 안 끼었네?’

이런 날은 처음이었다.

놀란 얼굴로 창밖을 쳐다보니 서차웅이 말해 줬다.

“한 해에 한 번 정도는 안개가 끼지 않더군요.”

“그렇게 드문 날에 저는 서류 처리 작업을 했네요.”

다행인 건, 서차웅과 함께 업무를 봤다는 것. 그가 없었더라면 정말 슬펐을 거다.

“어쨌든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집으로 가십니까?”

“연무장에서 몸 좀 풀고요.”

오늘 단아와 도윤이를 불러 밤을 불태워 볼 작정이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금요일이었거든.

다음 주에 잡혀 있는 던전 공략을 생각하면 오늘 신나게 놀아야 했다.

‘던전 공략이라.’

공략할 던전은 A급.

난이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함께 공략에 들어가는 사람을 생각하면 쉬운 편이었다.

‘청해진이랑 사야, 그리고 나.’

여기에 태운까지.

‘그러고 보니 태운이 싸우는 건 처음 보겠네.’

이매망량에 오래 있었던 만큼 꽤 실력자라던데 기대가 됐다.

‘나도, 참.’

새삼스레 어엿한 각성자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무장으로 향하는데.

“길드장님?”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사야 언니!”

사야였다.

사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를 편하게 부르시는 걸 보니, 오늘 업무가 모두 끝난 모양이군요.”

“네!”

배시시 웃고는 물었다.

“사하랑 홍랑이는요?”

“화홍에게 맡겼답니다. 강호에게 오늘 휴식을 주고 싶어서요.”

사야의 뒤로 금강호가 나타났다.

-크르릉.

평소보다 크기를 키운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작은 모습이었다.

“본모습보다 작은 모습이 익숙해진 것 같더군요.”

하긴, 사하와 홍랑이 태어난 후로 줄곧 작은 모습을 유지했으니.

“그보다 길드장님께서는 어디 가고 있던 길인가요?”

“연무장이요.”

금강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덧붙였다.

“몸 좀 풀고 싶어서요. 오늘 서류 본다고 내내 앉아 있었거든요.”

“그럼, 저와 대련 한 번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야가 웃는 낯으로 물었다.

나는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두 눈을 멀뚱멀뚱 끔뻑거리기만 했다.

사야는 함부로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가 힘을 쓰는 건, ‘길드장’과도 같은 사람이 명령을 내렸을 때뿐.

그런데…….

“대련이요?”

“네, 불편하실 것 같으면 편하게 거절해 주셔도 됩니다.”

“아니요!”

사야와 한 번 맞붙을 수 있다니!

“절대로 안 불편해요!”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내뱉는 목소리에 사야가 눈웃음을 지었다.

“다행입니다, 길드장님.”

우리는 그렇게 연무장으로 향했다.

***

사야와 반대편에 선 후, 그림자를 이용해 무기를 만들어내며 물었다.

“먼저 무기를 잃어버리는 쪽이 진 것으로 할까요?”

사야도 나도,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어내는 쪽이었으니 말이다.

사야가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낫을 꺼내 들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 모습이 꼭 저승사자처럼 보여 꿀꺽 침이 삼켜졌다.

들고 있는 무기만 아니었으면 선녀처럼 보였을 테지만.

“먼저 갈게요.”

그렇다고 해도 사야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

내가 가질 수 없었다.

타앗!

순식간에 사야의 앞에 도달한 후 검을 휘둘렀다. 잠시 놀란 표정이던 그녀가 이내 웃으며 가볍게 공격을 피해냈다.

그것도 잠시, 그녀 주위로 형성된 검은 구체가 내게 쏟아졌다.

쿵! 쿠궁!

바닥에 부딪힌 구체들이 크게 흠을 만들어냈다.

‘맞으면 맥도 못 추리겠네.’

그렇지만 알았다.

내가 저 공격에 맞을 일은 절대로 없으리란 것을.

사야 역시 그것을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 이렇게 위험한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퍼붓고 있는 거겠지.

내가 당연히 피할 줄 알고.

‘재미있다니까.’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사야는 변함없이 나를 깍듯하게 대했다.

그것 때문에 이번에도 나를 봐주는 식으로 모든 힘을 쏟아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콰과광-!

그게 아니었다.

검은 구체에 의해 반쯤 무너진 벽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 나를 향해 사야가 나긋하게 물었다.

“무서우신가요?”

나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설마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갖은 고생을 했는데!

이런 일에 겁을 먹을 리가 없었다.

“다시 갑니다.”

“얼마든지 오시지요.”

사야가 싱긋 웃었다.

***

결과는 나의 승리였다.

사야가 자신의 품을 파고들며 검을 휘두르려는 나를 보고 무기를 없애 버렸기 때문이었다.

“무모하셨습니다.”

사야가 내게 물을 건네며 말했다.

“제가 적이었다면 무기를 휘둘렀을 겁니다. 그럼, 길드장님께서는.”

“크게 다쳤겠죠.”

사야가 건넨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졌을 거예요.”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해라.

윤사희와 함께 귀수산에서 동고동락하며 얻은 교훈이었다.

“그래도 안 다쳤으니 됐잖아요?”

배시시 웃으면서 말하자 사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윤사해 전 길드장님께 모두 말해 드릴 겁니다. 길드장님께서 얼마나 무모한지요.”

“부디 그래 주세요.”

장난기 어린 표정을 보여 주자 사야가 엷게 미소를 그렸다.

“길드장님께서는 언제가 됐든 꼭 돌아오실 겁니다.”

“네, 알아요.”

윤사해는 살아 있다.

그러니 기다리고만 있으면 기필코 돌아올 터.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사야가 싱긋 웃었다.

“아이들이 찾기 시작했거든요.”

사야가 가리키는 대상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랑야.

윤사해와 함께 사라진 도깨비를, 그 후손들이 찾기 시작했다니.

“그럴 만도 하죠.”

랑야는 제 손주들을 꽤 귀여워했으니까 말이다.

“이건 제 생각인데, 랑야 님도 애들 많이 그리워하고 있을걸요?”

혹시 모른다.

윤사해의 멱살을 잡고 있을지도.

내 말에 사야가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버지라면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의외로 눈물이 많으신 분이거든요.”

“랑야 님이요?”

“네, 그렇답니다.”

사야가 미소를 그렸다.

“자, 그보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요? 애들이 슬슬 저를 찾을 것 같네요.”

“저도요.”

단아랑 도윤이에게 연락을 취해야 했다. 당장 메시지가 수십 통 쌓여 있는 게 보였다.

[도윤이: 윤리사아아! 전화 받아아아아아!!]

[도윤이: 조금 전에 메시지는 단아가 보낸 거야! 선생님한테 휴대폰 못 돌려받았거든!]

픽 웃고는 사야에게 말했다.

“내일 봐요, 언니.”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때는 몰랐다.

나와 사야가 장난 가득한 목소리로 나눈 대화가 정말 실현되고 있었을 줄은.

한 해가 끝나 갈 때에 돌아온 윤사해에게 지난날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정말로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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