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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57)화 (357/500)

357화. Come Back Home(2)

“……친구들이 계속 찾아오고 있다고요.”

“네, 길드장님.”

픽,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윤이랑 단아는 제가 밉지도 않나 봐요.”

“길드장님.”

“하지만 그렇잖아요.”

말도 없이 연락을 끊었던 친구가 유명 길드의 주인이 됐단다.

그런데 그 이후로 아무 연락도 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들과의 추억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말이다.

“나 같으면 그럴 것 같은데.”

“아닙니다, 길드장님.”

서차웅이 단호하게 말했다.

“길드장님도 친구분들처럼 행동하셨을 겁니다.”

과연 그랬을까요?

치밀어오르는 질문을 겨우 집어삼켰다.

“어쨌든 알겠어요. 도윤이와 단아와는 제가 언제 한 번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할게요.”

도대체 언제?

서차웅은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르는 척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다시 일을 처리해 보도록 할까요?”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서차웅은 더는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나는 밀린 일을 끝내게 되었다.

***

“수고했어요, 서 비서님.”

“들어가서 쉬십시오, 길드장님.”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길드로 나와야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간만의 휴식.

나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나왔어, 리오 오빠.”

못 본 사이 윤리오의 머리카락이 자란 것 같다. 고작, 사나흘 정도 찾아오지 못했는데 말이다.

나는 간이 의자를 끌어와 그의 옆에 앉고서는 재잘거렸다.

“12공방에 다녀왔어. 오빠는 가 본 적 없지?”

답이 들려올 리가 없는데도 나는 계속해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쪽에서 의뢰를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선물을 준다는데, 뭘 줄지 모르겠어.”

윤리오의 메마른 손을 꼭 잡고서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도착하면 바로 말해 주러 올게.”

그러나 금방에라도 끊어질 듯 가느다란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리오 오빠.”

도대체 언제 깨어날 거야?

울컥, 고개를 들려는 감정을 겨우 진정시킨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병에 물이라도 갈아 줄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꽃도 갈아야 하는데 말이지.

내일 와서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화병을 집어 들었을 때.

“어……?”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순히 화병에 물이 갈아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놀란 건 꽃 때문이었다.

누군가 화병의 꽃을 새로 갈아 끼워 넣었다.

간호사가 해 줬을 리는 없다. 그렇다고 청해진이 해 줬을 리도 없다. 

‘그야, 해진이 오빠는 바로 집으로 갔을 테니까.’

더욱이 그는 잠이 많다.

윤리오의 병문안도 아침 대신 매일 저녁마다 찾아올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까, 이 꽃을 갈아 준 사람은.

“저기요!”

황급히 병실을 나서 간호사를 멈춰 세웠다.

“혹시, 윤리오 환자 병실에 누가 찾아왔었나요?”

“네? 아, 네.”

간호사가 떨떨한 얼굴로 내게 가르쳐줬다.

“환자분이랑 닮은 분이…….”

“언제요?!”

“네?”

“그 사람 언제 찾아왔었냐고요!”

당황한 낯의 여자가 우물쭈물 답해 줬다.

“조금 전에 왔었는데…….”

“감사합니다!”

조금 전에 왔었다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복도를 뛰어갔다.

그러면서 부르짖었다.

“윤리타! 야! 윤리타!”

망할 둘째 오빠의 이름을.

“윤리타, 어디 있어!”

병원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건만, 나는 계속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여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 나오라고, 윤리타!”

병원으로 오는 길에 윤리타는 보지 못했다. 그러니 그는 분명 아직 병원에 있을 거다.

‘윤리타한테 이동 스킬이 있었나? 아니, 없었을 텐데? 그게 아닌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얻은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윤리타…….”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황급히 그것을 닦아내고는 소리 질렀다.

“지금 안 나오면 영영 보지 못할 줄 알아! 알겠어?!”

하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어떤 대답도 들려주지 않았다. 분명 내가 서 있는 이곳에 있을 텐데도 그랬다.

10분이 지나도록 자리에 우뚝하니 서서 윤리타를 기다리다 결국 걸음을 돌렸다.

나는 분명 말했다.

지금 나오지 않으면 영영 나를 보지 못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 경고를 했건만 윤리타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그래, 끝이다.

‘내가 용서해 줄 줄 알고?’

그럴 일 절대로 없을 거다.

‘아마도.’

나는 잔뜩 화난 얼굴로 윤리오의 병실로 향했다.

“죄송해요. 소란 피워서.”

“아… 아니에요…….”

간호사가 손사래를 쳤다.

이곳이 VIP만 입원할 수 있는 곳이라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많은 사람한테 폐를 끼칠 뻔했다.

어쨌든 나는 윤리오의 병실로 다시 돌아왔고.

“망할.”

그대로 주저앉았다.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가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리오 오빠.”

작게 숨을 내쉰 후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리타 오빠는 정말 바보인 것 같아. 그렇지 않아?”

대답이 들려올 리가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말했다.

“나중에 리타 오빠가 또 찾아오면 말 좀 전해 줘.”

윤리타는.

“진짜 바보 멍청이라고.”

역시, 이번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

고요해진 복도.

오가는 이가 아무도 없어진 그곳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갔네.”

비단같이 고운 검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여자가 웃었다.

“윤리사 길드장님이 외치는 거 다 들었지?”

“이번에 나오지 않으면 영영 자기 못 볼 줄 알라고 말하는 거요?”

“그래.”

여자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많이 컸지? 누구와는 다르게.”

남자를 겨냥한 질문이었다. 그에 남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직 제 눈에는 어린아이예요.”

“그런데 내버려 두고 있는 거야? 네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그를 여자가 나지막하게 불렀다.

“리타야.”

윤리타가 시선을 들어 저를 부른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가 그 시선을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용서해 주는 게 어때?”

윤리타는 조용했다.

“리타야, 그건 사고였어.”

여자가 말한 ‘용서’의 대상은 다름 아닌 윤리타였다.

“리오를 저렇게 만든 건 네가 아니라고. 너도 알잖아.”

“아니요.”

윤리타가 단호하게 말했다.

“윤리오를 저렇게 만든 건 저예요. 누나도 알잖아요.”

여자가, 아니.

현재는 CW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녀가 안타깝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윤리타는 싱긋 웃었다.

“가요, 누나.”

그는 그대로 걸음을 돌렸다.

한때, 비나리 고등학교의 전교 학생회장으로 윤리타를 많이 예뻐한 전적이 있는 진달래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에서 더 말을 붙여 봤자 윤리타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될 거다.

더욱이 자신은 제3자.

즉, 외지인이었다.

그러니 자신은 윤리타가 윤리오와의 일을 스스로 극복하도록 응원할 수밖에 없다.

진달래는 그렇게 윤리타와 함께 병원을 떠났다.

윤리오의 병실을 끊임없이 흘긋거리면서.

***

“후우.”

나는 작게 숨을 내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다리도 저렸고.

“리오 오빠, 그럼 내일 또 올게. 아, 그래. 내일은 해진이 오빠랑 같이 올게. 해진이 오빠가 12공방에서 어떤 뻘짓을 했는지 오빠도 들어야지.”

재잘거린 후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 리오 오빠.”

돌아오지 않는 인사를 뒤로하고 그의 병실을 나섰다.

간만에 맞이한 휴식을 윤리오와 계속 보내고 싶었지마는.

‘친구 분들께서 계속 찾아오고 계십니다.’

서차웅의 말이 계속 걸렸다.

도윤이와 단아가 끊임없이 우리 집을 찾아오고 있단다.

아무도 없게 된 그 빈 집을.

몇 번이고 계속해서 방문하고 있었다니.

“가 볼까?”

도윤이와 단아를 만나지는 못할 거다. 그야, 두 사람은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이니까.

참고로 학교는 휴학했다.

길드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할 수는 없었다.

서차웅은 내가 학업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바라는 눈치였지만.

‘무리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모두 놓치는 수가 있었다.

그런 일은 원치 않았다.

‘도윤이와 단아도 알고 있겠지?’

아예 비나리 고등학교 전체에 소문이 퍼졌을 거다.

내가 휴학을 했다는 것이.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 관한 모든 것이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학교로 돌아갈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다다른 집은.

“춥네.”

온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연 뒤 먼지가 가득 쌓인 실내를 돌아보았다. 

‘저세상, 이 바보야!’

‘아저씨! 윤리사가 때려요!’

어린 시절의 추억이 환상처럼 눈앞에서 그려졌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그것을 지워냈다. 돌아가지 못하는 과거를 그려봤자 속만 쓰렸으니까.

‘돌아가자.’

이곳은 더 이상 나의 보금자리가 아니다. 그렇게 이매망량으로 돌아가고자 문을 열었을 때.

“윤리사.”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손님에 의해 자리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단아야.”

한단아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내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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