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56)화 (356/500)

356화. Come Back Home(1)

“다녀왔습니다!”

드디어 이매망량에 돌아왔다.

현훈의 최후를 지켜보고 돌아올까 했지만 그만뒀다.

그의 처우는 결정됐고, 나머지는 12 공방이 알아서 해야 할 일.

우리 일은 끝났다.

어쨌든 나를 뒤이어 청해진이 요란하게 등장했다.

“길드장님과 함께 귀염둥이 해진이가 돌아왔습니다!”

귀염둥이 해진이라니.

“청해진 길드원, 양심 어디 갔어?”

“길드장님이 드셨죠.”

청해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이매망량에 돌아오자마자 청해진에게 시말서를 쓰라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이번만 봐주도록 할까?

12 공방에서 나름대로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길드장님!”

“길드장님이 돌아오셨다!”

“길드장니이임!”

길드원들이 열렬하게 나를 반겼다.

“저기요, 저는 안 보이나요?”

“귀염둥이 해진이는 보이지 않으니 저리로 꺼지게.”

태운이 청해진을 밀쳤다.

힘없이 밀려난 그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너무하네.”

그 목소리에 반응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길드장님.”

“서 비서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그대로 서차웅에게 달려가 활짝 웃어 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네!”

하지만 서차웅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꼼꼼하게 살폈다.

그런 후에야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걱정했습니다. 왜 연락이 안 됐던 겁니까?”

“맞아요, 길드장님. 서 비서님이 날밤을 얼마나 샜는지 몰라요.”

“그런 적 없습니다, 광혜원 헌터.”

광혜원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멋쩍게 뺨을 긁적인 후 서차웅에게 12 공방에 있었던 일을 알려줬다.

“그게 말이죠…….”

***

“지금 당장 12 공방에 처들어갑시다아악!”

“옳소!”

이매망량이 난리가 났다.

이런, 실수했다.

서차웅한테만 12 공방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줬어야 하는데. 그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12 공방에서의 일을 말해 주고 말았다.

이매망량의 모든 길드원이 12 공방에 쳐들어가자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저기, 진정.”

“전쟁이다아앗!”

망했다.

다들 단단히 화가 나고 말았다.

윤사해는 도대체 불같은 성격을 지닌 이 길드원들을 어떻게 다스렸던 걸까?

그런 의문이 들 때.

“다들 진정하세요.”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잔뜩 화가 난 기세로 12 공방에 쳐들어가자 난동을 부리던 길드원들이 거짓말같이 조용해졌다.

사야가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사야 님!”

“길드장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셨잖아요?”

무사히 돌아오지 않았으면 정말 12 공방과 전쟁을 치렀을 것 같다.

하하, 간담이 서늘해지네.

“길드장님?”

“아, 네.”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걱정 많이 했답니다.”

사야의 인사에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 그럼 다들 해산하도록 해요. 길드장님께서 편하게 쉬도록.”

“맞아! 다들 해산!”

“해산해요!”

사하와 홍랑이 사야의 옆에서 종알거렸다. 못 본 사이에 발음이 더욱더 정확해진 아이들이었다.

거주자의 후손들은 성장 속도가 정말 남다르구나.

그 피가 짙어서 그런가?

어쨌든 아이들의 등쌀에 못 이겨 나를 열렬하게 반겼던 길드원들이 해산했다.

그런 후에야 사야가 말했다.

“길드장님, 어서 올라가시죠.”

“네넵!”

“해진이도요.”

길드를 나서려고 했던 청해진이 어깨를 움츠렸다.

“윽, 저는 쉬러 가면 안 되나요?”

사야가 싱긋 웃었다.

그 미소가 마치 될 것 같냐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알겠어요.”

청해진도 그렇게 느꼈나 보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나와 함께 집무실로 올라가는 걸 보니 말이다.

나는 키득거리며 웃고는 그와 함께 집무실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서차웅이 가득 쌓인 서류를 내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길드장님께서 자리를 비우고 계실 동안 밀린 서류들입니다.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 처리했습니다.”

거짓말…….

한가득 쌓인 서류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와르르 쏟아졌다.

그것을 서차웅이 주섬주섬 들어 다시 정리해 줬다.

그럴 필요 없는데.

“자, 해진이는 보고를 올리도록 해요. 길드장님께서 12 공방에서의 일을 말해 줬다지만 부족하니까요.”

사야의 말에 청해진이 머쓱하게 뺨을 긁적였다.

“그게, 저는 12 공방에서 딱히 한 일이 없는데요.”

귀신에 빙의된 상태였어서 말이지.

하지만 서차웅과 사야가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닦닥했다.

“청해진 헌터, 길드장님을 따라간 이유가 뭡니까?”

“아니, 제가 따라간 게 아니라.”

“길드장님을 잘 보필하셨어야죠!”

“맞아요, 해진. 12 공방에 놀러간 것도 아니고 길드장님을 잘 보필했어야지요.”

청해진이 억울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도와달라는 듯이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두 사람 다 그만해요. 해진이 오빠도 큰일을 겪었었다고요.”

결국 나는 일부러 말해 주지 않았던 12 공방에서의 일을 모두 알려 줬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서차웅이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사야는 내 손을 꼭 잡고서 입을 열었다.

“고생 많으셨군요, 길드장님.”

“아니에요. 그래도 해진이 오빠 덕분에 12 공방의 의뢰를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어요.”

가짓말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사야와 서차웅이 청해진을 용서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못미덥다는 눈으로 청해진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해진도 수고 많았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청해진 헌터.”

청해진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렇게 말해도 하나도 안 기쁘거든요.”

조금 전, 혼이 난 것 때문에 삐친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화는 금방 풀렸다.

“청해진 헌터, 일주일 정도 푹 쉬다 오세요.”

내가 흔쾌히 건넨 휴가 제안 때문이었다. 거절할 법도 한데 청해진은 그러지 않았다.

“정말요?! 앗싸,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영원히 충성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고요.”

청(淸)에서 무슨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나는 청해솔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럼, 청해진 헌터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세요.”

손을 휘휘 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이번에도 청해진은 웃으며 쾌활하게 말했다.

“네, 길드장님!”

정말이지, 얄밉기 그지 없는 길드원이었다.

그렇게 청해진이 나가기 무섭게 사야가 말했다.

“저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사하와 홍랑이 낮잠 잘 시간이어서요.”

그러고보니 아이들이 사야의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화홍이 오빠는요?”

“잠시 장을 보러 나갔답니다. 금방 돌아올 거예요.”

아하.

“아이들 낮잠 재우고 도와주러 오겠습니다.”

“아니에요, 사야 님! 서 비서님이랑 처리하면 되니까 아이들이랑 시간 보내세요.”

사야가 싱긋 웃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앗, 괜히 말을 꺼냈나?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사야는 떠났고 나와 서차웅만 남아 버렸다.

“길드장님, 정말 혼자서 처리하실 수 있겠습니까?”

“서 비서님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죠!”

“저는 도와드리겠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만.”

“에이, 야박하게 너무 그러지 마세요! 서 비서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일주일은 철야해야 한다고요!”

서차웅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그를 향해 배시시 웃어 주고는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돌아오자마자 일이라니, 살기 참 힘들다 싶었다.

어쨌든 서차웅과 함께 일을 처리하기 시작하니 머지 않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란 게 살짝 흠이었지만 말이다.

“잠깐 쉴까요?”

“좋습니다.”

서차웅이 눈가를 꾹꾹 눌렀다.

“피곤하시면 퇴근하셔도 돼요.”

“아닙니다. 길드장님께서 퇴근하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퇴근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는 도와주지 않을 것처럼 굴었으면서?”

“그건 그거고요.”

서차웅이 픽 웃고는 차를 손수 내려 내게 건네줬다.

“커피 마시고 싶은데.”

“안 됩니다.”

서차웅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

나는 피식 웃고는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해요.”

괘념치 말라는 듯 서차웅이 고개를 가볍게 꾸벅거렸다. 그렇게 찾아온 잠깐의 휴식을 즐길 때.

“길드장님.”

“네?”

서차웅이 나를 불렀다.

그가 고민하듯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집에 돌아가실 생각 없습니까?”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러지 않은 척 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없어요.”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곳.

집에 돌아갈 바에야 윤리오의 병문안을 가고 말지.

아, 그러고보니 12 공방의 일 때문에 윤리오의 병문안을 오랫동안 가지 못했다.

아침 해가 밝자마자 바로 가야지.

“길드장님.”

서차웅이 다시금 나를 불렀다.

나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몇 번을 말해도 제 대답은 똑같아요. 저는 집에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윤사해가 돌아온다면 몰라도.

윤리타가 돌아온다면 몰라도.

윤리오가 깨어난다면 몰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나는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이매망량이 나의 집이 된 지 오래였다.

서차웅이 안타깝다는 듯 나를 보다 입을 열었다.

“친구 분들께서 계속 찾아오고 계십니다.”

찻잔을 들려던 손이 멈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