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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45)화 (345/500)

345화. 12 공방(2)

“할아버지!”

우리를 안내해 준 꼬마가 웬 노인을 향해 우다다다 뛰어갔다.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지 노인이 아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 우리 아영이 왔느냐? 그래, 손님들은 잘 모시고 왔고?”

“응! 저기!”

아이가 우리를 가리켰다.

나와 청해진은 노인과 눈을 맞추기 무섭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매망량의 길드장인 윤리사라고 합니다.”

“길드원인 청해진입니다.”

“소인은 12공방의 세 번째 장인인 우암이라고 하오.”

우암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그의 손은 굳은 살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장인의 손.

“이 아이는 내 하나뿐인 손주 녀석이오.”

“우아영!”

아이가 또랑또랑하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 줬다.

“그래, 아영아. 여기까지 안내해 줘서 고마워.”

“흥!”

우아영이 콧방귀를 꼈다.

“이 녀석아. 손님들께 그게 무슨 태도냐?”

“괜찮아요.”

나는 싱긋 웃고는 우암에게 한 번 더 정중하게 인사하며 입을 열었다.

“저를 부르신 분이 혹시 우암 님이신 걸까요?”

“그대를 부른 사람은 12공방의 첫 번째 장인이오. 내 그 양반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도록 하지. 아영이, 너는 공방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네에!”

우리는 그렇게 우암의 안내를 따라 첫 번째 장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청(淸) 가문이 외부와의 소통에 활발해졌다고 하더니만 정말이었나 보군.”

우암의 말에 청해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 하하. 뭐, 그렇죠. 저희끼리 계속 틀어박혀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옳은 말이오.”

우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인 물은 언제인가 썩기 마련. 한 번씩은 새로 물길을 틀어 줘야지.”

왜인지 모르게 날이 선 목소리인 것 같았다.

착각이겠지?

그렇게 우리는 우암의 안내를 따라 첫 번째 장인이 있다는 제 1 공방에 도착했다.

“현원창, 안에 있소? 내 그대가 부른 손님들을 데리고 왔네만.”

하지만 아무래도 첫 번째 장인은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현원창?”

우암이 몇 번이고 불러도 대답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가 살포시 미간을 좁힐 때.

“아버지는 지금 공방을 비우셨습니다. 저녁은 되어야 돌아오실 거예요.”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출하다 돌아오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남자가 우리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분들이 아버지께서 부르신다고 했던 외지인들인가요?”

“그래.”

“아버지도 참 쓸데없는 짓을…….”

“현한.”

우암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입조심하도록 하거라.”

‘현한’이라고 불린 남자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사과하지 않고 뭐하느냐?”

쯧, 현한이 짧게 혀를 차고는 성의 없는 태도로 사과했다.

“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현한은 그대로 제1 공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매몰차기 그지 없는 태도에 우암이 머쓱하게 말했다.

“이것 참 미안하오. 원래 저런 아이가 아닌데…….”

“괜찮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12공방의 사람들이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해해 줘서 고맙소.”

우암이 정말로 고맙다는 듯 미소를 그렸다.

“그나저나 곤란하게 됐소이다. 첫 번째 장인은 저녁에 돌아온다고 하면 밤에 돌아오는 녀석인지라.”

“그래요? 어쩌지…….”

숙소야, 당연히 12공방 측에서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우리를 부른 12공방 측의 사람이 마땅히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을 했건만.

‘자리를 비우고 있다니.’

이대로 꼼짝없이 노숙을 해야하는 건가 걱정할 때, 우암이 제안했다.

“내 공방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어떻소?”

“그래도 되나요?”

나도 청해진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12공방이 폐쇄적인 분위기를 띄는 이유는 바로 그들 ‘장인’이 가진 기술 때문이었다.

선인의 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그 기술을 노리는 사람은 예로부터 많았고, 그 때문에 12공방은 사람의 출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 12공방 중 한 곳에 출입을 허락하다니!

우암이 나와 청해진의 놀란 얼굴을 보고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대들이 내 기술을 본다고 하여 따라 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따라 한다고 해도 상관없으니 괜찮소. 그럼, 안내해주도록 하지.”

우리는 그렇게 우암과 함께 왔던 길을 돌아가게 되었다.

그의 공방은 바로 제3 공방.

하지만 우리는 제3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경악할 광경을 마주치게 되었다.

“아영아!”

“할아버지?”

우아영이 우암의 공방을 잔뜩 어지럽혀 놓은 것이다. 촛불을 켜며 공방을 밝힌 우암이 분노했다.

“너 이 녀석! 공방을 어지럽히지 말라고 내 누누이 말했거늘!”

“안 어지럽혔어요! 심심해서 그냥 가지고 논 것뿐인데.”

우암의 손녀가 불퉁하게 말했다.

“내가 공방을 어지럽히는 게 그렇게 불만이면 컴퓨터 사 주든가!”

“뭐라?”

“흥!”

아영이 콧방귀를 뀌고는 우암의 공방을 뛰쳐나가 버렸다.

“저 녀석이!”

우암이 뒤늦게 손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가 한숨을 푹 쉬며 우리에게 사과했다.

“이것 참 미안하오. 귀한 손님들께 계속 못 볼 꼴을 보이는 것 같구만.”

“아니에요.”

원래 저 나이대 애들은 어지르는 게 특기다.

그나저나.

“우암 님께서는 혹시 첫 번째 장인께서 저희를 왜 불렀는지 아시나요?”

“모르오.”

우암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현원창은 원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거든. 같은 장인들끼리도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 지라…….”

손님을 불렀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그를 왜 불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우암이 멋쩍게 말을 이었다.

“장인이란 사람이 도움이 되지 않는군.”

“아니에요!”

나는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첫 번째 장인이신 현원창 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머물 공간을 마련해 주신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걸요? 그렇죠, 청해진 헌터?”

“네? 아, 네.”

청해진이 왜인지 모르게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 다행이오. 그럼, 소인은 차 좀 내어오도록 하지.”

“그러실 필요 없는데…….”

“사양하지 마시게.”

우암은 기어코 차를 끓이러 자리를 비웠다.

“좋은 사람인 것 같지?”

“응?”

“우암 님 말이야.”

나는 이곳에 오기 전, 12공방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를 했었다.

12공방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적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들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현재는 내가 착용 중인 윤사해의 두루마기 코트에 자수를 직접 수놓았다는 것.

그리고 『각성, 그 후』에서 저세상의 무기를 만들어 줬다는 것뿐이니까.

그래, 저세상이 다루던 사슬처럼 생긴 무기가 바로 이곳 12공방에서 탄생한 거였다.

‘분명, 12공방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한 대가로 받은 거였지.’

그 무기를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건지 궁금했지만.

‘궁금해하지 말자.’

지금은 쓸데없는 의문을 품을 시간이 아니었다.

어쨌든 12공방에 대해 유명한 소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곳의 장인들은 하나같이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란 이야기였다.

하지만 우암은 괴팍한 성격은 무슨, 인자하기 그지없는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느낀 건 나뿐이었던 모양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청해진이 느닷없이 저런 질문을 던졌다.

“뭐가? 설마, 우암 님?”

“우암 님도 그렇고…….”

청해진이 말끝을 흐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목소리를 내뱉었다.

“12공방도 이상해.”

“그런가? 나는 딱히 이상한 점을 못 느끼겠는데.”

“아니야, 리사. 너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야. 저기 촛불 좀 봐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해진이 가리킨 쪽을 쳐다봤다.

촛불은 활활 아주 잘 타오르고 있었다.

도대체 청해진이 촛불의 무엇을 보고 이상한 점을 느낀 건지 모르겠다 싶을 때.

“어……?”

나는 그와 똑같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말했듯, 촛불은 아주 잘 타오르고 있었다. 바람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아주 곧은 자세로 말이다.

참고로 제3 공방은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상태였다.

암만 바람이 불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촛불이 저렇게 흔들림 없이 타고 있는 건 확실히 이상했다.

“해진이 오빠.”

“알아차렸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굳은 표정으로 청해진에게 물었다.

“12공방에 들어섰을 때, 바람의 흐름을 느낀 적 있어?”

“아니. 없어.”

머리가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해졌다.

내가 조사한 바로, 12공방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절대 아니었다.

즉, 이런 식으로 바람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이 아니란 말씀.

“아무래도 골치 아픈 의뢰를 맡게 된 것 같은데.”

어쩌지?

청해진이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저세상은 『각성, 그 후』에서 12공방의 일을 해결해 준 후, 무기를 얻었다.

그가 12공방의 일을 해결하게 된 과정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으나, 아마 나와 비슷할 거다.

이매망량 측으로 날아온 그들의 의뢰를 받아 이곳까지 내려오게 됐었겠지.

어쨌든, 그때 12공방은…….

쿠궁!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땅에 생각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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