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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40)화 (340/500)

340화. 능력 증명(3)

 

 

 

 

“빌어먹을! 에리언! 어서 폭탄을 터트려!”

“넵!”

테이커의 길드원이 황급히 스위치를 눌렀다.

인질들에게 부착되어 있는 폭탄을 터트리게 만드는 장치였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리언! 뭐 하고 있는 거냐!”

얀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제야 테이커의 길드장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설마, 그 계집이 직접 차단기의 전원을 내리고 움직이고 있는 건가?’

AMO가 바깥에서 수작질을 벌인 건가 했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얀이 까드득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어린 계집 한 명뿐.

“다들 무기를 들어라.”

얀이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공격을 가하도록.”

“네.”

길드원들의 대답과 함께 그들 주위로 방어막이 펼쳐졌다.

얀의 스킬이었다.

A급 방어막이니 웬만한 공격은 막을 거다.

‘그 계집이 S급 각성자일 리는 없으니까.’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얀은 생각했다.

콰과과광!

은행이 갑작스럽게 밝아지면서 웬 그림자가 솟구쳐 올라 방어막을 간단하게 부술 때까지는 말이다.

“어떻게……!”

얀이 경악하며 소리 질렀다.

“고작, A급의 방어막으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매망량의 길드장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쪽은 S급 각성자라고.”

윤리사가 웃는 낯으로 제 주위의 그림자를 움직였다.

***

“끄아아악!”

테이커의 길드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오른팔이 날아가 버렸으니 비명을 지를 만도 하지.

나는 피가 낭자한 광경을 심드렁한 얼굴로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서 비서님, 상황 종료됐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서차웅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네, 없어요. 제가 어중이떠중이들한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요.”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광혜원 헌터를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나는 치밀어 오르는 말을 꿀꺽 삼킨 후 말했다.

“네, 그럼 AMO랑 함께 상황 좀 정리하고 돌아갈게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서차웅의 목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은행 밖으로 나갔다.

테이커의 길드원들한테 붙잡혀 있던 인질들이야 진작 구출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들에게 부착되어 있던 폭탄 장치 따위 간단하게 해제시킬 수 있는 사람한테로 말이지.

“야! 윤리사!”

은행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그 사람이 성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운조 언니.”

나는 싱긋 웃으며 이운조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은 개뿔! 내가 있는 곳은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사람들은 또 어떻게 보낸 거고!”

이운조가 있는 곳이야, 그림자를 통해 알아냈다. 그녀에게 사람들을 보낸 거야, 역시 그림자를 통해 그런 거였고.

하지만 나는 웃는 낯으로 말했다.

“나중에 천천히 알려 드릴게요. 그보다 사람들은요? 모두 무사하죠?”

“그래!”

이운조가 씩씩거렸다.

“감히 내게 무보수로 일을 맡겼겠다?”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운조 언니에게 사람들을 보냈을 뿐인걸요?”

그 사람들에게 부착되어 있던 폭탄을 해제한 건 이운조의 의지였다.

이운조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 새로운 이매망량의 길드장님께서는 어째 아저씨보다 더 뻔뻔한 것 같아?”

이운조가 가리키는 ‘아저씨’야 한 사람뿐이었다.

“그야, 저는 아빠 딸이잖아요. 그 부모에 그 자식 아니겠어요?”

“어쭈, 못 본 사이에 말 잘한다?”

“칭찬 감사해요.”

이운조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어깨를 으쓱여 주고는 AMO의 직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내가 은행에서 무사히 나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하나같이 당황한 눈치였다.

하긴, 나라도 그러겠다.

겁도 없이 단신으로 A급 각성자가 여럿 있는 지하 길드를 소탕하러 갔다.

저 사람들 눈에는 불나방처럼 보였으리라.

어쨌든 간에 나는 내게 닿는 모든 시선을 무시하며 총 책임자의 앞에 섰다.

“백시진 팀장님.”

“리사 양.”

백시진이 우물쭈물했다. 내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다.

그렇지만 질문은 나중 일이다.

나는 웃는 낯으로 백시진에게 은행 안쪽 상황을 일러 줬다.

“은행을 점거하고 있던 녀석들, 모두 제압해 놓았으니까 편하게 잡아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백시진은 곧장 AMO의 직원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망부석처럼 서 있던 그들은 그 명령과 함께 은행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 테이커의 길드원들을 끌고 나왔다

.

“헉……! 죽은 거 아니야……?”

“죽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윤사해 길드장의 딸이 저래 놓은 거야?”

“듣기로는 저 녀석들, 모두 A급 각성자라고 하던데…….”

아닙니다, 아니에요.

A급 각성자인 녀석들은 두세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B급이나 C급 각성자랍니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구경꾼들의 말을 정정해 주지 않았다.

마음대로 떠들라지.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말이다.

“윤리사 길드장님.”

백시진이 나를 불렀다.

평소 부르던 ‘리사 양’이란 호칭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말이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백시진 팀장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렇다고 해도 정말 감사합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게 인간이라고 하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수없이 많으니까.

그래서 백시진은 내게 저런 식으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리라.

‘순수한 의도로 도와준 건 아닌데.’

괜히 입맛이 씁쓸해질 때였다.

“잠깐만요.”

나는 호송되어 가는 테이커의 길드원들을 보고는 말했다.

“한 명이 안 보이는데요?”

“네?”

“대장으로 보이던 남자요. 그 자식이 안 보여요.”

“은행 안에 있던 지하 길드원들은 저 녀석들이 전부입니다만.”

망할! 도망쳤나 보다!

나는 와락 얼굴을 구기고는 몸을 휙 돌렸다.

“윤리사 길드장님?”

“잡아 올게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미 멀리 도망쳤을 겁니다! 그런 녀석을 어떻게 잡아 온단 말입니까!”

거참, 방법이 있으니까 잡아 온다고 하는 거죠!

나는 그렇게 외치는 대신, 빠르게 그림자를 움직였다.

“우왓! 뭐야?!”

“꺄악!”

구경꾼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그림자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테이커 길드장의 행방을 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테이커 길드장의 행방을 알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곧 얼굴을 찌푸렸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계속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놓치고 말 터.

“윤리사 길드장님? 도와줄까?”

구세주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이운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물론, 공짜로 도와준단 소리는 아니야.”

나보고 뻔뻔하다니 뭐니 그런 소리를 하더니만.

“언니, 진짜 뻔뻔한 거 아시죠?”

“너만 할까? 그래서 어떻게 할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도와주세요.”

이운조가 움직여 준다면, 테이커의 길드장은 금방 잡힐 거다.

“좋아.”

이운조가 활짝 웃고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언니?”

테이커의 길드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사라졌다고?

‘아니지, 아니야.’

이운조는 정보에 있어 그 누구보다 능통한 사람이다. 그녀라면 테이커의 길드장이 누구인지 진작 파악해 놓았을 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이 움직여 주면 안 되나.

나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그림자를 움직였다.

그림자를 이용해 이동하는 방식은 정말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

“사, 사라졌어.”

“새롭게 이매망량의 길드장이 된 윤사해의 딸은 암만 강해 봤자 B급 각성자라고 하지 않았어?”

“저게 어떻게 B급 각성자야?”

웅성거리는 목소리에 백시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백시진 팀장님, 본부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부장님이 아니라, 본부장님께서?”

“네.”

백시진이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가 직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직원으로부터 휴대폰을 받아 든 그가 곧장 입을 열었다.

“네, 본부장님. 백시진입니다.”

―그래, 백 팀장. 상황은 잘 해결됐나?

“네, 본부장님. 하지만 우두머리를 놓쳤습니다.”

―그래? 곤란하게 됐군.

“그렇게 곤란한 상황은 아닙니다. 현재 윤리사 길드장님과 이운조 양께서 쫓는 중인지라…….”

―그렇다면야 곧 해결되겠군.

강산에가 유쾌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럼, 상황을 정리하고 곧장 복귀하도록 하게. 기자 회견 준비도 하고.

“네? 기자 회견을 말입니까?”

―그래. 붙잡혀 있던 인질들이 꽤 많지 않았는가? 상황이 잘 해결됐다고 알려야지. 그 상황을 누가 해결했는지도 알려야 하고.

아무래도 강산에는 윤리사의 힘을 알고 있던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백시진이 강산에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 시각.

“빌어먹을!”

테이커의 길드장은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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