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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39)화 (339/500)

339화. 능력 증명(2)

 

 

 

 

“안 됩니다!”

“안 돼요!”

서차웅과 류화홍이 경악하며 소리 질렀다.

예상했던 반응이라 놀랍지 않았다.

저 두 사람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말은, 곧. 설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뒀다는 뜻!

나는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서 비서님. 그리고 류화홍 헌터. 생각을 해 보세요. 길드원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가서 이 녀석들을 처리하면 누가 저를 인정해 줄까요?”

“소수 인원만 데리고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소수 인원, 이매망량에서 하나같이 손에 꼽히는 자들로 구성할 생각이잖아요.”

서차웅이 뜨끔하는 표정을 보였다. 아무래도 진짜 그럴 생각이었나 보다.

하여튼, 정말이지.

“서 비서님. 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압니다.”

서차웅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길드장님께서 청해진 헌터와 함께 연무장을 부숴 놓은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그걸 모르겠습니까?”

윽, 알고 있었구나?

“그럼, 됐네요.”

“아니요.”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길드장님은 어리십니다.”

“저 그렇게 안 어려요.”

열여덟이면 벌써 알 거 다 아는 나이다.

더욱이 ‘마리아’였을 적의 삶까지 합치면 서른은 훌쩍 넘어갔다.

“길드장님.”

그럼에도 서차웅은 굽히지 않았다.

“사람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죄인 살인.

아마, 귀수산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서차웅의 말에 뜻을 굽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어둑시니의 공간에 갇히면서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다.

그 대상은 나의 가족이 될 때도 있었고, 친구들이 될 때도 있었다. 눈앞의 서차웅과 류화홍이 그 대상이 될 때도 있었다.

“서 비서님.”

나는 걱정 가득한 얼굴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내 목숨을 위협당하는 것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얼마든지 악(惡)을 향해 내가 가진 힘을 휘두를 수 있으니.

서차웅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 고집을 꺾기 힘들다는 걸 알아차렸나 보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활짝 웃어 줬다.

***

테이커(Taker).

소탕하고자 목표로 삼은 지하 길드의 이름이었다.

그들의 본거지야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스킬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 한, 그림자가 닿지 않는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길드장님, 들리십니까?

“네, 잘 들려요.”

서차웅은 결국 내 단독 행동을 허락해 줬다.

대신, 연락 수단을 몸에 지니고 있는다는 조건하에 말이다. 내 연락이 끊기면 그 즉시 이매망량의 모든 전력을 투입할 거란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번 소탕 작전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그래야 하는데.

“서 비서님, 이 새끼들 없는데요?”

―새끼…….

서차웅이 침음을 흘렸다.

“혹시, 그 녀석들 관련해서 무슨 소식 들어온 거 없나요?”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서차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에 속보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무장한 강도들이 인질을 붙잡고서 은행 안에서 농성 중이라고요.

“은행에서요?”

―네, 길드장님.

나는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테이커는 금은방이나 편의점을 주로 털며 강도 행위를 일삼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은행이라니.

‘갑자기 스케일이 왜 이렇게 커진 거지?’

뭐, 나야 좋았다.

“서 비서님, 은행 위치 보내 주세요. 바로 이동할게요.”

―류화홍 헌터를 보내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이번 기회에 <[S, 숙련 불가] 그림자 사냥꾼>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볼 생각이었다.

알아본 바, <[S, 숙련 불가] 그림자 사냥꾼>은 윤사해가 가지고 있는 <[S, 숙련 불가] 부리는 영(影)>과 효과가 비슷했다.

주변에 존재하는 그림자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이용할 수 있는 힘.

당연히 다른 장소로 그림자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 역시 가능했다.

나는 서차웅이 알려 준 위치를 확인하고는 즉시, 그림자를 이용해 이동했다가.

“우웁.”

곧장 후회했다. 온 세상이 흔들거리며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윤사해가 그림자로 이동하는 걸 본 적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동하는 족족 이러는 건가?

그렇다면 두 번 다시는 그림자로 이동하는 짓 따위 하지 말아야지.

“시바…….”

나는 겨우 속을 진정시키고는 고개를 들었다.

“아.”

안전 펜스 주위로 몰려 있던 사람들 모두가 커다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뒤늦게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크흠,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은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기, 누구입니까! 접근 금지입니다! 물러나십시오!”

안전 펜스 안쪽에서 바쁘게 상황을 지휘하고 있던 남자가 나를 향해 소리 질렀다.

하지만 나는 기어코 안전 펜스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을 지휘하고 있는 남자와 잘 알고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이에요, 백 팀장님.”

“리사 양?”

“네, 저예요.”

나는 백시진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갔다.

“이매망량의 길드장으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그보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백시진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그를 불렀다.

“백 팀장님?”

“아, 그게.”

백시진이 띄엄띄엄 말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만, 이 사건은.”

“AMO에서 맡을 필요 없어요.”

나는 백시진의 말을 끊고는 입을 열었다.

“강산에 본부장님께 연락 좀 넣어 주실래요? 이 사건은 저희 이매망량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네?”

“부탁할게요.”

나는 백시진을 향해 싱긋 웃어 주고는 은행 계단에 올라섰다.

“잠깐만요, 리사 양! 함부로 안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안 들어가요.”

아직은 말이죠.

나는 그림자를 움직여 은행 안쪽의 상황을 파악했다.

붙잡혀 있는 인질의 숫자는 총 스물다섯. 테이커의 길드원으로 보이는 숫자는 일곱.

‘생각보다 인질로 붙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네.’

하지만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나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발밑에 진 그림자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는 그림자를 이용해 이동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 한 번만 더 그림자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

테이커가 농성 중인 은행 안쪽.

바깥의 망을 보고 있던 테이커의 길드원이 희게 질린 낯으로 외쳤다.

“사라졌어!”

“뭐?”

“윤사해의 딸이란 계집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고!”

그에 은행을 점거하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이 재잘거렸다.

“도망친 거 아니야?”

“맞아, 암만 도깨비의 딸이라고 해도 애새끼잖아.”

“열여덟이라고 들었는데?”

“열여덟이면 아직 애지.”

“그렇기는 하네.”

인질을 제외한 모두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아니, 웃지 않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대장?”

테이커의 대장, 얀.

그가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다들 주변을 경계해라. 에리언, 너는 언제든지 폭탄을 터트릴 준비를 하도록 하고.”

“네, 대장님.”

폭탄은 모두 인질들에게 부착되어 있는 상태였다. 한 자리에 모여 벌벌 떨고 있던 인질들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때, 한 길드원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대장, 갑자기 왜 그래? 사라진 그 계집 때문에 그러는 거야?”

테이커의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다고 해도 도깨비의 딸이다. 분명 무슨 수가 있을 터.”

“하지만 우리 뒤에는 유랑단이 있잖아?”

그래서 이런 일을 저지른 거다.

유랑단이 얼마든지 뒷수습을 해 준다고 했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테이커의 길드원이 쾌활하게 말하는 순간.

푹―!

검은 창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쿨럭, 얀에게 쾌활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던 테이커 길드원이 피를 토해 내며 쓰러졌다.

쥐 죽은 듯한 적막이 찾아온 찰나.

“안녕하세요.”

단조로운 인사가 들려왔다

.

“대, 대장! 저 계집……!”

경악하며 외치던 목소리가 끊겼다.

바닥에서 솟구친 그림자가 말을 내뱉던 이의 입을 그대로 찢어 버린 탓이다.

“꺄아아악!”

“흐악!”

“아아아악!”

순식간에 피가 낭자해진 광경에 인질들이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테이커의 길드장이 정신을 차리고는 눈앞의 여자를 향해 경고했다.

“움직이지 마라! 조금이라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 순간, 인질들의 목숨은 없다.”

보랏빛이 도는 검은 머리칼을 질끈 묶은 여자가 인질들에게 부착되어 있는 폭탄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역시 쓰레기들.”

눈가를 살짝 찡그린 여자가 곧 쥐고 있던 창을 떨어뜨렸다.

얀은 조소했다.

도대체 뭘 믿고 단신으로 쳐들어온 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상대는 한 명뿐.

더욱이 그 상대는 새로 이매망량의 길드장이 된 윤사해의 딸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인다!’

그럼, 유랑단이 더욱 자신의 길드를 좋게 봐 줄 터.

테이커의 길드장이 비릿하게 웃을 때였다.

팟―!

은행을 밝히고 있던 전등이 모두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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