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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03)화 (303/500)

303화. 혹독한 겨울맞이(5)

“리사가 위험하다니?”

〖말 그대로다.〗

랑야가 담담하게 말했다.

〖비나리 고등학교 주변에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어.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더군.〗

그 말에 윤사해가 멍하니 두 눈을 깜빡이다가 버럭 소리 질렀다.

“류화홍 헌터! 비나리 고등학교는 무사하다고 하지 않았나?”

“네? 마, 맞아요!”

류화홍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잘못 봤을 리가 없어요! 비나리 고등학교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까지 했는데……!”

〖환상을 보고 나온 걸 테다.〗

랑야가 류화홍의 말을 끊으며 한심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네?”

류화홍이 놀라 물었다.

〖네가 본 건 환상이라고. 이 멍청한 녀석아.〗

랑야가 류화홍에게 심드렁하게 대꾸해 주고는 말했다.

〖윤사해. 그보다 어서 움직이는 게 좋을 거다.〗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랑야, 류화홍 헌터와 함께 강남대로 쪽으로 이동해 주게.”

〖나참, 쉴 틈이 없군.〗

랑야가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구시렁거렸다.

윤사해는 비나리 고등학교로 가기 위해 곧장 몸을 돌렸다.

〖윤사해.〗

그런 그를 랑야가 붙잡았다.

〖조심해라.〗

“걱정은 하지 말게. 자네가 걱정해 주지 않아도 내 몸은 알아서 잘 건사할 테니.”

〖내가 그걸 모를까?〗

랑야가 헛웃음을 흘리고는 표정을 굳혔다.

〖불길해서 말하는 거다. 〗

갑작스럽게 일어난 게이트.

서울 전역에 동시다발로 일어난 이 현상은 수없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중이었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윤사해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윤사해가 물끄러미 랑야를 보다가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새겨듣지.”

윤사해는 그 말을 끝으로 곧장 비나리 고등학교로 향했다.

비나리 고등학교는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워 보였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게이트가 열려서 그런 거겠지.’

아마 체육관에 모두 대피했을 터.

하지만 윤사해는 창을 꺼내 들고는 허공을 향해 길게 그었다.

파직, 파지직-!

허공에 금이 가는가 싶더니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드러난 광경은 끔찍했다.

-키에에엑!

윤사해가 헛숨을 들이마셨다.

‘드래곤?’

아무리 게이트가 열렸다고 해도 S급 던전에서나 볼 법한 끔찍한 몬스터가 이곳에 있다니!

‘리사……!’

윤사해가 이를 꽉 깨물고는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

콰과광-!

“으아악!”

단아와 도윤이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비명을 질렀다.

“가, 갑자기 무슨 일이지?”

도윤이가 단아를 보호하며 말을 더듬었다.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아빠가 왔어.”

“뭐?”

도윤이가 놀라 물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해 주는 대신 창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윤리사! 뭐 하는 거야?!”

단아가 놀라 나를 말리려고 들었다.

“잠깐만.”

나는 단아를 안심시키며 문가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캬륵…! 캬르륵……!

-캬르르!

몬스터들의 목소리가 멀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전 폭발로 겁을 먹고 구석에 숨은 모양이다.

“몬스터들이 창고에서 떨어졌어.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도망치다니? 지금 체육관 밖으로 나가자는 거야?”

“응.”

내 고갯짓에 단아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나는 싫어! 밖에도 몬스터가 우글거릴 텐데, 나갔다가 죽으면 어떻게 해?!”

“맞아, 리사. 그리고 윤사해 길드장님이 오셨다며?”

도윤이가 단아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서 나가자는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먼저 밖에 있는 몬스터는 드래곤 한 마리뿐이야. 다른 몬스터들은 모두 죽었어.”

드래곤이 잡아먹은 거다.

“체육관에 우리밖에 없다는 걸 아빠한테 알려야 해. 아빠는 학교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곳으로 대피한 줄 알고 있을 테니까.”

체육관 창고에 나 있는 창문으로 바깥을 봤을 때, 학교는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부서져 있었다.

윤사해는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드래곤을 보자마자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을 거다. 하지만 만에 하나의 희망을 품었겠지.

그 희망이란 바로 나의 안전.

윤사해는 그것을 믿고 지금 드래곤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쿠구궁-!

모든 힘을 쏟아내도 모자랄 상황에 적당히 힘을 조절하면서 말이다.

그때, 도윤이가 입을 열었다.

“그래, 나가자.”

“백도윤!”

단아가 황급히 도윤이를 붙잡았다.

도윤이가 단아의 손을 꼭 쥐면서 말했다.

“단아야, 여기에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

“그렇지만 곧 구조대가 올 건데!”

“오지 않을 거야.”

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올 거라면 진작 왔겠지.”

애초에 윤사해가 비나리 고등학교에 올 때 같이 왔을 거다.

내 말에 단아가 웅얼거렸다.

“……무슨 일 생기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나는 픽 웃었다.

“걱정 마, 단아야. 꼭 지켜 줄게.”

“당연하지!”

단아가 빼액 소리 질렀다.

“하지만 괜히 나 지키려다가 다치기만 해 봐!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응, 단아야.”

나는 옅게 미소를 그렸다.

“그럼, 열게.”

“잠깐만.”

도윤이가 나를 막았다.

“리사야, 내가 열게.”

화르륵, 도윤이가 손에 작게 불꽃을 일으켰다.

“밖에 있는 몬스터들은 시력이 퇴화한 것들이잖아. 그만큼 다른 감각은 발달해 있겠지.”

그러니까 문을 열자마자 우리 주위로 불꽃을 피워낼 거라면서 도윤이가 말을 이었다.

“암만 몬스터들이 겁에 질려 있다고 해도 혹시 모르잖아? 우리를 위협할지. 하지만 우리 주위에 불꽃이 피워져 있으면 괜찮을 거야.”

“열기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할 테니까?”

“응.”

도윤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열게.”

끼이익!

문이 열렸다.

-캬륵? 캬르륵!

-캬르르!

구석에 몸을 말고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뛰어!”

도윤이의 쨍한 목소리와 함께 우리 주위로 불꽃이 피어졌다.

-캬아아악!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 우리를 향해 뛰어오던 몬스터들이 불꽃에 주춤거렸다.

그러면서도 아가리를 벌리며 성난 목소리를 토해내는 것이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몬스터들한테서 시선을 돌리고는 빽빽 소리 질렀다.

“얘들아, 계속 뛰어! 조금만 더 달리면 문이야!”

분명 창고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출입구가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어쨌든 우리는 체육관 밖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우와아악!”

체육관 계단에 있던 뭔가에 걸려 우당탕! 사이 좋게 넘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이고, 아야야!

나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가 있었던 거야……?”

계단에 있던 것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도윤아?”

“보지 마, 리사.”

도윤이가 내 눈을 가려 버렸다.

내 눈을 가린 도윤이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가 뭐에 걸려 넘어졌는지 알아차렸다.

그렇기에 내 눈을 막고 있던 도윤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응, 보지 않을게.”

내 말에 도윤이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도윤이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자리에서 일었다.

“단아야, 괜찮아?”

묻는 말에 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며 떨고 있을 뿐.

“단아야?”

나는 조심스럽게 단아의 어깨를 흔들었다.

“으아악!”

단아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단아야! 괜찮아!”

“맞아, 단아야! 진정해!”

단아가 우리의 목소리에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유, 윤리사. 백도윤.”

단아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곧 단아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물었다.

“우리만 살아남은 거야?”

“뭐?”

도윤이가 물었다.

“우리만 살아남은 거냐고! 다! 다 죽었잖아!”

“단아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앞을 봐봐!”

단아의 말에 도윤이가 앞을 보고는 숨을 멈췄다.

나는 괜찮았다.

체육관에 있을 때 이미 봤었던 광경이니까.

하지만 괜찮다고 해서 멀쩡한 건 아니었다.

드래곤에 의해 뜯어먹힌 시체들이 운동장 곳곳에 즐비했다.

몬스터들과 사람들.

이미 차갑게 죽어 버린 것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는 말이다.

꿈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현실이란 것을 나는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콰과광-!

전투의 살벌한 폭발음이 생생하게 귀에 들려왔으니까.

“단아야, 도윤아. 가자.”

윤사해가 모든 힘을 드러내 싸우게 만들어야만 했다. 드래곤은 그 정도로 위험한 몬스터였다.

“무사히 도망친 사람들도 많을 거야. 그러니까 학교 밖으로 나가자.”

도윤이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아 역시 눈물을 닦아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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