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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02)화 (302/500)

302화. 혹독한 겨울맞이(4)

단아는 교실 안에 있는 아이들을 말한 게 아닐 거다.

우성운과 우신우.

그리고 저세상.

단예와 단이는 미국에 있으니까 단아가 말한 ‘다른 애들’은 분명 그 셋일 거였다.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크흠,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알아서 앞가림 잘하고 있을걸? 지금까지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래!”

“맞아, 단아야. 그리고 게이트는 우리 학교 주변에서만 일어난 걸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렇겠지……?”

단아가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울먹였다.

“그런데 구조대는 왜 아직까지도 안 오는 걸까?”

그 이유야 쉽게 짐작됐다.

게이트가 비나리 고등학교 주변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기 때문일 터.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진작 깨달았을 도윤이도 조용했다.

우리는 그저 조금에라도 빨리 소란이 가라앉기를 바랐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모아둔 음식들을 먹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소란은 계속됐다.

“아아아악!”

째질 듯한 비명도 계속해서 들려왔다. 비명이 들려올 때마다 단아가 귀를 꼭 막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캬륵? 캬르륵!

-캬르륵!

창고 바깥에 있는 몬스터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떠날 생각을 안 하네.’

소리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가도 되지 않나?

그럼, 밖으로 나가 체육관 문을 아예 걸어 잠글 텐데.

‘아님, 혹시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미간을 살포시 좁히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리사, 어디가?”

“바깥 좀 보려고.”

창고 안에는 작게 창문이 나 있었다. 정확히 학교를 향해서 말이다. 나는 까치발을 들어 바깥을 보고자 했다.

하지만 창문은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있었다.

‘시바.’

작은 키가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잠깐, 아니지. 저렇게 높이 있으면 암만 키가 컸어도 못 봤을 거다.

‘어쩌지?’

창고 안의 물품을 이용해서 바깥을 볼까,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리사야, 올라타.”

“응?”

도윤이가 등을 보였다.

“나도 바깥 상황이 궁금해서 그래. 괜찮으니까 올라타.”

나는 멍하니 있다가 황급히 그의 위에 올라탔다.

“고마워, 도윤아! 금방 내려올게!”

거절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나는 그대로 도윤이의 등을 밟고 올라갔다.

도윤이의 몸이 순간 흔들렸다.

“도윤아, 괜찮아?”

“끄흡, 괘, 괜찮아! 천천히 둘러봐도 돼……!”

도윤아, 내가 무겁니?

하지만 나는 도윤이의 앓는 목소리를 못 들은 척 무시하고는 창밖을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도윤이의 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윤리사!”

“리사야!”

우당탕!

꼴사납게 넘어진 내게 단아와 도윤이가 한달음에 달려와 물었다.

“윤리사, 괜찮아? 밖에서 뭘 봤길래 그래?!”

“리사야, 다친 곳은? 다친 곳은 없어?”

“어, 없어.”

나는 말을 더듬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본능적으로 창고 문을 흘긋거렸다.

-캬아아악!

-캬르륵!

소란을 들었는지, 문 밖의 몬스터들이 잔뜩 날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을 챙겼다.

조금 전, 내가 본 광경이 현실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킨 후 말했다.

“도, 도윤아. 미안한데 창밖을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아. 정말, 정말로 미안해.”

“아니야, 리사야. 괜찮아.”

도윤이가 다시 등을 보였다.

나는 도윤이의 등을 밟고 올라가 창밖을 쳐다봤다.

구역질이 절로 치밀었다.

비나리 고등학교를 에워싸고 있던 몬스터들의 사체가 운동장 곳곳에 널려 있었다.

문제는.

“…….”

교직원과 학생들도 함께 널려 있었다는 거다.

마치 조각난 인형처럼 곳곳에 널려 있는 사체에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비나리 고등학교의 방어 장치는 제 기능을 충분히 다했다.

다만, 학교에 침입한 몬스터들의 수가 너무 많았고.

-키에에에엑!

S급 각성자가 아니라면 상대할 수 없는 위험한 녀석이 걔들 중에 섞여 있었다는 거다.

곳곳에 널려 있는 사체들 속 홀로 고고하게 서 있는 몬스터가 보였다.

드래곤.

S급 던전에서만 볼 수 있다는 그 녀석이 비나리 고등학교의 옥상 위에 서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두꺼워 보이는 날개를 활짝 펼쳐든 채로 말이다.

방어 장치는 저 녀석에 의해 망가진 게 분명했다.

‘도망친 사람들이 분명 있겠지?’

그래야만 했다.

드래곤은 말했듯 S급 각성자, 혹은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진 각성자만이 상대할 수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녀석이었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도윤이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러자마자 단아가 물었다.

“윤리사, 뭐가 좀 보였어?”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드래곤이 있어.”

“드래곤……?”

단아와 도윤이가 멍하니 두 눈을 끔쩍거리다가 빼액 소리 질렀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짜 맞춘 목소리였다.

“드래곤이 왜 있어?! 그건 S급 던전에서나 볼 수 있는 몬스터잖아!”

“게이트가 일어났잖아. 아무래도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모양이야.”

“그런……!”

단아가 목소리를 높였다가 벌벌 떨며 말했다.

“드래곤이라니? 그럼 구조대가 와도 소용없잖아. 다 죽을 거야. 죽어 버릴 거라고.”

단아가 겁에 질린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윤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단아와 똑같이 희게 질린 낯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드래곤은 웬만한 각성자는 잡을 수 없는 위험한 몬스터.

그런 녀석을 잡을 수 있는 각성자는 국내에 몇 없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드래곤을 잡을 수 있는 몇 없는 각성자가 바로 윤사해였으니까.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을 사용했다.

당연히 인지 대상은 윤사해.

그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진작 이럴 것을.

나는 푸른 창 위로 보이는 사람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부르지 않고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빠……!’

손쉽게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

“빌어먹을, 끝이 없군.”

촤아악-!

몬스터의 피가 도로에 흩뿌려졌다.

그때 몬스터의 피를 온몸에 흠뻑 적신 사야가 윤사해의 앞에 나타났다.

“사야, 시민들 대피는?”

“모두 무사히 대피했습니다. 여기는 저희한테 맡겨 주시지요.”

“그러도록 하지.”

윤사해가 넥타이를 살짝 풀고는 휙 몸을 돌렸다.

서울 곳곳에서 갑작스럽게 게이트가 일어나면서 모든 통신 장치가 마비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휴대폰은 먹통.

다른 통신 장치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길드원들과의 연락은 류화홍을 통해 주고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안전은 명패를 통해 확인하는 중이었고.

“부상자는?”

“없습니다.”

사야가 싱긋 웃을 때였다.

“길드장님!”

때마침 류화홍이 나타났다.

류화홍이 사야의 뺨에 재빠르게 입을 맞추고는 재잘거렸다.

“강남대로에서 지원 요청 들어왔어요! 숫자가 너무 많대요!”

“그쪽은 아래아가 처리 중이라고 하지 않았나?”

“최설윤 길드장님이 잠시 자리를 이탈했대요! 화백이가 사라졌나 보더라고요.”

그 말에 윤사해가 짧게 혀를 찼다.

“공과 사를 구분할 것이지.”

“하지만 길드장님도 애들 일에는 앞뒤 가리지 않을 거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그보다 비나리 고등학교는 안전한 게 맞는 거겠지?”

“네! 학교 내 방어 장치가 무사히 작동 중인 걸 확인하고 왔어요! 무엇보다 몬스터들 자체도 많이 약해 보였고요. 높게 잡아도 C급 정도였을 걸요?”

듣던 중 다행이었다.

그 정도 몬스터라면 방어 장치가 부서질 리도 없거니와, 설사 부서진다고 해도 교직원들이 손쉽게 잡을 테니.

“리오와 리타는 비교적 안전한 테헤란로를 정리 중이니까 길드장님께서는 걱정 말고 몬스터들 처리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세요!”

“그래. 그러지.”

윤사해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강남대로로 향하려 할 때였다.

〖윤사해.〗

“랑야?”

랑야가 그의 발을 붙잡았다.

“뭔가? 다른 녀석들과 함께 삼성동을 정리해 달라고 했을 텐데?”

〖정리 끝나서 온 거다. 그보다 너, 빨리 네 따님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해.〗

“뭐?”

〖네 따님이 위험해.〗

랑야의 말에 멍하니 섰던 윤사해의 낯이 희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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