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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291)화 (291/500)

291화. 겨울 준비(3)

윤리사가 자신도 모르게 우신우의 뺨을 내리치며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를 발동시킨 그 시간, 우성운은.

“야, 이 새끼 지갑에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데?”

“시발, 공쳤네. 재수 없게. 야, 더 때려. 더.”

뒷골목에서 지하 길드 소속의 양아치들에게 얻어맞고 있는 중이었다.

“야야, 잠깐만. 이거 비나리 고등학교 교복 아니야?”

비나리 고등학교는 지하 길드 쪽에서도 유명했다. AMO의 아래에서 여러 유명 길드의 후원을 받고 있는 고등학교.

그러니까 훗날, 자신에게 성가신 적이 될 것이 분명한 인재들이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였다.

“야, 너 각성자냐? 아님, 비각성자냐?”

“비나리 고등학교에 다니는 거면 각성자겠지.”

“아니야. 올해부터 비각성자도 받아 주게 바뀌었을걸?”

“정말이야? 비나리 고등학교의 명성이 울겠네.”

온몸에 문신을 새긴 여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듣기로는 윤사해가 그렇게 만들도록 했다고 하던데?”

“그 새끼가?”

“응, 그 자식한테 딸인가 아들인가 하나 더 있잖아. 걔가 비각성자인 모양이더라고.”

“아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었다.

“눈물겨운 자식 사랑이군.”

“옛날만 해도 자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았어?”

“그랬지.”

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야! 그래서 너는 비각성자니, 각성자니? 솔직하게 말해 주면 그냥 보내줄게.”

그 말에 우성운이 벌벌 떨다가 말했다.

“가, 각성자요.”

“등급은?”

“A급이에요.”

“뭐야, 우리보다 높네?”

여자가 싱긋 웃고는 말했다.

“야, 하나만 더 물어보자.”

여자는 친절하게 우신우와 눈높이를 맞춘 후 입을 열었다.

“A급의 각성자님께서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었어? 학교에도 안 가고. 부모님이 걱정 안 해? 아님, 부모가 내다 버린 자식이야?”

흠칫, 우성운이 몸을 움츠렸다.

“뭐야? 진짜야? 아하하하!”

여자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우성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아, 불쌍해라. 가족한테 버림받았구나?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비나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신 A급 각성자님이 이런 곳을 돌아다닐 리가 없지.”

“아니야! 신우는 나 안 버렸어!”

우성운이 여자의 손을 매섭게 쳐내고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이게 갑자기 왜 지랄발광이야?”

여자가 우성운을 발로 차고는 눈가를 찡그렸다.

“신우란 놈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암만 봐도 버림받은 꼴인데?”

“맞아, 뒷골목을 전전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꼴만 봐도 그렇지.”

까드득, 우성운이 이를 갈았다.

“안 버렸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안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 이 새끼들아!”

우성운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고는 지하 길드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하 길드원들은 겁도 없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우성운의 모습에 키득거리며 웃어댔다.

암만 A급 각성자라고 해도 자신들에 비해서는 경험도, 힘을 다루는 숙련도도 뒤떨어질 게 분명할 터.

아니나 다를까?

“컥……!”

우성운은 여자의 발길질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하! 얘가 아직 덜 맞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여자가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정신 좀 차리게 교육을 좀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여자는 목소리의 끝을 흐리고는 마른기침을 토해내고 있는 우성운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우성운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뱉어냈다.

“……려.”

“응?”

“죽어 버려! 죽어 버리라고!”

우성운이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로저 에스테라, 그가 손수 쥐여 준 칼이 말이다. 우성운은 그대로 여자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여자는 픽 웃으며 그것을 피해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어……?”

후두둑, 피가 떨어졌다.

“레일라? 왜 그래?”

여자와 함께 우성운을 괴롭히고 있던 남자가 물었다. 하지만 ‘레일라’라고 불린 여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쿨럭!”

깊게 목이 베여 버린 여자는 피를 토해낸 후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레일라!”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너, 이 새끼가……!”

레일라가 죽은 것을 안 남자가 이를 갈았다.

“너는 살아서 돌아갈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어차피 돌아갈 가족도 없잖아.”

그 말에 우성운이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아니야, 있어.”

하나뿐인 유일한 가족, 우신우.

우성운에게는 그가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너도 죽어 버려.”

우성운이 활짝 웃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는 칼을 휘두르거나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우성운을 향해 스킬을 사용하려던 남자는 힘없이 고꾸라져 버렸다.

목이 뒤로 꺾인 채로 말이다.

남자의 위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빛을 보며 우성운이 힘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 죽었어? 진짜 죽은 거야? 왜?”

자신이 암만 A급 각성자라고 해도 사람을 죽일 만한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야, 우성운은 남을 치료하는 것에 능통한 스킬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

‘내가 원해서. 내가 바라서.’

우성운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이다.

“시, 신우야. 내가 사람을 죽였어. 우리 엄마랑 아빠랑 똑같이 사람을 죽여 버렸어.”

우성운이 벌벌 떨며 말했다

“그래도 나 안 버릴 거지? 우리 가족이잖아.”

문득, 로저 에스테라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신우 군한테도 똑같은 선택지를 줬답니다. 그리고 신우 군은 망설임 없이 이 칼을 받아들였죠.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테니까요.’

우신우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입을 열었다.

“나… 나아…….”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가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 안 죽일 거지, 신우야?”

우성운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다. 챙그랑! 바닥에 떨어진 칼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렸다.

우성운은 그대로 주저앉아 소리 없이 울음을 토해냈다.

***

“그러니까 우성운이란 학생이 집을 나가 버렸단 말이지?”

“집을 나간 게 아니라 실종됐다고요! 가출이 아니라 실종이요!”

도대체 몇 번째 말하는 건데 자꾸 가출이래?!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이봐, 학생.”

경찰이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학생들 모두 비나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지?”

“네, 그런데요?”

나는 불퉁하게 물었다.

“비나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뭔지 알고 있어?”

“모르겠는데요?”

애초에 우리한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저러는 거지?

경찰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답해 줬다.

“가출이야, 가출.”

“네?”

“여기, 유영구 전체에서 가출 신고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 바로 비나리 고등학교라고.”

경찰이 우리를 향해 한껏 비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비나리 고등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등학교잖아? 우수한 각성자들만 모이는 것으로 말이야.”

그런 곳에서 재학 중인데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하겠냐면서 경찰이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이 제일 잘난 각성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그러니까 아저씨의 말은.”

“우성운이라고 했지? 그 학생도 단순 가출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저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나는 탕! 테이블을 내리쳤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아니에요! 우성운은 그럴 애가 아니라고요! 제가 말했잖아요! 우성운이 사라지기 전날, 뭔가 이상했다고요! 로저 신부님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요!”

“그래서 로저 신부님이 애를 납치해서 지하에 가두거나 뭐 그러고 있다?”

“그런 말이 아니라……!”

“이봐, 학생.”

경찰이 매섭게 우신우의 말을 끊어내며 물었다.

“로저 신부님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사회에 공헌을 그렇게 많이 하시는 분께서 그럴 거라고 생각해?”

“네, 그렇게 생각해요.”

……라고 말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아빠가 말했거든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세상에 널려 있으니까 조심하라고요.”

“허, 참. 자식 사랑이 대단한 아버지를 뒀구나?”

“네, 우리 아빠가 저를 좀 많이 아끼거든요. 물론, 저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아끼지만요.”

“그 대단하신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네?”

경찰은 별 의미 없이 물어본 말일 거다. 하지만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윤사해요.”

“뭐?”

“윤사해라고요.”

경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손수 윤사해와 찍은 사진을 그에게 보여 주며 더욱 활짝 웃었다.

“윤리사라고 해요. 아빠의 하나뿐인 딸이자 윤씨 집안의 막내죠.”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알겠어요.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네요. 경찰 아저씨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 아빠한테 부탁할 수밖에요.”

“아니, 잠깐!”

경찰이 다급하게 내 어깨를 붙잡고는 억지로 웃는 낯으로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 보렴. 네 아버지가 정말 윤사해라고? 정말?”

아오, 그렇다니까 왜 이렇게 사람 말을 안 들어?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고 있던 경찰의 손을 매섭게 쳐내고는 말했다.

“맞아요. 그러니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저세상이었다.

그의 말에 경찰이 펄쩍 뛰며 말을 더듬거렸다.

“내, 내가 언제 함부로 대했다고!”

“조금 전에 잘만 무시했잖아요?”

저세상이 비딱하게 말했다.

“윤리사, 우신우. 나가자. 경찰은 아무 도움도 안 될 것 같으니까.”

“응!”

나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잠깐만! 얘들아!”

경찰이 다급하게 우리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만지기만 해 보세요.”

저세상이 그를 막아서며 날선 목소리를 내뱉었다.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어디 한 번 붙잡아 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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