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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265)화 (265/500)

265화. 여름의 장맛비(1)

여름에 완전히 들어섰다.

그 말은 곧.

“자, 그럼. 얘들아, 선생님이랑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방학 잘 보내고!”

다사다난했던 봄을 보냈던 비나리 고등학교가 여름에 돌입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 3반의 담임인 제인 아일리의 말에 아이들이 말했다.

“에이, 선생님! 그래도 내년에 다시 돌아오실 거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말하는 거예요. 알겠지?”

제인 아일리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제인 아일리는 이번 여름 이후로 학교를 잠시 쉬기로 했다. 정확히는,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말이다.

제인 아일리와 작별인 셈이었다.

“자, 그럼. 반장!”

“네.”

도윤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우렁차게 말했다.

“선생님께 인사!”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그래, 다들 방학 잘 보내.”

제인 아일리가 아이들의 인사에 화답해 주고는 반을 나섰다. 곧 3반이 시끌벅적해졌다.

“제인 선생님이라면 아이 낳기 전까지 학교에 쭉 계실 줄 알았는데!”

“소문으로는 우리 입학하고 얼마 안 돼서 위험한 일을 겪으셨대!”

“정말?”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방학하자마자 아이 낳을 때까지 쉬기로 하신 거 아닐까?”

제인 아일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있는 도윤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말했다.

“제인 선생님, 내년에 꼭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내 말에 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제인 선생님, 엄청 좋단 말이야!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지!”

“뭔데?”

“드디어 망할 꼰대의 빈자리에 새로운 선생님이 온다는 거야!”

단아가 말하는 ‘망할 꼰대’란, 역사 선생님이었던 도하선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그만둔 그였지만, 학교 내 평판이 워낙에 바닥이었던지라 아이들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그가 학교에서 사라진 후 역사 수업은 2, 3학년의 역사 선생님을 담당하는 분께서 맡았었는데, 드디어 선생님을 구했나 보다.

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단아에게 물었다.

“누구인지 혹시 들었어?”

“아니! 하지만 듣기로는 엄청 잘생긴 사람이래!”

“그래?”

어쨌거나 다행이네.

“그런데 이번 2학기에만 그 수업을 맡을 거라고 들었어.”

다행이라고 했던 말 취소.

우리 선생님들, 내년에 1학년 담당 역사 선생님 새로 구하셔야겠네. 뭐, 그때는 2학년이니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하여튼 우리는 서로 재잘거리며 교문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저세상을 만난 후, 나는 작게 손뼉을 친 후 친구들에게 물었다.

“그보다 얘들아, 이제 방학인데 같이 여행이라도 가지 않을래?”

“야, 윤리사. 아저씨한테 말도 없이 여행은 안 돼.”

“알거든? 일단 애들 의사를 물어보는 것뿐이거든?”

나는 저세상에게 뚱하게 말했다. 그때, 도윤이가 번쩍 손을 들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완전 좋아! 그런데.”

“그런데?”

“아빠랑 같이 일본에 한 달 동안 여행가기로 했거든. 그런 거 있잖아. 제주도 한 달 살기. 아빠랑 같이 일본에서 그러기로 했어.”

“아, 그럼 같이 여행 가는 건 조금 힘들겠네? 단아는?”

“나는…….”

단아가 우물쭈물거리다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할배랑 같이 한단이랑 한단예 보러 가기로 했어. 그치만 금방 돌아올 거야! 일주일? 그 정도만 미국에 머무를 거야!”

그러니까 도윤이는 빼고 같이 꼭 여행을 가자면서 단아가 말했다. 그 말에 도윤이가 말했다.

“리사야! 나도 한 달뿐이야! 방학 마지막 주에는 돌아올 테니까 그때 나 돌아오면 같이 가자!”

“아니야, 윤리사. 백도윤은 필요 없어. 나랑만 가자.”

단아가 도윤이가 곧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키득거리며 웃고는 말했다.

“단아야, 도윤아 그만 싸워. 방학 마지막 주에 사이좋게 여행 가면 좋을 것 같으니까! 그치, 저세상?”

“네가 언제 내 말 들은 적 있냐?”

그러니까 자신의 의사는 묻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야.

“자자, 그럼 방학 마지막 주에 여행가는 것으로 결정! 됐지?”

단아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불퉁하게 두 뺨을 부풀렸고 도윤이는 좋다면서 활짝 웃었다.

그때였다.

“리사 아가씨, 세상 도련님.”

“화홍이 오빠?”

“화홍이 형!”

류화홍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 애들이 걷기 시작했어요.”

윤사해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했더니, 그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났다.

“정말로요?!”

나는 저세상과 놀란 눈을 떴다. 태어난지 이제 두 달이 조금 지나가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사야와 마찬가지로 거주자인 랑야의 피를 짙게 이은 탓인지 발육 속도가 남달랐다.

“보러 갈래요? 길드장님께 허락은 받았는데.”

“보러 갈래요!”

나는 들뜬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친구들에게 말했다.

“도윤아! 단이야! 우리 자세한 여행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그렇게 친구들과 헤어진 후, 나는 저세상과 함께 류화홍의 손을 꼭 잡았다.

***

“사하야! 홍랑아!”

우리는 이매망량에 도착하자마자 쌍둥이를 찾았다.

“므니아!”

“므아!”

류사하와 류홍랑.

사야와 류화홍을 쏙 빼닮은 쌍둥이가 나와 저세상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우리는 빠르게 재빠르게 손을 씻은 후 각자 한 아이씩 맡아 안아 들어 올렸다.

“사하야, 언니 안 보고 싶었어?”

“므아!”

발육 속도가 남다르기는 하지만, 아직 말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류사하였다. 그건, 사하의 동생인 류홍랑 역시 마찬가지였고.

“홍랑아, 걸었다며? 형한테 보여 줄 수 있어? 형이 손잡아 줄까? 넘어지면 큰일 나니까.”

“우우!”

사야의 모든 색을 빼닮은 류홍랑이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에 저세상이 헤실거렸다.

저런 얼굴 처음 보는데, 쟤가 애들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나?

‘잘 모르겠네.’

암만, 『각성, 그 후』의 애독자였던 몸이지만 내가 관심을 가졌던 건 최애님과 차애님뿐이었다.

어쨌든, 류화홍은 저세상이 자신의 아들과 놀아 주는 걸 보며 흐뭇해했다. 맑은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 순간이었다.

“아가씨와 도련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사야 언니!”

나는 그녀의 두 눈을 쏙 빼닮은 류사하를 안아 들고는 다가갔다.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가씨.”

사야 언니가 싱긋 웃었다.

“그보다 자주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아이들이 아가씨와 도련님을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정말요?”

“네.”

그 대답에 나는 까르르 웃으며 아이의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류사하! 이 귀여운 꼬마 녀석 같으니라고!”

“꺄아! 꺄!”

류사하가 좋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쌍둥이와의 시간을 가진 후, 나는 저세상과 함께 내기했다.

“우와! 진짜 걷는다! 사하야, 홍랑아! 나한테 와 봐!”

“아니야! 윤리사 말고 나한테 와 봐! 내가 비행기 태워 줄게!”

류사하와 류홍랑.

쌍둥이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승자는 누구냐고?

“므니아!”

“므아!”

무승부였다.

류사하는 나를, 류홍랑은 저세상에게 안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류사하를 꼭 안고서는 뚱하게 말했다.

“류홍랑, 너 저세상이 나보다 더 좋다는 거야?”

“우우!”

“좋다는 거지?”

입술을 삐죽 내미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습니다. 어라? 리사랑 세상이 있네?”

“해진이 오빠!”

나는 청해진을 반기며 물었다.

“오빠! 사하랑 홍랑이가 벌써 걷는데! 봤어? 들었어?”

“듣기도 했고 보기도 했어. 너랑 세상이보다 훨씬 더 먼저.”

그 말에 나는 청해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내 시선에 청해진이 움찔거렸다.

“뭐야? 왜 그렇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봐?”

의미심장한 눈빛이라니!

“아니, 그냥 궁금해서!”

“뭐가?”

“해진이 오빠도 사하랑 홍랑이처럼 남들보다 발육 속도가 남달랐어?”

내 말에 청해진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냥 평범했어. 우리 누나도 평범했고. 사하랑, 홍랑이는…….”

청해진이 나와 저세상의 품에 안겨 있는 쌍둥이를 한 번씩 쳐다보고는 말했다.

“랑야 님의 손주들이잖아. 세대로 따지자면 3세대? 2세대? 뭐, 그러니까 랑야 님의 피가 짙겠지.”

그래서 이렇게 발육 속도가 남다른 것일 거라며 청해진이 말했다.

“뭐, 그 피가 옅어진다고 해도 랑야 님은 애들을 사랑하겠지?”

“무슨 말이야?”

“우리 가문처럼 자신의 피를 이은 후손들을 사랑할 거라고. 미지 영역에서 내려다보면서. 그쵸, 랑야 님? 제 말이 맞죠?”

〖그래, 맞다.〗

“랑야?!”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목소리에 랑야가 픽 웃었다.

〖‘님’ 소리는 어디 갔냐, 윤사해의 따님?〗

“에이, 반가워서 그랬죠! 그보다, 양팔에 짐짝처럼 들려 온 사람들은 누구예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해소됐다.

“리오 오빠, 리타 오빠?!”

“뭐? 리오 형이랑 리타 형이라고?”

저세상이 놀라 류홍랑을 그의 아버지에게 안겨 준 후 달려왔다. 그러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랑야에게 물었다.

“랑야 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형들 괜찮아요?!”

〖그건 이매망량의 솜씨 좋은 의원 녀석이 알아봐 주겠지.〗

“리오야! 리타야!”

〖마침, 왔군.〗

랑야가 귀찮은 기색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앞서 들어온 청해진에게 물었다.

“해진이 오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냐하면 청해진이 오늘 윤리오와 윤리타와 함께 던전 공략에 나선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내 말에 청해진이 멋쩍게 뺨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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