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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201)화 (201/500)

201화. 달갑지 않은 인사(2)

“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낯이 익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윤리사, 갑자기 왜 그래?”

“아니, 그게.”

나는 시계를 흘긋거렸다.

곧, 8시 50분.

아침 조례 시간이었다.

‘어쩌지?’

아침 조례가 암만 빨리 끝난다고 해도 곧장 1교시가 시작될 시간.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교실을 박차고 나가기로 했다.

“야, 윤리사! 어디 가?!”

“아파서 양호실!”

“전혀 안 아파 보이는데?!”

단아가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후다닥 학교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중에 제인 아일리를 만나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학교를 나선 나는 있는 힘껏 외쳤다.

“가람!”

〖리사 아씨!〗

윤사해 뺨칠 정도로 잘생긴 가람이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 역시 그와 같이 웃으며 물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해솔이 언니랑 남해에 있던 거 아니었어요?”

〖해솔 아씨께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서 쇤네를 불렀소.〗

“가람만 올라온 거예요?”

〖정하 도령은 남해에서 일을 처리 중이오.〗

“정하 도령이요? 이제 아씨라고 안 불러요?”

〖정하 도령은 아씨의 후손이었지 뭐요. 그래도 쇤네는 계속 아씨라고 부르고 싶었는데, 도령께서 길길이 날뛰셔서 그만뒀소.〗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어쨌거나.

“올라온 김에 저 보려고 온 거예요?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요?”

〖쇤네는 한 번 맡은 냄새는 잊지 않고 기억하오. 그 냄새를 따라 이곳까지 오게 됐소.〗

그래서 청정하를 제 정인이라고 착각했던 거라고 한다.

〖정하 아씨와 얼굴도 똑같은데 냄새도 똑같지 뭐요. 그나저나 리사 아씨,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려.〗

“몰라보게 예뻐졌죠?”

〖그렇소이다.〗

장난삼아 내뱉은 말이었는데, 가람은 진심으로 나를 칭찬해 줬다.

크흠, 나는 괜히 헛기침을 터트리고는 물었다.

“해솔이 언니가 무슨 일로 가람을 부른 거래요?”

〖쇤네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오. 하지만 쇤네의 도움이 필요한 일인 건 분명해 보였소이다.〗

“그래요? 위험한 일은 아니면 좋겠는데.”

내 말에 가람이 눈웃음을 지었다.

〖위험한 일이라고 해도 쇤네는 괜찮소이다. 리사 아씨야말로 몸조심하시오.〗

“저야 언제나 조심하죠!”

그리고 누군가 저를 위협할 것 같으면 뺨 때리고 도망가면 되는걸요?

라는 말을 나는 꾹 눌러 담았다.

그렇게 헤실거리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윤리사!”

저세상이었다.

“뭐야, 저세상? 아침 조례 시간인 거 아니야? 왜 나왔어?”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는 거야?!”

저세상이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아무래도 교실에서 이곳까지 쉬지 않고 뛰어온 모양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화가 난 것 같은 그에게 나는 가람을 소개해 줬다.

“저세상, 우리 어릴 적에 뱀 섬에 놀러 갔던 거 기억나?”

“기억나, 그리고 네 옆에 있는 그 사람도 기억나.”

저세상은 그대로 내 손목을 잡아 제 옆으로 끌어당겼다.

“거주자께서 무슨 볼일이시죠?”

“저세상, 가람은 ‘거주자’가 뭔지 몰라.”

〖괜찮소, 리사 아씨. 해솔 아씨께 ‘거주자’에 대한 것을 배웠소이다.〗

가람이 사람 좋게 웃고는 말했다.

〖해솔 아씨께서 쇤네를 부른 김에 리사 아씨가 보고 싶어서 온 것뿐이오. 그러니 도령, 그렇게 쇤네를 경계할 필요 없소이다.〗

그러고는 내게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리사 아씨, 쇤네는 해솔 아씨와 함께 당분간 이곳에 머무를 곳이오. 보고 싶다면 언제든 찾아오시오.〗

쪽지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청해솔과 함께 머무는 숙소인 듯했다.

나는 가람이 건네준 쪽지를 교복 주머니에 소중히 집어넣고는 말했다.

“네, 가람! 잊지 않고 인사하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쇤네야말로 고맙소. 아씨 덕분에 정하 아씨의 후손과 함께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오.〗

가람이 진심으로 고맙다는 듯이 미소를 그렸다. 크으, 언제봐도 윤사해 뺨칠 정도로 잘생긴 외모였다.

〖그럼, 쇤네는 가 보겠소이다.〗

“잘 가요, 가람!”

가람이 고개를 살짝 꾸벅이고는 몸을 돌렸다. 멀어지는 그의 모습이 아쉬웠지만, 붙잡고 그간의 회포를 풀 수는 없었다.

‘왜 나는 고등학생이지?’

적어도 대학생이었다면 자체 공강이니 휴강이니 수업 째고 가람이랑 놀았을 텐데!

아쉬워져 두 뺨을 부풀리는데, 저세상이 내 뺨을 콕 찍고는 말했다.

“윤리사, 우리 이제 수업 들으러 가야 해. 1교시 시작됐다고.”

“뭐야, 벌써 종 울렸어?”

“그래, 그러니까…….”

“빨리 양호실 가야겠네.”

“뭐?”

저세상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단아한테 아파서 양호실 간다고 선생님께 말해 달라고 했거든.”

“어디 아픈데?”

저세상이 급히 나를 살폈다. 나는 두 손을 살짝 들고는 말했다.

“아픈 곳 없어. 가람이랑 이야기도 나눌 겸 꾀병 부린 거야.”

내 말에 저세상이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기껏 걱정했더니 꾀병을 부린 거라고 해서 화가 난 모양이었다.

나는 헤실거리며 말했다.

“너도 같이 양호실 가자. 이대로 교실에 돌아가면 무조건 혼날걸?”

“윤리사, 너도 참…….”

저세상이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곧, 그는 내게 백기를 들었다.

“그래, 가자. 가.”

앗싸, 양호실 동지를 얻었다!

우리는 양호실에 도착한 후 한껏 꾀병을 부려 침대를 한 자리씩 차지하게 됐다.

‘이렇게 된 거 잠이라도 한숨 자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두 눈을 꼭 감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옆자리를 흘긋 쳐다보니 저세상은 두 눈 꼭 잠고 잠에 들어 있었다.

“왜.”

잠에 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꼭 감겨 있던 두 눈이 나를 담았다.

“아니, 그냥.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와서 그냥 봤어.”

“잠이 안 와도 계속 눈 감고 있어. 그러면 잠 올걸?”

저세상의 말대로 해 봤지만 역시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결국 멀뚱히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런 나를 어떻게 알았는지 저세상이 물었다.

“잠 안 와?”

“응.”

“그럼, 양호 선생님께 말하고 수업 들어가.”

“그건 싫어.”

그리고 양호 선생님도 지금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나는 결국 자는 걸 포기하고 저세상과 놀기로 했다.

“있잖아, 저세상. 교실에서 별일 없었어?”

“별일 없었어.”

“거짓말. 지희준인가 뭔가 걔가 너한테 시비 안 걸었어? 걸었을 것 같은데.”

저세상이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말했다.

“시비 걸기는 했지. 하지만 한단예가 한소리 하니까 조용히 입 다물고 물러가던데?”

“역시, 단예.”

그나저나 지희준, 그 자식은 우리 아빠가 ‘윤사해’인 것을 잊은 걸까?

‘어쩌면 윤사해보다 자기 외삼촌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그렇지 않고서야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시비를 걸 리가 없었다.

‘집에 가서 윤사해한테 다 일러바쳐야지.’

지희준, 그 자식이 아직 매운맛을 못 본 것 같다고 말이다. 하지만 도둑도 제 발 저린다고, 반갑지 않은 손님이 양호실을 찾아왔다.

“선생님, 계세요? 아, 없네.”

들린 목소리에 나와 저세상은 서로를 쳐다봤다.

‘지희준이지?’

‘응, 지희준이야.’

우리는 말없이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떻게 하지?’

‘잠든 척하자. 저 자식이 아무리 양아치라고 해도 잠든 사람 건들지는 않겠지.’

저세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암만 사람이 덜된 지희준이라고 하더라도 잠든 사람 건들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다.

“윤리사? 저세상?”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와 저세상은 사이좋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든 척하기에는 그른 것 같았다.

“뭐야! 너희가 왜 여기 있어?!”

빼액 지르는 목소리에 나와 저세상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지희준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왜 여기 있기는? 당연히 아파서 있지.”

“웃기시네! 수업 째고 싶어서 아픈 척하는 거면서!”

“그건 너 아니야?”

“아, 아니거든?!”

더듬는 목소리에 나는 픽 웃음을 흘렸다.

“맞네.”

“아니라고!”

정곡을 찔린 모양이다.

지희준이 붉어진 얼굴로 빽빽 소리를 지를 때였다.

“이게 무슨 소란이니?”

“선생님!”

때를 맞춰 잠시 자리를 비웠던 양호 선생님이 돌아오셨다. 지희준이 조르르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선생님! 쟤들 수업 듣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미간을 좁히며 나와 저세상을 쳐다봤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콜록거리며 앓는 목소리를 냈다.

“선생님… 아니에요. 지희준, 쟤. 어제 저희랑 싸웠는데 그것 때문에 저러는 거예요…….”

“맞아요, 선생님….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쟤 때문에 골이 다 울리고 있어요…….”

죽을 듯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낸 덕분일까?

선생님은 우리의 꾀병에 손쉽게 넘어갔다. 대신 지희준에게 물었다.

“학생은 무슨 일로 왔니? 저 친구들은 열이 37도가 훌쩍 넘었었거든. 학생도 그러니?”

“네? 저는, 그게.”

지희준이 잔뜩 당황한 얼굴을 보였다. 참고로 나와 저세상의 체온은 정상 체온이다.

양호실에 들어가기 전, 서로의 귀를 따뜻하게 만들어 준 덕분에 열이 37도가 훌쩍 넘게 나왔다.

어쨌든 간에 지희준은 말했다.

“아, 그게! 배가 아파서 왔어요!”

“배가 아파서 왔다고?”

“네!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 배가 많이 아파서…….”

꾀병인 게 분명한 말이었다.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지희준에게 소화제 하나를 쥐여 주고는 말했다.

“자, 이거 먹으면 아픈 게 나을 거야. 그대로 수업 들어가렴.”

“네?! 쟤들은요!”

“학생, 양호실에서 자꾸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돼.”

선생님의 단호한 목소리에 지희준은 분하다는 얼굴로 우리를 노려보고는 양호실을 나가 버렸다.

그렇게 평화를 찾나 싶었건만, 1교시가 끝났음을 울리는 종과 함께 불청객이 찾아왔다.

“야! 윤리사!”

“리사야, 괜찮아?!”

“세상이 오빠, 저희도 왔어요.”

단아와 도윤이, 그리고 단예와 단이였다.

이제 좀 잘까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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