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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99)화 (199/500)

199화. 사소하다면 사소한 갈등(7)

-언니라니?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누구세요?

“장난치지 마세요, 운조 언니.”

-쳇, 재미없어.

이운조가 구시렁거렸다. 청해솔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냥, 오랜만에 올라왔다고 해서 인사 좀 하려고 했지.

“정말 그것뿐이에요? 그렇다면 전화 이만 끊을게요.”

-에헤이, 해솔아. 잠깐만.

이운조가 황급히 청해솔을 붙잡았다.

-휴가 중에 미안하지만 내 부탁 좀 들어줄 수 있을까?

자신이 휴가를 위해 위로 올라온 건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운조 언니도 참…….’

이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했지만 청해솔은 알았다.

이운조, 그녀에게 물어봤자 돌아올 대답이라고는 하나도 없음을.

그렇기에 그녀는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별일은 아니고, 네 곁에 있는 보좌관님께 말씀 좀 하나 전해 줄 수 있을까?

“우리 보좌관님께서는 지금 제 곁에 없는데요?”

-그래도 연락할 수는 있잖아.

청해솔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전해 줄까요?”

-그 자식 동료.

청해솔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청정하, 그는 제 보좌관이라고 익히 알려진 사람이었다. 또한, 알려져 있다고 해도 그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소수였다.

‘그런데 동료라니.’

청해솔은 잠자코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운조가 말을 이었다.

-그 자식 동료가 새로 들어온 새끼들이랑 즐겁게 놀 생각인 모양이던데, 그것 좀 어련히 알아서 막아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새로 들어온 새끼들이라면…….”

-누구겠어?

청해솔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유랑단의 같은 탈쟁이잖아? 네가 그 자식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나서기 전에 걔가 알아서 처리하는 게 훨씬 더 낫겠지.

“우리라면, 저도 포함일까요?”

-당연하지.

이운조가 키득거리며 웃고는 입을 열었다.

-너뿐만이 아니라 윤사해, 그 아저씨도 포함이야. 물론, 네가 지금 만나고 있는 최화백 군의 고모님도 포함이지.

청해솔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운조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해솔아, 나 찾으려고 하지 말고 내 말에 집중이나 해 줄래?

“주변에 스토커가 있다는데 어떻게 언니 말에 집중을 해요?”

-너무하네.

이운조가 실망이라는 듯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해솔에게는 보이지 않을 모습.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유랑단의 탈쟁이 녀석들이 뭘 꾸미고 있는 건데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다만, 그렇게 유쾌하지 않을 일은 분명해.

여전히 지하 길드를 이끌고 있는 그들이었다.

“일단 알았어요. 그 녀석한테 전해 놓기는 할게요.”

-땡큐, 해솔이. 그렇게 말해 줄 줄 알았다니까? 그럼 휴가 잘 보내!

휴가 잘 보내라니.

뚝, 끊긴 전화에 청해솔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누구 전화야?”

“너는 몰라도 되는 사람의 전화.”

청해솔이 가볍게 말하고는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한 잔 마시기나 하자.”

청해솔이 잔을 들었다.

***

쨍-!

잔이 부딪쳤다. 나는 거실에 늘어진 빈 병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한 잔 더 마시자!”

“고객님, 이것 마셨다고 취하신 건 아니지요?”

최설윤과 장천의, 저 망할 아줌마와 아저씨는 도대체 언제 갈 생각인지 모르겠다.

윤사해는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고 있었다.

“아빠, 취했어?”

내 말에 저세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저씨, 힘드시면 주무시러 들어가세요. 최설윤 길드장님과 장천의 회장님은 저랑 윤리사가 처리, 아니. 잘 보낼게요.”

하지만 윤사해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리사.”

“응, 아빠.”

“네가아…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하니……?”

“응, 궁금하기는 한데.”

미안하지만, 아빠. 나는 아빠가 맨정신일 때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나는 치미는 말을 꾹 삼키고는 윤사해를 쳐다봤다. 윤사해가 취기가 잔뜩 오른 얼굴로 헤실거렸다.

“네 엄마가 덮쳤단다.”

“푸흡!”

옆에서 술을 들이켜 마시고 있던 최설윤이 마시고 있던 것을 뿜었다. 장천의가 잔잔히 미소를 그리며 최설윤에게 티슈를 넘겨줬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사해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나도 덮쳤지.”

장천의의 손에서 티슈가 나풀나풀 떨어졌다.

최설윤과 장천의는 자신이 지금 뭘 들었는가 싶은 얼굴로 윤사해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랑 저세상도 그들과 똑같은 얼굴로 윤사해를 보는 중이었다.

윤사해는 그런 우리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지 헤실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설마 네가 생길 줄은 몰랐단다. 분명 조심했는데. 아, 그래. 사실, 정말로 몰랐어. 네 엄마가 그렇게 너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거야.”

“그, 그랬어……?”

“응, 네가 생길 줄 알았다면 집을 새로 만들었을 텐데. 네 방을 조금 더 잘 꾸미고 그랬을 텐데.”

“그, 그랬구나.”

“으응.”

윤사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빠, 취하더니 말이 많아지셨다.

덕분에 궁금한 건 해소됐지마는.

어쨌거나 결국 내가 태어난 건 두 사람의 실수 때문에 빚어진 거라는 거였다.

‘뭐, 예상했던 일이니까 말이지.’

그 때문에 실망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빠?”

윤사해가 갑자기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치를 보며 술을 홀짝이던 최설윤과 장천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윤사해 길드장?”

“고, 고객님?!”

놀라 외치는 소리에 저세상이 다시 한번 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설윤 길드장님, 장천의 회장님! 이만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윤리사, 뭐 해? 어서 치우지 않고!”

“응? 아, 응! 알았어!”

나는 저세상의 말에 따라 황급히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얼떨떨한 얼굴이었던 최설윤과 장천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흠, 흠. 최설윤 길드장님, 이만 일어날까요? 리사 양과 세상 군, 내일 학교도 가야할 테니 말입니다.”

“그래, 그러자. 리오랑 리타 돌아오면 인사하고 가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윤사해 길드장님, 오늘 즐거웠습니다. 부디 오늘 일은 잊으셨으면 좋겠군요.”

“그러게, 내일 일어나서 이불 차지 말고 오늘 일은 꼭 잊도록 해.”

하지만 윤사해는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려댈 뿐이었다.

최설윤과 장천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집을 나섰다.

나는 두 사람을 배웅하고 돌아와 윤사해를 일으켜 세웠다.

“아빠, 그만 일어나. 들어가서 자.”

“맞아요, 아저씨.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저세상이 윤사해의 팔을 붙잡을 때였다.

“세상아.”

“허억……!”

윤사해가 저세상을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저세상이 어쩔 줄 몰라하며 두 눈을 끔뻑일 때.

“리사.”

“으악!”

윤사해가 이번에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얼떨결에 저세상과 함께 윤사해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왜 하필 저세상이랑 함께야?! 나만 안아 주지!

괜히 두 뺨을 부풀리는데, 윤사해가 나와 저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맙단다.”

그 말에 우리는 두 눈을 데굴 굴리고는 헤실거렸다.

“응, 아빠. 나도 아빠 딸이라서 엄청 좋아! 행복해!”

“저… 저도 좋아요, 아저씨. 저를 거둬 줘서요. 이렇게 먹여 주고 입혀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말 하지 말렴.”

윤사해가 저세상을 끌어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에 저세상이 아프다는 듯이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쨌든 우리는 윤사해를 겨우겨우 그의 방에 밀어 넣었다.

“후우, 아빠도 참! 최설윤 길드장님이랑 장천의 삼촌이 주는 대로 계속 받아마시더니!”

“오늘 마시고 싶었었나 보지.”

저세상이 뒷목을 꾹꾹 누르고는 말했다.

“씻고 자러 들어가.”

“저것들 치워야지.”

나는 거실을 굴러다니고 있는 빈 병을 가리켰다.

“내가 치울게.”

그러니까 자러 가라면서 저세상이 내 등을 떠밀었다.

“진짜? 안 도와줘도 돼?”

“안 도와줘도 돼.”

계속 괜찮다고 구니 어쩔 수 없었다.

“알았어, 그럼 나 자러 들어갈게.”

“그래.”

나는 그렇게 저세상에게 인사하고는 방에 들어갔다. 그대로 침대에 풀썩 눕는데 윤사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맙단다.’

분명 어릴 적부터 그와 비슷한 말을 수없이 들었던 것 같은데 새삼스럽게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이불을 끌어 올리고는 헤실거렸다.

***

그리고 맞이한 다음 날, 윤사해는 잔뜩 피곤한 얼굴로 우리에게 물었다.

“리사, 세상아. 혹시 내가 어제 실수한 것 없니?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구나. 최설윤 길드장과 장천의 회장, 그 두 사람은 또 언제 돌아간 건지…….”

끝을 흐리는 목소리에 나와 저세상은 시선을 한 번 교환하고는 방긋 웃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맞아, 아빠! 잘 모르겠는데?”

윤사해는 못 미덥다는 얼굴로 윤리오가 끓인 콩나물국을 한 숟가락 떠 올렸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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