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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85)화 (185/500)

185화. 돌아와요, 아빠!(3)

윤사해가 뱀의 두꺼운 비늘을 갈라 심장을 꺼냈다.

“자.”

“…….”

에일린 리가 제게 내밀어진 심장을 빤히 바라봤다. 그에 윤사해가 얼굴을 찌푸렸다.

“뭐해, 안 먹고.”

“자기야, 미쳤어?”

에일린 리가 윤사해를 향해 제정신이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내가 비위가 좋은 편이기는 한데, 방금 막 꺼낸 심장을 생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비위가 좋은 건 아니거든.”

“그럼, 이거 이대로 둬?”

이대로 뒀다가는 상하고 말 터였다. 그림자 속에 넣어 두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찝찝한데.’

윤사해가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하지만 이내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내가 먹을 건 아니니까 그냥 넣어 둘까?’

윤사해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익혀 줘.”

“뭐?”

“자기, 불 피울 수 있잖아. 그걸로 익혀 달라고.”

“장난해?”

윤사해가 사납게 얼굴을 구겼다.

제 스킬은 음식을 익혀 먹는데 쓰라고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하지만 에일린 리는 고집불통이었다.

“자기,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어.”

아이들과 떨어진 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갔다.

꾸준히 통화를 하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됐다.

“그러니까 어서 먹어.”

“익혀 주면 먹는다니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먼저 꼬리를 내린 건 윤사해였다.

“망할.”

윤사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하나, <[A, 숙련 불가] 도깨비불>을 이용해 불을 피워냈다.

에일린이 노릇노릇 익혀지는 심장을 보며 윤사해에게 물었다.

“혹시 접시 있어?”

“있을 것 같아?”

짜증 섞인 목소리에 에일린 리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럼 이걸 맨손으로 뜯어서 먹어야 한다는 거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윤사해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녀를 불렀다.

“그런데 에일린.”

“응?”

“이걸 먹는다고 정말 네 저주가 풀릴까?”

지금 중요한 건 그거였다.

기껏 찾은 에일린 리의 저주를 풀 실마리가 과연 해답이었는가 말이다.

윤사해의 질문에 에일린 리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기를 바라야지.”

그러고는 말했다.

“사실, 저주가 안 풀려도 좋아.”

지금은 애정과 그와 관련된 모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에일린 리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 감정을 되찾게 된다면…….

‘안 놓아 줄지도 몰라.’

에일린 리가 윤사해를 흘긋거렸다. 그래서 에일린은 바랐다.

“내 상태가 여기서 더 악화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윤사해는 말없이 에일린 리를 바라보았다. 제 아이들을 닮은, 아니. 제 아이들이 닮은 여자를.

곧 그는 에일린 리한테서 시선을 돌린 후 그녀에게 노릇하게 구워진 심장을 내밀었다.

“자.”

“땡큐.”

에일린 리가 윤사해한테서 익혀진 심장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에일린이 구워진 심장을 한 입 베어물 때, 그녀와 윤사해의 아이들은 미국에 도착한 광혜원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

“네, 누나. 그럼 부탁할게요.”

윤리오가 광혜원의 전화를 끊고는 우리에게 말했다.

“혜원이 누나, 사야 누나랑 형들하고 같이 지금 바로 미국 전역의 폐쇄 던전을 조사하기 시작했대.”

“정말?”

“응, 미국 쪽에서 인력을 많이 배치해 줬나 본데?”

“다행이다……!”

윤리오의 말에 윤리타가 크게 안도했다. 나 참, 왜 이렇게 걱정인지 모르겠다.

‘윤사해는 지금 에일린이랑 먹방 중인데 말이지.’

먹방을 찍고 있는 사람은 에일린 리, 그녀뿐이었지마는.

“리사, 세상아. 들었지? 아빠, 곧 돌아올 거야.”

윤리타가 나와 저세상을 꼭 끌어 안으며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나와 저세상은 다행이라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윤사해가 무사하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윤리오가 말했다.

“윤리타, 애들 그만 괴롭히고 이제 정신 차려.”

“정신 차렸거든? 혜원이 누나한테 전화 올 때까지 정신 놓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데!”

윤리타가 불퉁하게 입술을 씰룩였다. 윤리오는 윤리타의 말을 못들은 척 무시하며 말했다.

“아버지한테 필요한 물건이나 생각해 봐.”

“그건 왜?”

“돌아오시면 당분간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니가 황제 감금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윤리타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것도 잠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저세상이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윤리오와 윤리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괜히 남매가 아니었어. 어쩜 남매가 똑같은 소리를 하지?”

“그게 무슨 소리야, 세상이 오빠?”

왜인지 모르게 욕처럼 들리는데, 내 착각이겠지?

내 날선 시선에 저세상이 조용히 나한테서 고개를 돌렸다.

자식, 겁 먹기는!

나는 키득거리며 웃고는 내 앞에 떠있는 푸른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윤사해의 안위를 확인한다고 시도때도 없이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을 사용해서 그런가? 이제 오래 사용해도 눈이 아프지 않았다.

한편, 윤리오와 윤리타는 윤사해를 황제 감금한 뒤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이매망량 입단 시험 준비하는 것 좀 봐 달라고 하자. 겸사겸사 시험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아버지가 말해 줄 것 같아? 그냥 편안하게 쉬게 해 주자.”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저렇게 유난인지 모를 일이었다.

***

“맛없어! 오물을 먹는 기분이야!”

심장을 먹고 있던 에일린이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잘만 먹는군.”

“먹을 수밖에 없으니까 먹는 거지. 마음 같아서는 버리고 싶다고.”

에일린 리가 구시렁대며 남은 심장 조각을 모두 한 입에 삼켰다.

와락 구겨지는 얼굴에 윤사해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때?”

“자기야.”

에일린 리가 입가에 묻은 핏물을 닦아 내고는 말했다.

“어떤 영약이라도 먹는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아.”

그러니까 아직 제 상태를 잘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윤사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효과가 없으면 곤란한데.’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윤사해였다.

‘괜히 도와주겠다고 했나?’

하지만 윤사해는 알았다. 그때 에일린 리를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분명 후회했을 거라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 에일린 리와 함께 미국에 온 것이었다.

그 순간 에일린이 말했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해졌어.”

“편안해졌다니?”

윤사해의 물음에 에일린이 돌연 그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렇게 자기 얼굴을 빤히 내 눈에 담을 수 있게 됐다는 소리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던 에일린 리였다.

제 코앞에 다가온 여자의 얼굴에 윤사해의 두 뺨이 붉어졌다.

“왜 그래? 설마, 물에 빠졌었다고 이제 와서 감기에 걸렸다거나 열이 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니야!”

윤사해가 전 부인의 이마를 한껏 밀어내며 말했다.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니까 그러지! 놀랐잖아!”

“뭐야, 자기.”

에일린이 윤사해의 손이 닿았던 이마를 만지작거리고는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예뻐서 놀랐어?”

“제발 그 입 좀 닥쳐, 린.”

날선 목소리에 에일린 리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놀리기 참 좋은 남자였다.

윤사해가 실없이 웃고 있는 에일린을 보고는 와락 얼굴을 구겼다.

“그만 웃지 그래?”

“웃긴 걸 어떻게 해?”

에일린 리는 그렇게 한참을 웃고는 윤사해에게 물었다.

“이제 여기에서 나가야지?”

“그래, 나가야지.”

거주자의 부산물을 찾아 그 심장을 취한다는 목적을 얼떨결에 달성해 버렸다.

이제 남은 건 하나, 폐쇄 던전을 탈출하는 것.

윤사해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태랑을 불러야겠군.”

태랑, 공간과 관련해서 모르는 게 없는 거주자였다. 그라면 이곳의 구조를 금방 파악할 터였다.

윤사해의 말에 에일린 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꼭 거주자를 불러야겠어?”

둘이서 출구를 찾으면 안 되겠냐는 소리였다. 그에 윤사해가 고개를 저었다.

“던전에 갇히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걱정하고 있을 거야.”

지금쯤, 서차웅이 자신과 연락이 끊어진 것을 걱정하면서 아이들을 찾아갔을 터였다.

윤사해의 말에 에일린 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를? 자기를?”

“그래.”

간결한 대답에 에일린 리가 실소를 터트렸다.

“우리 애들, 아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가 보네?”

“시끄러.”

윤사해가 사납게 얼굴을 찌푸릴 때였다.

“사야 님! 여기 봐요! 여기 구멍이 뚫려 있어요!”

“화홍, 조심해요. 폐쇄 던전이라고 해도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윤사해와 에일린 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이내 두 사람은 씨익 웃고는 안 쪽으로 들어오는 류화홍과 사야를 반겼다.

폐쇄 던전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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