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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84)화 (184/500)

184화. 돌아와요, 아빠!(2)

윤사해의 실종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어제 저녁 늦게 우리 집을 찾아온 서차웅의 뺨을 있는 힘껏 때린 덕분이었다.

서차웅은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에 따라 윤리오와 윤리타에게 윤사해가 폐쇄 던전에 갇혔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 후에는…….

‘류화홍과 사야, 그리고 광혜원과 다른 이름 모를 길드원들을 미국으로 파견했다고 했지?’

윤사해와 에일린 리를 찾고자 말이다. 서차웅이 쌍둥이와 대화하는 것을 엿들었었는데, 미국 쪽에서도 도움을 준다고 했단다.

‘하긴, 에일린 리도 실종됐으니까.’

미국에서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었으니 그쪽에서도 곤란한 모양이었다.

‘정확히 어디에 있는 던전에 갇혀 있는지 알면 좋을 텐데.’

하다못해 서차웅에게 에일린 리와 어느 지역을 방문할지 알렸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어쨌든 간에 중요한 건, 윤사해는 무사하다는 거였다. 나는 내 앞에 떠 있는 푸른 시스템 창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람?”

두 사람은 꽤 심각한 얼굴이었다. 무언가 의견을 주고받듯,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어? 어엇? 아빠, 어디 가?! 엄마랑 어디 가려고? 그냥 거기 있어!”

갑작스럽게 자리를 옮겼다.

조난을 당했을 시,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그 위치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아빠아!”

나는 윤사해에게 들리지 않을 외침을 빽빽 내질러댔다.

“야, 윤리사! 너 또 스킬 사용하면서 아저씨 보고 있지?!”

저세상이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나를 다그칠 때까지, 나는 발을 동동 굴려댔다.

***

폐쇄된 던전에 떨어진 지 이틀.

윤사해가 에일린 리와 함께 걸음을 옮기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하를 한 번 더 탐험해서 출구를 찾아도 모자랄 판에 어디를 가자는 거야?”

“너무 그렇게 짜증내지 마, 자기야. 이곳이 어디인지 알 것 같아서 그러는 거니까.”

윤사해가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에일린 리는 씨익 웃고는 말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건, 내 저주를 풀 거주자의 부산물을 찾기 위해서였잖아?”

“그래, 의술에 능통한 어느 신의 지팡이를 휘감고 있던 뱀의 흔적이 이곳에서 발견돼서 온 거였지.”

그리고 그 뱀을 붙잡기 위해 윤사해는 에일린 리와 함께 이곳에 온 것이었다.

에일린 리가 주변을 살펴보다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던전이 그 뱀의 소굴이야.”

“뭐?”

“한 번 보고로 올라온 적 있어. 이 근처에 자리한 폐쇄된 던전을 둥지로 삼고 있는 마수가 한 마리 있다고 말이야.”

에일린 리가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윤사해에게 말했다.

“그 마수, 분명 뱀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했어.”

그에 윤사해가 눈가를 찡그렸다.

“그걸 왜 이제야 기억해낸 거야?”

“그야,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든. 따로 조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말이야.”

에일린 리가 능청스레 대꾸하고는 말했다.

“어쨌거나 잘 된 일이지 않아?”

뭐가 잘 됐다는 건지 모르겠다.

윤사해가 짜증스레 한숨을 내쉬고는 에일린 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린, 출구를 찾고자 돌아다녔을 때 아무것도 없었잖아.”

“그야, 이곳만 돌아다녔으니까 그러지!”

에일린 리가 활짝 웃고는 손가락을 들었다.

“자기, 저기 좀 부숴 줄래?”

“무너질 텐데.”

“안 무너져.”

에일린 리가 벽에 다가가서는 주먹으로 몇 번 두드렸다. 통통, 울리는 맑은 소리에 윤사해가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뒤쪽에 공간이 있거든. 나만 믿고 부숴 봐.”

나 원, 믿을 수가 있어야지.

윤사해가 치밀어 오르는 말을 꿀꺽 삼키고는 창을 꺼내 쥐었다.

어찌됐든 에일린 리는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윤사해는 에일린 리를 믿으며 창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콰과광-!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벽이 무너져 내렸다. 먼지가 걷힌 후, 윤사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공간이 있었군.”

“거 봐, 내가 뭐라고 했어.”

에일린 리가 배시시 웃고는 벽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윤사해가 곧장 그녀의 뒤를 따라붙었다.

“흐음, 자기야. 공기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윤사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공기가 축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일린, 뱀을 어떻게 해야 네 저주가 풀린다고 했지?”

“심장을 꺼내 먹어야 한다고 했어.”

바닥에 큰 구렁이가 지나간 듯한 흔적이 보였다. 에일린 리 역시 그것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흔적의 끝에는.

-쉬이이.

붉은 눈을 가진 구렁이가, 아니. 커다란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몬스터 혹은 마수처럼 보이나 눈앞의 뱀은 거주자의 부산물이 분명했다.

윤사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신의 부산물 중에는 살아 있는 것도 있다더니만.”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었다.

“죽여도 되나?”

“죽이려고 온 거잖아, 자기야. 왜, 걱정 돼?”

에일린 리가 물은 것은, 괜히 거주자의 부산물을 해쳤다가 저와 같이 저주를 받으면 어쩌나 걱정되느냐는 거였다.

윤사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것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에일린 리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신의 지팡이를 휘감았던 뱀이 이곳에 떨어져 있다는 건, 그 신의 화를 샀다는 말.”

그러니 죽여 심장을 갈라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 거라며 에일린 리는 덧붙여 말했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잡는담?”

“너는 물러나 있어.”

윤사해가 에일린의 앞을 막아서며 창을 들었다.

타앙-!

짧게 총성이 울린 건 그 순간이었다. 윤사해가 사납게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에일린 리가 총구에서 일어난 연기를 후, 하고 불고 있었다. 동시에 총에 맞은 뱀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키에에에!

동굴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 뒤로 에일린 리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자기야, 나 그렇게 안 연약해. 알잖아?”

“그래, 아주 잘 알지.”

윤사해가 쥐고 있던 창을 뱀을 향해 가볍게 내던졌다.

“뒤처리가 허술한 것도 아주 잘 알고 말이지.”

윤사해가 내던진 창은 그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서 달려들려고 했던 뱀을 관통했다.

-키에! 에엑!

뱀이 고통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죽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목숨이 꽤 질긴 모양이었다. 윤사해가 성가셔 죽겠다는 얼굴로 에일린에게 물었다.

“린, 내가 저걸 잡는다고 해도 저것의 심장을 먹을 수 있겠나?”

“글쎄, 그래도 어떻게든 먹지 않을까? 하루라도 빨리 이 빌어먹을 저주를 풀고 싶으니까 말이야.”

사실, 저주가 풀리든 그러지 않든 에일린 리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랐다.

시도 때도 없이 드는 살의 충동이 잠재워지기를. 저를 사람답게 살 수 없게 하는 욕구가 한시라도 빨리 사라지기를 말이다.

에일린의 말에 윤사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 역시 네 저주가 하루라도 빨리 풀렸으면 하는군.”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이들한테 돌아갈 수 있었으니.

윤사해의 밑에서 옅게 그림자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뱀이 피를 철철 흘리며 윤사해를 향해 달려들었고.

“죽여.”

윤사해는 말없이 제 그림자에게 명령했다.

***

윤사해의 실종으로 일어났던 소란이 많이 잠재워진 밤.

나는 팔짱을 낀 채로 허공을 응시 중이었다. 정확히는, 내 앞에 떠 있는 푸른 시스템 창을 말이다.

“세상이 오빠, 혹시 알고 있는 뱀 있어?”

“뱀?”

내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저세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팔라크밖에 모르겠는데.”

팔라크.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위치한 S급 던전, 팔라크의 둥지에 있는 보스 몬스터였다.

“생각해 보니 걔도 뱀이었구나?”

“응, 갑자기 뱀은 왜?”

아빠가 뱀을 잡고 있어서.

……라고 말했다는 저세상한테서 또 잔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함부로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이다.

내 나이 열 살, 내 몸 하나는 알아서 챙길 수 있는 나이인데 걱정도 많지.

나는 불퉁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저세상이 그런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윤리사?”

“그냥, 우리 아빠. 엄마 때문에 미국으로 간 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 난데없이 뱀 이야기를 꺼내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저세상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시선에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이유가 뱀이랑 관련이 있는 일인 것 같아서. 그냥 뱀이 아니라, 팔라크처럼 아주 커다란 뱀.”

“그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내가 듣기에도 참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하지만 억울했다.

윤사해는 에일린 리와 함께 일부로 뱀을 찾아가 그를 사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량으로 삼을 목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이유는 하나.

‘뱀을 사냥해야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 이유가 에일린 리와 크게 관련이 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은 왜 소리는 지원하지 않고 이렇게 보여 주기만 해서 나를 이렇게 답답하게 만드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나는 윤사해가 뱀의 비늘을 갈라, 그것의 심장을 꺼내는 걸 보며 다시 한 번 더 다짐했다.

윤사해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집 밖을 싸돌아다니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말이다.

우리 아빠. 미국 가서 정글의, 아니, 던전의 법칙을 찍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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