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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83)화 (183/500)

183화. 돌아와요, 아빠!(1)

서차웅이 왜 아침 댓바람부터 우리 집을 찾아왔나 했더니…….

‘윤사해가 사라졌다니?’

그것도 에일린 리랑!

나는 심각하게 얼굴을 굳혔다.

“아버지랑 언제부터 연락이 안 됐는데요?”

“미국에서 사라진 거죠? 형들이랑 누나들 그쪽으로 파견했어요?”

“서 비서님! 조용히 입 다물고 있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 주세요!”

나는 서차웅을 닦달 중인 윤리오와 윤리타를 뒤로하며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을 활성화시켰다.

새삼스레 내게 이런 스킬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걱정이 됐다.

‘거리가 멀다고 스킬이 발동되지 않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곧 익숙한 메시지 창이 내 앞에 나타났다.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이 발동됩니다.】

【각성자, ‘윤사해’를 인지합니다.】

메시지가 사라지자마자 나타난 건 윤사해를 비추고 있는 푸른 윈도우 창이었다.

윤사해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비록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허리 아래는 아니었고 허리 위였다.

그런데, 문제는.

“미친……!”

“리사?”

에일린 리도 허리 위를 드러내고 있었다는 거다. 물론, 속옷은 입고 있었다.

속옷만 입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

“리사? 갑자기 왜 그래?”

윤리오의 질문을 뒤이어 윤리타가 내게 물었다.

“윤리사, 너 스킬 사용하고 있는 거 아니지?”

속으로 뜨끔했지만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윤리타는 금방 의심을 거뒀다.

윤리타에게 지금 중요한 건 서차웅을 닦달해 윤사해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날 선 시선이 느껴졌으니.

‘저 망할 주인공은 왜 저렇게 노려보고 있는 거야?’

저세상이었다.

나는 저세상의 시선을 모른 척 무시하며 내 앞에 뜬 푸른 윈도우 창을 노려보았다.

‘아빠! 넷째는 안 돼!’

속으로 한껏 빌면서 말이다. 윤 씨네의 막내는 영원히 나여야만 했다.

***

뚝뚝,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동굴의 깊은 안.

“빌어먹을.”

윤사해가 짜증스레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낮게 욕설을 지껄이는 목소리 뒤로 에일린 리가 말했다.

“그러게, 정말 빌어먹을 상황이야. 그치, 자기야?”

“그 망할 ‘자기’ 소리 좀.”

“할 거야, 계속.”

그래야 한때 윤사해와 부부의 인연으로 함께 살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보다 큰일이네. 하필 폐쇄 던전 안으로 떨어질 게 뭐람?”

에일린 리가 뚱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두 사람이 떨어진 곳은 오래 전에 폐쇄된 던전이었다.

몬스터가 더 이상 리젠(Regen)되지 않는 던전.

에일린 리와 윤사해는 그곳에 떨어지고 말았다.

‘젠장, 린에게 걸려 있는 저주를 풀 거주자의 부산물을 구하고자 한 것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를 일이었다.

“린, 네 휴대폰은?”

“먹통, 네 거는?”

“내 것도 당연히 먹통이지. 같이 빠졌었잖아?”

에일린 리가 싱글벙글 웃었다. 윤사해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는 제 전 부인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일린 리는 윤사해가 어깨 위에 덮어 준 코트를 꼭 끌어 쥐며 말했다.

“아, 추워.”

“추울 게 뭐가 있다고.”

에일린 리는 A급 각성자였다. S급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비각성자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윤사해의 말에 에일린 리가 배시시 웃었다. 윤사해는 그에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에일린 리의 웃는 얼굴에서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자식들의 토끼 같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젠장.’

윤사해가 황급히 에일린 리한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로 걸음을 옮겼다.

“자기야?”

에일린 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기 있어. 빠져나갈 통로가 어디 없나 찾아보고 올 테니.”

“없었잖아?”

폐쇄 던전에 떨어진 직후, 두 사람은 출구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지상에서는 말이다.

“린, 우리가 저 웅덩이를 통해서 이곳으로 빠져나왔었지?”

“응.”

“그럼, 빠져나가는 것도 저 웅덩이를 통해서겠지.”

그러니까 물이 고여 있는 지하에서 출구를 찾아보겠다는 소리였다.

윤사해가 그렇게 망설임 없이 웅덩이 안으로 빠지려고 할 때였다.

“에일린?”

에일린 리가 윤사해의 손가락 끝을 붙잡았다. 윤사해가 미간을 살포시 좁히고 전 부인을 쳐다봤다. 에일린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닌 것 같으면 바로 올라와. 나 혼자 남겨 두지 말란 말이야. 알겠어, 윤사해?”

그에 윤사해의 입꼬리가 비딱하게 올라갔다.

“린, 네가 꽤 불안정한 상태이기는 한가 봐. 그렇게 두려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실없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대답이나 해.”

윤사해는 에일린 리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윤사해는 웅덩이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풍덩!

시원한 소리와 함께 윤사해는 출구를 찾고자 헤엄치기 시작했다.

‘아.’

한참을 헤엄치던 윤사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르르르.

더는 몬스터가 리젠되지 않는 폐쇄된 던전, 그렇다고 해도 남아 있는 몬스터는 있었다.

윤사해가 저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는 몬스터를 보고서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흐음.’

무시하고 지나가고 싶었지만…….

‘순순히 보내 줄 것 같지가 않은데.’

윤사해가 성가셔 죽겠다는 얼굴을 보였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제 유일한 약점이 물이라고 생각할 터였다. 하지만 알아 둬야할 것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

물속에서도 그림자는 졌다.

***

윤리오와 윤리타에게 붙잡혀 있던 서차웅은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서차웅이 떠난 뒤, 윤리오와 윤리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윤사해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이 지나고 나서도 윤사해한테서 소식이 없으면 윤사해의 실종이 대외적으로 알려질 거라고 했지?’

윤사해의 실종이 세간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기는, 엄청 골치 아파 지겠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각성자가 사라졌다. 강한 각성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국력이 되는 세상인데, 그의 실종이 알려진다면…….

“에휴.”

머리가 복잡해졌다. 윤사해의 실종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다친 곳 하나 없이 아주 멀쩡했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는 수중 전투도 끝마쳤고 말이지.

내가 걱정하는 건 윤사해가 이후 돌아왔을 때의 상황이었다.

‘엄청 고생하겠지?’

그렇게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저세상이 들어왔다.

“윤리사, 괜찮아?”

“응, 괜찮아. 세상이 오빠는 괜찮아?”

“나야 괜찮지.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응, 괜찮은데? 왜?”

“너 눈, 지금 엄청 빨개.”

“아, 그래?”

나는 손을 들어 눈가를 꾹꾹 눌렀다. 아무래도 인지의 눈을 오랫동안 활성화시켜 눈이 피로해졌나 보다.

‘윤사해가 에일린 리랑 허튼짓할까 조마조마해서 지켜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네.’

다행히도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거나 그런 낯 뜨거운 행각은 벌이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었다.

“윤리사.”

아, 깜짝이야.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저세상이 내게 물었다.

“너, 아저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응?”

“스킬 썼잖아, 너.”

눈치 한 번 귀신같다.

“무사해? 그것만 알려 줘.”

나는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윤사해의 안위를 묻는 저세상이 새삼스레 참 웃기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각성, 그 후』에서 아주 망설임 없이 윤사해를 죽였으면서.’

그런데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아주 걱정된다는 듯이 말이다.

뭐, 어쨌든 나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인 주인공님께 대답해줬다.

“무사해.”

“뭐?”

“우리 아빠, 무사하다고.”

저세상이 눈에 띄게 안도하는 얼굴을 보였다. 나는 그로부터 시선을 돌린 후 심드렁하게 말했다.

“웬 동굴에 떨어진 것 같아. 평범한 동굴은 아닌 것 같은데?”

“아저씨가 쉽게 나오지 못하는 곳이라면 폐쇄 던전일 거야. 그것도 꽤 복잡한 구조의 폐쇄 던전.”

그러지 않고서야 윤사해가 그렇게 연락이 끊길 리가 없다고 저세상은 덧붙였다.

나는 시무룩한 얼굴을 보였다.

“아빠가 엄마랑 같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러실 거야.”

저세상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잖아.”

왜인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피식 웃고는 재잘거렸다.

“아빠, 돌아오면 밖에 못 나가게 할 거야.”

“이매망량에도?”

“응! 이매망량 분들이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

저세상이 키득거리며 웃고는 내게 물었다.

“형들한테 안 알려 줄 거야?”

“아빠가 무사한 거?”

“응.”

나는 입술을 씰룩였다.

“알려 주면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나를 닦달하지 않을까?”

그리고 결국 혼이 나게 될 거다. 어린 몸으로 스킬을 함부로 사용했다고 말이다.

저세상이 나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형들, 저러다가 쓰러질 것 같은데.”

그건 그랬다. 서차웅이 떠난 후, 두 사람은 식사도 거르고 윤사해의 행방을 이 잡듯이 찾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서 비서님을 이용해야겠어.”

“어떻게 이용할 건데?”

나는 씨익 웃으며 저세상에게 손바닥을 보여 줬다.

어떻게 이용하기는?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로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어야지!

나는 윤사해를 찾느라 고생 중일 서차웅의 평안을 비는 한편, 그가 한시라도 빨리 우리 집에 다시 찾아오기를 바랐다.

뺨 때려야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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