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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56)화 (156/500)

156화. 청(淸) 가문(3)

청류하.

그는 청해솔과 청해진에게 있어서는 사촌 되는 사람이었다.

『각성, 그 후』에서 그는 굉장히 욕심 많고 탐욕스러우며 오만한 남자로 등장했었다.

또한, 청해솔이 가주인 것에 크게 불만을 품고 있었던 각성자이기도 했다.

그 불만이 얼마나 컸는지, 악의적으로 청해솔을 폄하하는 것은 기본.

그녀를 가주직에서 물러나게 만들기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사용했었다.

청해솔은 청류하가 저지르는 모든 행위를 알고 있었다.

「“있잖아, 누나. 그거 알아? 누나네 가문에 있는 형이 나한테 누나를 죽여 달라고 사주한 거.”

“응, 알아. 모르면 바보지.”」

『각성, 그 후』에서 청해솔은 분명 초랭이와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하지만 청해솔은 몰랐다.

청류하에 의해 가문이 멸문당할 위기에 처할 줄은.

결국, 청해솔은 가문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하지만 『각성, 그 후』에서 청해솔은 말했었다.

「“당신들이 빌어먹을 청(淸)의 사람들이라서 구하는 게 아니야. 죄가 없기 때문에 구해주는 거지.”」

청해솔이 왜 ‘죄’를 운운했는지는 모른다.

『각성, 그 후』에서 알려 주지 않은 것을 내가 알 도리는 없었다. 더욱이 지금에 와서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일이었으니…….

“윤사해 길드장님께서 잘 지내고 계시다니 다행이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 리오?”

내가 알 길은 더욱 없겠지.

나는 청류하의 말에 방긋 웃었다.

“아니요, 리사요. 리오는 첫째 오빠 이름이에요.”

“아아, 그렇구나. 미안해.”

청류하가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얼굴로 내게 꼬치꼬치 윤사해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다.

“윤사해 길드장님께서는 오지 않는다니? 체험 활동이 끝날 때쯤에 오시려나.”

“글쎄요.”

나는 어깨를 으쓱여줬다.

그보다 이 망할 아저씨, 뒤로 있는 내 친구들은 보이지 않나 보다. 나만 붙잡고 계속해서 윤사해에 대해 묻고만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귀한 자제 분이 우리 가문에 이렇게 보내 주셨는데, 체험 활동이 끝날 때쯤에 얼굴을 비추겠지.”

우리 아빠가 왜요?

나는 튀어나오려는 물음을 가까스로 집어 삼켰다.

그때, 뒤로 물러나 있던 정하담이 고개 숙이며 청류하에게 말했다.

“류하 님, 죄송하지만 이제 가 봐야 합니다.”

그 말에 청류하의 얼굴이 사납게 돌변했다.

“지금, 네 까짓 게 감히 내 말에 토를 단 거야?”

“그것이 아니라…….”

“닥쳐!”

쫘악-!

청류하가 정하담의 뺨을 내리쳤다. 나는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저세상을 비롯해 다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무슨 저런 성격파탄자가 다 있지?

하지만 다짜고짜 뺨을 맞은 정하담은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모양이다.

청류하는 뒤늦게 사과했다.

“미안, 놀랐지? 저 녀석이 주제도 모르고 우리 대화에 끼어들어서 그래서.”

정하담이 아니라, 나에게.

기가 차서 웃음도 안 나왔다. 나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니요, 많이 안 놀랐어요. 하지만 오빠.”

나는 청류하에게 가까이 와 보라며 손짓했다. 청류하가 무릎을 굽히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사람을 때리면 안 되죠.”

“응?”

나는 그대로 청류하의 뺨을 때렸다. 일곱 살 때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열 살이라 그런지, 손아귀에 제법 힘이 들어갔다.

청류하가 고개가 돌아간 채 멍하니 두 눈을 끔뻑였다. 그것도 잠시, 그는 경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너, 지금……!”

나는 헤실거리며 청류하에게만 들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정하담 씨한테 사과하세요. 진심 어리게.”

청류하가 자신이 왜 그래야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가 발동됩니다.】

【적용 대상은 ‘청류하’입니다.】

시스템 창이 떠오르기 무섭게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정하담, 내가 미안해!”

“류… 류하님……?”

청류하가 무릎 꿇고는 정하담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무릎만 꿇은 게 아니라, 바닥에 머리를 박기도 했다.

정하담은 놀라 청류하를 말렸다.

“류하님! 왜 이러십니까?!”

“미안해서 그래, 미안해서!”

나는 그 모습에 만족스러워하며 뒤로 물러났다.

“저 오빠 진짜 이상해. 정하담 오빠한테 화를 낼 때는 언제고, 또 이번에는 미안하다고 하네.”

저세상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윤리사, 너는 진짜 무서워.”

내가 뭐 어쨌다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

이매망량이 위치한 귀수산.

윤사해는 바쁘게 올라온 보고서를 확인 중이었다. 서차웅이 그의 겹에서 업무를 돕다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리사 아가씨와 세상 도련님께서도 지금쯤 청 가문에 도착했겠군요.”

“그래, 조금 전에 세상이한테서 도착했다고 연락을 받았네.”

“그렇군요.”

서차웅이 그렇게 말하곤 윤사해를 흘긋거렸다. 그 시선에 윤사해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서 비서, 내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네? 아, 그게…….”

서차웅이 멋쩍게 뺨을 긁적이며 윤사해에게 물었다.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무엇이?”

윤사해가 서차웅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대답을 예상하고 되물었다.

“리사와 세상이가 청 가문에 간 것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윤사해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걱정되기는 하지.”

윤리오와 윤리타가 고등학생일 때, 수학여행으로 집을 비울 때도 걱정되어 몰래 아들들의 뒤를 쫓았던 윤사해였다.

그런 그인데 윤리사와 저세상을 걱정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괜…….”

……찮을 거라고, 윤사해는 쉽게 말할 수 없었다. 하나뿐인 딸아이의 말간 얼굴이 머릿속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길드장님?”

서차웅의 부름에 윤사해가 헛기침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괜찮을 거라네.”

윤사해는 애써 딸아이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와 함께 피어올랐던 불길함도 지워 버렸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지금, 청 가문에서 윤리사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

청류하는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청 가문의 사람에게 끌려갔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외쳐댔다.

“정하담, 미안해! 내가 귀한 사람에게 감히 손찌검을 했어, 미천한 이 내가!”

정말이지,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정하담은 계속 곤란하다는 듯이 난처한 얼굴을 보이다가 청류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우리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방금 전에 본 건.”

“모두 잊을게요.”

단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단아도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저세상도 마찬가지였다.

도윤이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단아는 불퉁한 얼굴을 보였다.

정하담은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말했다.

“그럼, 계속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별관에 마련된 손님관이었다.

“세 아가씨께서는 오른쪽 끝자락에 있는 방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세 도련님께서는 왼쪽의 끝에 있는 방을 사용해 주시면 되고요.”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예와 단이가 고개를 꾸벅였다. 나도 늦을세라 정하담에게 고개를 꾸벅거리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정하담 오빠!”

“굳이 오빠라고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방 안에 마련된 줄을 당기십시오. 그리고 안에 들어가시면 환복할 옷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그 옷을 갈아입고, 종이 울리면 밖으로 나와 중앙 마당에서 기다려 주면 된다고 정하담은 말했다.

“그럼.”

정하담이 우리를 향해 허리를 한 번 숙여 인사하고는 뒤돌아 별관을 벗어났다.

나와 단예, 단아는 저세상과 도윤이, 단이에게 인사하고는 왼쪽 가장 끝 방으로 향했다.

“아까 전에 그 아저씨 이상했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단예가 단아의 이야기에 방긋 웃었다.

“청류하 씨 말이니, 셋째야?”

“이름은 몰라! 하지만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아저씨 이름 청류하 맞아, 단아야.”

나는 단아에게 청류하의 이름을 알려 준 뒤 말했다.

“확실히 이상했지. 사람을 다짜고짜 때리지를 않나, 그러고는 무릎 꿇고 사과하지를 않나.”

“맞아, 진짜 이상했어!”

단예가 나와 단아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보이기는 했지.”

왼쪽 끝 방에 도착했다.

단예가 문을 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이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 같았어.”

“억지로?”

“응, 예를 들면 정신에 간섭하는 스킬에 당한 것 같다고 할까?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일 리가 없지 않겠니?”

단예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단예의 시선을 모른 척, 무시하며 두 눈을 데굴 굴렀다.

한단예, 이 무서운 친구 같으니라고! 내가 청류하의 뺨을 때리는 걸 보고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청류하의 뺨을 때린 이유에 대해서는 벌레 때문이라고 했었는데!

안 되겠다. 나는 황급히 단예의 관심을 돌리기로 했다.

“저기 봐! 저게 하담이 오빠가 말한 우리가 갈아입을 옷인가 봐!”

“갈아입을 옷? 환복이란 게 갈아입으라는 말이었어?”

단예가 단아의 말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렇단다, 셋째야. 어휘 공부 좀 하렴.”

“이익!”

단아가 분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그런 단아를 보며 작게 웃었다.

다행히도 단예의 관심은 청류하에게서 멀어진 것 같았다.

……맞겠지? 맞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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