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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55)화 (155/500)

155화. 청(淸) 가문(2)

끼이익-!

낡은 문이 열렸다.

“언니.”

들어온 사람은 청해솔.

청해진의 누나이자, 청(淸) 가문의 다음 가주로 유력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각성자였다.

“운조 언니.”

그녀를 이곳으로 부른 이운조는, 지금 의자를 침대 삼아 자고 있는 중이었다.

미동도 않는 그녀의 모습에 청해솔이 버럭 소리 질렀다.

“이운조!”

“흐억……!”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이운조가 의자에서 떨어졌다.

“까, 깜짝이야! 뭐야, 해솔이? 무슨 일로 찾아왔어?”

“언니가 찾아오라면서요.”

청해솔이 이운조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운조가 청해솔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놀랐잖아. 노크라도 좀 하고 들어오지 그랬어?”

“했어요. 언니가 자느라고 못 들었을 뿐이죠.”

청해솔이 잡동사니로 가득한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여전하네요.”

“원래 한결같은 게 좋은 거야.”

이운조가 청해솔에게 앉을 자리를 만들어 줬다. 그런 보람도 없이, 청해솔은 이운조가 졸고 있던 의자에 앉아 버렸다.

“그보다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아, 별일이 있는 건 아니고. 자.”

“……?”

청해솔이 이운조가 건넨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족보잖아요.”

그것도 자신의 가문, 청(淸)의 족보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이운조에게 맡겼던 그 족보.

청해솔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언니!”

“잠깐, 해솔아. 오해하지 마. 내가 설해 남해에 있는 네 본가에 쳐들어가서 족보를 훔쳐왔을까 봐?”

이운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대놓고 쳐들어가지는 않았을 거고, 몰래 잠입하여 훔쳐 왔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운조가 청해솔을 진정시키려는 듯 말을 덧붙였다.

“해솔아, 들어봐. 네가 옛날에 맡겼던 거, 그거 있잖아? 그때 카피해 뒀던 거야.”

청해솔이 이마를 짚었다.

“그걸 도대체 어떻게 카피한 거예요? 진본이 아닌 복사본이었다고 해도 복제를 방지하는 가문의 주술이 걸려 있었을 텐데.”

“당연히 풀지는 못했고!”

이운조가 당당하게 말했다.

“주술이 걸려 있는 그 상태 그대로 카피를 부탁했지. 어느 실력 좋은 녀석한테.”

“그게 가능했어요?”

“가능했으니까 이게 있겠지?”

이운조가 개구진 아이처럼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청해솔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그대로 가지고 계시지. 저한테 왜 보여 주는 거예요?”

“네가 부탁했던 일 있잖아.”

“저주를 풀어 달라는 거요?”

“응, 그거.”

이운조가 비딱하게 웃었다.

“암만, 너희 시조께서 거주자이신 남해 용왕 ‘청(淸)’이라고 해도 말이야.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청해솔이 앓는 목소리를 내었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지는 않아요, 언니.”

잘못 했으면 저주가 발동해 이운조가 크게 다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다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죽었을지도 모른다.

청해솔의 걱정에 이운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한테는 자존심이 밥이야. 어쨌든간에!”

이운조가 청해솔에게 넘긴 족보를 가리키며 웃었다.

“풀었어. 시조 대에 이르는 기록들 끝까지.”

“언니…….”

청해솔이 앓는 목소리를 한 번 내었다가 웃음을 지었다.

“언니는 최고에요.”

“그게 끝이야?”

“계좌로 원하시는 만큼 입금해 드릴게요.”

“크으, 해솔아! 너도 최고야!”

이운조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청해솔은 피식 웃고는 족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족보를 보고 있던 청해솔의 표정이 어느 순간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

“찾은 것 같아요.”

“그때 네가 원하던 게 초랭이에 관한 거였지? 그 녀석 이름이라도 알아냈어?”

“그건 아니지만요.”

청해솔이 눈가를 살짝 찡그리고는 말했다.

“저희 가문에도 방계가 있었네요.”

“방계?”

이운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 가문에 방계랄 게 있어? 너나 네 동생말고는 다같이 남해에 모여 살고 있는데 방계는 무슨, 가신 가문인 거 아니야?”

“아니에요. 가신 가문이면 이 이름을 쓸 리가 없거든요.”

청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이운조에게 밑줄이 쫙쫙 그어져 있는 글자 하나를 보여주었다.

“청(????)……?”

이운조가 눈살을 찌푸렸다.

청해솔은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초랭이 녀석, 그 빌어먹을 탈 때문에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우리와는 다른 색이었어요.”

“다른 색이었다는 말은, 용왕님의 색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거지?”

“네, 분명 그랬어요.”

청해솔의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누나라면서 살갑게 굴더니. 완전 징그러운 조상님이셨잖아?”

청해솔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이운조가 그런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본가에 내려가 보려고요.”

“본가에?”

이운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한창 가주 경합 중이지 않아? 참가하려고?”

“설마요.”

청해솔이 다소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멸문당한 방계 가문에 대해 알아보려고요. 겸사겸사, 청해진 얼굴도 보고요.”

“해진이? 걔는 왜?”

“지금 가문에 내려가 있어요. 리오랑 리타가 가문의 쓸데없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나 봐요. 리오랑 리타뿐만 아니라, 리사랑 세상이도요.”

“오.”

이운조가 입술을 오므렸다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었다.

“그런데, 해솔아. 내가 노파심에 괜히 묻는 걸 수도 있는데…….”

“네, 언니.”

“굳이 방계 가문에 대해 찾아봐야해? 초랭이 녀석도 그래. 그런 녀석,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저도 그러고 싶어요.”

청해솔이 씁쓸하게 웃음을 삼켰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네요. 어쨌든 고마워요, 언니. 덕분에 실마리를 찾았네요. 먼저 일어나 볼게요.”

“그래.”

끼이익, 열렸던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내 사라진 청해솔의 모습에 이운조는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나참, 가문을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

남해, 청(淸) 가문의 대저택 앞.

“우와! 크다! 우리 집보다 큰 집 처음 봐!”

“나도 처음 봐!”

“거짓말! 백도윤, 네 집은 원래 작잖아!”

“아니야! 우리 집도 커!”

한태극네 세쌍둥이 중 막내, 단아가 도윤이와 티격태격거렸다.

“셋째야, 도윤이랑 싸우지 마렴.”

“맞아, 단아야. 그리고 이곳에서는 시끄럽게 굴면 안 돼.”

단예와 단이가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며 단아를 말렸다. 그에 단아가 불퉁하게 두 뺨을 부풀렸다.

“왜 나한테만 그래? 백도윤은!”

“도윤이는 셋째가 시비만 안 걸었으면 조용히 있었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지, 도윤아?”

“응!”

도윤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이좋은 친구들의 모습에 활짝 웃고는 저세상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세상이 오빠, 표정 좀 풀지?”

“너 같으면 풀 수 있겠어?”

저세상은 귀찮음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우리끼리만 와도 됐을 것을.”

“하지만 많을수록 좋잖아.”

무엇보다 청 가문의 전통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세상이 오빠, 저기 단이와 단예의 얼굴을 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했을 때, 분명 저런 얼굴을 보였을 거야.

하지만 저세상은 단예와 단이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리오 형이랑 리타 형은?”

“해진이 오빠랑 같이 있지 않을까? 그보다 아빠한테 전화 좀 해. 도착했다고.”

윤리오와 윤리타는 우리보다 하루 앞서 남해로 출발했었다. 나와 저세상은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느라고 오늘 남해로 왔고.

더욱이 이번 여행에 류화홍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한태극이 준비한 차로 함께 내려온 거다.

저세상이 불퉁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전화하면 되잖아.”

“내려오는 길에 배터리 다 썼어.”

“윤리사, 너 스마트폰 중독이야.”

“그러는 세상이 오빠도 Y튜브 계속 보고 있었으면서?”

내 말에 저세상이 아무말 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하하, 내가 이겼다!

그때, 청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들 왔다고요? 어디 있어요?”

그 목소리는 금방 가까워져, 청해진이 반가운 얼굴을 보였다.

“리사, 세상아! 다른 친구들도 안녕?”

“안녕하세요.”

단이와 단예, 도윤이와 저세상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거렸다. 낯을 가리는 단아는 단예의 뒤로 몸을 숨겼다.

나는 활짝 웃으며 청해진에게 알은 척을 했다.

“우와, 해진이 오빠. 그렇게 입고 있으니까 진짜 귀한 사람 같아.”

청해진은 고운 비단으로 만든 한복을 갖춰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세자같았다.

청해진이 내 말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리사야, 오빠는 원래 귀한 사람이었어.”

청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뒤에 서 있던 사람을 소개해 줬다.

“이 분은 우리 가문의 가신이신 정하담이라고 해. 이 분께서 너희를 안내해 줄 거야.”

정하담.

청남색의 머리칼을 지닌 남자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청해진은 남자를 소개시켜 준 뒤 우리에게 인사했다.

“나는 이만 가 볼게. 할 일이 따로 있어서. 리사, 세상아. 나중에 쌍둥이랑 같이 보자.”

바쁜 와중에 나온 모양이었다.

청해진이 그렇게 가고, 정하담은 우리를 저택 안쪽으로 데리고 갔다. 아무래도 저택을 구경시켜 주려는 모양이었다.

“거기, 웬 아이들이니?”

“류하 님.”

그때, 청해진과 같은 색깔을 지닌 남자가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가슴 아래까지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였는데, 외모가 수려했다.

청류하.

……라는 이름만 아니었으면 잘생겼다고 칭찬이라도 해 줬을 텐데 말이지.

“아, 해진이가 막무가내로 몰아붙였던 체험 활동에 참가하는 아이들인가 보구나?”

청류하가 우리를 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평소 조용히 지내던 녀석이 왜 그렇게 구나 했더니, 귀한 아이들이 와서 그랬나 보네.”

아무래도 우리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청류하가 내 앞에 다가와서는 웃음을 지었다.

“안녕. 윤사해 길드장님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니?”

“네, 아빠는 잘 지내고 계세요!”

그러니까 신경 꺼 주실래요?

미래의 악당 녀석아.

청류하.

그는 『각성, 그 후』에서 청해솔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일조했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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