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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47)화 (147/500)

147화. 10살을 무시하지 마라!(5)

윤리사가 이동 수업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나서던 그 시간.

빛나리 초등학교가 한 눈에 내다보이는 건물의 옥상 위에 웬 남자가 서 있었다.

“내가 준비한 선물을 봤으려나.”

교내 교실의 모든 창문이 커튼으로 가려진 것을 보면, 보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아무래도 못 봤을 것 같은데.”

남자의 정체는 백정.

빛나리 초등학교의 교문 앞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으로 아수라장이었다.

백정, 그가 자신이 해친 사람을 초등학교의 교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

백정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이봐요, 백정.”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그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뭐하는 짓입니까?”

“이게 누구야. 선비님 아니야?”

백정이 얼굴 가득 비웃음을 입에 걸며 선비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것이 불쾌하다는 듯, 선비가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이 각시의 말에 따라 설치고 다니는 건 제가 상관할 바 아닙니다. 하지만 적당히 하셔야지요!”

성큼, 백정의 가까이로 한 걸음 다가온 선비가 짜증스레 물었다.

“수장님의 심기를 거슬러 버린 중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모르십니까?”

“아주 잘 알고 있지. 그런데 선비님, 네가 웬일로 내 걱정을 다 하네? 아니면…….”

백정이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설은, 그 새끼가 지키려고 했던 애새끼를 걱정하는 건가?”

“…….”

선비의 금안이 형형하게 빛을 내며 백정에게로 향했다. 탈 아래에 가려진 시선인데도 따끔했다.

때문에 백정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너무 노려보지 마. 내가 노리는 건 윤사해의 다른 아이거든.”

백정은 선비의 어깨를 한 번 토닥여 주고는 웃었다.

“각시님께서 드디어 설은, 그 빌어먹을 새끼가 남긴 저주를 풀 해답을 가르쳐 주셔서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백정은 모습을 감췄다. 까득, 선비는 이를 갈고서 몸을 돌렸다.

선비가 향한 곳은 낡은 저택이었다. 한때는 붉은 꽃이 가득 피었던 각시의 저택.

그곳의 주인은 바뀐 지 오래였다.

“당신……!”

“히익!”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가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선비는 그대로 여자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백정 녀석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 준 겁니까!”

“나, 나는 그냥!”

여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양반이었던 분께서 남긴 저주를 다른 사람에게 옮길 방법을 가르쳐 준 것뿐이에요!”

“저주를 옮긴다고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지만 가능한 일이기에 눈앞의 여자가 백정에게 알려 준 것이리라.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는 미래를 보는 각시.

백정이 저주에서 풀려난 미래를 보고서 그에게 알려 준 것이 분명할 테니.

선비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방법이란 게, 윤사해의 아이를 이용하는 거라면…….

‘너무 노려보지 마. 내가 노리는 건 윤사해의 다른 아이거든.’

딱히, 상관없나.

선비의 두 눈이 낮게 내리 앉았다. 하지만 이내 그는 걸음을 돌렸다.

“아가.”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선비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어디를 가려고 그러느냐?”

“……수장님.”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그가 선비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다.

“얌전히 있으려무나.”

선비의 두 손이 살짝 떨렸다.

유랑단의 수장은 작게 웃음을 흘린 후, 겁에 질려 벌벌 떠는 각시에게로 향했다.

“해당화.”

선비가 입술 안쪽을 꾹 깨물었다.

이미 져 버린, 붉은 꽃을 닮았던 여자의 이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백정, 그 아이가 어떻게 될는지 말해다오.”

***

모든 수업이 끝났다.

한태극네 세쌍둥이는 데리러 온 경호원들과 함께 먼저 하교했고, 도윤이는 제인 아일리가 데리러 왔다.

그리고 우리는.

“아가씨! 세상아!”

“화홍이 오빠다!”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이동 수단, 아니. 이동 스킬을 가진 각성자와 함께 하교했다.

순식간에 집에 도착한 나는 보이지 않는 두 사람에 대해 물었다.

“리오 오빠랑 리타 오빠는?”

“해진이랑 같이 하루 종일 훈련장에서 연습 중이에요.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구경 가도 돼?”

“네, 당연하죠!”

류화홍이 우리를 데리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훈련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헐…….”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훈련장 안이 울창한 숲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류화홍이 그런 나를 보고는 설명해줬다.

“CW 쪽에서 던전 공략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구현한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이런 기술력이라니.

“CW에 속해 있는 헌터들을 위해서 장천의 회장님께서 직접 설계하셨다네요.”

장천의는 도대체……!

여우같이 웃던 CW 대표님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저세상도 그의 얼굴을 떠올렸나 보다.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류화홍의 안내에 따라 헌터들의 훈련 상황을 볼 수 있게 만든 곳으로 이동하며 중얼거렸다.

“아빠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빌려 온 거야…….”

류화홍이 돈을 의미하는 제스쳐를 내게 보였다. 나는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머니 이즈 뭔들이지. 새삼스레 윤사해의 재력에 감탄하게 되는 나였다.

“린 님과의 이혼 때도 위자료로 크게 화제가 됐다고 들었어요.”

“엄마랑 이혼할 때?”

“네,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억 단위였을걸요?”

그게 가능해?

……블랙 카드를 심심치 않게 써먹는 걸 보면 가능할지도.

어쨌든, 관람석과도 같이 되어 있는 장소에서 우리는 편하게 윤리오와 윤리타가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데이터를 통해 구현되는 건, 던전의 환경뿐만 아니라 몬스터도 포함됐었나 보다.

탕, 타앙-!

여러 번 울리는 총성이 들렸다. 아마, 윤리타겠지. 그는 총기류를 주 무기로 사용하니까.

오빠들이 각성자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두근두근했다.

“……!”

날아와 꽂혀든 검에 또 다른 의미로 심장이 뛰었지만 말이다.

난데없이 날아든 검은, 우리 앞에 펼쳐진 보호막에 꽂혀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만든 안전장치인 것 같았는데…….

‘없었으면 죽었다.’

침이 절로 꿀꺽 삼켜졌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응? 으응.”

하지만 류화홍은 몇 번이나 나를 살폈다.

“후우, 놀래라.”

류화홍이 크게 한숨을 내쉰 후 투덜거렸다.

“아가씨께서 다치셨다면 저는 길드장님께 모가지였을 거예요. 다행이에요, 정말. 윤리오, 저 녀석은 조심 좀 하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저세상의 얼굴이 희게 질린 것이 보였다. 류화홍도 그것을 보고는 저세상을 조심스레 불렀다.

“세상아?”

“네? 네, 저도 괜찮아요.”

류화홍이 무엇이라 묻기도 전에 저세상이 대답했다.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건만, 류화홍은 그러지 않았다.

“아가씨도 세상이도 또래보다 씩씩하게 자란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나는 두 눈을 뜨고 저세상을 살폈다. 희게 질렸던 얼굴에 안색이 조금 돌아와 있었다.

때문에 나는 류화홍의 말에 뿌듯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일곱 살이나 여덟 살이었으면, <[F, 숙련 가능] 윤리사는 미운 ?? 살>의 영향으로 울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열 살!

겁에 질려 울 나이는 지났다는 말씀이지!

그때, 아래에서 몬스터가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렸다.

-키에에엑!

몬스터가 괴성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윤리오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 있었다.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던 그 검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류화홍이 말해 줬다.

“리오가 가지고 있는 스킬이에요.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는 무기는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거든요.”

아하,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인데.

아니, 처음은 아니지. 윤리오가 허공에서 검을 꺼내는 일을 수차례 목격한 적이 있으니.

류화홍이 말한 윤리오의 스킬은 <[A, 숙련 불가] 주인의 부름>이라는 스킬이었는데, 윤리오는 이걸 가지고 제 무기를 함부로 사용하고는 했었다.

물론, 『각성, 그 후』에서의 일.

조금 전, 저세상의 얼굴이 희게 질렸던 건 윤리오와 싸웠을 때의 기억이 순간 떠올랐기 때문일까나?

괜히 저세상을 흘긋거리는데, 모든 몬스터를 처치한 모양인지 윤리오가 반갑게 우리를 불렀다.

“리사? 세상아!”

윤리오가 나와 저세상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류화홍이 빼액 소리 질렀다.

“윤리오, 너 나는 안 보이지?”

“화홍이 형도 안녕하세요!”

윤리오의 인사에 류화홍이 불퉁한 얼굴을 보였다. 20대 중반에 가까워진 나이일 텐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류화홍이었다.

“화홍이 형이 있다고? 어디?”

“청해진, 그쪽이 아니라 저기 있어. 형! 리사랑 세상이는요? 아! 옆에 있네? 얘들아~!”

청해진에게 우리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준 윤리타가 윤리오와 똑같이 웃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나와 저세상도 좋으라고 윤리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윤리오와 윤리타.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청해진.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저 셋은『각성, 그 후』에서는 함께하지 못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미래를 위해 함께 훈련 중이다. 서로를 상처 입히지 않고, 떠나지 않고.

“리오 오빠! 리타 오빠!”

“리사야, 나는!”

“해진이 오빠는 여기 왜 왔대!”

“야! 너무한 거 아니야?!”

정말이지, 보기 좋았다.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덤이었다.

청해진을 놀리는 나의 모습에 윤리오와 윤리타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것도 잠시, 그들은 다시 헌터 자격증 시험을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나와 저세상은 류화홍과 함께 그들을 구경했다.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내내 훈련해서 도중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어쨌든.

“리사, 일어나야지. 오늘 오빠들 응원 갈 거라고 했잖니.”

AMO 주관으로 헌터 자격증 시험이 치러지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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