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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46)화 (146/500)

146화. 10살을 무시하지 마라!(4)

저세상도 나와 똑같은 인물을 떠올렸나 보다. 심각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는 게 보였다.

“너희, 그 사람 어디서 봤었어?”

저세상의 질문에 단아가 또랑또랑하게 대답했다.

“교문.”

응?

잘못 들은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세상도 나와 똑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단아에게 다시금 물었다.

“어디에서 봤다고……?”

“교문에서 봤다고. 지금도 있을 걸?”

단아가 손가락까지 들어서 교문 쪽을 가리켰다. 단아의 말대로 교문에 웬 남자가 서있는 게 보였다.

거리가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백정이었다.

저 미친 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있는 거야?

놀라 입을 쩍 벌리는데 도윤이가 해맑게 외쳤다.

“가 보자!”

뭐라고, 도윤아?

내가 요새 귀가 가는 것 같다. 자꾸 헛소리를 듣는 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도윤이는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자그마한 두 손을 불끈 주먹 쥐고는 말했다.

“단이랑 단아가 교문에서 본 사람이 정말 무서운 사람이면 우리 아빠랑 삼촌한테 말해 줘야 해!”

도대체 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벌벌 떠는 걸 보면 겁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찌됐든 안 된다.

백정인 게 분명한 남자를 만나러 갔다가 무슨 해코지를 당할 줄 알고?

“좋아, 가 보자.”

하지만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던 아군이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단예야……?

“맞아, 정말 위험한 사람이면 선생님께 말씀드려야하니까 가 보자.”

단이, 너까지?

우리 중에서 가장 브레인인 너희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안 되겠다. 나라도 나서서……!

“결정됐으면 빨리 가 보자! 윤리사, 빨리!”

“응? 으응?”

나서기는 개뿔, 정신을 차려보니 단아의 손을 잡고 복도를 내달리고 있었다.

저세상, 너라도 애들을 말려 줘!

애타는 눈길로 저세상을 바라보았지만, 우리 주인공께서는 도윤이의 손에 붙잡혀 나와 마찬가지로 복도를 뛰고 있는 중이었다.

얼떨떨해하고 있는 얼굴을 보니, 아이들을 말리려다가 타이밍을 못 잡은 것 같았다.

하하, 바보 같으니라고.

물론, 단아의 작은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나 역시 바보였다.

그래도 주변에 이매망량의 길드원이 있을 테니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그보다 백정, 도대체 초등학교에 무슨 일로 온 거래? 설마, 초등학생인 자식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건만, 교실 창문에서 봤던 백정은 사라진 뒤였다.

단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 있었는데.”

단아의 말을 뒤이어 단이와 단예가 말했다.

“그러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새 사라지셨네.”

“내일 또 올지도 모르지. 혹시 모르니 선생님께 말씀은 드리자꾸나. 수상한 어른이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 같다고.”

단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도윤이가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아빠랑 삼촌한테도 말해야 할까?”

도윤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백시준이랑 백시진은 백정 때문에 꽤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했다.

잠깐만. 백시진은 AMO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그렇다고 치는데, 백시준은 왜지?

그러고 보니 백시준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들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스킬을 무효화시키는 그 능력이라면 분명 국가 기관에서 주요한 요직 하나를 꿰차고 있을 텐데…….

‘『각성, 그 후』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인데 알 수가 있나.’

그래도 일곱 살, 세쌍둥이의 생일날에 일어났던 납치 미수 사건을 떠올려 보면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AMO의 요원들을 그렇게 불러들였을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어찌됐든 나는 도윤이를 안심시켜 주었다.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야, 도윤아.”

“그렇겠지?”

“응!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내 말에 도윤이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다소 놀란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얘들아?”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백장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니? 곧 수업 시작할 텐데.”

“안녕하세요, 선생님.”

“단예랑 단이까지 밖에 나와 있었구나? 친구들 데리고 어서 교실로 들어가. 곧 종 칠 거야.”

“네, 선생님.”

단예와 단이가 인사성 밝게 백장미에게 인사하고는 우리를 향해 이만 돌아가자는 눈짓을 보냈다.

“한단예랑 한단이 짜증나! 언제는 같이 교문에 나와 보자고 했으면서 이제는 돌아가자고 그래!”

단아가 툴툴거렸지만, 어쨌거나 곧 수업이 시작되는 건 사실이었기에 교실로 돌아가야 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 저세상과 속닥거렸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나는 3년 연속 저세상과 짝지였다. 윤사해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았지만, 물증이 없으니까 뭐…….

그런대로 저세상과의 짝꿍 생활에 만족 중이기도 하고. 하여튼 간에 각설하고.

“있잖아, 세상이 오빠. 애들이 본 사람, 분명 백정이겠지?”

“설마.”

설마는 무슨. 자기도 백정이라고 생각했으면서.

나는 불퉁하게 입술을 씰룩였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잖아. 아빠한테 말해 줘야 되지 않을까?”

저세상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백도윤은 잘도 안심시키더니.”

“그건 도윤이가 너무 불안해해서 그런 거고.”

괜히 불퉁해져 두 뺨을 부풀리는데 나지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아.”

내가 아닌 저세상을 말이다. 갑작스런 선생님의 부름에 저세상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네?!”

“나와서 7번 문제 풀어 볼래?”

작게 말한다고 한 건데, 그게 선생님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저세상이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칠판으로 걸어 나갔다.

시무룩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린 모습이었지만, 나는 저세상이 7번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낼 거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야 우리 주인공님께서는 12살이 되면서 학습 능력치가 엄청 오르셨거든.

내 예상대로 저세상은 7번 문제를 무난하게 풀어냈다.

탁, 저세상이 마카펜을 내려놓기 무섭게 종이 울렸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선생님께서 교재를 가지런히 정리하며 저세상을 칭찬했다.

“세상이, 문제 잘 풀었어. 자, 수업은 여기까지. 다들 쉬렴.”

선생님께서 나가기 무섭게 저세상이 내게 툴툴거렸다.

“윤리사, 너 때문에 나만 나가서 문제 풀었잖아.”

“미안, 세상이 오빠.”

나는 헤실거리며 저세상에게 사과했다. 그럼에도 저세상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런 그를 달래준 건 도윤이였다.

“그래도 세상이 형 문제 맞췄잖아! 나나 단아 같았으면 못 맞췄을 텐데!”

“백도윤, 뭐라고 했냐? 저세상이 푼 문제는 나도 맞출 수 있는 거였거든!”

“아악! 미안해!”

단아야, 오늘도 너의 헤드락 기술은 참 멋지구나.

“셋째야, 그만하렴.”

“맞아, 단아야. 그러다 도윤이 큰일 나겠어.”

단예와 단이가 말리지 않았다면, 단아는 도윤이에게 쉬는 시간 내내 헤드락을 걸었을 거다.

단아에게서 풀려난 도윤이가 곧장 저세상의 뒤로 몸을 숨겼다.

저세상이 왜 자신 뒤에 숨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도윤이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웃겨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러나 순간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나는 웃음을 멈추고는 창밖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지?”

“학교로 오는 것 같은데.”

나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 역시 창가에 다닥다닥 붙을 때였다.

“얘들아, 잠깐만.”

담임 선생님께서 황급히 교실로 들어오시더니 커튼을 모조리 쳐 버렸다.

그러고는 단예와 단이를 불러 말하는데.

“……알겠지? 단예야, 단이야. 너희가 반장이랑 부반장이라서 부탁하는 거야.”

“네, 선생님.”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바깥에서 꽤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점점 가까이 들려오던 사이렌 소리가 학교 앞에서 멈췄으니 말이다.

단예와 단이와 대화를 끝마친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를 보며 말했다.

“얘들아, 다음은 이동 수업 아니니? 어서 교재 챙겨서 이동하렴!”

“네에.”

바깥 사정이 궁금했지만, 선생님께서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탓에 밖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교재를 챙기고는 친구들과 함께 교실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친구들 중에는 바깥 상황에 대해 들었을 반장과 부반장이 있었다.

“단예야, 단이야.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단예와 단이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께서 따로 말씀하시기 전에 아무도 커튼을 걷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단다, 리사.”

“맞아, 그 말밖에 안 했어.”

“그리고 교문에서 봤던 수상한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줬단다.”

“아아, 그렇구나.”

단예와 단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결국, 두 사람도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건데…….

“신경 쓰지 마, 윤리사.”

불현듯, 저세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서 걷고 있던 저세상이 내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네가 괜한 짓 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하는 거야.”

“내가 뭐.”

저세상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네가 그동안 벌인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

글쎄…….

그래도 지난 1년은 평화롭게 지낸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이 저세상이 말을 덧붙였다.

“작년에는 아무 사고도 안 쳤다지만, 일곱 살 때부터 쳐 온 게 있잖아.”

사고라니!

그건 차애님들과 다른 등장인물의 행복 복지를 위한 눈물겨운 사투였다고!

나는 불퉁하게 두 뺨을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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