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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35)화 (135/500)

135화. 영원한 거짓말은 없다(1)

체육관 뒤쪽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던 최애님과 차애님께서 서로 헤어지셨다.

나는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의 사용을 그만두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림 좋았는데, 조금만 더 같이 계시지. 캡쳐 기능 찾아보려고 했는데.

“리사, 왜 그러니?”

“응?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내 말에 저세상이 미간을 좁혔다.

“윤리사, 집중 안 하지.”

나는 불퉁하게 입술을 씰룩였다.

최애님과 차애님의 영롱한 자태를 구경하느라 친구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새가 없었다고!

단예가 그런 나를 달래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단다, 리사. 재미있었지 않니?”

“응! 진짜 재미있었어!”

“나는 재미없었는데.”

그렇게 말한 사람은 단아였다. 단아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웅얼거렸다.

“그래도 오전에 수업 안 해서 좋았어! 내일도 이랬으면 좋겠다!”

한태극네 세쌍둥이 중 막내다운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단이가 단아를 향해 옅게 미소를 짓고는 내게 말했다.

“점심 끝나고 단예랑 같이 도서관에 가려는데. 어때, 리사? 같이 가지 않을래?”

“도서관은 왜?”

“AMO의 본부장님께서 신인에 대해 기록해 놓은 역사서가 도서관에 있다고 했잖아.”

“첫째가 옛날이야기를 많이 좋아하거든.”

나, 윤리사.

초등학교 입학 이후 교과서 제외 모든 책을 멀리했으나…….

“좋아!”

최애님이 언급하신 책이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읽어 보겠어!

“윤리사 가면 나도 갈래!”

“나도 갈래……!”

단아를 이어 도윤이도 손을 들었다. 남은 사람은 한 명.

“세상이 오빠는? 안 갈 거야?”

“오빠도 가는 게 어떨까요?”

“맞아요, 형. 재미있을 거예요.”

저세상이 질색하는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 가자, 가…….”

깨갱,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렇게 맞이한 점심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후다닥 식판을 비우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한단이, 네가 찾는 책 저거 아니야? 저거 같은데?”

단이가 단아가 가리킨 책을 꺼내들었다. 두께가 꽤 되는 것이, 아무리 봐도 아이를 위한 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단이와 단예에게는 해당되는 사항이 없는 이야기인 듯 했다.

“어떠니, 첫째야.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신 책이 맞는 것 같니?”

“응, 맞아.”

단이가 활짝 웃으며 책을 펼쳐들었다. 나와 저세상은 그 옆에서 책을 흘긋거렸다.

“…….”

“…….”

모든 글이 한자로 적혀 있었다.

죄송합니다, 최애님. 소녀는 도저히 읽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이는 즐거워하면서 그 책을 빌렸고, 반납 기한을 두 번이나 연장한 끝에 완독하는데 성공했다.

***

단이가 최애님께서 말씀하신 책을 완독했을 때, 날짜는 5월을 지나가고 있었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

어린이날은 지나갔고, 지금 다가오고 있는 건 어버이날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학교에서 부모님을 위한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세상이 오빠, 오늘 만든 카네이션. 진짜로 아빠한테 줄 생각이야?”

“…….”

문제라면, 결과가 매우 처참했다는 것.

저세상이 손에 쥐고 있던 붉은 멍게, 아니 카네이션을 만지작거리며 웅얼거렸다.

“이거 많이 이상해……?”

“으음, 일단 아빠가 그게 꽃이란 건 모를 것 같아.”

저세상이 시무룩한 얼굴을 보였다.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는데, 결과가 그래서 많이 실망한 것 같았다.

우리 주인공님께서 저렇게 풀이 죽으시다니. 이 우스운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놓고 싶지만…….

“진짜 카네이션 꽃이랑 같이 주는 건 어때, 세상이 오빠?”

나는 선심 쓰듯 그렇게 물었다.

저세상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나는 방긋 웃으며 해맑게 외쳤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집 있잖아! 들러서 하나 사자!”

“돈은 있고?”

나는 책가방 안에서 지갑을 꺼냈다. 이번 어린이날에 윤리타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짜잔!”

지갑 안에는 그간 받은 용돈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저세상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뜰 정도로 많은 액수였다.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리사한테 고마워 해.”

“흥, 나도 그 정도는 있거든? 집에 두고 나와서 그렇지.”

“아하, 그러니까 지금은 필요 없다는 거지?”

“아니.”

저세상이 뻔뻔하게 말했다.

“꽃집 가야지.”

고맙다는 인사는 끝까지 하지 않는 우리 주인공님이셨다.

나는 피식 웃고는 그에게 물었다.

“나중에 갚아야 하는 거 알지?”

저세상이 금붕어처럼 입술을 툭 내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앗싸, 이자 두 배로 쳐야지.

나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꽃집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가 골목 모퉁이를 돌았을 때, 앞서 걸어가고 있던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도윤이다!”

들를 곳이 있어 먼저 간다던 도윤이었다.

“부르지 마.”

그런다고 안 부를 내가 아니지!

나는 저세상의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빼액 소리를 질렀다.

“도윤아!”

앞서 걸어가고 있던 도윤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나는 활짝 웃으며 도윤이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리사? 세상이 형!”

도윤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뭐야? 둘이 어디 가?”

“꽃집! 도윤이는?”

“나도 꽃집 가는 길이었어!”

“잘 됐다! 같이 가자, 도윤아!”

“어? 으응.”

늘어난 일행에 저세상이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알 바는 아니지! 어차피 지금 물주는 나니까!

꽃집의 문을 열며 내가 물었다.

“도윤이도 카네이션 사러 가는 길이었어?”

“응? 응, 그렇기는 한데…….”

왜인지 모르게 미심쩍은 대답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대답을 피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 이유를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도윤아, 백합은 왜 사?”

“그, 그게, 이건 엄마 거야!”

도윤이가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아빠가 내일 엄마 보러 간다고 했거든…….”

도윤이의 엄마는 도윤이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런 도윤이를 아이들은 종종 놀려댔다.

나나 단아가 그때마다 열심히 응징했지만, 아무래도 도윤이한테는 아이들의 놀림이 상처가 된 모양이다.

때문에 혼자 꽃집에 오려고 했던 거겠지.

정말이지! 우성우나 우신우 때 본보기를 확실히 보여 줄 걸 그랬다!

괜히 속상해져서 울상을 짓는데, 저세상이 심드렁한 얼굴로 도윤이에게 백합 한 송이를 내밀었다.

“이게 더 싱싱해 보이는데. 이걸로 사, 백도윤.”

“응? 으응! 고마워, 세상이 형!”

도윤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심해 보이는 저세상의 태도가 도윤이에게는 큰 위로가 된 것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다행이지.

저세상은 도윤이의 꽃을 골라 준 뒤에야 윤사해 몫의 카네이션을 챙겨 들었다.

물론, 계산은 나의 몫이었다.

사장님, 초등학생 DC는 없나요?

***

다행히도 인정 넘치는 사장님께서 초등학생 DC를 해주셨다.

하지만…….

“백도윤, 울지 마! 돌아가서 다시 사면 되잖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윤이의 꽃이 망가지고 말았다.

저세상의 위로 아닌 위로에 도윤이가 울먹였다.

“그치만…! 용돈 다 썼는데……!”

“돈은 윤리사가 가지고 있어. 쟤 돈 많아.”

아니, 저기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도윤이를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 돈은 나중에 백시준이나 백시진 편으로 받지, 뭐.

“맞아, 도윤아! 뚝 그치고 다시 꽃 사러 가자!”

그렇게 호기롭게 꽃집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지만.

“아… 문 닫았네…….”

기껏 돌아온 꽃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저세상이 난처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도윤이는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고 있었고.

도윤이가 품에 안고 있는 꽃은 줄기가 꺾여 금방이라도 땅에 뚝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도윤이의 두 눈에 맺힌 눈물은 이미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중이었다.

으음, 어쩌지.

저세상이 답지 않게 도윤이를 열심히 달래기 시작했지만, 도윤이는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안타깝게도 동네에 하나뿐인 꽃집인 이곳은 내일 휴무라며 안내문도 붙여 놨고 말이다.

‘으음, 망가진 꽃을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청(淸)의 힘에 치유 능력도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저세상이 길게 생채기가 났던 제 팔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꽤나 놀란 것처럼 보이는 저세상의 얼굴에 이운조가 키득거렸다.

“그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건 청가문의 사람들 중에서도 소수야.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우리 해솔이지.”

청(淸)의 가주, 청해솔은 드러내는 표정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남해 용왕의 후손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 스킬] : 청(淸)하리다>는 물과 대기를 다루는 힘이었다.

모든 동식물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들.

넓게 보면 생명을 담고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힘을, 내가 과연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싶었지마는…….

에잇, 일단 해 보고 보자!

주변을 살펴보니 오가는 사람도 없겠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도윤아, 지금부터 보는 건 비밀로 해 줘야 해.”

“응……?”

도윤이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방긋 웃었다.

“윤리사, 너 뭐 하려고?”

“세상이 오빠는 몰라도 돼.”

“야.”

저세상이 내 팔을 붙잡고는 심각하게 표정을 굳혔다.

“쓸데없는 일에 괜히 힘쓰려고 하지 마.”

쓸데없다니! 친구를 위한 일이 어떻게 쓸모없는 일이 될 수가 있어! 그리고 이건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과 <[S, 숙련 불가] 너는 많이 좋고 나는 그냥 좋고>의 연계 연습!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일은 도윤이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이라는 말씀이었다.

나는 저세상을 향해 입꼬리를 씨익 올려주고는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을 사용했다.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이 발동됩니다.】

【각성자, ‘청해진’을 인지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청해솔을 통해 힘을 빌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S, 숙련 불가] 너는 많이 좋고 나는 그냥 좋고>를 사용하면, 청해솔의 앞에 시스템 창이 뜰 텐데…….

‘청해솔이 이걸 그냥 넘길 리가 없지. 청해진이라면 몰라도.

어쨌든, 내가 원하는 건 <[특수 스킬] : 청(淸)하리다>.

<[S, 숙련 불가] 너는 많이 좋고 나는 그냥 좋고>가 과연 특수 스킬에도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안 돼도 까무러치기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S, 숙련 불가] 너는 많이 좋고 나는 그냥 좋고>를 시전했다.

다행히도 너는 많이 좋고 나도 좋은 스킬은 특수 스킬에도 잘 적용이 되었다.

“어, 어랏?”

문제는 다루는데 실패했다는 것.

“야! 윤리사!”

“우와아악!”

마른하늘에 물벼락, 아니. 시멘트 바닥에서 물이 솟구쳐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센 돌풍이 사방에서 불었다.

“안 돼! 내 꽃……!”

줄기가 꺾였던 도윤이의 꽃이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하하, 망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지.

“윤리사!”

이, 일단, 스킬의 사용을 멈추자!

하지만 내가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과 <[S, 숙련 불가] 너는 많이 좋고 나는 그냥 좋고>의 사용을 멈추기도 전에 상황은 정리됐다.

“도윤아?”

“아빠아!”

퇴근길이었던 백시준이 청(淸)의 힘을 파쇄했기 때문이었다.

백시준이 도윤이를 허겁지겁 안아 들고는 말을 더듬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나는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다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게 말이에요!”

이걸 어떻게 변명하면 좋지?!

두 눈을 데굴 굴리는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윤리사, 저세상.”

나지막하게 들려온 목소리.

“아빠…….”

윤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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