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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29)화 (129/500)

129화. 꿈은 달콤하다(7)

윤리타가 금강호를 발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금강호, 야!”

-끼이잉!

윤리타의 손에 금강호가 잡혔다.

“리사를 그렇게 데리고 가면 어떻게 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윤리타는 제 손바닥 만한 금강호를 연신 흔들어대며 그렇게 물었다. 물론, 금강호는 낑낑거리며 우는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올망졸망한 눈으로 자신을 구해달라는 듯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미안, 호랑아.

나는 금강호의 시선을 외면했다. 금강호를 구해 준 건, 그의 주인인 사야였다.

“죄송해요, 도련님. 강호 대신 제가 사죄드립니다. 아가씨께서 길드장님께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희 강호 때문에 곤란하셨지요?”

“헉……! 아니, 아니에요! 제가 지금 경황이 없어서 사야 님을 이제 봤네요. 그런데 화홍이 형은 왜 그러고 있어요?”

“잠깐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 일이 있었지.〗

불편한 기색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윤리타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랑야 님도 계셨어요?”

랑야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제 봤냐, 윤사해의 작은 아드님? 저기 태랑도 있다.〗

랑야를 구속하던 금줄은 풀린 뒤였다.

하지만 랑야는 태랑이 저를 포박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중지를 들어 그를 가리켰다.

태랑이 기가 차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참. 저 녀석 도대체 언제 철들는지.〗

랑야는 그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사야.〗

“아버지와 할 이야기 없습니다.”

〖내가 많으니 됐어.〗

무슨 그런 억지가.

랑야를 제외한 모두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듯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랑야의 두 눈은 사야에게로 향해 있었다.

〖이매망량에 얌전히 있을 것이지, 왜 나가 이 사달을 만들었느냐?〗

사야는 아무 말 없이 랑야의 시선을 피했다. 랑야가 답답하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야!〗

그제야 사야는 입을 열었다.

“제가 죽인 마수들이 자꾸 눈에 밟혀 나갔습니다. 강호 역시 마음이 불편한 것 같았고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됐습니까?”

우다다, 쏟아진 말에 랑야가 눈가를 찡그렸다.

〖그래, 금강호. 저 녀석이 문제였다는 거군.〗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됩니까, 아버지! 강호는 아무 잘못 없어요!”

사야가 랑야의 앞을 막아섰다. 금강호를 향해 성큼 걸음을 옮기려던 랑야가 코웃음을 쳤다.

〖잘못이 왜 없어? 저 녀석은 네가 주인인 것을 잊고 너를 공격하려고 했었다. 잊은 것 아니겠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너한테나 지나간 일이지. 나한테는 아니다, 사야.〗

“아버지!”

사야가 랑야를 붙잡았으나, 그는 제 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는 금강호에게로 향했다.

금강호를 품에 안고 있던 윤리타가 그 살벌한 기세에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윤사해의 작은 아드님, 그거 이리 내놔.〗

엄연한 생명체에게 ‘그거’라니!

나는 막돼먹은 도깨비의 앞을 막아섰다.

“강호 괴롭히지 마요, 랑야.”

〖윤사해의 따님, 비켜.〗

“싫어요. 그리고 강호 괴롭히면 사야 언니는 두 번 다시 랑야를 안 보려고 할 걸요?”

랑야가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내 사야를 흘긋거리고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이미 봐도 서로 안 보는 사이거든.〗

그러니까 서로 사이가 무척이나 좋지 않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여전히 랑야의 앞을 막아선 채 말했다.

“그래도 못 비켜요, 랑야. 강호는 리사의 친구거든요.”

〖친구는 언제고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하지.〗

“랑야, 친구 없죠?”

친구 있으면 저런 소리 못하는데.

〖뭐라고?〗

랑야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때,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이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 우리 주인의 따님께서는 정말이지 맹랑하군!〗

〖태랑, 웃지 마.〗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떻게 하나? 그보다 자네, 그만하게. 암만 사야가 걱정됐다고 해도 그 분을 엄한데 풀면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태랑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랑야가 그런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어쩌라고다.

태랑은 기특하다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사야에게 말했다.

〖사야, 착한 네가 네 철부지 아버지를 이해하려무나. 오늘 정인의 죽음을 떠올려 심기가 꽤 불편한 모양이니.〗

〖태랑,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랑야가 불쾌하다는 듯이 태랑을 보며 낮게 일갈했다. 사야가 중얼거렸다.

“……알고 계셨군요, 아버지. 그 자가 어머니의 원수라는 것을요.”

랑야는 말없이 사야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그래, 보자마자 알았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아무 것도 못했지.〗

분명 웃는 낯이었으나, 어째서인지 랑야는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 날, 네가 말했지. 왜 네 어머니를 지켜 주지 않았느냐고. 나라고 왜 지켜 주고 싶지 않았을까? 나라고 왜 네 어머니의 복수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랑야의 목소리가 끝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듯한 목소리였다.

사야가 입술 안쪽을 꾹 깨물고서 랑야를 보았다.

아무래도 서로 간의 골이 굉장히 깊은 듯이 보였다.

나는 한심하다는 듯이 랑야를 보고 있는 태랑에게 다가가 속닥거렸다.

“태랑, 저 두 사람 좀 저희와 분리시켜 주세요.”

〖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불편하느냐?〗

“네, 리사는 남의 사생활 듣는 취미 없거든요. 그리고요.”

〖응?〗

나는 태랑의 귀에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내가 말을 끝마쳤을 때.

〖아하하, 하하! 좋구나, 좋아!〗

〖태랑, 뭘 그렇게 쳐웃…….〗

따악,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랑야의 모습이 사라졌다.

“라, 랑야 님? 어랏? 사야 님도 어디로 사라지셨지?”

사야도 함께였다.

윤리타가 당황해하며 태랑을 쳐다보았다. 태랑은 걱정 말라는 듯이 윤리타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고는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 둘을 가둔 공간에 어떤 문구를 써 달라고?〗

“서로 속마음 털어놓고 화해하지 않으면 못 나오는 방이라고 써주세요, 태랑.”

사야와 랑야는 『각성, 그 후』에서 모습을 보인 적 없는 인물들이었다.

사야는 중에 의해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그리고 랑야는…….

‘분명, 사야의 죽음으로 일이 있었던 거겠지.’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하지만 『각성, 그 후』에서 둘은 서로 제대로 된 이야기 한 번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을 거다.

그렇게 둘 수야 없지.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타?”

“아빠!”

윤리타가 윤사해를 보고는 놀란 눈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강호가 갑자기 리사를 데리고 사라져서 왔는데……!”

윤사해의 꼴은 엉망이었다. 누가 봐도 큰 전투를 치르고 온 사람의 차림새.

윤리타의 두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윤사해는 그런 아들을 진정시키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단다, 리타.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윤리타는 윤사해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윤사해가 윤리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자 그는 헤실거리며 웃었다.

어휴, 저렇게 좋을까?

물론, 나도 윤사해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윤리타와 똑같은 표정을 지을 거다.

“리사.”

다정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후다닥 윤사해에게 달려갔다.

“아빠, 다친 곳은?”

“괜찮단다.”

윤사해가 나를 꼭 끌어안고는 나지막하게 속닥거렸다.

“고맙구나.”

“응……?”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사는 한 게 없는데?”

윤사해는 말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뭐지? 굉장히 불안해지는데.

이거 암만 봐도 내가 각성자인 거 들킨 느낌이지? 응?

당황하여 두 눈을 데굴 굴리는데, 윤사해가 나를 안아들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태랑, 랑야는? 사야도 없군.”

〖우리 주인의 따님께서 그 둘의 사이를 좋아지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셔서 말이야.〗

윤사해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태랑을 쳐다봤다.

하지만 태랑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태랑은 이내 웃는 것을 멈추고 윤사해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녀석은 죽이고 오셨나? 꼴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죽여요? 누구를요?”

윤리타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

윤사해는 한숨을 푹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애들 앞에서 그런 소리 말게, 태랑. 놀라지 않나?”

나는 딱히 안 놀랐다. 윤리타는 아닌 것 같았지만.

“아빠! 도대체 누구를 죽였다는 거예요?! 아무 일도 없으셨다고 했으면서!”

“리타, 아무도 안 죽였단다. 아빠 말 못 믿는 거니, 아들?”

“그… 그건 아니지만…….”

윤리오였다면, 윤사해를 붙잡고 세월이 네월아 사실대로 대답해 달라고 닦달했을 텐데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윤리타는 윤사해 한정으로 너무 무른 것 같다.

아니지, 나한테도 무르지? 저세상한테도 무르고. 가만 보니 윤리오한테도 많이 물렀다.

뭐야, 윤리타. 남들 눈에 호구로 보이고 있는 것 아니겠지?

중을 몰아냈다는 것에 안도감이 몰려왔기 때문일까? 괜히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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