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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28)화 (128/500)

128화. 꿈은 달콤하다(6)

“나이스, 강호!”

나는 금강호의 머리를 꼭 끌어안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금강호에게 윤사해의 흔적을 쫓으라고 하기를 잘한 것 같다.

이렇게 중을 만났으니 말이지!

보자, 사야랑 류화홍은 어디 있지?

“리, 리사?!”

윤사해의 뒤에 있네.

윤사해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게 보였다.

하하, 어떻게 해야 하지?

“아빠, 안녕!”하고 웃으면서 인사하기에는 상황이 좀 그런데.

그때, 금강호에게 팔이 물렸던 중이 이를 으득 갈았다.

“이… 짐승 새끼가……!”

후웅,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중의 뒤에 있던 뭔가가 아가리를 벌리며 우리를 공격했다.

“리사!”

“강호!”

다행히도 금강호는 덩치에 맞지 않게 순발력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랐다. 그러니까 다치지 않았다는 말씀.

그보다 중의 뒤에 저것들은 도대체 뭐지? 의문은 길지 않았다.

‘중 씨께서 원하는 건 이매망량. 마수의 혼을 귀(鬼)로 부려서 자신만의 군대를 만드는 거예요.’

정말이었잖아.

나는 금강호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는 중의 뒤로 넘실거리고 있는 마수의 군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윽고 몸이 위로 들렸다.

“리사.”

“아빠.”

윤사해가 눈가를 살짝 찡그리고서 내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온 거니?”

닿는 시선에 걱정이 가득했다. 나는 윤사해를 안심시키고자 꼭 안아 주며 답했다.

“강호가 리오 오빠의 명패를 빼앗았어. 그리고 리사를 이매망량으로 데리고 왔어.”

“뭐?”

윤사해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하하! 주인, 따님 걱정이 한가득인 건 알겠지만 그보다는 저것들을 신경 쓰는 게 더 낫지 않나?〗

윤사해와 함께 있던 남자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남자는 사람이 아닌, 도깨비. 그것도 내가 알고 있는 도깨비였다.

공간을 다루는, 태랑.

언제 볼 수 있을까 했더니 이렇게 얼굴을 보게 되는구나!

태랑의 옆에는 랑야가 온 몸이 금줄로 구속된 채 씩씩거리고 있었다.

뭐야, 저 도깨비는 왜 저러고 있어? 당황하여 두 눈을 끔뻑이는데, 태랑이 윤사해에게 팔을 벌렸다.

〖주인의 따님은 내가 맡고 있도록 하지. 위험할 것 같으면 내 알아서 모두를 데리고 돌아가마.〗

윤사해는 내 뺨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태랑에게 나를 넘겨주었다.

그러기 무섭게 윤사해를 놀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딸이 없어서 서럽군. 아들도 없어서 서럽고. 살아 돌아가면 부인 될 분을 찾아봐야겠어. 부러워서 죽겠네.”

중은 짐승 형태를 지닌 마수의 등에 앉아 있었다. 윤사해가 창을 꺼내 쥐고 음산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살아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네.”

중이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글쎄,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나지막한 목소리를 끝으로, 중의 뒤에 모여 있던 마수들이 윤사해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빠!”

〖어이쿠, 목청 한 번 좋구나. 주인은 너무 걱정 말거라.〗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하지만 윤사해는 제게 달려드는 마수를 손쉽게 찢어가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S, 숙련 불가] 너는 많이 좋고 나는 그냥 좋고>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하지만, 방심은 금물.

“길드장님!”

땅에 솟구친 마수에 의해 윤사해의 팔에 길게 생채기가 났다.

허공에 튄 핏물에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윤사해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마물의 수가 너무 많았다.

혼자서는 버거울 숫자.

“태랑 님! 결계 좀 풀어 주십시오! 길드장님을 도와야겠습니다!”

〖안 될 소리! 태랑, 결계를 풀었다가는 내 손을 죽을 줄 알아라! 차라리 내 구속을 풀어! 윤사해, 저 녀석을 도우러 갈 테니!〗

“아버지가 돕기는 뭘 돕는 답니까! 아버지야말로 얌전히 계세요!”

이 와중에 사야와 랑야가 싸우기 시작했다.

태랑이 부녀(父女)의 사이좋은 모습에 쯧쯧 혀를 찼다. 그것도 잠시, 그는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주인이 많이 걱정되느냐? 내 도우러 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태랑은 당장에라도 윤사해를 도우러 갈 모양새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내가 아빠를 도울 거거든요.

【<[S, 숙련 불가] 너는 많이 좋고 나는 그냥 좋고>가 발동됩니다.】

윤사해에게 이 스킬을 걸게 되면, 그는 분명 내가 각성자임을 알아차리게 될 거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윤사해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적용 대상, 부리는 영(影).】

아빠가 다치는 거 싫으니까.

자신이 다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드는 마수를 죽여대던 윤사해가 멈칫거렸다.

아무래도 스킬의 능력치가 올랐다거나 그런 메시지가 윤사해의 눈앞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그러나 윤사해가 당황한 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는 이내 쥐고 있던 창을 크게 휘두르며 주변의 마수들을 단번에 베어 버렸다.

콰과광-!

휘몰아친 폭풍이 태랑의 결계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태랑이 펼친 투명한 막에 금이 가 버렸다.

〖흐음, 아무래도 자리를 피하는 게 좋을 것 같군.〗

따악,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각성, 그 후』에서 태랑이 이동할 때마다 하던 제스처였다.

잠깐만요, 아저씨! 이렇게 되면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를 사용해야 한단 말이야!

늦을 새라, 나는 윤사해를 향해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부디 내 눈이 버텨 줬으면 좋겠다.

***

“젠장……!”

중은 자신의 패배를 직감하고서 도망치는 중이었다.

윤사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예상 밖의 일. 그러나 상관없다고 여겼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제가 꾸린 이매망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시험해 보고 싶었으니까.

그를 압도할 만한 숫자도 있겠다, 때문에 중은 기꺼이 제 능력을 드러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윤사해는 단순히 숫자가 많다고 밀어붙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도망쳐야 한다!’

이매망량의 길드원한테서 빼앗았던 명패는 손에서 떨어진 지 오래.

귀수산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다.

‘바다! 바다로 가야 한다!’

헤엄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은 섬을 빠져나가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풀을 내달리던 중이 느닷없이 나타난 인영에 걸음을 멈췄다.

도깨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자였다. 중은 윤사해의 명령을 받은 이매망량의 길드원이겠거니 하며 그녀를 죽이려고 들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거라.”

나지막하게 들린 목소리에 중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유랑단의 수장, 경외해 마지않는 그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 똑같다.’

눈앞의 여자는 유랑단의 수장과 같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미지 영역의 거주자에 가까운, 인간이 아닌 존재.

저 여자를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된다. 그런 강렬한 직감이 중의 머릿속을 울렸다.

여자는 중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들었다.

“가거라. 나가는 길이다.”

중은 우물쭈물거리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여자가 알려 준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사해가 흐트러진 차림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눈앞의 여자를 보고서 얼굴을 찌푸렸다.

“중, 그 녀석을 밖으로 보내셨군요. 쓸데없는 짓을 하셨습니다.”

“사해, 이 녀석아. 내 산을 제 좋을 대로 어지럽히려던 녀석을 내가 순순히 놓아 줬을 것 같으냐?”

여자가 얼굴에 덮어 쓰고 있던 도깨비 가면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몰라, 나타나서 명을 재촉했으니. 뭐, 좋을 대로 생각하거라. 그보다…….”

여자가 윤사해와 똑같은 보랏빛 두 눈을 휘게 접었다.

“맹랑한 녀석이 너를 보고 있구나.”

“네?”

윤사해가 설명을 바란다는 듯이 물었으나, 여자는 도깨비 가면을 얼굴에 덮어쓰고는 걸음을 돌렸다.

“잡것들한테 홀리기 전에 어서 내려가거라. 힘을 이제 거둘 것이다.”

걷혔던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윤사해는 여자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이매망량으로 향했다.

***

후우, 상황 종료.

나는 태랑의 품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은 놓친 것 같지만, 어찌됐든 그를 귀수산에서 몰아낸 건 분명한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누구였지?’

윤사해가 마지막에 만났던 사람.

도깨비 가면을 얼굴에 쓰고 있던 여자는 윤사해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면을 벗고 잠깐 드러냈던 얼굴이 윤사해와 무척이나 닮았었다.

도대체 누구지? 이매망량의 길드원은 아닌 것 같은데.

미간을 좁히며 『각성, 그 후』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리사!”

“리타 오빠!”

명패를 이용해 이매망량으로 이동한 윤리타가 곧장 내게 달려왔다.

쓰러져 있는 류화홍이나 잔뜩 흐트러진 차림새의 사야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물론, 랑야와 태랑. 두 도깨비 역시 마찬가지.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금강호는! 금강호 이 녀석 어디 있어! 당장 나와!”

몸집을 줄인 금강호가 사야의 뒤로 모습을 숨기는 것이 보였다.

그래, 네 죄를 네가 알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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