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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25)화 (125/500)

125화. 꿈은 달콤하다(3)

“후우…….”

윤리오와 전화를 끝낸 윤사해가 눈가를 문질렀다.

만에 하나라는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건만, 결국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사야가 외출을 한 건 오전.

그녀 혼자 귀수산 바깥으로 내보낸 것은 아니었다. 류화홍을 붙여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게 했다.

또한, 한 시간에 한 번씩 보고를 올리도록 지시하였다.

잘만 오던 연락이 끊긴 것은 저녁 무렵. DMO에 들린 후 이매망량에 돌아가겠다는 보고가 마지막이었다.

윤사해가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집어 삼킬 때, 서차웅이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그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길드장님.”

“DMO 쪽에서 연락이 왔는가?”

“네, 그런데 길드장님께서 원하시는 연락은 아닙니다.”

윤사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사야 님과 류화홍 헌터가 DMO에 방문한 것은 맞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은 지금 DMO에 없나 보군.”

서차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께서는 생태 학습장에 있었던 소란으로 처리된 마수의 사체들을 확인 후 금방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차웅이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AMO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사야 님과 도련님들께서 잡으신 녀석이 죽었답니다.”

사야와 제 아들들이 잡은 녀석이라면, 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성자를 말하는 걸 거다.

사람을 재료로 삼아 마수를 흥분케 만드는 먹이를 만들던 녀석.

그런데 그가 죽었다니?

윤사해가 설명을 바란다는 듯이 서차웅을 쳐다봤다. 서차웅이 그 시선을 알아듣고는 말했다.

“독살인 것 같답니다. 배급된 식사에 독이 섞여 있었던 모양이랍니다.”

윤사해가 험상궂게 얼굴을 구겼다.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유랑단.’

그들 중에서도 중.

아마 꼬리를 자른답시고 버린 것일 거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가 잡힌 지 일주일이 넘었다. 무엇보다 중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AMO측에 알려지기에는, 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란 것을.

그런데 죽였다. 사야와의 연락이 끊긴, 바로 이 시점에서.

‘과연 우연일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상황.

윤사해는 한숨을 내쉬듯, 사야의 아버지이자 자신과 계약한 거주자의 이름을 불렀다.

“랑야.”

사야와 류화홍의 실종이 중과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우선 둘을 찾아야했다.

달빛이 드리우는 윤사해의 집무실 안, 그림자 하나가 새로이 생겨났다.

〖뭐야, 윤사해. 이 늦은 시간에 왜 나를 불러냈지?〗

윤사해는 말없이 랑야를 쳐다봤다.

랑야가 저를 쳐다보는 눈빛에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리 보지만 말고 빨리 말하지 그래? 내가 참을성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윤사해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사야가 사라졌네.”

윤사해가 류화홍의 이름도 뒤늦게 덧붙였지만, 랑야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

아무래도 사야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저녁을 먹는 내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윤사해가 괜히 사야에 대한 안부를 윤리오에게 물은 것은 아닐 테다.

나는 오빠들한테 이른 굿나잇 인사를 건넨 후, 방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우와, 윤리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 건가 봐. 윤리사가 스스로 10시 전에 방에 들어갔어.”

“많이 피곤했나 보지. 세상아, 너도 들어가서 자자.”

윤리타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윤리오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저세상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방문을 꼭꼭 닫고서 곧장 <[S, 숙련 불가] 인지의 눈>을 사용했다.

적용 대상은 사야.

사야한테 이 스킬을 사용하는 건 벌써 두 번째였다.

부디 별 일 아니었으면 하는데!

“응……?”

안타깝게도 사야한테는 무슨 일이 생겨도 아주 단단히 생긴 듯했다.

사야는 흙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류화홍도 함께였다.

그리고 둘의 앞에는 웬 남자가 웃는 얼굴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내 눈길을 사로잡는 건, 그가 입고 있는 옷이었다.

낡은 승복.

온몸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고 있는 복장이었다.

“중 새끼가 왜 사야 언니랑 화홍이 오빠랑 같이 있어?”

그리고 금강호는 왜 없고? 그보다 저기는 귀수산이잖아.

주변에 자욱하게 낀 안개가 위치를 알려 주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다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사야와 류화홍이 왜 중과 함께 귀수산에 있는 건지, 또 류화홍은 왜 정신을 잃고 있는 건지.

그런 것을 고민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리오 오빠! 리타 오빠!”

“리사?”

다행히도 윤리오가 깨어 있었다. 거실에서 윤사해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리사,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

놀란 듯 크게 눈을 떴던 윤리오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에라도 잔소리가 날아들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잠자코 그의 잔소리를 들어 주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아빠한테 전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윤리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순히 윤사해에게 전화를 걸 모양새는 아니었다.

어쩌지? 윤리오에게 상황을 설명해줄 시간 역시 없는데!

고민도 잠시였다. 나는 발을 동동 굴리는 대신, 곧바로 윤리오의 뺨을 때려 버렸다.

에라이, 모르겠다!

이럴 때는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지!

“아빠한테 전화 걸어서 리사 좀 바꿔 줘!”

윤리오의 뺨을 때리기 무섭게 반가운 시스템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가 발동됩니다.】

【적용 대상은 ‘윤리오’입니다.】

윤리오의 두 눈이 멍해지는가 싶더니, 그는 이내 제 스마트폰을 들어 윤사해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암만 생각해도 효과 한 번 죽여주는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였다.

***

윤사해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이마를 부여잡았다.

‘사야가 사라졌네.’

그 말을 내뱉기 무섭게 제 거주자는 저를 죽일 듯이 굴었다. 물론, 말로만 그랬다는 거다.

거주자는 인간을 해치지 못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랑야는 두 손을 주먹 쥔 채, 윤사해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분노했을 뿐이었다.

‘내가 인간이었다면, 너를 반쯤 죽여 놓았을 거다. 윤사해. 내가 미지 영역의 거주자임을 감사하게 여기도록 해.’

랑야는 그 말을 남긴 후, 곧장 제 딸아이를 찾으러 귀수산 바깥으로 나갔다.

윤사해는 그와 함께 하고 싶었으나 요동치는 감정에 그러지 못했다.

랑야는 그만큼 분노하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길드장님?”

“아니.”

평소라면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나왔을 테지만, 윤사해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윤사해가 한숨을 크게 내쉰 후, 서차웅에게 말했다.

“최설윤 길드장한테 연락이 오거나 하면 자네가 대신 받아 주게나. 중에 관한 일이면 내게 알려 주고.”

“네, 길드장님.”

최설윤과는 함께 중의 행방을 쫓고 있는 중이었다.

랑야가 그렇게 귀수산 바깥으로 떠난 후, 윤사해는 최설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도 아래아의 길드장은 제 길드원을 찾는데 대가 없이 흔쾌히 협조해 주기로 했다.

그녀 역시 중에게 당한 것이 많아 그런 것이리라.

윤사해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첫째 아들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윤사해는 순간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무시해 버릴까 고민했다.

감정이 절제되지 않는 때에 전화를 받았다가 아들에게 못할 말을 해 버리면?

생각조자 하기 싫은 끔찍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제 아들의 전화를 받아들었다.

너무 늦은 시간에 걸려 온 전화가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화면 너머로 낭랑하면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귀수산!

“……리사?”

윤사해는 휴대폰에서 제 귀를 떼고는 화면을 확인했다. 나타나 있는 이름은 제 아들이었다.

‘잘못 들은 건가?’

윤사해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더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야 언니도 화홍이 오빠도 지금 귀수산에 있어!

난데없는 말이었다.

남들이라면 아이가 헛소리를 한다며 넘어갈 이야기.

하지만 윤사해는 심각하게 표정을 굳히고서 제 딸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말이니, 리사? 자세히 말해 보렴.”

윤리사가 알게 된다면 기겁할 일이지만, 윤사해는 제 딸아이가 각성자임을 어렴풋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단지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

그는 윤리사가 <[S, 숙련 불가] 내 말이나 들어라!> 등의 스킬을 사용할 때, 몇 번이나 위화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윤사해의 말에 윤리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럴 시간 없어! 중이야, 중! 사야 언니랑 화홍이 오빠를 중이 데리고 있어!

윤사해의 두 눈이 살짝 떨렸다.

그는 아이의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대신 말할 뿐이었다.

“알겠단다, 리사. 고맙구나.”

윤사해는 전화를 끊고서, 귀수산 바깥을 발 벗고 돌아다니고 있을 제 거주자를 불러들였다.

“돌아오게, 랑야.”

윤사해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그 울림이 끝났을 때, 그의 앞에는 랑야가 성이 잔뜩 난 얼굴로 서 있었다.

윤사해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귀수산.

도깨비가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인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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