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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23)화 (123/500)

123화. 꿈은 달콤하다(1)

다행히도 한숨 자고 나니 머리의 두통이 사라졌다.

불행인 점은, 오늘 있을 파자마 파티가 취소됐다는 것.

“리사는 이제 멀쩡한데!”

“그래도 오늘은 아빠랑 같이 있자구나.”

자고 일어나니 곁에는 윤사해가 있었다. 나는 윤사해의 품을 파고들면서 칭얼거렸다.

“아빠는 바쁘잖아!”

“괜찮단다. 바쁜 일 모두 서 비서에게 맡겨 두고 왔으니.”

윤사해, 서차웅 월급 잘 챙겨 주고 있겠지?

나는 머리에 닿는 윤사해의 손길에 배시시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도윤이는? 도윤이도 그럼 같이 못 자는 거야?”

“그 아이는…….”

“도윤이 집에 혼자서 지내야 할 텐데, 내보내려는 거 아니지? 아빠?”

“으응, 아니지.”

내보낼 생각이었나 보다.

이 냉혈안 같으니라고! 암만 딸이 아프다고 해도 그렇지, 그 어린 아이를 집에 보낼 생각을 하더니!

물론, 윤사해 성격상 사람 하나를 붙여 줬을 거다. 어쨌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다행이다.

“조금 더 자렴, 리사. 아빠 금방 돌아오마.”

“응.”

윤사해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침대에 털썩 몸을 눕혔다가 벌떡 일어났다.

머리를 울리던 두통은 사라진 지 오래, 오히려 맑아진 느낌이다.

그때였다.

“윤리사.”

“리사야!”

저세상과 도윤이가 병실로 뛰어들어왔다.

“리사, 괜찮아? 이제 안 아파?”

“응! 하나도 안 아파!”

나는 도윤이를 안심시켜 준 뒤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어딜 일어나려고 해? 밖에서 다 들었어. 아저씨 말대로 조금 더 자기나 해.”

그런 나를 저세상이 막았다.

나는 뚱하게 두 뺨을 부풀리며 외쳤다.

“싫어! 잠 안 온단 말이야!”

“그럼, 억지로라도 눈을 감아.”

그게 뭐야!

싫다는 기색을 역력하게 표출했지만, 저세상이 갑자기 신을 벗고 내가 앉아 있는 침대로 올라왔다.

“저세상?”

“자자, 나도 백도윤도 피곤해. 그렇지, 백도윤?”

“응? 으응! 맞아! 낮잠 잘 거야!”

“도윤아?”

너까지……!

저세상과 도윤이는 내 팔을 하나씩 잡고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나는 두 눈을 데굴 굴리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윤리사, 웃지 말고 어서 자.”

네네, 알겠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유치원 때로 돌아간 것처럼 낮잠을 자야겠다.

***

윤사해는 이매망량 내 마련되어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끼익, 문을 열기 무섭게 인사가 날아들어왔다.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사야, 수고했네. 류화홍 헌터, 자네도 발 빠르게 대처해 줬고.”

사야의 옆에 있던 류화홍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는 한 거라고는 사람들 대피시킨 것밖에 없는 걸요? 마수들 잡는 건 사야 님과 리오가 다 했어요.”

“시민의 안전을 지켜 준 것만으로도 잘한 일이네. DMO 쪽에서도 큰 감사를 표했다네.”

“그…… 그렇다면야, 제가 좀 큰일을 했죠.”

칭찬에 약한 류화홍이 헤실거리며 뺨을 긁적였다. 윤사해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곧 발표가 나겠지만, 이번 사태는 ‘중’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네. 국가 기관을 대놓고 노린 이상, AMO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

“그렇게 되면, 길드장님께서 움직이시는 것이 불편해지겠군요.”

사야는 윤사해가 ‘중’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AMO가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단독으로 중과 관련된 사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사해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네. 그 탈쟁이 녀석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AMO에 손쉽게 잡힐 것 같지가 않거든.”

즉, AMO 쪽에서 협조를 요청하는 제안이 올 거라는 말이었다.

“그보다 두 사람 다 내게 할 말이 있다지?”

사야가 류화홍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입을 연 것은 사야였다.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을 겪었습니다.”

“흐음?”

“스킬의 등급이 갑자기 올랐어요. 근처에 A급 이상의 보조계 각성자라도 있나 했지만, 현장에 그런 류의 각성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윤사해가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사야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와 화홍이뿐만 아니라, 리오 도련님과 리타 도련님까지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도 아닌, 네 사람의 스킬 등급이 올라갔다니.

“알아봐야겠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매망량에 영입해야했다.

“리오와 리타는 어떤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많이 놀라신 것 같지만, 두 분 모두 괜찮습니다. 서로 뿌듯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 리사에 대한 일은 알리지 말게. 내가 둘에게 전할 것이니.”

“네, 길드장님.”

이내 사야와 류화홍이 윤사해에게 고개를 꾸벅거리고는 그의 집무실을 나갔다.

달칵, 문이 닫히기 무섭게 윤사해가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랑야.”

내뱉은 이름에 순식간에 대답이 들려왔다.

〖내 따님께서 위험해질 뻔했군, 윤사해.〗

랑야는 어느새 집무실 내의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말에 윤사해가 말했다.

“사야가 위험에 처할 일은 한 번도 없었다네. 현장의 마수들은 금강호, 그 녀석보다 한참 못 미치는 마수들이었고.”

〖만에 하나라는 상황이 있지.〗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윤사해는 그 속에서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윤사해는 제 감정이 덩달아 들썩이는 것을 느꼈다.

윤사해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후우. 말씨름하자고 자네를 부른 게 아니라네, 랑야.”

〖어련하시겠지. 그래서 무슨 일로 나를 부르셨을까?〗

“AMO 쪽에서 조만간 연락이 올 거라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야.”

〖아, 미리 협조를 구하겠다고 나를 부른 건가? 마음대로 해.〗

랑야가 붉은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읊조렸다.

〖우리 따님을 공격하신 녀석을 잡으시려고 나를 부르겠다는데, 기꺼이 도와드려야지.〗

***

이매망량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우리 집이었다.

“아, 깨어나셨어요? 아가씨도, 세상이도. 그리고 도윤이도 너무 곤히 잠들고 있어서 세 사람 다 조용히 모시고 왔는데.”

“아빠는?”

“곧 오실 거예요. 오늘 파자마 파티에 초대한 친구들한테는 길드장님께서 연락 넣으셨대요.”

우리 아빠, 행동 한 번 빠르기도 하지. 파자마 파티는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를 봐서 열어야겠다.

그 전에 세쌍둥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다급하게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사!”

“윤리사, 어디 있어!”

실습을 나갔던 쌍둥이가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왔다.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윤리오와 윤리타를 반겼다.

“리오 오빠, 리타 오빠! 리사 여기 있는데!”

윤리오와 윤리타가 류화홍에게 인사할 생각도 않고 곧바로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 열은 다 내렸어?”

“응, 다 내렸어.”

그럼에도 윤리오는 안심되지 않는다는 듯이, 울상이 가득한 얼굴로 내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때 윤리타가 심각하게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윤리오, 우리 월급 받으면 윤리사 한약 좀 지어 먹이자. 애가 몸이 너무 약한 것 같아.”

“그래, 혜원이 누나한테 실력 좋은 한의사 아냐고 물어봐야겠어.”

거절이다! 그보다 이 세상에도 한의사가 존재한다니!

하지만 윤리오와 윤리타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상이 키 크는 약도 지어 먹이는 게 어때?”

“저는 괜찮아요.”

언제 일어났는지, 저세상이 비몽사몽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쌍둥이의 귀에는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좋은 생각이야, 윤리오.”

“저는 진짜 괜찮은데……!”

저세상이 간절하게 제 의견을 피력했지만, 그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와! 리사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세상이 오빠한테 키 크는 약 먹이자!”

내가 윤리오와 윤리타를 응원했거든.

암만 봐도 둘은 내 몸을 보신하는 한약을 지어 먹일 것 같은데, 혼자 죽을 수는 없단 말이지.

저세상이 배신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시선에 방긋 웃어 줄 뿐이었다.

한약을 지어 준다니 뭐니 작은 소란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윤사해가 돌아왔다.

우리는 오랜만에 다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후, 피곤한 몸을 눕히고자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여기서, 나는.

“도윤아, 자러 가자!”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만히 서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눈치를 살피고 있던 도윤이가 밝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래, 도윤아. 세상이랑 같이 손잡고 자러 가자.”

하지만 도윤이는 내 손을 잡지 못했다.

그러기도 전에, 윤리오가 앞을 막고는 저세상이 도윤이의 손을 쥐게 했기 때문이다.

응? 이게 아닌데?

당황하여 두 눈을 빠르게 깜빡이는데, 윤사해가 나를 안아 들고는 눈웃음을 지었다.

“리사는 아빠랑 자자꾸나.”

“응……?”

나는 도윤이를 한 번, 그리고 윤사해를 한 번.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응!”

미안, 도윤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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