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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104)화 (104/500)

104화. 맞이한 봄에서(1)

빛나리 초등학교.

6년 동안 내가 다닐 초등학교의 이름. 그곳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윤사해의 손을 거부하고 나 혼자 뛰어갈 정도로 말이다.

“리사, 차 조심.”

“앗.”

자동차 한 대가 내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나를 멈춰 세웠던 윤사해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렇게 좋으니?”

“응!”

“그래……?”

윤사해가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빠는 우리 리사가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서 섭섭한데.”

빨리 자라나다니요, 아버지?

예상하건대, 나는 초등학교에서 가장 작을 아이일 게 분명했다. 물론 저세상도.

나보다 작은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

나는 아쉬운 마음은 뒤로 하고 배시시 웃으며 윤사해에게 팔을 내밀었다.

“리사는 빨리 크고 싶은데?”

“왜?”

“그래야 아빠 지켜 줄 테니까! 그리고 리사는 리오 오빠랑 리타 오빠랑 같이 아빠랑 평생 살 거야!”

윤사해가 기분 좋다는 듯이 웃고는 나를 안아들었다. 한 손으로는 저세상의 손을 꼭 쥐고서 말이다.

저세상은 아침부터 말이 없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서인지, 긴장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윤사해가 제 손을 꼭 잡은 저세상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세상이는?”

“네?”

윤사해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세상이는 아저씨랑 형들이랑 평생 살고 싶지 않니?”

그 말에 저세상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톱의 끝을 만지작거렸다.

“저…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저세상은 그 말을 삼킨 듯이 보였다.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빛나리 초등학교에서 나는 탄식했다.

“다행이구나. 리사랑 세상이, 둘 모두 같은 반이란다.”

안타깝게도 저세상과 같은 반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백도윤… 이 자식도 같은 반이라고? 그 옆에 한단아……. 후우, 누가 반 배정을 이따위로 한 건지.”

도윤이와 단아도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다.

단예랑 단이와는 헤어졌지만, 그래도 둘은 나란히 옆 반에 배정됐다.

즉, 자주 놀러갈 수 있다는 말!

나는 윤사해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래, 아빠? 리사는 친구들 있어서 좋은데!”

“그래, 리사. 네가 좋다면 좋은 거겠지.”

아닌 것 같은데요.

윤사해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우리를 데리고 올라갔다.

하긴, 여기 더 있었다가는 인파 속에 파묻힐 것 같았다.

윤사해를 보러 오기 위해 몰려온 인파는 아니었다.

그는 지금 안면 인식에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을 착용 중이었으니까.

“잠깐만 비켜 봐요! 우리 애 몇 반인지 좀 보게!”

우리는 떠들썩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2반으로 향했다.

1년 동안 지내게 될 교실이었다.

그리고 교실 문 앞에 붙여져 있던 좌석 배치도에 따르면…….

‘망할!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내가 저세상과 짝지라니!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래를 흘긋 내려다보니 저세상 역시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였다.

너도 기분 나쁘냐?

나도 기분 나쁘다!

나는 저세상에게서 홱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윤사해는 우리가 서로 짝지인 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휴우, 반 배정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좌석 배치는 선생님께서 잘 해 놓으셨구나.”

윤사해는 그리 말하고는 나와 저세상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섰다.

“리사, 세상아. 둘이서 자리 한 번 찾아가 보렴. 아빠는 밖에 있으마.”

윤사해가 나를 품에서 내려 줬다.

그의 말에 저세상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곧장 제자리를 찾아갔다.

맨 앞줄의 가운데 자리.

그곳이 나와 저세상의 자리였다.

“히잉, 창가 자리였으면 했는데.”

나는 울상을 지으며 가방을 책상 걸이에 걸었다. 내 말에 저세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가 자리가 좋아?”

“응, 볕이 잘 들어와서 낮잠 자기 좋거든.”

저세상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입을 뻐금거렸다. 그것도 잠시, 그는 창가 쪽을 흘긋거리고는 말했다.

“선생님한테 말해서 창가 쪽이랑 자리 바꿔 달라고 할까?”

“안 될 걸.”

나는 손바닥에 얼굴을 받치고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 말에 저세상이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모르잖아.”

“내 경험으로는 안 됐거든.”

“……?”

저세상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자세히 말해 줄 생각은 없었다.

내가 ‘마리아’로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내 짝지는 내가 보육원에서 지내는 것을 알고 그렇게나 나를 놀렸었다.

선생님께 여러 번 짝지를 바꿔 달라고 울고 불며 했었지만…….

‘안 됐지.’

오히려 그 자식이 나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니까, 나보고 이해하라는 듯이 달랬었다.

뭐야, 생각해 보니 짜증나잖아?

내 천추의 한은 그 자식의 가랑이 사이를 못 찬 거다.

“윤리사? 갑자기 왜 그런 얼굴이야? 꼭 누구 하나 죽일 것처럼.”

으드득, 이를 갈고 있던 나는 저세상의 말에 활짝 웃었다.

“무슨 소리야, 세상이 오빠? 리사 얼굴이 뭐 어때서.”

저세상이 질린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는 사이, 같은 반 친구들이 한 명씩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봐봐! 내 말 맞지, 백도윤? 윤리사랑 저세상은 먼저 와 있을 거라니까? 괜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잖아!”

“그, 그치만 나는 몰랐는걸!”

단아와 도윤이가 도착했다. 둘은 나와 저세상을 향해 쪼르르 달려오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그러기도 전에 우리의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기 때문이다.

나는 단아와 도윤이에게 나중에 인사하자며 손을 한 번 흔들어 준 뒤 바르게 허리를 폈다.

학부모들은 모두 창문에 다다닥 붙어서 제 자식이 잘하나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건 윤사해도 마찬가지. 어느새 곁에 백시준도 있었다.

선생님은 반을 한 번 둘러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부터 여러분의 담임을 맡게 된 백장미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의 말씀에 정적이 찾아왔다.

1학년 2반 아이들은 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을 뿐, 아무도 선생님께 인사하지 않았다.

와우, 어색해.

그 순간 나는 저세상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우리는 짧게 시선을 교환한 후, 동시에 고개를 꾸벅거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이 나와 저세상의 인사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안녕, 얘들아. 어디 보자. 리사랑 세상이구나? 자, 다른 친구들도 리사와 세상이가 한 것처럼 선생님께 인사해 볼까요?”

그 말에 아이들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참으로 우렁찬 목소리였다. 1학년 2반의 담임, 백장미는 아이들의 인사에 눈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이제 입학식 하러 체육관으로 이동할 거예요. 가는 길이 복잡하니까 짝꿍끼리 서로 손 꼭 잡고 선생님을 따라와야 해요. 알겠죠?”

“네에!”

라고 대답했지만 나와 저세상은 서로 손을 잡지 않았다.

“리사, 세상아. 손 꼭 잡아야지.”

선생님께서 억지로 우리의 손을 맞잡게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러고 있었을 거다.

우리는 사이좋게 입술을 삐죽였고, 강당에 도착하기 무섭게 서로의 손을 내팽개치듯이 뿌리쳤다.

입학식은 간단하게 진행됐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과 각 반의 선생님 소개.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강당 위로 올라섰을 때 힘껏 손뼉을 쳤다.

그렇게 입학식을 마치고 돌아온 교실. 우리를 맞이한 건 자기 소개 시간이었다.

“누가 먼저 해 볼까요?”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선생님이 나를 보고는 웃었다.

“리사 먼저 해 볼까?”

“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씩씩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윤리사라고 합니다! 1학년 2반 친구들 잘 부탁드려요!”

다음은 저세상의 차례였다.

“저세상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간결한 자기 소개였다. 나는 속으로 짧게 혀를 차고는 저세상에게 속닥거렸다.

“그것도 자기소개라고 한 거야?”

“뭐, 어때서. 이름 말하면 됐지. 여기서 더 뭘 말하라고.”

저세상이 심드렁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 세상이 오빠, 나랑 도윤이. 그리고 단아 말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사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머지않아 깨달았다.

“야, 너희들.”

다른 친구들을 굳이 사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난 후, 나와 저세상은 곧장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우리를 불러 세운…….

“우성운? 아닌데. 우성운은 옆 반이던데.”

“걔는 내 사촌.”

우성운의 사촌만 아니었으면 말이다.

이름은 우신우.

나와 저세상 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 아이가 입꼬리를 비딱하게 올렸다.

“저세상이라고 했지? 네가 걔야? 윤리사 집에 얹혀산다는 엄마 아빠 없는 애? 그리고 우리보다 두 살 많은데 멍청해서 우리랑 같이 1학년 됐다는 애?”

우성운 사촌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똑같다.

나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고 저세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치,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는 그런 태도였다.

저세상이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든, 그러지 않았든 지금 중요한 건 하나였다.

“아빠! 쟤가 세상이 오빠 보고 엄마도 아빠도 없이 우리 집에 얹혀사는 애래! 그리고 세상이 오빠보고 멍청하대!”

“……!”

지금 이 자리에는 윤사해가 있다는 것.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윤사해의 얼굴이 단번에 찌푸려졌다.

나는 그의 품에 꼭 안기고는 우신우를 비웃었다.

왜인지 모르게 초등학교 생활이 굉장히 짜릿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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