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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85)화 (85/500)

85화. 가을에 내리는 비(3)

병원에서 퇴원 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장천의와 만나기로 약속한 주말.

……의 전날인 금요일 아침이 되었다.

“리사, 더 안 쉬어도 되겠어?”

“맞아. 그냥 다음주 월요일부터 유치원 가는 게 어때?”

윤리오와 윤리타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싫어! 리사는 친구들 보고 싶단 말이야!”

그리고 윤씨네의 과보호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까 싶어 시도 때도 없이 안아 들었다.

내가 남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암만 그래도 인간은 이족 보행 생물인데…….

“안으려고 하지 마! 오늘 리사는 두 발로 유치원까지 걸어갈 거니까!”

이러다 걷는 법을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나를 안아드니 아주 골치 아팠다.

나의 엄포에 윤리오와 윤리타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에 만족해하며 윤리오와 윤리타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집을 나서려는 순간.

“야, 윤리사.”

저세상이 나를 붙잡아 세웠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목에서 사자가 그려진 팔찌를 벗어 내게 건넸다.

“네 거 망가졌다면서? 나는 어차피 집에만 있으니까 필요 없어.”

나도 필요 없는데.

하지만 윤리오와 윤리타가 흐뭇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상이 착하네.”

“윤리사, 세상이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얼떨결에 필요치 않은 물건을 받게 됐다. 나는 뚱한 얼굴로 저세상의 팔찌를 내 손목에 끼웠다.

“그므워(고마워).”

대충 건넨 감사 인사는 덤이었다.

저세상이 그것도 인사라고 한 것이냐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그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며 말했다.

“세상이 오빠! 집 잘 지키고 있어! 한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빨리 가기나 해!”

웬 성질이람.

그래도 아침부터 저세상에게 한 방 먹여 기분이 좋았다.

나는 윤리오와 윤리타의 손을 꼭 잡고서 유치원을 향해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리오 오빠랑 리타 오빠 둘 다 리사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주는 거야?”

원래, 둘 중 한 명은 이쯤에서 헤어져 학교로 갔는데 말이지.

내 말에 윤리오와 윤리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리사.”

“맞아, 유치원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한데! 둘보다는 셋이서 이렇게 가는 게 낫지!”

아하, 그러세요?

참고로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은 자동차 진입 금지 구역이었다.

즉, 나를 위협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

나를 향한 우리 오라버니들의 과보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일 듯싶었다.

아이고, 머리야.

쌍둥이의 과보호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푹 내쉬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사? 리사야!”

“도윤아!”

나는 윤리오와 윤리타의 손을 놓고서 도윤이에게 달려갔다.

“으아앙! 리사야!”

도윤이 역시 울음을 터트리며 나를 향해 뛰어왔다.

아니, 도윤아! 갑자기 왜 우는 거야?!

당황하는 찰나에 내 몸이 순식간에 들렸다.

“안녕, 도윤아. 우리 리사한테 너무 그렇게 다가오지 말아 줄래?”

상황을 인지했을 때에, 나는 이미 윤리오의 품에 안긴 상태였다.

내가 분명 오늘은 두 발로 씩씩하게 유치원에 걸어간다고 그랬는데!

윤리오의 말에 도윤이가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다.

“그치만…….”

“도윤아.”

그런 도윤이를 달랜 사람은 백시준이었다.

“리사가 많이 아팠었잖아. 조심히 다가가야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죠.

그보다 아저씨, 아니 삼촌.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외모는 여전히 눈이 부시네요.

백시준이 백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시준이 삼촌.”

윤리타가 백시준을 향해 살갑게 인사했다. 윤리오는 나를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꾸벅였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래, 리오랑 리타 둘 다 오랜만이야. 그보다 리사, 몸 좀 어떠니?”

“괜찮아요!”

“그래,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백시준이 눈웃음을 지었다. 그때 그의 곁에 꼭 붙어 있던 도윤이가 내게 재잘거렸다.

“리사, 정말 괜찮아? 내가 업어 줄까? 나 단이랑 단아 업을 수 있어! 단예도!”

“리사는 괜찮아.”

사실, 도윤아. 네가 나를 정말 업을 수 있나 궁금해서 업어 달라고 하고 싶은데 말이야. 너를 향한 쌍둥이의 눈빛이 너무나도 매섭구나.

도윤이가 내 말에 시무룩한 얼굴을 보였다. 아이구, 우리 도윤이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나는 윤리오의 품에서 내려와 도윤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신 리사랑 같이 손 잡고 들어가자, 도윤아!”

“응!”

도윤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을 잡았다. 윤리오와 윤리타가 그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을 번뜩였지만.

“리사는 유치원까지 도윤이랑 손잡고 뛰어갈 거야. 방해하면 가만 안 둬. 미워할 거야.”

내 경고에 부루퉁한 얼굴을 보이기만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도윤이와 곧장 유치원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

“리사! 넘어지면 어쩌려고!”

“맞아, 윤리사! 뛰지 마!”

이미 늦었지롱.

나와 도윤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유치원에 도착해 나란히 신발을 벗었다.

뒤늦게 우리를 쫓아온 윤리오와 윤리타가 나를 급히 살피며 말했다.

“리사, 무슨 일 있으면…….”

“이거 누를게!”

“그래, 그것도 누르고. 유치원 선생님한테 말해서 우리한테 연락해야 해. 알겠지?”

“응!”

윤리오는 나의 대답에도 몇 번이나 내게 같은 말을 당부했다.

“그만해, 윤리오.”

윤리타가 말리지 않았으면, 나는 자라나리 유치원의 신발장 앞에서 1시간은 서 있었을 거다.

“윤리사,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놀아야 해.”

“그 친구들이 괴롭히면?”

“여자고 남자고 가랑이를 차 버려.”

저기요? 윤리타, 당신은 가랑이에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나요?

하지만 알겠다고 답하지 않으면, 윤리타 역시 윤리오처럼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할 기세여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제야 쌍둥이는 나를 놓아 주었다.

나는 윤리오와 윤리타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어 준 뒤, 백시준과 이미 인사를 끝마친 도윤이와 함께 꽃님반으로 향했다.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유치원에 오지를 않아서 그런가? 도윤이와 함께 걷는 복도가 무척이나 어색했다.

“리사, 안녕.”

“안녕하세요, 선생님!”

나는 자라나리 꽃님반 선생님께 인사를 한 후,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은 저마다 장난감을 하나씩 잡고선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그냥 유치원 가방 내려놓고 도윤이랑 구석에 가서 놀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뒤따라 들어온 도윤이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얘들아! 리사가 왔어!”

각기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던 친구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우와, 윤리사다!”

“유치원 이제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왔네?”

자리에서 일어나 우르르 내게 모여들었다.

“아팠다면서?!”

“어디가 아팠는데?”

뭐야, 너희들 왜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아?

단예랑 단아도 나처럼 오래 결석한 적이 있는데, 그 둘이 유치원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러지 않았잖아?

친구들의 질문 공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허공을 찢으며 내게 들려왔다.

“윤리사!”

단아였다.

그리고 단아의 등장과 함께 내게 모여들었던 아이들은 양쪽으로 쫘악 갈라졌다.

“단아야, 안……!”

“윤리사, 이 바보야!”

“크흡!”

단아한테 제대로 인사하기도 전에, 단아가 나를 들이받고 말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두 팔 벌려 내 등을 꼭 끌어안았다.

단아야, 격한 환영은 정말 고맙지만 나를 조금 더 소중히 대해 줬으면 좋겠어.

갈비뼈 나갈 뻔 했다고.

밀려오는 고통에 끙끙 앓는데, 단아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괜찮아? 이제 안 아파?”

“응.”

갈비뼈가 나갈 뻔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단아가 내 대답에 울먹였다.

“윤리사, 미워! 맨날 나 걱정하게 만들고!”

“미… 미안……?”

나도 모르게 사과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건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흐아앙! 윤리사, 진짜 미워!”

저기, 그렇게 울면 소녀가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단아가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도윤이가 선생님을 부르러 갔고,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였다.

“셋째야, 네가 우니까 리사가 곤란해 하잖니.”

나의 구세주가 등장하셨다.

“리사야,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이야, 단예야!”

단예가 내게서 단아를 떼어낸 후, 나를 살피며 물었다.

“아픈 곳은 다 나았니?”

나는 보란 듯이 소매를 걷어 올려 팔을 보여 주었다. 있지도 않은 근육을 단예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단예가 내가 하는 짓을 보고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건강해 보여서 정말 다행이야. 걱정 많이 했거든. 나도, 셋째도. 그리고.”

“나도.”

단예의 말을 이은 건 단이였다.

단예의 뒤로 나타난 단이가 나에게 인사했다.

“안녕, 리사. 많이 아팠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응! 이제 괜찮아!”

“다행이야. 할아버지께서 너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했어.”

“리사한테?”

“응.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붙여 준 경호원 분들이 계시거든.”

“그런데 그 어른들이 윤리사, 너를 제대로 지켜 주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말한 사람은 단아였다.

단아가 불퉁한 얼굴로 벼락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 사람들 다 잘렸어! 흥!”

잘렸다니. 그분들께는 죄가 없습니다만.

괜히 양심이 콕콕 찔려왔다.

어쨌든 자라나리 유치원 꽃님반의 친구들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마주 본 친구들의 얼굴에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 활짝 웃으며 물었다.

“리사는 이제 괜찮으니까 신나게 놀자! 리사랑 놀 사람?”

단예도, 단아도.

도윤이와 단이도.

네 사람 모두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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