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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35)화 (35/500)

35화. 악화일로(2)

윤리오와 윤리타가 청해진과 함께 있을 거란 말은 정답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친구들을 자취방에 들인 청해진이 걸려오는 전화에 뺨을 긁적였다.

“윤리오, 윤리타. 아저씨한테 전화 오는데?”

윤리오가 길게 생채기가 난 윤리타의 뺨에 밴드를 꼭꼭 붙여 주고는 말했다.

“무시해.”

윤리타는 받아 달라고 말하려던 눈치였으나, 윤리오의 낯빛을 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기 무섭게, 청해진에게 걸려오던 전화가 끊겼다.

청해진이 한숨을 내쉬는 찰나, 다시 한 번 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야, 이번에는 화홍이 형한테 전화 오는데?”

“그것도 무시해.”

“그럼, 우리 누나 전화는?”

“…….”

“무시하면 누나한테 죽을 것 같은데, 받아도 돼?”

청해진이 살려 달라는 듯이 윤리오를 바라보았다. 친구의 간절한 시선에 윤리오가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렸다.

“마음대로 해, 대신 너희 집에 아무도 없는 거야. 알겠어?”

“응! 나만 믿어!”

청해진이 밝은 얼굴로 누나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아들었다.

“응, 누나. 우리 집에 아무도 없다고 아저씨한테 전해 줘.”

-그래. 동생아. 묻지도 않았는데 답해 줘서 고맙다.

“아.”

청해진이 바람 빠진 소리를 내고는 쌍둥이의 눈치를 살폈다.

윤리오가 기가 차다는 얼굴을 보였고, 윤리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바보.”

윤리타의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심하다는 듯이 저를 쳐다보는 쌍둥이의 시선에 청해진이 상황을 수습하고자 입을 열었다.

“누나, 그게 있잖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저씨가 리오와 리타를 찾고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에 그렇게 말한 것뿐이란 거지?

“그렇지! 역시, 우리 누나.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 주다니!”

저 바보가 내 친구라니.

윤리오와 윤리타가 짜게 식은 얼굴로 청해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청해진은 쌍둥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했는지, 좋아라하며 웃을 뿐이었다.

청해진의 전화 너머로 한숨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래, 일단 알았어. 용돈 보내 놓을 테니, 리오랑 리타랑 맛있는 거 먹어.

“응! 누나 땡큐!”

티 없이 맑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청해진이 녹음을 닮은 두 눈을 휘게 접으며 쌍둥이에게 물었다.

“들었지? 뭐 먹을래?”

태평하게 묻는 꼴이라니.

윤리오가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보였지만,

“피자? 치킨? 뭐 먹을 거냐니까?”

청해진의 재촉에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햄버거 시켜, 불고기 버거로.”

쌍둥이 동생이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인스턴트 음식이었다.

***

기어코 자정이 넘어 버렸다.

윤리오와 윤리타는 결국 하루가 바뀐 뒤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윤사해는 둘의 행방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래, 해진 군과 함께 있다고.”

-네,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알겠네. 알려 줘서 고맙네, 해솔 양.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주게나.”

해솔?

들린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아는 한, 저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한 명뿐인데…….

저세상을 흘긋거리니 얼굴이 살짝 굳어 있는 게 보였다. 윤사해가 말한 ‘해솔’이라는 이름이 내가 아는 ‘청해솔’이 맞나 보다.

같은 청(淸) 가문의 사람이라서 청해솔에게 부탁한 건가? 청해진에게 윤리오와 윤리타의 행방을 물어봐 달라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청해솔과 청해진이 단순히 같은 가문에 속해 있어서 윤사해가 그녀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었다.

남해 용왕의 후손들.

그들은 같은 가문의 사람이더라도 서로를 견제하며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가주가 되어 용왕이 남긴 부산물을 차지하기 위해서였지.

윤사해가 이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굳이 청해솔에게 전화를 건 이유라면…….

“아빠, 있잖아. 혹시 해진이 오빠가 해솔이라는 언니의 동생이야?”

“응, 그렇단다.”

머리에 차가운 물이 끼얹어진 것만 같다.

청해솔에게 동생이 있었단 건 알았다. 그녀가 청 가문의 가주가 된 것도 동생 때문이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각성, 그 후』에서 서술된 내용은 그게 전부였다.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엑스트라.

그게 청해솔의 동생이 가지고 있던 위치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동생이 윤리오와 윤리타의 친구인 ‘청해진’이었다니.

“망할 작가 새끼……!”

주조연의 가족 관계는 세세하게 풀어 달란 말이야!

차오르는 분노에 입술을 꾹 깨무는데, 나를 안고 있던 윤사해가 미간을 좁혔다.

“지금 뭐라고 했니, 리사?”

헉, 욕한 걸 들었나 보다. 이럴 때는 모르는 척 웃는 게 상책이다.

“응? 리사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빠, 귀 아야해?”

“…….”

윤사해가 할 말을 잃은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저세상은 그게 아저씨한테 할 소리냐는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뭐, 인마.

나는 저세상의 시선을 모른 척하며, 윤사해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리사는 리오 오빠랑 리타 오빠 보고 싶은데.”

“그래, 아빠도 보고 싶단다.”

윤사해가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는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오빠들은 내일 데리러 가자꾸나.”

“응!”

윤사해가 데리러 가기도 전에 쌍둥이가 돌아올 것 같았지만,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고갯짓에 윤사해가 피곤한 낯에 미소를 걸었다.

“그럼, 리사. 이만 들어가서 자자꾸나. 세상아, 너도.”

그 말에 나와 저세상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아빠, 잠깐만! 세상이 오빠, 아직 양치 안 했는데!”

“윤리사는 세수 안 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일러바치고 말았다. 나와 저세상은 불꽃 튀는 시선 교환을 한 뒤에 윤사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우리들의 시선에 윤사해가 어색하게 웃는 찰나, 그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전화라니! 예의를 어디다 버려두고 온 사람인가 했더니.

“그래, 서 비서.”

서 비서님이셨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리오 도련님과 리타 도련님의 수색 건으로 전화 드렸습니다.

“애들은 찾았다네. 해진 군의 집에 있다는 것 같더군.”

윤사해가 서차웅과 통화하면서 나와 저세상을 욕실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는 저세상의 손에 치약을 묻힌 칫솔을 쥐여 주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세상아, 혼자서 치카치카할 수 있니?”

“네? 네, 할 수 있어요…….”

치카치카.

어린 아이에게 맞춘 표현에 저세상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윤사해의 그 말을, 전화 너머의 서차웅도 들었나 보다.

-길드장님? 지금 뭘 할 수 있냐고 물으셨습니까?

저렇게 당혹감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자네한테 말한 게 아니라네.”

윤사해가 태연하게 대꾸하고는 내가 딛고 설 발 받침대를 세면대 아래에 놓았다.

“리사도 혼자서 세수할 수 있지?”

“응!”

나는 받침대를 딛고 서서는 물을 틀었다. 저세상은 윤사해가 쥐여 준 칫솔을 입에 물었고.

윤사해가 알아서 척척 양치와 세수를 해내려는 우리를 보고는 흐뭇하게 웃으며 욕실을 나갔다.

아직, 서차웅과 이야기를 나눠야할 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서 비서, 류화홍 헌터에게도 애들을 찾았다고 전해 줬으면 하는데…….”

멀어지는 목소리에 나는 손에 물을 묻혀 대충 얼굴을 씻고는 저세상에게 물었다.

“리오 오빠랑 리타 오빠가 해진이 오빠 집에 있을 거란 건 어떻게 알았어?”

“찍었어.”

저세상이 나를 밀치고는 세면대에 양칫물을 받았다.

“리오…… 형이랑 리타 형, 두 사람한테 친구는 해진이 형뿐일 것 같았거든.”

칫솔을 입에 물고서 잘도 말한다 싶었다.

“형들이 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한 사람이 해진이 형이었으니까. 그래서 해진이 형 집에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거야.”

저세상이 이를 몇 번 닦아내고는 받아 놓은 양칫물로 입 안을 깨끗하게 헹궜다.

“몰랐나 봐?”

입가를 닦는 모습이 얄밉기 그지없다. 나는 얼굴을 닦고는 저세상에게 수건을 던져 줬다.

“알고 있었거든.”

저세상이 내가 던진 수건을 아주 가볍게 받아들고는 재수 없게 입꼬리를 올렸다.

“몰랐던 것 같은데?”

“알고 있었거든?! 입이나 제대로 닦아!”

“아풉!”

나는 저세상의 입가를, 아니. 얼굴을 있는 힘껏 닦아 줬다.

“리사! 지금 뭐하는 거니!”

통화를 끝내고 온 윤사해에게 곧바로 제지당했지만 말이다.

“아저씨……!”

저세상이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윤사해의 뒤로 몸을 숨겼다.

쳇, 조금만 늦게 오지. 그랬으면 저 망할 주인공의 입을 깨끗하게 지워 버렸을 텐데.

윤사해가 나를 안아 들고는 타이르듯이 말했다.

“리사, 세상이 오빠를 그렇게 괴롭히면 안 되지. 리오와 리타가 있었다면 크게 혼났을 거란다.”

“그리고 아빠도 오빠들한테 혼났겠지! 리사를 제대로 안 봤다고!”

“그…… 그렇지.”

윤사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이만 자러 가자꾸나. 시간이 너무 늦었구나.”

윤사해는 그렇게 나를 침대에 손수 눕히고는 이불을 끌어올려 주었다.

그대로 나가나 했지만, 윤사해는 저세상에게 인사를 종용했다.

나를 향한 굿나잇 인사를 말이다.

“세상아, 리사한테 잘 자라고 해야지. 리사도 세상이 오빠한테…….”

“잘 자, 세상이 오빠. 리사 꿈 꿔.”

나는 윤사해의 말을 끊고는 저세상을 향해 방긋 웃어 주었다.

나의 굿 나잇 인사에 저세상의 얼굴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하, 세상이 오빠? 리사의 인사가 마음에 안 들어?

소리 없이 저세상을 비웃는데, 망할 주인공님께서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미소 지었다.

“리사도 잘 자, 내 꿈 꿔.”

시바.

윤사해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런 내 얼굴이 재미있다는 듯이 저세상이 얄궂게 웃었다.

윤사해는 그 얼굴을 보지 못했나 보다. 기특하다는 듯이 저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리사. 잘 자렴.”

윤사해가 저세상을 데리고 방문을 열었다. 들어오는 거실의 불빛에 윤사해의 그림자가 길게 졌다.

“아빠.”

내게로 고개를 돌린 윤사해의 얼굴에 옅게 그림자가 져 있었다.

근심과 걱정이 한가득인 그의 얼굴에 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마.”

오빠들은 내일 데리러 가기로 했잖아. 데리러 가기도 전에 집에 돌아올 것 같지마는.

나는 뒷말을 삼키고는 윤사해를 빤히 쳐다봤다. 윤사해가 내가 삼킨 뒷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미소를 그리며 화답했다.

“그래, 걱정하지 말렴.”

달칵, 닫힌 문과 함께 찾아온 건 고요다.

그 속에서 나는 두 눈을 형형하게 빛냈다.

[검색 대상] : 청해진

[↳연관 검색어 : 청해솔 | 윤리타 | 밳� | 초랭이 | 비나리 고등학교 | 春 ]

자, 그럼.

어디 한 번 작가님께서 풀지 않은 『각성, 그 후』의 비밀 설정을 파헤쳐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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