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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1) (249/250)


신세계 (1)
2022.08.05.


차원 경매장엔 있었다.

능력마저도 통제할 수 있는 도구가.

“잠깐 능력 좀 쓸게. 경계 부탁해도 돼?”

“아아. 물론입니다.”

봉춘향이라면 든든했다.

이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쇼핑이 가능하다.

주민성은 그대로 근처에 누워 차원 경매장 능력을 사용했다.

[능력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조회합니다.]

[총 1278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능력이라는 모호한 단어 때문이었는지 아주 많은 수량의 물품이 확인됐다.

따라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조회하기로 했다.

“능력자의 능력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

이러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대상이 악마도, 몬스터도 아닌 능력자에 국한되니까.

예상대로였다.

[능력자의 능력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조회합니다.]

[총 93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이마저도 애매하게 많다.

“아니. 그중에서도 고위 능력자의 능력을 통제할 수 있는 걸로.”

돈은 얼마든지 있었다.

사겠다면, 가장 비싸고 성능 좋은 도구를 구매하는 게 최고다.

그 결과.

[총 1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단 하나의 결정적인 도구를 찾아냈다.

생각할 것 없이 검색된 물건이 정답이리라.

[혼돈 포식자의 편린: 개당 580억 원]

[구매 가능 수량: 1]

“구매.”

진작부터 금액은 중요치 않았다.

평화가 가장 중요했다.

괜히 아득바득 돈만 모아 지폐 더미에서 헤엄을 치며 놀 것도 아니었고.

“…세금은 안 붙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어찌 되었든 생각보다 간단한 쇼핑이었다.

“후우.”

세 차례의 심호흡을 마치곤 인벤토리에 수납되어있던 혼돈 포식자의 편린을 꺼냈다.

“음?”

하지만 주민성은 혼돈 포식자의 편린을 볼 수가 없었다.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포식자의 편린이 흡수됩니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마석이 흡수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메시지도 마찬가지.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메시지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식자의 편린의 연동이 완료됩니다.]

[능력 구매 권한이 해금됩니다.]

[대상의 능력을 구매합니다.]

“대박….”

그저 대박이라고밖엔 할 말이 없었다.

이것은 협회장 정혁수가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으니까.

실제로 당하기도 했었다.

파벨이 아니었다면 당했을지도 모르는 그 능력이다.

“이걸 이렇게 얻게 되네….”

물론 협회장은 주민성과 다른 과정을 거쳤을 게 확실했다.

카오스 게이트를 통해서 무언가를 더 끌어내려고 했었던 인간이었으니.

물론 끝이 차원 경매장이었던 것은 같았지만, 주민성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

능력 사용법도 자연스레 깨달았다.

그저 조금 더 비싼 능력이었을 뿐.

그동안 써온 능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됐어.”

“고생하셨습니다.”

“땡큐. 출발하자.”

“네. 차량 대기시키겠습니다.”

광휘의 날개를 사용한다면 순식간에 인천으로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굳이 그러진 않았다.

너무 눈에 띌뿐더러 상대가 주민성을 의식하는 순간 검거 명분을 날려 먹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신성에서 제공하고 차량 튜닝 기술자 출신 생존자가 세팅해준 고스펙 차량도 있었고.

“대장님.”

“응?”

“제, 제가 운전해도 되겠습니까?”

“응. 당연히 안 돼.”

“…큿.”

운전기사의 섭외도 마쳤다.

원래라면 신우빈이 지정해준 기사가 여기에 해당했을 테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뭐야. 불만이야?”

“아닙니다.”

운전은 성아영이 자처했다.

의외로 면허증까지 있었다.

“혼자 놀러 다니는 거 좋아해서 땄어. 정상적인 면허증 맞음.”

물어보진 않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아무튼 지금의 방침은 성아영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거니까.

가장 중요한 건, 이제 주민성도 성아영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거부감을 가지기엔 여태 받은 도움들이 너무 컸다.

“넹. 운전 부탁드립니당. 기사넴.”

“말투 뭔데.”

“부탁하는 말투.”

“참나.”

성아영과 투덕거리다 보니 도착은 금방이었다.

이젠 영주와 교주가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확인해 볼 시간.

주민성은 차량에서 내려 기척을 숨기고 컨테이너 밀집 구역으로 향했다.

주위엔 예상대로 생존자들이 가득했다.

“오오!”

“진짜 변했어!”

게다가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해 쉽사리 비켜줄 것 같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해결법은 존재한다.

주민성은 최대한 안쪽의 컨테이너에 건물 관조를 사용했다.

“…….”

새로이 펼쳐진 풍경에 주민성은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아압!”

“오오오오!”

지금은 교주 능력자의 차례.

무언가 군중 심리를 세뇌해 거창한 일이라도 저지를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저 인벤토리를 활용해 물건을 바꿔 꺼내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흐으음!”

“우와아아!”

그래도 영주 능력은 조금 특이했다.

인벤토리에 들어간 물건이 가공돼서 나왔으니까.

물론 주민성이었기에 트릭의 정체는 쉽게 깨달았다.

‘인벤토리 안에 누군가가 있군.’

여태 장 박사를 활용해왔던 전례가 있어 쉽게 알아차렸다.

인벤토리 내부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니까.

물론 여기서 주목할 만한 건 가공 설비.

영주 능력자는 주민성의 것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인벤토리를 관리하고 있었다.

“오오! 덕분에 수고를 덜었습니다!”

게다가 나쁜 영향력도 끼치지 않는다.

나름 수가공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생존자에게 도움을 줬을 뿐이다.

물론 생존자들의 기준이었다.

“강력하면서도 도움 되는 경쟁자가 들어왔군.”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구축해둔 인프라에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딱히 이용료 청구를 파훼한 것도 아니었지만.”

다소 허탈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들을 억압하는 게 역으로 안 좋은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 데뷔는 미뤄야겠어.”

주민성은 시점을 옮겨 인파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차량으로 복귀했다.

“일찍 왔네? 별일 없었어?”

“응. 사소하더라. 그냥 활동 자금만 더 챙겨주는 게 나을 것 같아.”

자금 관련 부분은 봉춘향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조치하겠습니다.”

“오케이.”

주민성과 일행은 인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저녁 일정을 준비했다.

오늘의 가장 큰 일정이기도 했다.

“곧 도착하지?”

“네.”

이번에 도착하는 상대는 북아프리카 연합.

그중에서도 상당한 수뇌부들이 모인다고 한다.

‘대격변 끝자락에서도 살아남는 최후의 세력.’

같으면서도 다른, 적어도 평행세계의 북아프리카는 그러했다.

인류 멸망 직전까지도 세력을 유지해 살아남았다.

신성의 진짜 저력이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정보는 신우빈에게도 비밀로 했던 부분.

‘능력 구매는 여기서 데뷔하겠군.’

연합 수장을 포함한 수뇌부들의 방문이다.

이들 중엔 분명 대격변을 강력하게 맞받아칠 수 있는 능력자가 존재하리라.

주민성은 이 능력을 구매해 세계에 좀 더 광범위하고 큰 영향을 끼칠 계획이었다.

“준비는 어때?”

“튜토리얼 탑 등반이 끝나지 않은 게 조금 문제이긴 합니다. 그래도 다른 능력자들은 제 위치에 배치해뒀습니다.”

“어쩔 수 없지. 정석대로 공략하는 거니까.”

최선호 일행은 튜토리얼 탑을 정석대로 깨나가고 있었다.

물론 건물주 능력과 추방자 능력이라는 묘한 편법이 들어가긴 했지만, 적어도 모든 층을 돌파하는 점에 있어선 정공법이 맞다.

“출발하자.”

어느새 저녁.

주민성과 일행들은 공항 주변으로 모였다.

북아프리카 연합은 신성에서 제공해 준 특수기를 통해 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신성 측 인사는 기본이고 최선아부터 유 중위, 송몽룡 등의 호화로운 멤버들이 주민성을 맞이했다.

심지어 이번엔 임진석까지 잠깐 들르게 했을 정도로 이번 멤버는 호화롭기 짝이 없었다.

“…굳이 나까지 불러야 했나?”

“응. 이번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서.”

“미국도, 유럽도 아닌 북아프리카 연합이다. 굳이 나까진 필요 없었을 텐데.”

“그럼 콩이 돌려받을까?”

약점이라곤 티끌만큼도 안 보이던 임진석 역시 다루기 쉬운 상대가 되어버렸다.

콩이라는 없던 약점이 생겨버렸으니까.

“…빨리 마치고 돌아가지.”

“탁월한 선택.”

곧이어 저 멀리 북아프리카 연합을 실은 특수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정교하기 짝이 없는 착륙과정이 자연스런 감탄을 일으켰다.

이런 시국에도 이 정도의 기술력을 내세울 수 있는 신성의 저력은 과연 대단했다.

지잉.

가장 먼저 내려온 사람은 신우빈이었다.

회장인 신명철의 영향으로 인솔을 담당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사람이 좀 많은데?”

“나름의 성의랄까.”

“퍽이나.”

그리고 뒤이어 연합원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게 느껴지는 능력자들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호의적인 표정도 아니다.

‘뭐지?’

얼굴도 딱히 가리지 않았다.

외국인들이었으니까.

기척 또한 숨기진 않았다.

적어도 이곳에선, 주민성의 존재감이 가장 거대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자연스레 알아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일단 내부로 들이긴 해야겠는데.’

우선은 만물소통의 발동이 우선이었다.

상대 측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

“안내해줘.”

“네.”

대화를 위한 장소도 마련했다.

건물 보수를 통해 이어붙인 거대 천막이.

전혀 허술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바비큐 감성을 살리는 취지의 세팅이었다.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예상했었으니까.

지금의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

곧이어 북아프리카 연합원들이 천막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만물소통이 발동되며 이들의 대화도 해석되어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노릴까요?”

“아니. 아직은 아니다.”

“…….”

심상치 않은 대화.

원래는 영어로 대화했던 걸까.

신우빈도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에 통역사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고유 언어로 소통하는 건가.’

일단은 입을 열지 않기로 했다.

그들에게도 번역된 언어가 들릴 테니까.

대신, 손짓을 내보였다.

사전에 약속되었던 경계 신호였다.

“……!”

봉춘향의 눈썹이 까딱였다.

내용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그리고 상대측 대표와 주민성의 눈이 마주쳤다.

말을 건네온다.

“반갑습니다. 대격변의 구원자.”

신우빈의 통역이 이어졌지만, 주민성은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니, 뗄 수가 없었다.

초점부터가 너무나도 기괴했기에.

“북아프리카 연합. 말살자의 수장 지브론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말살자라는 단어가 그대로 번역된 모양이다.

이번엔 영어로 말을 걸어온 것이기에 주민성 역시 말을 할 수 있었다.

“환영합니다.”

만물 소통은 이런 미묘한 부분에서의 보정이 신기한 능력이다.

“당신의 능력 덕분에 세계가 구원받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별말씀을요.”

“…영어할 줄 아시는군요?”

“조금요. 그보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아, 식사…. 좋지요. 한국의 음식이라면 특별할 것입니다.”

“식사부터 하시죠.”

원래라면 팔크라스 고기를 자랑하는 시간과 호들갑 떠는 일행들이 어우러져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식사는 아니었다.

살얼음판 그 자체였다.

주민성은 그 중심에서 상대측 대표에게 느긋하게 말을 걸었다.

능력을 준비하며.

“준비되는 동안, 조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얼마든지.”

“무슨 능력을 각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만.”

“…….”

상대의 의도는 굳이 물어볼 필요 없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제압해놓고 알아내면 그만이니.

건물주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능력요?”

“네.”

무례한 질문이 맞았다.

도발도 맞고.

“…정말로 궁금하십니까?”

“네.”

“무난하지만 쓸 만한 능력이지요. 직접 보시겠습니까?”

“…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건네오는 질문이 역으로 돌아왔다.

“굳이 그럴 것까진 없습니다.”

“예?”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알아낼 수 있었다.

주민성은 이미 능력의 발동을 끝내둔 상태였으니까.

‘능력 구매.’

대상은 명확했다.

상대측 대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것으로.

[대상의 능력을 구매합니다.]

[가격을 측정 중입니다.]

“굳이 그럴 것까진 없다고요. 곧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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