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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2) (247/250)


신세계 (2)
2022.08.06.


주민성이 대놓고 악당 같은 미소를 보이자 상대측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합장은 본격적으로 투기를 드러냈다.

“…이런 식의 환영이라니. 한국은 이런 곳인가?”

“국가까지 끼울 필요는 없는데.”

능력 구매가 바로 이뤄지진 않은 건 의외였다.

하지만 정면으로 붙어도 질 수가 없는 전력이었다.

“환영 인사는 받아들이지. 그래도 수준은 맞춰줘야겠지. 그 괴물 같은 협회장을 꺾은 인간인데.”

“…음?”

연합장이 신호를 보내자 다른 연합원들의 기세가 변했다.

까드득. 빠득.

골격이 뒤틀리고, 눈의 초점이 사라진다.

보통이라면 의식을 잃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광경이었지만, 느껴지는 위협은 배로 증가했다.

“공격 의사 드러냈네. 일단 전부 포박해.”

“예!”

주민성의 명령에 근처에 대기시켰던 능력자들이 달려들었다.

콰아앙!

가장 앞서 달려온 오 상병이 밀려났다.

“크악!”

방금 밀려난 오 상병만 해도 어지간한 A급 능력자와도 다툴 정도의 실력자.

모든 교육 과정을 통과한 베테랑 중에 베테랑에 해당했다.

그런 능력자가 고작 연합원에게 일격에 당하는 모습은 절로 주민성에게 경각심을 부여했다.

“어딜.”

쿵!

자신의 상대까진 아닐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용료…!”

오산이었다.

이용료를 청구하기엔 거리가, 그리고 상대의 반응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다.

콰광!

“이용…!”

연합장은커녕 평범한 연합원의 공격조차도 버거운 수준이었다.

쾅!

촤르르!

“…하.”

가까스로 방어해내긴 했지만, 연합원은 주민성을 수십 미터 가량 뒤로 밀려나게 만들 정도의 괴력을 발휘했다.

다른 아군들의 형편도 비슷했다.

“뭐, 뭐야! 이놈들!”

평행세계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았던 세력중 하나답다고 해야 할까.

반응 속도는 임진석 이상.

힘은 김정남과 비견될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SSS급 능력자와 정면으로 맞붙는 건 그런 감각이었다.

그동안 건물주 능력이며 온갖 변수를 통해 결과를 봐왔던 주민성에겐 낯설 수밖에.

‘너무 자만했나.’

방어해낸 팔이 지금도 욱신거렸다.

녀석들 역시 이제 영어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투약. 시작해라.”

“크르륵! 예!”

투약이라는 미묘한 단어가 언급되었고, 연합원들은 저마다 품속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주사기 안엔 새까만 무언가가 가득 들어있다.

“미, 미친!”

가장 기겁한 사람은 신우빈이었다.

주사기의 정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저거 당장 뺏어!”

신우빈은 F급 능력자.

자신이 직접 행동할 수는 없었다.

명백한 고래싸움의 현장이었으니.

“도, 도련님! 크윽!”

하지만 신성 측 능력자들 역시 만신창이 상태.

북아프리카 연합은 특별한 방해 없이 주사기를 자신의 팔뚝에 꽂아 넣는 데 성공했다.

“신우빈. 저게 뭔데.”

“능력 증폭제다…. 아버지가 암암리에 개발하던….”

“…….”

“저건 정상적인 제품이 아니야…! 악마들이 다루던 물건과 배합해서 완성한 제품이라고!”

“환장하겠군.”

악마들은 곱게 멸종하지 않았다.

외국은 더더욱 그랬다.

그런 탓에 해외의 악마들은 나름의 유산을 남긴 모양이다.

그걸 가진 게 하필 신성이었고.

결과는 눈앞에 나타났다.

“끄르르륵!”

그리고 연합장이 피를 토해내듯 주민성을 저주했다.

“네놈만 없었어도 세계는 우리가 지배했을 텐데!”

“…으잉?”

너무나도 뜬금없는 소리였다.

본의 아니게 구원자 소리를 듣는 건 맞지만, 적어도 주민성은 인류에게 해가 되는 방향으로 결과를 남긴 적은 없었으니까.

“뭔 개소리지.”

연합장은 계속 피를 토해내며 말했다.

강해지는 대가로 무언가를 희생하는 약물인 모양이다.

“쿨럭! 네놈 때문에 우리와 거래하던 악마가 죽었다!”

“아하.”

이제 알 것 같았다.

눈앞의 연합장은 대충 아프리카 버전 협회장 같은 놈이었다.

쓰레기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사고였다.

당장 사람 다섯만 모여도 그중 하나는 또라이인 세상에.

“알았다. 복수하러 왔구나.”

“크크…! 복수는 덤이고…! 정확히는 네놈을 죽이고 튜토리얼 탑을 지배하면 끝나는 거지만!”

약 주입을 끝낸 연합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주민성에게 쇄도했다.

“나 죽어도 튜토리얼 탑은 좀 힘들 텐데….”

지금 튜토리얼 탑엔 주민성 세력 차기 최강자인 최선호가 있었다.

게다가 주변엔 일부러 숨겨둔 아기 고블린들까지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다.

한 개체당 어지간한 게이트 보스는 제압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놈들이었기에 녀석들에게 희망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

문제는 주민성 쪽이었다.

“에휴.”

“대장님! 위험합니다!”

콰광!

주민성은 빠르게 인벤토리에서 내구도 강화가 부여된 건물 잔해를 꺼내 연합원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동시에 빠르게 건물 관조를 사용, 녀석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물론 그 이후에도 가만히 구경만 하진 않았다.

쉴 새 없이 인벤토리를 운용해 건물 잔해를 폭격하며 녀석들을 견제했다.

고작 3초 남짓한 시간에 이뤄진 공방이었다.

“얘들이 나를 물로 보네.”

측정에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여전히 능력 구매는 답이 없었다.

이용료 청구도 재빠른 공격에 막힌 이상, 물리적인 제압만이 답인 상황이었다.

“이것들이 감히…!”

가장 분노한 사람은 의외로 봉춘향이었다.

평행세계의 봉춘향이라면 저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포스런 분위기를 자아냈고, 실제로도 공포스럽게 연합원들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쿠구구…!

나름대로 뭔가를 보여주려던 주민성조차 무안해질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떨구던 건물 잔해조차도 바닥에 박혀 가루가 되고 있었으니까.

인벤토리 역시 뻘쭘하게 길을 잃고 떠있었다.

“어쨌든 잘 풀리긴 하겠….”

안타깝게도 상대 역시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시작해라.”

처음부터 이들에겐 감사를 목표로 한 방문이 아니었다.

약물의 부작용마저도 감당할 정도로 정신이 무장되어있는 인간들.

즉, 전쟁을 각오하고 온 이들이었다.

“크아아아아!”

한 연합원이 뛰쳐나왔고.

“크아악!”

봉춘향에게 제압됐다.

푸푹!

그 이후엔 사전에 배치된 저격수들에게 온몸을 꿰뚫렸다.

“전부…!”

“……!”

용기 있게 돌진하던 연합원은 그렇게 말을 잇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는 금방 밝혀졌다.

“…….”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죽은 연합원에게서 방출되기 시작했으니까.

“…자폭이라도 하려나 본데.”

분명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북아프리카 연합이 간과한 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서걱.

이곳엔 폭발의 전조조차도 잘라버릴 수 있는 임진석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있었고.

털썩!

상대가 누구든 초근접해 제압할 수 있는 송몽룡이라는 더욱 사기적인 변수도 존재했다.

털썩! 털썩!

그 외에도 여분의 목숨을 앞세워 동귀어진이 가능한 성아영이나 온갖 고난을 이론만으로 100% 체험해낸 판자촌 능력자들까지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그렇게 건물 관조 시간이 종료되고, 주민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인사하지. 반갑다. 한국은 처음이지?”

“…괴, 괴물!”

제압은 이미 끝났다.

그저 시큰둥한 표정으로 걸어갈 뿐.

또한, 능력 구매를 알리는 메시지도 떠올라 있었다.

[대상의 능력이 확인되었습니다.]

[측정된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악마 교관 능력: 27억 8000만 원]

[공포 방출 능력: 91억 2000만 원]

[기척 은신 능력: 33억 1000만 원]

[구매하시겠습니까?]

예상대로 상대는 SSS급 능력자였다.

하지만 능력의 가격이 미묘하게 저렴했다.

‘뭐지? 왜 싸지?’

쓸모없어 보이는 능력명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싸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가격의 하락.

눈앞의 연합장은 패배했다.

아마도 지금의 상황이 반영된 가격일 가능성이 있었다.

주민성은 이 부분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이용료 청구.”

“크윽! 무슨 짓이냐!”

그러자 메시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측정된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악마 교관 능력: 17억 8000만 원]

[공포 방출 능력: 81억 2000만 원]

[기척 은신 능력: 23억 1000만 원]

[구매하시겠습니까?]

그저 이용료를 청구했을 뿐인데 각 능력의 가치가 10억씩 하락했다.

가정이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흥정하는 거구나.”

한때 이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협회장의 패턴도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

다름 아닌 주민성 자신이 타겟이었으니까.

“…참나.”

끔찍한 트라우마의 반복.

작위적인 상황의 연속.

전부 주민성에게 있었던 일들이었다.

결과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내 몸값을 떨어트리려던 건가.”

거의 확실했다.

콩이와의 싸움에서조차도 주민성은 패배했었으니까.

게다가 원래라면 임진석에 의해 연출된 상황을 겪어나가며 끔찍한 고통을 연이어 받을 예정이었다.

어째서인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너무하네. 정말….”

건물주라는 능력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협회장이 가졌던 강함에 비해선 너무나도 치졸했던 수단이었다.

“돈 많으면 그냥 사면 되는데.”

“그만 죽여라! 혼자 헛소리 그만하고!”

연합장도, 북아프리카 연합 전체도 이미 주민성의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구매.”

[17억 8000만 원이 납부됩니다.]

[악마 교관 능력을 구매합니다.]

“음?”

메시지는 상대에게도 뜰 터였다.

주민성도 그랬었으니까.

“구매.”

[81억 2000만 원이 납부됩니다.]

[공포 방출 능력을 구매합니다.]

“뭐, 뭐야! 그만해!”

“구매.”

[23억 1000만 원이 납부됩니다.]

[기척 은신 능력을 구매합니다.]

이용료 청구라는 수작업도 필요 없었다.

북아프리카 연합의 박살은 단 세 마디로 충분했다.

“이, 이게 뭐야…. 뭔데 대체….”

“뭐긴. 니들 망했다는 내용이지.”

“…….”

마찬가지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능력이다.

파벨처럼 특이한 능력을 가지지 않은 이상은.

“그래도 돈은 두둑이 챙겨드렸어. 사업 꽤나 크게 해도 될 거고. 부하들 먹여살리는 데도 크게 지장은 없겠지.”

이것으로 주민성은 과거의 협회장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냈다.

방송 출연료조차도 후려치던 협회와 달리, 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현명한 소비를 이뤄낸 것이다.

“…….”

예상은 적중했다.

연합장의 표정이 생각보다 억울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들어온 돈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

연합장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중립 인벤토리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지폐의 감촉을 만끽했다.

“…진짜 돈?”

“그래.”

“한화로 이 정도 금액이면…. 으, 으아….”

꽤나 감격 받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환율의 차이가 있다 보니 아프리카에선 어마어마하게 큰돈일 터였다.

물론 주민성은 그 돈을 날로 먹게 할 생각이 없었다.

“죗값은 해야지. 안 그래?”

“…아아?”

이용료 청구는 이미 끝났다.

저항은 불가능.

나머지 연합원들의 선택지라곤 그저 한 줄로 서서 자신의 능력이 비싸게 팔리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측정된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순간 강화 능력: 1억 2000만 원]

“구매.”

[측정된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찰력 제거 능력: 4500만 원]

“구매.”

이런 식으로 주민성은 최후의 저항 세력을 토벌해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북아프리카처럼 악마의 흔적이 남아있는 세력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터였다.

하지만 힘의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질 뿐이다.

지금 주민성을 등급으로 표기한다면 FFF급을 가장한 SSSSSSS급 능력자 정도가 될 테니까.

주민성은 얼떨떨한 표정의 연합장에게 다가갔다.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몸뚱이는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지만, 건물 부가효과 덕분에 대부분 상쇄된다.

“신성과는 얼마나 연결되어 있지?”

“…그, 그건.”

“돈. 지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효과는 강렬했다.

“우리 연합 자체가 신성의 후원으로 탄생했습니다!”

즉각적인 대답이 나오는 것으로.

액수만 해도 주민성이 구매한 능력의 비용이 그동안 받은 후원금보다도 훨씬 컸으리라.

“오케이. 굿.”

수습이 끝나감에도 봉춘향에겐 불만스런 표정이 없잖아 있었다.

신우빈 역시 크게 분노하며 이곳저곳으로 전화하고 있었고.

“대장님. 정말 이대로 용서해주실 겁니까?”

“음? 용서한 적 없는데.”

“…아아?”

“쓴 만큼 돌려 받아야지. 언제부터 우리가 퍼주기만 했었다고.”

이젠 대가를 치르게 할 시간이었다.

북아프리카 연합은 물론, 신성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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