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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매수 (4)
2022.07.26.


털썩!

양수찬이 쓰러졌다.

빙의했던 영혼이 빠져나갔으니 그럴 수밖에.

-그아아아아!

건물 전체에서 녀석으로 추정되는 괴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제물이 확보되어 혼돈화 진행이 재개됩니다.]

[혼돈화가 진행 중인 건물입니다.]

성공이었다.

영체라서 생명체로 판정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혼돈 건물이 판정하는 제물은 감정 덩어리 그 자체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좋은데?”

방금의 발견은 정말 소중한 발견이었다.

차원의 위기를 바꿀 수도 있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이 정보는 즈쉬에게도 공유해야…….”

주민성의 혼잣말이 멈췄다.

방금의 정보는 누구에게 공유한다고 해서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물 혼돈화 방법을 안 물어봤네?”

지금 물어보기엔 너무 늦었다.

-그아아아! 그아아!

놈은 이성을 잃었으니까.

그런 와중에도 아무것도 보정 받을 수 없다.

혼돈화가 진행 중인 건물은 부가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에이. 상관없겠지.”

그래도 마음만큼은 편했다.

포화 상태가 되어 버린 태양의 순례지 대신 써먹을 건물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건물은 재배치해버린 악마의 영혼까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건물이었다.

“악마가 저놈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혼돈은 무작정 인류에게 해롭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선택형이었다.

“시간에 쫓길 필요도 사라졌으니까.”

악마들이 원하는 것도 밝혀졌다.

놈들은 튜토리얼 탑 재입장 권한을 원하고 있었다.

차원이 멸망하게 된 건, 탑 재입장을 마친 악마들의 실력 행사일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확실하진 않다.

단지 성아영과 최선아의 사기적인 능력이 중요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해당 차원에서 얻은 튜토리얼 탑 능력은 별다른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했다.

“좋아. 제대로 해보자.”

방침은 그대로였다.

악마는 사냥할 예정이다.

하지만 디테일이 조금 바뀌었다.

굳이 직접 악마를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차원 경매장.”

[차원 경매장 권한을 사용합니다.]

[등록된 물품을 조회해 물건의 구매가 가능합니다.]

주민성이 가진 건 건물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많은 돈도 함께였다.

심지어 아직 수령하지 않은 금액만 백억 대.

그리고 신우빈을 통해 받을 금액도 수백억 대에 육박했다.

“악마가 탐내는 도구.”

[악마가 탐내는 도구를 조회합니다.]

[총 66784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니.”

[물품 조회를 취소합니다.]

악마들이 물건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알아보는 단계.

지금은 1차 탐색전이었다.

“악마라면 누구나 탐내는 도구.”

단순히 누구나라는 단어가 추가되었을 뿐이지만, 여기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니까.

곧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악마라면 누구나 탐내는 도구를 조회합니다]

[총 1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고작 한 건.

당첨이었다.

놀랍게도 이번 검색은 정답이 정해져 있었다.

“확인! 확인! 무조건 확인!”

단 하나의 물품을 설명하는 메시지 내용은 이러했다.

[상위 차원 공개 입찰권 2조 1257억 원]

[구매 가능 수량: 3]

“……오?”

검색 결과로 나온 건 특이한 도구였다.

도구라기엔 뭔가 증서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입찰권이 정답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일단 입찰권의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이정도면 신성 회장 정도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계획을 조금 바꿔 봐야겠군.”

주민성은 상위차원 입찰권의 구매를 취소했다.

그리곤 인벤토리에서 땅굴 벌집과 포획했던 악마 하나를 꺼냈다.

“이제 그만해! 살려달……!”

“……안녕?”

“…….”

인벤토리 내부에서의 교육은 아주 잘 이뤄진 모양이다.

세입자들이 꽤 힘을 내줬는지 악마는 상당히 겁에 질려있었다.

“안녕?”

“……아, 안녕하십니까.”

물리적 교육을 거친 악마는 상당히 공손했다.

“조금 협력해 줬으면 하는 게 있어. 그러면 아까 있던 공간에 갈 일도 없을 거고, 널 괴롭히던 사람들과도 재회하지 않을 거야.”

“그게 정말입니까! 협력하겠습니다!”

쿨한 동의까지 받아냈다.

악마를 부른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만물 소통을 악마어로 적용시키기 위함이었으니까.

당연히 한국인에게 빙의한 악마들이라면 한국말도 알아듣겠지만, 이번 작전엔 외국 악마들의 관심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여기에 벌집을 같이 꺼낸 이유는 여왕벌의 권능을 위해서였다.

물론 이번 작전엔 성아영이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노아가 포함됐다.

“일단 저기 구석에서 가만히 있어.”

“예!”

악마는 재빨리 병실 구석으로 달려가 온몸을 구기며 처박혔다.

다음은 여왕벌의 권능 차례.

이에 앞서 주민성은 노아에게 미리 전화를 걸어뒀다.

“노아 씨. 바쁘세요?”

-아니에요! 아직 콘텐츠 준비 중이에요!

“혹시 어떤 콘텐츠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다름이 아니고 방송 도움이 조금 필요해서요.”

-조금 부끄럽긴 한데……. 오늘은 행복회로를 태울 거예요. 대장님이 악마를 어떻게 토벌할 거라든지. 시청자들과 뇌피셜을 교환하는 거죠.

“……아아?”

다행히 오늘 노아의 방송 주제 역시 주민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잘됐네요. 저 출연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런데 악마는……. 나중인가요?

“아뇨. 이미 잡았습니다. 여기 대전이에요.”

-우와! 대전! 그러면 저녁쯤 도착하시겠네요?

“그것도 아닙니다. 노아 씨가 대전으로 오실 예정이고요, 동의만 해 주시면 1초 만에 불러드릴 수 있어요.”

-으에에?

여왕벌의 권능도 생각해 보면 참 사기 능력이었다.

원하는 상대를 불러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아. 물론 돌아가실 땐 차량을 이용해야 하거든요. 동행은 누구와 하실지 골라 주세요. 개인적으로 김정남 씨를 추천해 드립니다.”

-김정남 씨 알죠! 몸 엄청 좋으신 분!

김정남의 섭외 역시 계획되어 있었다.

이경수 때문이었다.

김정남은 주민성이 인체의 약점이 어디인지 전부 가르쳐준 싸움 스승이기도 한 데다, 근육 전문가였기에 근육 파열 능력을 가진 이경수를 한 단계 진화시켜 줄 수 있는 능력자이기도 했으니까.

“네. 돌아갈 땐 김정남 씨가 호위해주실 겁니다. 동선은 괜찮아요. 전부 약한 몬스터들뿐이고, 차량으로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코스입니다.”

-좋아요! 그러면 바로 불러주셔도 되는데, 어떻게 부르시려고요?

“일단 방송 장비 끌어안고 대답해주시겠어요?”

-해, 했어요!

주민성은 그대로 여왕벌의 권능을 사용해 노아를 소환했다.

“이렇게요.”

“으아앗!”

다행히 방송 장비는 제대로 챙긴 모양이다.

어차피 휴대폰만 있어도 상관없긴 했지만.

“아, 안녕하세요. 다시 뵙네요.”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악마를 하나하나 찾아가서 잡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요. 방송을 통해 직접 부르려고 합니다.”

“……악마를요?”

“네.”

“위험할 텐데요…….”

“괜찮습니다. 저놈도 악마거든요.”

주민성은 구석에 처박힌 악마를 가리켰다.

“히, 히익!”

그저 검지를 내밀어 가리켰을 뿐인데 왜인지 악마가 거품을 물었다.

세입자 중에 검지 사용 전문가라도 있었던 걸까.

그러고 보니 악마의 몸 구석구석에 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방금의 추리가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와! 그러고 보니 여기 대전이었죠? 그럼 저 사람이 양수찬인가요?”

“아뇨. 부하 악마 A정도 될 겁니다.”

“어? 그러면 양수찬은…….”

“저기 쓰러진 사람이 양수찬 씨고요.”

주민성은 의식을 잃은 양수찬을 가리켰다.

“악마에게 몸을 빼앗겼던 상태라, 의식 회복까진 꽤 걸릴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은 회복을 기다려 봐야겠죠.”

원래의 양수찬이 어떤 이미지를 쌓아왔는지 주민성은 모른다.

그가 만약 대격변을 치르며 많은 죄를 저질렀다면, 그 부분은 대전의 사람들이 응징해줄 터였다.

주민성이 굳이 개입할 부분이 아니었다.

“……대장님은 이미 움직이고 계셨었네요.”

주민성의 미칠 듯한 부지런함에 놀란 걸까.

노아의 눈빛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그보다는 방송 말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이번 방송은 시청자도 시청자겠지만, 악마를 타겟으로 했거든요. 어그로를 좀 끌어 보려구요.”

“어그로요? 저는 무조건 찬성이에요!”

애초에 주민성은 노아의 방송 스타일을 알고 있었다.

우튜버답게 어그로에 영혼을 건다.

그것도 묘하게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이번엔 타겟이 악마라는 점에서 다를 뿐이었다.

주민성은 자신의 전략을 노아에게 공유했다.

“악마가 상대라……. 거기다가 물품을 판다고 했었죠?”

“네. 상위차원 공개 입찰권이요.”

사람들에겐 장난처럼 보일 수 있는 상품이었지만, 저것은 실존하는 도구였다.

그것도 어떤 악마든 탐낼 수밖에 없는 초 고가의.

“음……. 그러면 살짝 장난스런 느낌으로 콘텐츠를 짜봐야겠네요.”

“그래야겠죠?”

공개 입찰권은 2조 1257억 원.

터무니없이 비싸다.

당연히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민성은 저 물건을 샀다고 주장할 계획이었다.

애초에 악마들 모두가 같은 편이 아니었다.

양수찬도 그랬듯, 협회장의 라인에 들어가지 못한 악마들이 존재한다.

상위 차원 공개 입찰권의 존재를 아는 인간.

악마들은 그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메리트를 느낄 터였다.

지금은 협회장도 죽고 없는 상황이라 최소한 반 이상의 악마들은 주민성의 블러핑에 큰 혼란을 느끼리라.

콘텐츠가 정해지고 방송이 시작됐다.

화면엔 오직 주민성만이 나오고 있었다.

물론 광휘의 날개를 펼쳐 얼굴은 보이지 않는 각도로 출연했다.

-빛빛빛빛!

-빛빛빛빛!

-ㅂㅂㅇ!

그리고 시청자들이 쏟아지듯 입장했다.

바깥이 워낙 어두워 생필품이 갖춰진 생존자들은 저마다의 거처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을 테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이벤트 행사 차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노아도 등장했다.

“안녕! 오늘 콘텐츠는 다들 기억하시죠? 대장님의 요청으로 콘텐츠를 살짝 바꿔볼까 해요! 물론! 행복회로 콘텐츠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해요. 갑자기 출연하게 돼서.”

“에이! 대장님이면 시청률 치트키죠!”

노아의 말대로 지금 방송 시청자수는 이미 10만을 넘은 상태.

지금도 숫자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전에 목표로 정했던 시청자 수는 100만 명.

노아 방송의 평균 시청자 수가 50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수치라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전부 대격변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수니까.

“일단 이벤트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물건 하나를 한 분께 증정해 드리는 행사고요, 장소는 대전 보훈병원 단지입니다.”

채팅창 반응은 애매했다.

애초에 대격변 시국인 데다 바깥은 어두웠고, 대전까지 이동하기 힘든 시청자들이 대다수였으니까.

“아아. 상품 이름을 말씀드려야겠죠?”

주민성은 구석에 처박힌 악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위차원 공개 입찰권 한 장. 이게 상품입니다.”

애매하다는 반응이 더더욱 커졌다.

애초에 노아의 팬을 위한 이벤트 상품이 아니었다.

철저히 악마만을 노린 상품이었다.

-공개 입찰권이 뭔데?ㅋㅋㅋㅋ

-저거 받겠다고 대전까지 누가 감 ㅋㅋㅋㅋ

여전히 반응은 위와 같다.

하지만 악마에겐 다르다.

방금의 선언은, 악마에겐 악마어로 들릴 것이다.

겉보기엔 망하기 좋은 행사 홍보에 불과하지만, 실제론 악마 한 명과 손을 잡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대전 보훈병원? 지금 가면 되나요?

-저게 뭔데 ㅋㅋㅋ 안 사요 안 사! 그래도 일정은 들어드림. 행사 언제임?

대놓고 욕망을 드러내는 악마부터, 은근히 관심을 가지는 악마들까지 입질을 시작했다.

주민성은 다시 악마에게서 눈을 떼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사실 공개 입찰권은 장난이었고요. 마석을 정산해 드리고자 방송에 출현했습니다. 장소는 인천 송도. 강이나 바닷길로 오시면 더 편하겠죠? 현 시세의 30%로 전량 구매합니다. 식료품이나 기호품으로도 드려요.”

이제 능력자 협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한들, 마석을 정산해 주는 시스템 자체가 사라졌다.

지금의 마석의 가치는 그냥 몬스터의 돌덩어리 같은 부산물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어마어마한 반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장소가 너무 멀다? 아래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주민성은 봉춘향에게 선물해준 서브 휴대폰의 번호를 10개 공개했다.

“수도권 진입하거나 대량 판매해주시는 분께는 호위도 같이 해드립니다.”

그제야 채팅창 반응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악마들도 마찬가지.

이것으로 생존자는 인천으로 모일 것이고, 악마는 대전으로 모일 터였다.

주민성은 곁눈질로 악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고로 공개 입찰권은 내일 바로 증정할 거고요. 마석 정산은 현시간부터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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