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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3.
“…전부 달인 건데?”
“아. 그래?”
성아영은 과소비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다.
이번의 과소비는 꽃을 과도하게 많이 갈비찜에 넣은 케이스였고.
따지고 보면 정량 구매도 아니었으니 아무튼 전부 과소비에 해당했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주민성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더 사자. 노아 씨한테도 연락해서 여분 꽃은 전부 등록해 달라고 할게.”
“아니! 있는 갈비찜부터 먹어야지!”
“그건 당연하고. 꽃만 추가로 더 사자는 소리였어.”
고기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 더 구매하면 고기가 너무 불쌍했다.
그저 꽃이 필요할 뿐이었다.
다시 5분이 지났다.
주민성은 마음의 각오를 다지곤 갈비찜 국물을 들이켰다.
[골격이 더욱 강인해집니다.]
[체내 세포가 더욱 활성화됩니다.]
[뇌 활성도가 높아집니다.]
[주변 인지력이 상승합니다.]
[소화 완료까지 남은 시간 5분.]
예상대로.
이번 포식 효과는 꽃집에서 자라나는 꽃에서 우러나온 게 확실해졌다.
‘의외네. 식인꽃하고 다른 꽃들이 섞여서 아예 다른 개체가 될 수 있었던 걸까.’
이번 포식은 꽃블린과 땅굴 벌들이 굴린 스노우볼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지금의 스노우볼은 앞으로도 굴릴 수 있었으니까.
‘식물형 몬스터가 새로운 돌파구가 되겠어.’
그렇게 주민성은 갈비찜을 5분 단위로 계속해서 들이켰다.
“완전 잘 먹네? 헤헷.”
다행히 성아영은 갈비찜을 천천히 먹는다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시선부터가 주민성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안 챙기곤 못 배기지. 고마워. 이렇게 좋은 걸 준비해줘서.”
“다, 다음에도 해줄게….”
“응. 될 수 있으면 다음에도 다른 차원의 재료들로 요리해주면 좋겠어.”
“응! 내일도 끓여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일 못 돌아올 수도 있어. 그냥 지금 끓여서 보온병에 챙겨 갈게.”
주민성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뭐야. 바로 대전으로 간다고?”
“응. 제보받은 내용 보니까 하나같이 튜토리얼 탑이 목적이더라고. 기다려도 알아서 모여들겠지만, 놈들이 힘을 합치기 전에 최대한 끊어내는 쪽이 유리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논리였다.
어차피 어설픈 침입자라면 대부분 아기 고블린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까.
게다가 지방은 지금도 어둠이 걷히질 않은 상태였다.
즉, 공격권은 주민성에게만 있다는 뜻.
광휘의 날개 때문에 바로 발각되겠지만, 그때는 이미 악마들에겐 대처하기 늦은 상황이다.
이제 소수의 악마 집단을 아무렇지 않게 제압해낼 자신도 생긴 상태였고.
“이번엔 그럼 나도 갈래.”
“아니. 곤란해.”
“왜? 이제 날개도 있으니까 그냥 매달리면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무거워?”
“아니야. 그보단 너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게 너무 손해야. 놈들이 움츠러든 건 최철진의 갑작스런 돌연사 때문이니까.”
“…….”
“네 능력이 들키면, 상황이 복잡해져. 그때부턴 악마들도 신원을 숨기려 들 테고, 몸도 제멋대로 옮겨 다닐 가능성도 생기겠지.”
설득이 통한 걸까.
성아영은 의외로 주민성의 설명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 나 혼자 계속 여기 있어?”
“응. 위험해지면 전화하든, 도망을 치든 할 테니까 그때까진 숨어 있어.”
여의도는 가장 위험한 장소임과 동시에 가장 안전한 장소이기도 했다.
어쩌면 인천이나 안산보다도 훨씬 더.
당장 이 빌딩만 하더라도 최선아, 봉춘향, 성아영, 송몽룡이라는 드림팀이 대기 중인 데다, 튜토리얼 탑 바깥은 최선호, 김정남, 유호영, 판자촌 능력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여기가 가장 안전해.”
그뿐이랴.
튜토리얼 탑 내부는 크룩스와 아기 고블린들.
멀지 않은 위치의 국회의사당엔 신우빈과 파벨, 그리고 서풍과 아린이다.
그리고 여의도 외곽엔 아기 고블린들이 촘촘히 자신의 구역을 사수하고 있었다.
심지어 적재적소에 봉춘향의 분신들까지 깨알 같다.
이곳에 모인 전력은 세계대전이 일어나도 감히 싸움 가능한 조합이라 할 수 있었다.
“아, 알았어…. 여기 있을게.”
“땡큐.”
갈비찜 그릇은 전부 비웠다.
애초에 건강식이 된 순간부터는 맛의 의미가 없었다.
지금은 라면이 들어있는 보온병조차도 과거엔 십전대보탕이 가득했었으니까.
주민성에게 건강은 곧 안전을 의미했다.
“그럼 다녀올게.”
“응!”
주민성은 88층을 빠져나와 90층에 들러 봉춘향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최선아에게 경과를 보고받았다.
고블린들의 튜토리얼 탑 등반도 수월하게 진행될 모양이다.
‘이젠 나에게 달려 있다.’
백삼빌딩 옥상에 도착했다.
이젠 광휘의 날개를 펼치고 대전 방향으로 날아가면 그만이다.
고소공포증이나 잡다한 문제는 건물 부가효과가 해결해주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주민성은 그대로 최대한의 각력을 발휘해 높이 점프했다.
팟!
광휘의 날개가 영롱한 빛을 뿜으며 펼쳐졌다.
주민성은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대전으로 날아갔다.
“…….”
경기도를 빠져나가자 황량한 풍경이 펼쳐졌다.
위치상으론 천안부터가 그랬다.
게이트는 진작에 지역 전체를 잠식했고, 오로지 몬스터들만이 보인다.
생존자는 감지되지 않는다.
전부 죽었거나, 살 수 있는 곳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어둠이 걷히자, 지상을 배회하던 몬스터들은 곧장 하늘을 올려보며 주민성에게 괴성을 내질렀다.
“쿠워어어어어!”
감상은 간단했다.
“…좋은데?”
어중간한 몬스터는 이제 주민성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건물주 등급 상승에 필요한 경험치.
혹은 몬스터 강화를 위한 마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험치는 못 참지.”
주민성은 그대로 고도를 낮췄다.
그리곤 인벤토리를 꺼내 건물 잔해를 떨궜다.
쿵! 쿵쿵!
“그어어어!”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건물주 등급이 상승합니다.]
…
지상에 충돌한 건물 잔해는 그대로 수납했다.
재활용 가능한 무기를 버릴 이유는 조금도 없으니까.
그렇게 사방에 빛을 뿌려댄 주민성은 대전의 어느 헬기 착륙장에 도착했다.
이곳의 분위기는 게이트처럼 삭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름의 질서가 잡혀 있다.
“가, 갑자기 밝아졌어?”
“야! 저기 봐! 고위 능력자다!”
인천과 비슷한 시스템을 갖췄는지 전등이 달린 리어카와 배낭을 잔뜩 짊어진 생존자들이 눈에 띈다.
주민성은 수첩을 꺼내 대전에 대해 정리한 내용을 다시 살폈다.
-타겟: 양수찬
-소속: 넥스트 길드
-직책: 길드장
-등급: A
-능력: 공간 진동계열
-위치: 대전 대덕구 게이트
-특이사항: 유물을 얻은 이후로 급격히 강해짐. 상대의 고통을 즐김. 같이 다니는 수하 셋도 악마로 추정됨.
주민성이 우선적으로 대전에 방문한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얼굴을 모른다.
성아영을 통해 제압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럼에도 세력을 이룬 악마였다.
집단행동을 하는 악마는 주민성에게 있어 최우선 경계 대상이었다.
가장 빠르게 튜토리얼 탑에 공세를 퍼부었던 최철진의 세력 역시 이 케이스에 해당했었으니까.
악마는 모이면 모일수록 시너지를 일으키는 이미지가 있었다.
“양수찬…. 오케이.”
내용을 확인한 주민성은 헬기 착륙장 난간으로 이동해 사람들에게 물었다.
“거기. 넥스트 길드입니까?”
주민성에 대한 경계 탓인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웅성임이 커질 뿐.
“어? 이 목소리는…….”
한국인이라면, 그리고 대격변을 살아가는 생존자라면.
대부분이 노아의 시청자였다.
그래서 당연히 알 수밖에 없다.
최근 우튜브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장본인을.
“서울의 왕…!”
“크윽! 빛 때문에 얼굴이 안 보여!”
광휘의 날개는 여전히 펼쳐져 있었다.
주민성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는 상대는, 아마도 양수찬을 비롯한 악마들일 예정이다.
그것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볼 얼굴일 테고.
“넥스트. 맞죠?”
“네! 맞습니다!”
다행히 맞게 도착한 모양이다.
주민성은 바로 지상으로 착지하지 않고 계단을 통해 건물 내부로 향했다.
이런 노다지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헬기 착륙장이 추가됩니다.]
헬기 착륙장은 크기만 컸지, 내부는 생각보다 부실한 편이었다.
최상급 건물도 아니었고.
주민성은 건물 정문을 통해 당당히 빠져나왔다.
“반갑습니다. 양수찬 씨 잡으러 왔는데요.”
“오오……!”
얼굴은 가렸다.
상대는 능력을 알 수 없는 악마니까.
여태 접한 악마들만 해도 평범한 능력을 쓰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카오스 게이트로 전송시키는 녀석도 있었으니 그 이상도 분명 존재하리라.
“길드장님은 보훈병원에 있을 겁니다.”
“병원이요?”
“네. 언제부턴가 의약품을 모으기 시작했거든요. 저희도 그것 때문에 근처 약국들을 뒤지고 있었고요.”
힌트는 의약품.
질병과 관련된 능력이라도 사용하는 걸까.
아무래도 양수찬을 상대하기 위해선 약물 내성이나 질병 내성에 필요한 모양이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건물 부가효과가 곧 만병통치약이니까.
“안내 부탁…. 아니, 한 분만 저랑 같이 갑시다.”
“…같이 말씀이십니까?”
생존자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왜인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될 수 있으면 길드장님과는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악마에 쓰인 능력자는 대체로 비슷하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잔혹한 면모가 있다.
그리고 양수찬의 특이사항 중엔.
-상대의 고통을 즐김
인간에게 명백히 해를 끼치는 요소가 존재한다.
그동안 수많은 사례들이 있었을 테고, 그대로 제보되었을 것이다.
나름의 인간스러운 명분을 세워 놓고.
“길드 규칙이 조금 엄격해서요…. 악마 의혹이 나오기 전부터 그랬어요…. 길드장님이 정말 악마에 쓰인 게 맞다면…. 저희 입장에선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나름의 리스크를 고민하는 모양이다.
주민성의 활약이라면 방송으로 보고 들은 게 전부인데다, 서울과는 떨어져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지방의 특성상 이름값이 다소 떨어졌으니까.
“그 목숨. 제가 책임집니다.”
보통이라면 함부로 하기 힘든 말이다.
목숨과 책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전부 무겁다.
하지만, 주민성에겐 가능하다.
“…예?”
“저 자신과 세력 전체를 걸고. 여러분의 목숨 전부 책임 진다고요.”
시간 역행이라는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는 터무니없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한 분만 같이 갑시다.”
생존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잠시만 저희끼리 의논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바쁘니까 1분만 상의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주민성은 1분이라는 여유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쨍그랑!
주변의 보이는 건물이란 건물은 전부 파밍했다.
[보유 건물 목록에 카페 63이 추가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편의점 121이 추가됩니다.]
동시에 수첩에 새로 추가된 건물들을 적어 넣었다.
이제 전국적인 건물 파밍이 시작됐기에 지역도 상세히 남겨 두는 게 좋았다.
‘쓰임새라면 충분해. 전초기지로도, 실제 용도에 맞는 건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여차하면 폭파시켜 적들의 수를 줄일 수도 있겠지.’
1분이 지나고.
비장한 표정의 생존자 한 명이 주민성에게 다가왔다.
“이경수라고 합니다.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넵.”
생존자들이야 비장하겠지만, 주민성에겐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냅다 뛰어올라 날아갈 뿐이다.
“맙소사…. 이 정도 수준의 비행 능력은 처음 봅니다.”
“별거 아닙니다.”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던 서울과는 달리, 대전은 대격변 도중인데도 말도 안 되게 평화로웠다.
고등급 게이트는 나라별 수도에 집중되기에 이곳의 몬스터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정도면 건물 잔해를 쓸 필요도 없겠군.’
대전의 용도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아기 고블린들이 무럭무럭 성장할 노다지가 적합해 보인다.
“저기 병원 보이십니까?”
“네. 꽤 크네요.”
“서울에선 보기 힘든 크기죠? 아무래도 치유계 능력자들이 전부 서울로 몰려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병원이 커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근처엔 마침 적당한 B급 게이트도 있었고.”
“이쯤에서 내려갈까요?”
“네.”
방향 전환은 간단하다.
허공에서 건물 잔해를 꺼내 들어 올리면, 자연히 추진력이 떨어지니까.
“흐읍.”
이경수는 주민성식 비행에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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