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쏘아 올린 작은 집 (1)
(223/250)
건물주가 쏘아 올린 작은 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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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쏘아 올린 작은 집 (1)
2022.07.12.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1288만 4200원]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1289만 5200원]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1300만 7000원]
……
메시지는 정신없이 갱신되고 있었다.
고작 몇 초 만에 이룩한 텐트의 가격은 1300만 원.
100원부터 시작한 경매였기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와우.”
주민성은 몸져누운 상태로 빠르게 메시지를 지워나갔다.
“딱히 건물 설명도 안 했는데 1900만 원 넘어갔다.”
“……하. 진짜로 등록했나 보군.”
“당연하지. 그보다 조건을 걸어 둔 매물인데도 입찰가가 0.1초 단위로 바뀌는데, 정상 맞아?”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매인지는 몰라도, 진짜배기들은 아직 참전도 안 했을 거다.”
“흠…….”
5000만 원이 넘어가고, 어느새 1억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입찰가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텐트 제작사에서 소송을 걸어올 정도의 리셀링이다.
“텐트 1억까지 올랐는데, 얼마까지 오를 것 같냐.”
“못해도 100억 이상.”
“그렇게나 많이?”
“무대 크기를 생각하면 많지도 않은 금액이야. 그 차원 경매장이라는 능력. 각자의 차원에선 최강급 괴물들만 쓸 수 있는 능력 아니야?”
“아마도……?”
“그렇다면 별들의 전쟁이 맞겠지. 여전히 찝찝하군. 비록 너에겐 고작 텐트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이거 모험 맞아. 모험이 모험다워야지.”
주민성이라고 긴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메시지가 쏟아질 것도 각오했고, 변수도 각오했다.
그저 믿을 건 선한 영향력이라는 조건뿐.
‘어떻게든 결과는 나온다. 내가 악으로 규정되지 않는 이상 절대적으로 유리해.’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50억 원]
어느 순간부터 메시지는 건물주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아마도 10억부터였다.
입찰가 뒷자리가 생략된 것이다.
이제 메시지는 쏟아지지 않는다.
덮고 있던 텐트를 치워도 될 정도로 버티기 힘들지도 않았고.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100억 원]
입찰가 100억이 돌파했을 땐, 여유까지 생겼다.
동시에 다른 일 두가지를 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게 됐다.
“응애!”
“응애!”
“응애!”
“젠장! 몬스터는 나가서 풀어놓으란 말이다!”
주민성은 최선아를 다시 불러들였다.
새로 강화된 몬스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했으니까.
최선아도 따로 운용할 계획이었다.
어느 정도 몬스터 강화 매커니즘이 파악된 데다, 강화된 몬스터의 전투력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정도면 어딜 가도 마석의 자급자족이 가능하기에 굳이 인벤토리에 수납할 이유가 없었다.
유물도 얼마 남지 않았고.
“아아. 잘됐네요. 라면도 조금 질리기 시작했는데.”
“그래요? 다른 세입자들은 괜찮대요?”
“네. 먹어 보지 않은 반찬 종류가 워낙 많아서 질려 하진 않더라고요. 한번은 김치를 볶아줬더니 전율까지 하더라니까요?”
“다행이다. 혹시 모르니 새로운 반찬도 꾸준히 수납해둘게요.”
“네! 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아기 고블린들과 최선아가 국회의사당을 떠났다.
양산에 성공한 아기 고블린은 총 30마리.
그 밑으론 7강화 고블린들로 군단을 편성했다.
“그리고 이거요.”
“음?”
주민성이 최선아에게 건넨 건, 차원 경매장에서 3200만원을 지불하고 구매한 빛의 법봉이었다.
“천상의 안개 여럿보단 이쪽이 부피가 작을 거예요.”
“어……? 천상의 안개가 아니고요? 다른 유물이랑은 달라 보이는데. 이걸로도 어둠을 걷어낼 수 있어요?”
“비슷한 것 같아요. 차이가 있다면 일회용이 아닌 정도?”
보기에는 확실히 유물이었다.
제르취에겐 미안하지만, 투혼 갑옷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생겼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도.
“그럼 한번 써 볼게요.”
“네.”
최선아눈 감을 잡기 위해 빛의 법봉을 가볍게 휘둘렀다.
유물 사용법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 민성 씨! 잠깐만 나갈게요!”
“네?”
최선아는 가속 능력까지 사용해 가며 국회의사당을 빠져나왔다.
빛의 법봉을 사용하기 위해선 무언가 큰 움직임이 필요한 모양이다.
주민성은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최선아는 바로 포착됐다.
빛의 법봉을 높이 치켜든 모습이었다.
“으아아!”
지잉!
어둠을 밝힐 수 있는 가볍고 편리한 도구.
이것이 주민성이 지정했던 키워드였다.
실제로 그랬다.
최선아는 가볍고 편리하게, 어둠을 거뒀다.
여의도 전체의 어둠을 단 한방에 덜어낸 것이다.
“저렇게 쓰는 거였군.”
“……저거 몇 개만 더 있으면 어두울 걱정은 없겠는데?”
신우빈은 그런 와중에도 빛의 법봉의 가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빛의 법봉이라고 했나? 5개만 구매하고 싶은데. 가격은 제대로 쳐 주지.”
“저거 한정판이다. 하나밖에 없어.”
“……저런 유물을 아무렇지 않게 동료에게 맡긴다고?”
“응. 나는 더 비싼 거 사려고 했거든.”
이미 주민성의 장바구니엔 광휘의 날개가 들어있었다.
빛의 법봉은 처음부터 동료들에게 줄 생각이었고.
“……나에게 투자받을 생각은?”
“당연히 없지. 몇백억이야 조금만 노력해도 벌 수 있는 돈이잖아?”
“…….”
지금의 주민성은 돈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노아와 함께 그동안 후원받은 달러만 인출해내면 그만이니까.
다행히도, 주민성이 지배 중인 게이트엔 초대량의 달러를 구할 수 있는 장소가 존재했다.
바로 인천 공항과 김포 공항이었다.
“너도 알잖아. 우리 게이트에 공항 있다는 거.”
공항엔 온갖 보안 능력으로 철저하게 봉인된 다국적 ATM이 있었다.
신성엔 애초부터 현금이 많았고, 전부 원화로 보유하고 있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던 시설이기도 했다.
이젠 다르다.
해외 기업인 우튜브를 통해 수익을 얻는 노아라면 ATM기기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 기회에 공항까지 제대로 챙겨 두려고.”
“소유는 할 수 있고?”
“가능하기야 하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주민성이 방송국 다음으로 초월할 건물은 공항이었다.
해외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공항을 전성기의 상태로 되돌린다면 역으로 해외 세력을 휘어잡는 방법도 가능할 터였다.
이는 물론 나중의 얘기다.
지금은 광휘의 날개와 튜토리얼 탑.
이 둘을 하나로 이어 더욱 큰 그림을 그려야 했다.
“사용법 익혔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민성 씨!”
“응애!”
주민성은 창가로 다가가 최선아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며 답했다.
“그보다 입찰가는 어떻게 됐지?”
“아직도 상승 중.”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187억 원]
어느새 텐트의 가치는 187억이 되어 있었다.
터무니없는 수치였다.
원가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지금 입찰가에서 경매를 끝내고 노아의 환전까지만 돕는다면 광휘의 날개는 가볍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해가 안 되네. 기껏해야 10만 원 남짓한 텐트인데?”
이 정도의 입찰가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몇천만 원 이득 보면 대박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다른 차원에도 천막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신우빈. 그거 알아? 여기랑 비슷한 차원도 있다는 거? 다른 차원에도 한국이 있더라.”
“……무슨 평행 세계라도 존재한다는 건가?”
“어. 정확히는 미래의 평행 세계 느낌이야. 그쪽에선 인천이 멸망했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세입자 후보 중에 있었거든. 다른 차원의 한국인. 찝찝해서 거절했지만.”
“…….”
신우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정보 덕분에 텐트가 가진 변수가 더욱 커졌다.”
“왜?”
“그 다른 차원의 한국인이 미래의 사람이라면, 건물주를 모를 수가 없다. 애초에 세입자 모집부터 매물 등록까지 전부 건물주를 연상시켰어. 그 사람이라면 매물 등록한 사람이 너라는 걸 단번에 유추해낼 거다.”
“…….”
너무나도 그럴싸한.
아니, 너무나도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렇겠네……. 입찰하려나?”
“당연하지. 차원 경매장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아무리 못해도 협회장급일 테니까.”
실제로 주민성은 협회장을 압도했다.
처음엔 건물주라서 받은 능력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차원 경매장 능력을 받을 자격 자체가 있었던 거라고 해석되고 있다.
“아.”
그리고 신우빈의 말이 씨가 됐다.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300억 원]
범상치 않은 초대형 입찰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탐색전이라도 벌어지는 것마냥 메시지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갑자기 입찰가 300억 됐는데. 어떻게 생각해?”
“아직까진 확실치 않아. 본격적인 큰 손들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고. 아버지처럼.”
주민성은 협회장과 신명철 회장의 재력 싸움을 지켜본 바 있었다.
확실히 임팩트 있는 등장이었다.
적당히 끼어들 것 아니면 들어오지 말라는 엄중한 선포와도 같은.
“아. 맞네.”
정확히 신우빈이 말한 타이밍에 입찰가가 갱신됐다.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500억 원]
“500억이래.”
“역시….”
이것으로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됐다.
입찰이 마감되는 즉시, 주민성은 광휘의 날개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정도면 목표 달성이지. 나 간다.”
“조심해라. 주민성. 분명 평범한 입찰자는 아닐 테니까.”
“나도 평범한 건물주는 아니다.”
“풋. 그렇겠지.”
쿨한 작별이었다.
바깥에선 서풍 길드원들이 국회의사당 전체를 엄중히 경계 중이었다.
빛의 법봉 덕분에 주변의 어둠이 완전히 걷어진 탓에 경계 수준은 급격히 올라갔다.
“수고 많으십니다. 조금만 참아 주세요. 다녀와서 가구 좋은 걸로 챙겨 드리겠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여의도 거점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활성화했다 할 수 있었다.
기존 물자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데다, 거래소 인벤토리 덕분에 부피 걱정 없이 온갖 짐들을 쌓는 다는 건 어마어마한 메리트였다.
마석 수급은 덤이었고.
주민성은 느긋하게 여의도 주변의 배치를 살폈다.
“응애!”
펑!
중립 몬스터 터지는 소리였다.
자세히 살펴보면 최선아가 강화시킨 몬스터들에겐 저마다의 개성이 있었다.
방금의 아기 고블린은 장법이라도 쓰는 것마냥 몬스터를 터뜨려 죽였다.
그리고 아기 고블린이 조금 괴상한 행동을 시작했다.
“키히히히! 응애!”
아기 고블린이 중립 몬스터에게서 나온 마석을 꺼내 자신의 머리에 쥐어박을 듯 휘두른 것이다.
저 행동은, 최선아가 설명했던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다.
-마석으로 강화하려는 몬스터의 머리를 콩! 찍어주면 돼요!
지금의 행위는 셀프 강화가 목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맙소사. 자동 강화라니.’
주민성은 안력을 높여 아기 고블린의 변화에 집중했다.
이미 배치가 끝난 몬스터였기에 최선아는 없었다.
즉, 메시지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변화만을 잡아내야 했다.
“응애응애!”
몇 차례 헛손질을 마친 아기 고블린이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셀프 강화에 성공했다.
콩!
머리를 직접 쥐어박는 데 성공한 것이다.
‘되, 된 건가?’
아기 고블린의 오동통한 팔뚝은 그대로였다.
다리도 마찬가지.
머리에 혹은 원래 생겨나 있었다.
일단은 뿔이었지만.
‘어디가 변한 거지?’
아기 고블린의 강화 단계는 15.
만약 여기서 고블린이 강화에 성공한다면, 최초의 16강화 고블린이 된다고 할 수 있었다.
강화 실패 확률이 워낙 높았던 만큼, 주민성은 몬스터의 강화단계를 15강화 까지로 제한했다.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셀프 강화는 얘기가 달라진다.
희생된 건 중립 몬스터뿐.
주민성의 인벤토리 자원이 고갈되는 게 아니었다.
“응애…….”
아기 고블린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 강화는 실패인 모양이다.
‘젠장……. 재밌잖아?’
아기 고블린의 행동 양상은 생각보다 다양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쯤 되면 셀프 강화쇼나 구경하면서 입찰 마감을 기다리는 쪽이 나을 정도였다.
그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5분 뒤, 텐트99의 입찰이 마감됩니다.]
마감 기준은 입찰가가 일정 시간 변화하지 않을 때로 추정된다.
그렇게 고정된 현재 입찰가는 다음과 같았다.
[텐트99의 현재 입찰가: 504억 원]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대격변만 아니었다면 준재벌급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후우.’
그리고 5시간 같았던 5분이 끝났다.
입찰된 금액을 수령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주민성은 곧장 돈을 수령하지 않았다.
텐트를 놓고 경쟁하던 큰 손은 둘.
조금 양심 없는 계획이긴 하지만, 양쪽 모두의 욕망을 채워 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매물 등록. 텐트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