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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지킵시다 (6) (222/250)


질서를 지킵시다 (6)
2022.07.11.


“일단 다른 게이트에도 들르긴 해야겠네.”

“그러게요. 방금의 거래소도 절 통해서 개방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응. 확실히.”

거래소용 인벤토리는 거래소로 사용될 건물을 지정해야 열리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게이트 거래소의 본격적인 활성화는 핵심 물자 파밍 지역인 인천과 안산에 들러야만 가능하다 볼 수 있었다.

“여전히 할 일이 산더미라 난감하네. 이럴 때 이현 씨라도 있었으면 좋을 텐데.”

“음……. 정보망을 좀 더 넓혀 봐야겠네요.”

“방법이 있어?”

“네! 노아 씨 쪽으로 제법 많은 영입 제안이 온다고 해요. 덕분에 어지간한 상대 연락처는 전부 확인된 상태고요.”

“좋은데?”

우튜버 노아의 소프트 파워는 생각보다 막강했다.

이는 주민성의 게이트가 현금의 가치를 유지한 덕분이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 능력자들을 모집하기 위한 광고를 제안해 왔었어요. 일단 국내 광고는 거절하고 해외 광고만 받았거든요. 광고비는 후원으로 대신하고.”

“응? 후원금 인출 안 되는 거 아니었어?”

“아니에요. 미국도 이제 나름의 질서가 잡혀서 우튜브도 복구를 마친 상황이에요. 게다가 부처 길드 또한 저희처럼 현금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방침이라 송금까지 문제없었어요.”

“와.”

대충 정리하자면, 꽁돈 소식이었다.

물론 돈을 번 사람은 노아였지만, 그녀 또한 게이트에서 생활하는 만큼 상당한 금액을 주민성 게이트에 상납하고 있던 것이다.

“노아 씨 지금 거주 구역 어디지?”

“안산요. 지금은 편의점 근처에서 캠핑 방송 중이네요.”

봉춘향은 익숙하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조작해 노아의 방송 화면으로 전환했다.

편의점 옥수수구이를 먹는 노아가 나타났다.

화면 한켠엔 후원 창이 떠올라있다.

-Captain America님이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Nice Noa!

“저런 식으로 후원을 받아요.”

“1000달러면 얼마야?”

“대격변 이전이라면 110만 원쯤 했습니다만, 지금은 10만 원 정도의 가치예요.”

“……그래?”

주민성의 입꼬리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차원 경매장에서의 화폐가치는 대격변이 발생했다고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노아에게 1000달러를 20만 원으로 환전해주고 1000달러를 받아도 이득이라는 뜻이다.

“안산 게이트 책임자. 노아 확정.”

“그, 그렇게 단번에 결정하셔도 됩니까?”

당황했는지 봉춘향의 다나까 말투가 부활했다.

“뭐 어때. 똑같이 건물 이용잔데. 상관없어. 어차피 핵심 권한은 나한테 있는 거고.”

“그렇습니까……. 아니 그렇군요.”

아무튼 좋은 소식이었다.

그 외에도 한동안 주춤했던 생존자들의 게이트 방문도 편의점 브이로그 덕분에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하니.

“나도 모르는 수입이 이렇게 생겨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 강화 몬스터 증식 끝나는 대로 바로 다녀올게.”

“네. 이쪽은 저한테 맡겨 주세요.”

“응. 고마워.”

주민성은 다시금 봉춘향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밖으로 이동했다.

* * *

한편, 88층으로 이동한 성아영은 모처럼의 호화 시설을 누리고 있었다.

백삼빌딩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몇 번이고 방문했었다.

하지만 손님으로였지, 주인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기분은 너무나도 설레는 기분이었다.

‘그럼 그렇지. 주민성이 꼬맹이를 좋아할 리가 없지.’

성아영의 기분은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순간 봉춘향이 주민성의 부름을 받았을 땐 잠시 절망하기도 했었다.

이런 레지던스가 선물이라면 자신을 가장 먼저 불러주길 바랐으니까.

‘뭐, 별거 아니니까 괜찮아. 꼬맹이가 일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허용 범위다.

실제로 여태부터 지금까지 봉춘향은 주민성에게 큰 도움이 되는 아이였다.

실제로 봉춘향의 부재를 온몸으로 체감하기도 했다.

봉춘향이 없으면, 나머지가 고생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그 위치 그대로만 있어주면 돼.’

성아영은 욕조에 몸을 담근 채로 주민성을 떠올렸다.

보글보글.

“…….”

처음엔 미친놈으로만 보였다.

약해 보이면서도 터무니없이 강한 남자였다.

어떻게 죽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약점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가까이 접근했다.

“…….”

약점을 드러낸 건 주민성이 아니었다.

주민성은 성아영을 겁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이들을 대하는 것처럼 똑같이 대했다.

아니, 조금은 특별할지도 모르겠다.

임진석조차도 꺼리는 그 성아영을, 주민성은 목숨이 수십 개는 되는 것마냥 험하게 다뤘다.

“…….”

어째서인지 주민성에게 관심을 받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주민성은 협회장보다 더욱 집착하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

협회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더 관심받고 싶어…….’

레지던스 88층.

분명 만족스러웠지만, 무언가가 부족했다.

주민성은 세력원들에게 층을 분배하고도 어느 층에서 지낼 것인지 정하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가장 큰 라이벌인 최선아가 봉춘향과 함께 90층에서 산다는 것.

성아영에게 희망은 있었다.

* * *

한편, 인벤토리에 있는 최선아는 정신없이 몬스터들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자! 한 줄로 서!”

“키엑!”

“그렇지!”

콩.

“키익!”

“푸훗!”

최선아의 마석 꿀밤과 함께 고블린이 강화됐다.

[몬스터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0 블냥이가 +11 블냥이로 강화됩니다.]

콩.

[몬스터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1 블냥이가 +12 블냥이로 강화됩니다.]

우스운 광경이었지만, 효과는 전혀 우습지 않았다.

강화를 통해 근육이 붙은 고블린들은 +7강화만 되어도 기존 고블린 친위대의 전투력을 상회할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다.

호로록.

천마 위희린은 라면을 먹으며 최선아를 흥미진진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물론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다는 듯 감탄할 뿐이었다.

콩! 콩!

[몬스터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3 블냥이가 +14 블냥이로 강화됩니다.]

“그리고 마무리! 안 쓰는 유물!”

콩!

[몬스터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4 블냥이가 +15 블냥이로 강화됩니다.]

[유물이 사용되어 대상이 확정적으로 진화합니다.]

[+15 블냥이가 베이비 홉고블린으로 진화합니다.]

“수고했어! 블냥아!”

“응애!”

“자! 다음!”

어느새 텐트 안엔 베이비 홉고블린 수십 마리가 절도 있는 자세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응애.”

***

주민성은 어느새 국회의사당에 있었다.

신우빈과 함께.

국회의사당은 예상대로 최상급 건물이 맞았다.

백삼빌딩과 달리 1차 대격변 이전까지 건물 상태를 되돌린 덕분이었다.

“……여길 나보고 맡으라고?”

“응.”

“……정치엔 관심 없다고 말했다만?”

“응. 상관없어. 정치하라고 한 적도 없고, 그냥 거래소만 담당하면 돼. 이거 되게 좋은 거다? 나중에 물품 수송도 가능하고.”

“그게 뭔 소리야.”

“아, 설명을 깜빡했군.”

그제야 주민성은 신우빈에게 게이트 거래소에 관해 설명했다.

“그걸 이제 말하면…. 휴. 됐다. 어차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군.”

“그치?”

신우빈은 손쉽게 주민성의 제안을 수락했다.

신성에게도 나쁠 것 없는 장사였으니까.

“여의도 서부는 신성에게 맡기마. 부족한 인원은 서풍으로 잠시 메꾸고.”

애초부터 서풍은 신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 그리고 이거.”

주민성은 신우빈에게 천상의 안개 100개를 제공했다.

“……양산형 물건이었나.”

“비슷한데, 그래도 꽤 비싸.”

일부러 강조했다.

신성에게 받을 거금을 더욱 공고히 해두는 것이니까.

“사용법은 알지? 대충 던져서 쓰면 돼. 지속 시간 생각보다 많이 길어서 내일까지 쓰고도 남을 거야.”

“음? 내일? 어디 갔다 올 생각이냐?”

“어. 안산이랑 인천에 잠깐 들르려고. 어차피 악마고 하성이고 빌런들이고 우리 물자 써서 찾는 건 아깝잖아? 애초에 찾으러 가기도 번거롭고.”

“아아. 거래소 때문이었나.”

“정답.”

신우빈은 주민성의 의도를 금방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이후부턴 안산과 인천의 물건들을 여기서도 구입할 수 있겠군.”

“응. 사는 건 자유지만 필요한 만큼만 사. 당분간 자금 좀 끌어 모아야 해서.”

“…….”

주민성에겐 꼭 사고 싶은 물건이 있었다.

바로 광휘의 날개였다.

[광휘의 날개: 개당 304억 9000만 원]

[구매 가능 수량: 1]

예전 같았으면 투혼 갑옷보다 훨씬 비싸 엄두도 못 낼 물건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돈의 가치가 터무니없이 줄었다.

1000달러가 10만 원이 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차원 시세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건물주는 이런 황당한 인플레이션조차도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날개. 분명 비행 능력이 탑재되어 있겠지.’

이현이 사라진 지금, 간단히 어둠을 거둬낼 수 있는데다 비행 능력까지 기대될 만한 광휘의 날개는 굉장한 잇템이었다.

“그보다 의견을 좀 나누고 싶은 게 있는데.”

“뭐지?”

“최고의 건물은 뭐라고 생각하냐.”

“……갑자기?”

“응.”

최상급 건물은 팔기 너무 아까웠다.

매물로 등록할 만한 건물은 그 아래 단계 중에서 내놓는 게 합리적이었다.

내놓지 않고 다른 방면에서 자금을 증식하는 건 논외였다.

매물을 내놓고 건물을 양도하는 데 성공하면 분명 최초 보상이 존재할 테니까.

“네가 그런 질문을 할 줄이야.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

“갑자기 공격하기 있기? 진짜 몰라서 그래.”

“하.”

신우빈은 황당하다는 듯 주민성을 올려다보곤, 방금의 대답이 진실인 것에 다시 놀랐다.

“…당연히 텐트다.”

“텐트…. 등급으로 치면 최하급인데….”

신우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아….”

“갑자기 그걸 묻는 이유는 뭐지?”

주민성은 매물 등록 능력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런 거라면 나는 말리고 싶군.”

“응?”

이번엔 의외의 대답.

“텐트는 너무 위험해. 외부로 유출한 텐트가 어떤 결과를 이끌었는지.”

“…….”

생각해보니 텐트의 실적은 엄청났다.

스미스에게 넘겼던 텐트는 나비효과가 되어 미국을 일으켰고, 박진우에게 넘겼던 텐트는 도화선이 되어 명일학을 폭주시켰다.

결과적으로 아린은 거의 주민성 세력이 되었고.

심지어 미친놈 그 자체였던 임진석을 길들이는 데에 한몫하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영향을 끼친 점은 수없이도 많다.

최선아, 판자촌 능력자들, 성아영, 최선호, 김정남 등등 대부분 텐트의 효과를 거쳐 온 손님들이었다.

“텐트는 말리고 싶군. 휴대가 가능한 건물은 치명적이야. 게다가 대격변은 다른 차원과도 연관됐어. 이젠 믿을 수밖에 없지. 카오스 게이트부터 튜토리얼 탑까지. 온갖 변수투성이야.”

“…….”

완전히 다른 견해에 주민성은 말을 잃었다.

확실히 세계를 무대로 하는 대표기업 후계자의 견해다운 면도 있었다.

확실히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이득은 최대한 볼 수 있는 데다 상대를 견제하기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좋은 변수군.”

“……뭐?”

주민성은 기업의 수장이 아니었다.

건물주였다.

다른 차원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특별한 건물주.

“조언 고마워. 많은 도움이 됐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데…….”

“아, 텐트가 최고의 건물이면 당연히 팔아야지.”

“…….”

“네가 말한 점들만 주의하면 되잖아? 우리 쪽에 협력적인 차원도 분명 있을 테고.”

또한, 주민성은 하위 차원을 구해낸 영웅이었다.

덕분에 즈쉬와 즈민성을 대표로 하는 오크들은 지금도 인천과 하위 차원을 오가며 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주민성. 매물 등록은 명백히 거래의 범주다. 이용료 청구 같은 강제적인 수단도 통하지 않아. 다른 건물을 팔아도 분명히 도움 될 수 있어.”

“그렇겠지. 확실히.”

신우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었을 뿐.

하지만 주민성은 모험을 하고 싶었다.

“매물 처분할 때, 나름의 심사를 거칠 거야.”

“……심사?”

“응. 우리 쪽 차원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구매자 정도면 괜찮지 않겠어?”

다른 차원엔 대체로 날강도 수준의 깡패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 멀쩡한 사람도 있었다.

사람 다섯이 모이면 그중 셋은 반드시 또라이인 것처럼.

힘들겠지만 나머지 두 명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면, 또라이를 억제할 수 있는 희망적인 세상이 될 터였다.

“아무튼 땡큐. 안산 가는 길에 좋은 건물 없나 뒤져볼 필요는 없겠어.”

“……미치겠군.”

주민성은 곧장 능력을 사용했다.

“매물 등록.”

[소유 중인 건물을 차원 경매장에 등록합니다.]

[매물은 최고의 건물만이 등록 가능합니다.]

“텐트 99.”

이번에 내놓을 건물은 무려 두 자릿수 대의 유니크한 번호까지 자랑하는 99번 텐트였다.

특이 사항으론 폴대가 휘어 잘 쓰지 않는 정도.

곧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텐트99를 차원 경매장에 등록합니다.]

[매물로 등록된 건물은 가장 높은 가격을 입찰한 상대에게 판매됩니다.]

[추가 조건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설정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추가 조건을 설정해 주십시오.]

“이 텐트를 구매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구매자님께 팔겠습니다. 어필이 마음에 안 들 시 판매 거절함.”

[추가 조건이 설정되었습니다.]

[텐트99가 매물로 등록됩니다.]

조건 설정을 마친 주민성은 여분의 텐트로 자신의 몸을 돌돌 감고는 신우빈에게 말했다.

“신우빈. 잠시 날 지켜라.”

“미친놈. 대체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텐트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 주마.”

곧이어 경매 입찰을 알리는 메시지가 무식할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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