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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지킵시다 (4) (220/250)


질서를 지킵시다 (4)
2022.07.09.


주민성은 무너진 잔해 사이로 발을 디뎠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다목적 빌딩(완파)가 추가됩니다.]

[건물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습니다.]

[부가 능력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건물 고유 효과가 발현되지 않습니다.]

완파된 건물은 주민성만이 챙길 수 있었다.

애초에 건물 소유자가 존재했다 한들, 건물이 파괴되는 것으로 주인이 없어지는 논리였다.

“이런 건물을 개인이 소유할 수도 있다니…….”

무너진 폐허에 불과했지만, 감개무량했다.

어쩌면 전설 등급이나 신화 등급의 건물을 소유했을 때보다 더더욱.

카오스 게이트라든지, 튜토리얼 탑은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 속에서 누구나 동경하는 건물을 소유하는 쪽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이제 굳이 건물을 보수할 필요도 없겠네.”

소유권을 챙긴 주민성은 다시 폐허를 빠져나가 안전 거리를 확보했다.

건물 보수보다 훨씬 완벽한 건물 복구를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최상급 보너스도 챙길 수 있겠고.”

이 과정을 거치는 순간, 눈앞의 폐허는 최상급 건물이 된다.

이는 곧 최초 보상을 얻을 기회.

만물 소통처럼 미묘하면서도 쓸 만한, 그런 능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간 역행. 다목적 빌딩.”

[지정된 대상을 과거의 상태로 되돌립니다.]

시간 역행 능력은 생물체를 상대로만 쓸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시간에 노출되는 모든 것들이 대상이었다.

츠츠츠……!

주민성의 손에 빛무리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미 써 봤던 능력이기에 당황하진 않는다.

쿠르르……!

곧이어 무너졌던 잔해들이 원위치로 솟구쳤다.

건물이 웅장하던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아직 부족해.”

백삼빌딩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니었다.

마석의 용도가 본격적으로 밝혀지며 건축 재료로서의 가능성이 검증되는 시점이었다.

정확히는 1차 대격변과 2차 대격변 사이.

“……지금!”

시간 역행을 멈춘 타이밍은 백삼빌딩 끄트머리에 영롱한 마석빛이 반짝이는 시점이었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물 부가효과가 적용됩니다.]

[최상급 건물 고유 능력이 발현됩니다.]

건물 보수를 사용했을 때처럼 건물이 복구되었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비슷한 결과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물론 고무적인 내용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백삼빌딩이 최상급 건물임을 증명되는 부분이었다.

주민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빠르게 메시지를 읽어내려갔다.

아래부터가 진짜니까.

[관리인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건물주 부재 시 관리인이 해당 건물이 위치한 게이트의 지배 권한을 얻습니다.]

최상급 건물 고유 능력은 관리인을 받아들이는 능력이었다.

그것도 게이트 지배자급의.

뭔가 설명이 모호해 보이긴 했지만, 이 메시지엔 연결고리 한 가지가 존재했다.

인천에서 돌아가던 길에 얻은 능력과의 연결고리가.

[두 개 이상의 게이트를 점령했습니다.]

[다른 게이트와의 소통 창구가 해금됩니다.]

[게이트 거래소 권한이 해금됩니다.]

[다른 게이트 지배자와 거래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 지배자.

보스를 토벌하고 지역을 장악한 자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말뿐인 지배자였다.

때문에 메시지가 정의하는 게이트 지배자는 해금 방법이 알려지지 않은, 오직 주민성만이 가진 권리였다.

“여기……. 게이트잖아…….”

게이트 거래소 능력은 다른 지배자가 존재해야만 쓸 수 있는 능력이었기에 봉인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

2차 대격변은 모든 지역을 게이트화시키는 재앙에 해당했다.

즉, 어느 장소든 최상급 건물만 찾아낸다면 게이트의 지배자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오로지 건물주인 주민성만이.

“대박…….”

게이트 거래소는 차원 경매장과 비슷한 능력일 터였다.

적어도 더 까다롭진 않을 게 확실하다.

스케일이 다르니까.

하지만 게이트 거래소로 얻는 이점은 훨씬 거대했다.

물품 가격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물품 수송 또한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워진다.

수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무의미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현이 실종된 현 시점의 가장 큰 문제 거리는 물자 수송이었다.

지금도 인천에 집결한 생존자들은 구역을 계속해서 넓혀가며 온갖 물자를 파밍 중이었고, 모든 물자들은 창고에 쌓이기만 하는 상황.

때문에 게이트 거래소는 너무나도 특별한 능력이었다.

“대박이잖아!”

심지어 게이트 지배자는 주민성의 입맛대로 지정할 수 있었다.

적임자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무조건 봉춘향이다.

똑똑한 그 아이라면 분명 주민성의 원하는 성과 그 이상을 보여 줄 테니까.

게다가 가능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젠 신우빈도 있다.

“신성이라면 분명 최상급 건물도 있겠지? 아니, 반드시 있어. 백삼빌딩조차 최상급이니까.”

백삼빌딩은 한국 최고의 건물이 아니다.

여의도에서 가장 화려하고 비싼 건물일 뿐.

세계 최고 기업인 신성의 건물이라면, 세계 곳곳에 수없이도 많이 존재할 터였다.

거래만 제대로 튼다면, 무한한 이득이 펼쳐지리라.

최상급 건물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후식을 즐길 시간인가.”

메시지는 더 남아 있다.

백삼빌딩이 최상급 건물로 확정된 이상, 최초 업적 보상도 예고되어 있었다.

물론 관리인 지정의 임팩트가 너무나도 컸기에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최초로 최상급 건물 소유에 성공합니다.]

예상대로의 최초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보상 내용이 확인됐다.

[매물 등록 권한이 부여됩니다.]

[소유중인 건물을 차원 경매장에 등록합니다.]

[매물은 최고의 건물만이 등록 가능합니다.]

“어?”

놀랍게도 최상급 건물을 최초로 소유해낸 건물주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너무나도 정직했다.

대충 프리미엄 매물만을 취급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냥 팔라고?”

이 능력은 어떻게 된 것일까 잠시 고민했다.

근처에서 가장 비싼 재료가 들어간 건물을 해체해 팔아치우려 했을 뿐인데, 건물째로 팔라니까 오히려 당황스러울 수밖에.

“이용료 청구 당시와 비슷하려나.”

처음은 아니었다.

빠르게 담담해질 수 있었다.

당장 들이닥친 위기를 넘길 능력은 임시 권한으로도, 게이트 첫 입장 당시에도 그랬으니까.

세상은 아닐지라도, 메시지만큼은 건물주에게 너무나도 친화적이었다.

“이걸 어찌한다…….”

지금은 너무나도 상황이 애매했다.

최상급 건물은 차원 경매장 매물로 등록하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도는 포기할 수 없는데.”

여의도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데다, 카오스 게이트가 있고 튜토리얼 탑까지 있다.

악마건 빌런 세력이건 모두가 탐내는 지역에 해당하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 외국인 생존자들까지 어떤 방향으로든 이곳에 개입해 올 가능성이 컸다.

“여의도에 최상급 건물이라고 할 만한 곳이…….”

주민성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여의도의 유명 건물은 백삼빌딩만이 아니었다.

정 반대편에, 국회의사당이 있었다.

“있긴 하네?”

여의도 동쪽 끝의 대표 건물이 백삼빌딩이라면, 서쪽 끝의 대표 건물은 국회의사당이었다.

그사이 여의도 중심부에 튜토리얼 탑과 카오스 게이트가 사이좋게 자리 잡은 상태였고.

“……아. 그래도 애매하잖아.”

국회의사당과 백삼빌딩의 위치는 둘 다 너무나도 좋았다.

국회의사당의 경우 지배력이 강서 지역까지 닿을 가능성이 컸고, 백삼빌딩 쪽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동작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다.

“젠장. 뭔가 빈틈은 없나?”

주민성은 메시지를 받아 적었던 수첩을 펼쳤다.

[매물 등록 권한이 부여됩니다.]

[소유 중인 건물을 차원 경매장에 등록합니다.]

[매물은 최고의 건물만이 등록 가능합니다.]

그리고 수 차례 눈을 깜빡였다.

“아?”

[매물은 최고의 건물만이 등록 가능합니다.]

매물 등록 조건은 최상급이 아닌 최고의 건물이었다.

즉, 굳이 최상급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다.

최상급의 임팩트가 너무 컸던 데다, 실제로 지금 얻은 최상급 건물이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착각하기 쉬운 내용이었다.

“그래도 이게 좀 낫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메시지가 뜻하는 최고의 건물이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써 봐야 안다는 소리군.”

주민성은 백삼빌딩 내부로 진입했다.

수동으로 되돌렸기에 건물 상태는 초월된 건물과 달리 최전성기의 위용을 자랑하진 않았다.

하지만, FFF급 능력자가 아무렇지 않게 출입할 수 있는 수준만큼은 진작 넘어선 상태였다.

“살다살다 이곳에도 와 보는구나…….”

전력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최신식 마석 설비 덕분에 모든 설비는 알아서 가동되고 있었다.

자동문이며 엘리베이터며 전부.

“심지어 내 건물이야…….”

건물의 등급만 따져 보자면 카오스 게이트나 튜토리얼 탑이 훨씬 윗급이겠지만, 주민성에겐 백삼빌딩이 최고였다.

슥.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마찬가지로 마석 설비였기에 미세한 소음이 전부였다.

“어디 보자…….”

엘리베이터엔 층별로 용도가 구분되어 있다.

여기서 주민성이 향할 장소는 레지던스 층.

건물 관리자가 지낼 방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에 간단하게만 알아볼 예정이었다.

슥.

당연히 마석 엘리베이터는 압도적인 안정감과 가속 능력 수준의 속도를 자랑한다.

어느새 90층에 도착했다.

“…….”

그리고 주민성은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평생 본적 없는 으리으리함에 말을 잃은 것이다.

이쯤이면 신성 백화점은 서민 친화적인 건물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90층은 층 전체가 오픈되어 있었다.

즉, 한 사람이 전부 누려도 되는 공간이라는 뜻.

주민성은 곧장 봉춘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대장님! 덕분에 엄청난 구경을 했습니다!

봉춘향치고 상당히 감정이 고조된 목소리였다.

“아……. 춘향아. 여기 빌딩 90층으로 올래?”

-이미 도착해 있습니다. 왼쪽입니다.

“응?”

놀랍게도 봉춘향은 왼쪽 통유리 너머에서 주민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벽면을 대신하는 통유리가 각종 능력에 저항력을 가진 특수 유리였기에 주민성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봉춘향은 중력을 조절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뭐야. 언제 왔어?”

-혹시 몰라 공중 기습을 경계 중이었습니다.

“아이고. 그보다 지금 분신……이구나.”

눈을 마주친 봉춘향은 사주경계를 하고있을 뿐.

휴대폰을 들고있지 않았다.

“미안한데, 본체로 여기까지 빨리 와줘.”

-예? 아, 아니! 잘 못 들었습니다? 건물 내부 말씀이십니까?

“응. 90층이고, 창문으론 통행 안 되니까 엘리베이터로 와줘.”

-저 혼자…….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 주변 몬스터는 다 도망가고 없어서 안전해.”

-…….

봉춘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오케이. 빨리 와 줘.”

-으에? 노, 노력하겠습니다!

굳이 봉춘향의 본체를 부르는 이유는 따로 없었다.

분신에게 건물 관리인 권한을 줘 버리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동안 냉장고나 좀 채워 볼까나. 딸기우유에 시리얼 정도면 되겠지? 어차피 도시락은 게이트 거래소로 넘기면 그만이고.”

이마저도 냉장고를 열자 생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온갖 호화로운 요리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으니까.

심지어 냉장고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부의 반 이상이 모락모락 김이나는 요리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최고급형 마석 보존고이리라.

“그냥 가만히 있자.”

이 정도면 따로 손볼 게 없었다.

오히려 아지트처럼 입맛대로 손을 보는 순간 건물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은 경보가 울릴 정도였으니까.

주민성은 근처 소파에 앉아 엘리베이터의 변화를 살폈다.

어느새 도착했는지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되게 빨리 왔네? 역시 센스쟁…….”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사람은 봉춘향만이 아니었다.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도,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엔 눈빛만으로 욕을 퍼붓는 성아영과 어울리지 않게 경계 가득한 표정을 짓는 송몽룡도 함께였다.

“으으읍! 읍읍!”

“형! 이게 대체!”

주민성은 빠르게 건물 내부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당황스런 기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말했다.

“……눈치 빠르긴. 이러지 않아도 줄 생각이었는데. 일단 그럼 선착순으로 몽룡이 89층. 성아영 88층. 됐지?”

“……네?”

기뻐하고도 남을 상황.

하지만 왜인지 황당해하는 반응이다.

“읍읍읍!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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