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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지킵시다 (3) (219/250)


질서를 지킵시다 (3)
2022.07.08.


[차원 경매장 권한을 사용합니다.]

[등록된 물품을 조회해 물건의 구매가 가능합니다.]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카오스 게이트에서의 경험과 튜토리얼 탑 덕분일까.

현기증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이 어두워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고.

주민성은 검색어를 차분히 읊었다.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도구.”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도구를 조회합니다.]

[총 47384건의 물품이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생각보다 적었다.

이전에 고기를 조회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아니.”

[물품 조회를 취소합니다.]

조회 메시지가 흩뿌려지며 취소를 알리는 메시지가 빈자리를 대신했다.

검색어는 좀 더 자세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어둠을 밝힐 수 있는 가볍고 편리한 도구.”

이번엔 무게와 편의성을 설정했다.

아군에게도 보급해 줘야 하는 만큼, 이는 중요한 문제였다.

[어둠을 밝힐 수 있는 가볍고 편리한 도구를 조회합니다.]

[총 30건의 물품의 조회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다행히 30건.

이 정도면 할 만하다.

“확인.”

물품 목록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주민성은 빠르게 가격별로 물품을 정렬했다.

[천상의 안개: 회당 37만 원]

[구매 가능 수량: 488]

가장 저렴한 물품은 천상의 안개.

이름으로 볼 때, 안개처럼 펼쳐지며 어둠을 없애는 물품인 모양이다.

최저가인 이상, 가성비는 나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수량 정도.

488개는 세력원 전원에게 분배해도 부족한 수치였다.

“전량 구매.”

주민성은 납부용 인벤토리에 현찰을 쏟아 부었다.

부족한 수량은 다음 물품에서 보충할 수 있었기에 구매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다.

돈이야 벌면 그만이고.

[천상의 안개 488회분이 수납됩니다.]

이제 다음 물품의 차례였다.

[아울로스의 태양 화살: 개당 56만 원]

[구매 가능 수량: 10000]

천상의 안개에 비해 가격 차이가 제법 나긴 했지만, 수량은 넉넉하다.

하지만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천상의 안개와 마찬가지로 아울로스의 태양 화살은 소모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영구적인, 차선책이라면 재활용이 가능한 도구를 구하는 쪽이 낫다.

“어?”

그렇게 다음 물품으로 시선을 옮긴 주민성은 눈을 깜빡이며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빛의 법봉: 개당 3200만 원]

[구매 가능 수량: 1]

가격이 터무니없이 치솟았다.

자릿수가 무려 두 자리가 커졌다.

그럼에도 구매 가능 수량은 단 하나.

“잠깐……. 가장 비싼 건 뭐야?”

주민성은 빠르게 최고가 순서로 설정을 바꿨다.

[광휘의 날개: 개당 304억 9000만 원]

[구매 가능 수량: 1]

“아.”

이것으로 반쯤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게임으로 치면 유니크 등급.

빛의 법봉부턴 유일무이한 아이템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심지어 소모품이라는 느낌도 없다.

전부 사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기분.

“돈이 모자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법봉만 사 두자.”

주민성은 급한 대로 빛의 법봉을 구매했다.

[빛의 법봉 1개가 수납됩니다.]

역시 천상의 안개와는 달리 개당으로 수납된다.

지금의 선택도 나쁠 건 없었다.

차원 경매장은 어설픈 능력자에겐 허락조차도 되지 않는 능력이었으니까.

비싼 만큼, 돈값을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후우.”

차원 경매장이 종료되고, 주민성은 텐트 하나를 추가로 뒤집어써서 어지러움부터 진정시켰다.

“일단 테스트부터 해 볼까.”

무려 37만 원짜리 소모품인 천상의 안개가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와 자태를 뽐냈다.

“오오…….”

천상의 안개는 구슬처럼 작은 구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안엔 눈부신 빛이 잔뜩 응축되어있다.

사용 방법은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구슬을 깨는 것으로 발동된다.

파각!

주민성은 주먹을 휘둘러 천상의 안개를 퍼뜨렸다.

“와.”

눈으로 보였다.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과정 전부가.

빛나는 슬라임이 새까만 슬라임을 밀어내는 형상이었다.

물과 기름처럼 두 기운은 섞이지 않고 힘 싸움을 반복했다.

상성 상, 빛이 유리해 보인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빛이 확실하게 유리해져 갔다.

“대박.”

5분이 흘렀다.

푸른 하늘이 보였고, 한강이 보였다.

근처의 상가들과 주민성을 피해 숨어 있는 중립 몬스터까지 포착됐다.

거의 여의도의 반절이 어둠에서 벗어난 수준이다.

천상의 안개는 37만 원이라는 가격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고효율 소모품이었다.

“마지막 남은 문제는 지속 시간인가.”

굳이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지금은 자금 확보가 우선이었으니까.

“근처에 은행이 꽤 밀집해 있을 텐데…….”

은행은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문이 박살난 상태였다.

“아.”

이미 선객이 방문한 이후의 은행이었다.

아마도 주민성이 없었던 시간동안 누군가 털고도 남을 시간이다.

“아마 선호가 털었을 가능성이 크겠지.”

최선호의 능력 활용은 주민성의 상상을 넘어섰다.

추방자 능력을 얻음으로써 성장 방향도 건물주의 것과는 이제 다른 형태를 보인다.

“빼앗는 건 하수다. 빌리는 것도 마찬가지.”

주민성에겐 주민성만의 능력이 있었다.

최선호에게 받은 족장의 능력 역시 상대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같은 길을 걸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주민성은 이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상태였다.

“건물주잖아. 건물로 돈 벌어야지.”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론 건물에 세를 놓고 돈을 버는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계파가 갈린다.

주민성은 정상적인 건물주로 성장하지 않았다.

“저게 좋겠군.”

멀지 않은 장소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백삼빌딩이 포착됐다.

한때 63층이었던 이 빌딩은 계속해서 개발되어 103층까지 증축된 상태.

대격변이 일어난 지금은 비어 있는 건물이다.

1차 대격변의 교훈이 있었기에 확실하다.

게이트가 형성된 지역의 고층 건물은, 반드시 무너진다.

“아마도 최상급 건물이려나.”

건물 소유 제한은 상급까지.

반면, 백삼빌딩은 최상급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화나 전설급이면 좋겠지만, 그런 건물은 대부분 은밀하게 숨겨진 상태였기에 더욱 그랬다.

“혹시 모르니까 들러는 보고.”

주민성은 그대로 백삼빌딩에 쇄도해 1층 로비 바닥을 빠르게 짚었다.

“…….”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백삼빌딩은 최상급 건물이다.

씁쓸한 표정으로 백삼빌딩에서 빠져나온 주민성은 봉춘향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장님! 이번에도 무언가 성공하신 모양입니다!

“응. 대충 지금 현상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럼 다른 분들께는 해당 건으로 전달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보다, 건물 하나 무너뜨릴 거거든? 동요하지 않도록 준비시켜 줘.”

-아아. 확인했습니다. 내용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수고.”

통화를 마친 주민성은 백삼빌딩 1층 로비에 폭발시킬 텐트 하나를 던졌다.

위태로운 지금 상태의 건물이라면, 텐트 하나로도 충분히 무너뜨리고도 남는다.

“그럼 춘향이가 움직일 동안, 타임캡슐이나 까 볼까.”

이젠 인벤토리에서 몬스터 강화를 끝냈을 최선아의 회수 시간이다.

유예라면 충분했으리라.

“47번 텐트.”

말을 마침과 동시에 작은 텐트가 둥실 떠올랐다.

“……음?”

다행히 텐트 내부에선 최선아와 고블린 둘의 기척이 느껴졌다.

강화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몬스터가 희생되는 등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심지어 보스 몬스터에게서나 느껴질 만한 투기가 텐트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대박이군.”

이는 곧 몬스터 강화가 대성공했다는 뜻이었다.

크룩스조차도 이런 존재감은 가지지 못했으니까.

주민성은 기쁜 마음으로 텐트를 젖혔다.

“선아 씨! 고생하셨어요!”

“하하…….”

텐트 안엔 최선아와 위풍당당한 자세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는 고블린 둘이 있었다.

이름은 까먹었다.

“키히히! 보여 준다! 완전히 달라진 나!”

“키키키키키!”

자존감을 얻은 고블린은 너무나도 듬직했다.

인벤토리에서 챙긴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음에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 정도로 강화됐다면, 기꺼이 하사하는 게 옳았다.

“얘들. 강화 몇 번 했어요?”

“횟수는 합쳐서 총 87회. 13단계까지 강화했어요. 14번째부턴 유물을 소비해야만 확정적인 진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멈춘 상태고요.”

“음? 진화요?”

“네……. 여태 한 번도 진화를 못 시켰는데, 확정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니까 멈춰야겠더라고요. 괜히 특수재료 없이 강화해서 진화 기회를 날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아. 잘 판단하셨어요. 강화에 유물이 필요하면 망설여지긴 하겠네요.”

주민성은 몬스터 강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떠올렸다.

[마석을 재료 삼아 하수인을 영구적으로 강화합니다.]

[강화된 하수인은 낮은 확률로 진화합니다.]

[하수인 강화는 실패 확률이 존재합니다.]

몬스터 강화는 낮은 확률로 강화 대상 몬스터를 진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최선아가 시도한 강화 횟수는 총 13회.

확률 상, 몬스터가 진화할 확률은 한 자릿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여기 수첩이요.”

“네.”

최선아는 강화 기록을 적어 둔 수첩을 건넸다.

상당히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몬스터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블롱이가 +1 블롱이로 강화됩니다.]

[몬스터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블롱이가 +2 블롱이로 강화됩니다.]

……

강화 과정은 이런 식으로 메시지가 표기됨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강화 실패 기록도 존재한다.

첫 실패는 블랑이였다.

[몬스터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7 블랑이의 강화단계가 유지됩니다.]

반면, 블롱이는 12단계까지 강화에 연달아 성공한 기록이 남아있다.

“대박이네요? 대충 10강화까진 80% 이상으로 봐도 되겠어요.”

“맞아요. 근데 11강화부턴 실패율이 확 올라가더라구요.”

최선아의 말대로 11강화, 12강화, 13강화엔 수많은 실패기록이 남아 있었다.

강화 성공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구간이었다.

그럼에도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진화 확률이 강화 확률보다 훨씬 낮은 1% 미만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최선아가 극도로 운이 없지 않다는 가정하에.

“마석……. 생각보다 많이 들었죠?”

“에이, 많이 들긴요. 이런 데이터가 남아야 적정 강화 수치가 몇 단계인지 정할 수 있는 건데, 아직 수십 배는 더 투자해야 하는 시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심지어 최선아가 고블린 두 마리를 위해 사용한 마석은 고작 87개에 불과했다.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마석량에 비해 너무나도 미미한 소모량이다.

물론 마석 등급이 최하급이 아니었기에 환전해서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으로 따지자면 상당히 큰 금액이었지만, 대격변이라는 특수적인 상황에서 환전은 의미 없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가성비라 할 수 있었다.

다루는 주제가 강화이니만큼 방심해선 안 되겠지만.

“특수 재료라…….”

최선아를 망설이게 만든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몬스터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2 블랑이가 +13 블랑이로 강화됩니다.]

[+14단계 강화 시도에 유물이 포함될 시 몬스터가 확정적으로 진화하며 강화에 반드시 성공합니다.]

물론 주민성에겐 여분의 유물이 있었다.

단지, 몬스터 군단을 전부 확정적으로 진화시키기엔 부족한 양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일단 상대적으로 활용성이 떨어지는 유물부터 소비해보죠.”

“네!”

주민성은 한때 협회 간부들을 사냥하고 협상 과정에서 얻었던 견장을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일단 하나는 이걸로 강화시키시구요, 나머지는 음. 인벤토리 뒤져보면 팔꿈치에 착용하는 유물 하나 있을 거예요. 그거까지만 소모하죠.”

“알겠어요.”

일단은 진화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부터 체크하기로 했다.

몬스터가 진화함으로써 무언가 특수한 능력을 얻는다면, 진화가 이득이 맞다.

하지만 단순히 전투력이 강해지는 진화라면 딱히 필요없었다.

그냥 마석만을 소모해 강화 단계를 높여 가는 방향이 효율적이다.

“그럼 민성 씨. 다시 수납 부탁드릴게요.”

“네.”

주민성은 최선아와 고블린 둘이 머무는 텐트를 재수납했다.

아무래도 몬스터 강화의 최종결과는 차원경매장 쇼핑을 끝낸 이후가 될 모양이다.

[텐트 47이 수납됩니다.]

텐트 수납을 마친 주민성은 스무스하게 다음 능력을 사용했다.

지금쯤이면 봉춘향도 세력원들에게 전달사항을 모두 전파했으리라.

“건물 폭발. 텐트 688.”

콰과과!

백삼빌딩 1층 로비에 던져뒀던 텐트가 폭발했다.

고층 빌딩을 무너뜨리는 건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간단했다.

균형만 살짝 일그러뜨려도 알아서 무너져내리니까.

쿠르르르르……!

서울의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인 백삼빌딩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사실은 여의도에서만 알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은 여전히 어둠에 잠식되어있으니까.

“이렇게 최상급 건물을 얻게 되는군…….”

카오스 게이트나 튜토리얼 탑, 지하 곳곳에 숨겨진 고대 건물과는 다르다.

순수한 최상급 건물이었다.

이 사실은 주민성을 감동시켰다.

[미세먼지가 수납됩니다.]

[미세먼지가 수납됩니다.]

[건물 잔해가 수납됩니다.]

……

건물이 무너지며 생긴 건물 잔해와 미세먼지 파밍은 덤이었다.

이런 재료들은 아무리 챙겨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젠 쿨타임이 존재하지 않는 사기 능력이 생겼으니까.

“과연 얼마에 팔 수 있을까.”

백삼빌딩은 판매용 건물이었다.

정확히는 매매가 아닌, 건물을 구성하는 재료 모두를 팔아버리는 개념이다.

낙후된 건물 잔해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시간 역행을 통해 건물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전부 새것으로 만들 거니까.

이 작전이라면 백삼빌딩을 최고가로 처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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