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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지킵시다 (2) (218/250)


질서를 지킵시다 (2)
2022.07.07.


“…….”

신우빈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왜. 이걸로도 부족해?”

“……우리 회사가 고작 한 사람에게 휘둘리고 다녔으면 진작 망했겠지. 너도 알겠지만, 신성이 마냥 깨끗하지 않아. 네가 당했던 계약? 그것보다 훨씬 심한 계약도 수백 회 이상 체결해 왔다. 신성은 협회와 다르다. 한 사람에 의해 돌아가지 않아. 간부진도, 직원들도 전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흐음……. 그렇군.”

확실히 신성은 마냥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협회장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게 좌지우지되는 협회가 특수한 사례에 해당했다.

집단 중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촘촘하며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집단.

그것이 바로 신성이었다.

“급을 맞춰야 한다 이거지.”

협회장은 본인이 최강 그 자체였다.

그래서 주민성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와 그에게 대항했다.

“똑같이 하지 뭐.”

“……뭐?”

“간부며 직원이며 전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며. 나도 그렇게 한다고.”

“…….”

신우빈은 잠시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그게 단기간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가능해. 아무튼 집단만 맞추면 된다 이거지.”

주민성은 그 자리에서 최선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민성 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근처 텐트에요. 춘향이랑 몽룡이, 천마님과 있어요.

“잠깐 저랑 탑에 좀 다녀오죠.”

-네! 바로 갈게요!

최선아는 통화를 마침과 동시에 도착했다.

“짠!”

“어. 누나까지 오면 5인인데. 제가 누나 있던 텐트로 넘어갈게요.”

“그럴래?”

“넵.”

최선호와 최선아가 자리를 교대했다.

그리고 시큰둥한 표정의 신우빈을 향해 주민성이 말했다.

“선아 씨. 탑에서 어떤 능력을 얻었는지 알려주세요.”

“아아. 하수인 소집이랑 하수인 강화요?”

“네.”

설명은 길어질 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의 성능을 가진 능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최선아의 능력을 들은 신우빈의 표정은 더더욱 경악에 물들었다.

말 그대로의 성능이 너무 사기적이라서.

“저 탑은 대체…….”

주민성이 의기양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점에 있었다.

신성이 아무리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움직인다 한들, 최선아의 하수인 소집 능력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하수인 소집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하수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네가 말하는 그 급이라는 거. 맞추면 되는 거지?”

“…….”

지금의 무언은 긍정의 의미였다.

분명 먹혀든다는 소리다.

“오케이. 확정.”

이것으로 상황은 정리됐다.

이젠 세상을 잠식한 어둠 속에서 다음 행보를 이어갈 때였다.

“경계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2차 튜토리얼 탑 원정대를 편성할 거다. 당연히 2차 원정대는 전원 몬스터로 구성할 예정이고.”

“……확실히. 이현이 실종된 지금이라면 그 편이 효율적이겠군.”

여전히 이현은 실종 상태.

그렇게 된 이상, 최고의 수송 능력자는 최선아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 탑에 몬스터를 들이기로 정한 이상, 이 작전은 더더욱 은밀해져야 한다. 우리 소속이 아닌 생존자들은 여전히 탑을 탐내고 있고, 머지않아 어둠에도 적응할 테니까.”

“맞아. 그래서 이 주변도 아지트로 만들 계획이야. 탑뿐만 아니라 카오스 게이트도 지켜야 하고, 혼돈의 존재도 신경 써야 하니까.”

“어떻게 할 생각이지? 참고로 내일쯤 도착하기로 한 신성의 지원은 무산될 수도 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이상, 수송 차량은 가동되지 않을 거다.”

“아아. 지원은 됐어. 경비는 몬스터가 대신한다.”

“……뭐?”

“말했잖아. 아지트화.”

주민성의 작전은 튜토리얼 탑에 몬스터를 들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모름지기 게이트라면 몬스터가 필수.

주민성은 여의도 전역을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마경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지금 남은 생존자에게 문제는 몬스터가 아닐…….”

어느 순간, 신우빈은 말을 멈췄다.

주민성의 의도를 파악한 모양이다.

“선아 씨에게 생긴 능력은 몬스터 소집이 전부가 아니잖아. 이곳에 풀어버릴 몬스터는 강화 몬스터다.”

“……미치겠군.”

“물론, 몬스터와 사람들은 접촉하지 않는다. 아예 외곽지역 전체를 몬스터 구역으로 만들 거라서. 튜토리얼 탑에 입장하는 몬스터의 수는 제한하며, 교대로 출입시킬 예정이다. 이러면 문제없지?”

주민성을 따르는 몬스터는 수십, 수백 수준이 아니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몬스터 수만 합쳐도 수십만을 넘나든다.

그중, 수만 정도의 몬스터가 여의도에 집중되며, 포화상태에 다다르면 다시 기존 지역으로 돌려보낼 계획이었다.

“다른 능력자들과 싸우다 죽는 몬스터는 책임지지 않아. 그냥 약육강식으로 가는 거야. 강화 몬스터들까지 뚫어낸 집단이 여기까지 도달하면? 그때부터 우리가 전력으로 대항하는 거야. 단지 그뿐인 작전이다.”

“그런 작전이라면 나도 찬성하지. 오히려 보안이 중요해지는군. 신성의 지원은 물리겠다.”

“오케이.”

그렇게 주민성과 최선아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치며 여의도 외곽으로 향했다.

“이 자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어디로든 향할 수 있고, 어디서 오는 상대든지 식별할 수 있어요.”

“에이스는 여기에 배치해야겠군요.”

“맞아요. 일단은 테스트니까 핵심급만 둘 정도 부탁해요.”

“네! 하수인 소집!”

최선아의 하수인 소집이 시작됐다.

“키엑!”

“키익?”

소집된 몬스터는 최선아의 다섯 친위대 중 둘.

대충 블링 시리즈 멤버에 해당한다.

이름은 최선아만이 정확히 알고 있다.

“블롱이와 블랑이에요.”

“아, 네…….”

“힝.”

주민성도 아주 일부 정도는 식별할 수 있었다.

일부는 초월 편의점의 점원이기도 했으니까.

지금 부른 고블린은 편의점에서 일하지 않는, 순수히 게이트를 지키는 녀석들이었다.

“매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바로 탑으로 보낼 거예요. 그땐 인천 생존자분들과 교대할 예정이고요.”

“벌써 차기 점원까지 정했습니까?”

“네. 노아 씨랑 경호 담당 능력자분으로요. 편의점 브이로그 찍는다던데, 괜찮겠죠?”

“아아.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좋아요.”

주민성의 게이트는 여전히 새로운 생존자들을 모집 중이었다.

고급 인력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넵! 그럼 본격적으로 강화를 시작해 볼게요!”

“네.”

“…….”

“…….”

하지만 최선아는 강화를 하는 대신, 주민성을 바라보며 생글생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민성 씨?”

“네?”

“……저 지금 마석 없는데요. 새로 모은 마석 포대라면 안산 창고에 쌓여 있고.”

“……아?”

즉, 마석은 주민성이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앗…….”

하지만 주민성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태양의 순례지를 빠져나오며 이식된 마석은 주변의 마석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것도 마찬가지.

꺼내는 순간 흡수된다.

콩이의 분노가 이를 증명한 적 있었다.

주민성은 그런 자신의 상황을 최선아에게 설명했다.

“헐. 그러면 근처에서 자급자족할까요?”

“그건 좀 문제가 있어요. 너무 어두워서.”

주민성이 이곳에 오기까진, 최선아의 도움이 있었다.

“아, 확실히 손잡는 동안은 총을 쏠 수가 없네요.”

“게다가 몬스터 개체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고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얼른 안산에 다녀올까요?”

“아뇨. 어둠이 언제 가실지도 모르고, 일어날 변수가 너무 많아요.”

“아깝다……. 인벤토리 안에 마석 엄청 많았었는데.”

“아?”

생각해 보니 최선아는 주민성의 인벤토리에 들어갔던 경험이 있었다.

내부에 얼마나 많은 마석이 쌓여 있는지도 봤고.

“답 나왔네요.”

“네?”

“선아 씨랑 고블린들 수납시킬 테니까, 안에서 강화하고 오세요. 강화 기록만 적어서 공유해 주시면 됩니다.”

마석을 꺼내는 게 문제라면, 최선아를 마석이 있는 곳에 넣어주는 방법이 있었다.

강화라면 알아서 할 테니까.

“헐! 이런 방법이 있었네요! 그럼 나올 때 라면도 같이 챙겨 나올게요!”

“네.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최선아는 고블린들과 텐트에 들어가 수납될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주민성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텐트가 씌워졌다.

“인벤토리라고?”

“아. 놀래라. 인기척 좀 내시라니까.”

천마 위희린이 나타났다.

아마 최선호와 같은 텐트에 있었을 텐데, 용케 따라 나온 모양이다.

게다가 만물소통의 매커니즘은 어떻게 깨달았는지 여분 텐트까지 챙겨 나왔다.

“일단은 손님이니까. 조용히 있어주는 게다.”

확실히 다른 차원의 세입자들은 주민성의 강제적인 명령이 있지 않은 이상,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면이 있었다.

곧이어 3번, 5번, 7번, 11번 등의 다른 세입자들도 텐트에 비집고 들어왔다.

“뭐야. 다들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요?”

“어떻게 왔냐니. 다들 웅크리고 있길래 그냥 따라 나왔을 뿐인데.”

“어둡지 않아요?”

“음? 어둡다? 지금은 아주 밝네만.”

“아.”

어둠의 비밀 한 가지가 밝혀졌다.

다른 차원 출신에겐 지금의 어둠 현상이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주민성은 이와 비슷한 현상을 경험해 본 적 있었다.

제르취가 한을 품던 당시 하위 차원에서 경험했었다.

“……그런 개념인가.”

확실히 최철진의 죽음은 억울할 만했다.

그냥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그럴싸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 허무하게 이름이 불리어 죽어버렸으니.

“뭐, 따라 나온 건 둘째 치고요. 이제 와서 모습을 드러내신 이유가 뭡니까…….”

“인벤토리라고 하였잖느냐.”

“네. 인벤토리가 왜요.”

“본좌까지 들여보내거라. 출출하구나.”

“…….”

목적은 아주아주 심플했다.

여기 세입자들은 그냥 라면이 먹고 싶었던 거다.

“저도 먹고 싶어요!”

“흥. 라면이라면 절대 양보할 수 없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러는 건지 궁금해서 그만…….”

세입자 전원의 의견이 같았다.

“휴. 그러면 같이 들여보낼 테니까, 라면 먹고 나와선 협조 잘해 주셔야 합니다.”

“좋아. 맡겨 줘.”

“네! 악마라면 제가 반으로 갈라 죽여 버릴게요!”

최선아는 그저 텐트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세입자들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이들의 대화는 주민성만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검증 하나만 해봐야겠군.’

주민성은 블롱이라 불리는 고블린에게 손짓했다.

“키익?”

“그래. 너.”

블롱이 다가왔다.

주민성과 최선아의 텐트까지 거리는 5미터가량.

아무런 조명도 없는 상황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응. 됐어. 다시 돌아가.”

“키엑.”

블롱은 아무렇지 않게 주민성에게 다가왔다가 텐트로 돌아갔다.

검증이 끝났다.

몬스터들 역시 지금의 어둠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역시 지금의 상황은 몬스터를 이용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다들 텐트에서 대기해요. 적당히 있다가 꺼낼 테니까.”

“아아. 그러지 않아도 괜찮네.”

“네?”

“그냥 필요할 때만 불러 주게. 그쪽이 더 재미있거든.”

“……헐?”

다른 세입자들 의견도 같았다.

나름의 배려인 듯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강자는 두려움을 사는 게 당연했기에.

게다가 지금의 문제는 지구에 사는 인류들의 문제였지, 솔직히 말해 다른 차원 출신의 사람은 자신의 목적만 챙겨 가면 그만이었다.

지금 이들이 이곳에 남아 있는 건, 라면 때문일 수도 있고 저마다의 호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러시죠.”

“후후. 드디어 라면을 다시 맛볼 수 있겠구나. 이번에는 고명 배합을 바꿔 봐야겠어.”

“…….”

어찌 되었든 좋은 일이다.

포장마차에서 일어날 과격한 변수를 차단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고.

주민성은 그대로 텐트를 수납했다.

[텐트 47이 수납됩니다.]

[텐트 218이 수납됩니다.]

텐트의 수납 덕분에 주변은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였다.

근처의 건물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엔 넉넉하게 기다려 줄까.”

주민성은 휴대용 조명 장치를 가동해 더듬더듬 걸터앉을 장소를 탐색했다.

“여기가 좀 낫군.”

주민성은 새로운 텐트를 설치하곤 곧바로 다른 능력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이 불편한 어둠은 극복할 필요가 있었기에.

“차원 경매장.”

일단 검색해 보면 뭐라도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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