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튜토리얼 탑의 건물주 (2) (208/250)


튜토리얼 탑의 건물주 (2)
2022.06.27.


“후우.”

주민성과 최선아, 성아영으로 구성된 3인 파티는 다른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튜토리얼 탑 앞에 섰다.

아무리 봐도 정석적인 파티는 아니었다.

딜러, 탱커, 서포터라는 기본적인 구성과는 담을 쌓은 해괴한 파티였다.

굳이 포지션으로 따지자면 최선아와 성아영은 둘 다 딜러로 분류된다.

“뭘 한숨을 쉬고 그래? 보나마나 바글거리는 몬스터 죽이면서 올라가는 탑일 텐데.”

이곳의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튜토리얼 탑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들어가자.”

“응!”

탑 전면엔 이쪽으로 진입하라는 듯 도개교 하나가 내려져 있었다.

물론 탑 주변에 도랑은 없다.

그래서 더더욱 기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민성 씨. 문이 안 보여요.”

“흐음.”

도개교를 건넜음에도 들어가는 문은 없었다.

대신, 메시지가 떠올랐다.

[튜토리얼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탑 입장 이후엔 24시간 동안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메시지. 다들 떴죠?”

최선아와 성아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4시간 탈출 금지 제한에 상당히 긴장한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24시간 버티면 탑에서 나와 휴식할 수도 있으니까.”

“꼭 그런다는 보장도 없지. 탈출이라는 단어가 거슬려.”

“아니면 24시간 안에 공략해야 하는 탑인지도 몰라요.”

저마다 의견은 달랐다.

답은 오직 탑에 입장해야만 찾을 수 있었다.

“일단 들어가 보죠. 마음 속으로 확인이나 동의라고 하면 입장될 겁니다.”

“확인.”

“…….”

청개구리처럼 육성으로 확인을 내뱉은 성아영이 사라졌다.

“크흠. 따라가죠.”

“네.”

뒤이어 주민성과 최선아도 탑 입장에 동의했다.

시야엔 새로운 메시지가 가득 차올랐다.

[튜토리얼 탑에 입장했습니다.]

[튜토리얼 탑은 총 10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탑 최상층에 도달 시 혼돈의 존재에 맞설 능력을 각성할 수 있습니다.]

[부여되는 능력은 공략자의 행동과 습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능력이 주어집니다.]

“이렇게 높은데 겨우 10층이라고?”

성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입장하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양이다.

“민성 씨! 새로운 능력 각성이래요!”

최선아 역시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주민성은 대답할 수 없었다.

메시지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유자가 없는 건물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주민성 님으로 변경합니다.]

[보유 건물 목록에 튜토리얼 탑이 추가됩니다.]

[특수 기믹이 적용된 건물입니다.]

[건물 고유효과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최초로 신화 등급 건물 소유에 성공합니다.]

[건물 전송 권한이 부여됩니다.]

[소유 중인 건물을 지정된 위치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 탑은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신화 등급 건물이었다.

최초 획득이었기에 새로운 능력도 생겼다.

전설 등급 최초 획득 보상이 만물 소통이었다면, 신화 최초 보상은 건물 전송이었다.

“애매하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감상이었다.

그동안 얻었던 건물 폭발과 이용료 청구 등의 괴랄한 능력들과 다소 비교되는 능력이었다.

그 희귀한 전설이나 신화 등급 건물을 얻고 받은 보상이라기엔 부족한 감이 있었다.

“민성 씨…….”

그런 와중에 최선아의 상처받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제 얼굴을 보고 말하시면…….”

“아, 아닙니다. 메시지 보고 있었어요.”

“……정말이죠?”

“네…….”

주민성은 신나게 비웃는 성아영의 입을 막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환기 방법은 간단하다.

“이 탑. 소유됐다고 메시지 떴거든요. 조금은 마음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어? 정말요?”

“네.”

주민성은 텐트를 풀며 튜토리얼 탑이 주는 건물 부가효과를 온몸으로 만끽했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1층만 탐색해 보고 이용료 청구 드릴게요.”

“네! 축하드려요! 민성 씨!”

“읍읍읍! 으읍!”

“감사합니다.”

건물 전송 능력에 관해선 당장 써먹을 구석이 없었기에 말하지 않았다.

이미 주민성에겐 근접형 건물 전송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인벤토리를 이용한 텐트 컨트롤이었다.

그렇다고 새로 얻은 능력의 쓰임새가 아예 없지만은 않았다.

‘나중에 탑을 빼돌릴 수도 있겠어.’

이는 튜토리얼 탑에 대한 경쟁이 심해지는 머지않은 미래에 써먹을 수단이었다.

혼자서만 아는 장소에 탑을 통째로 전송시키게 된다면 탑의 독점도 가능할 터였다.

“성아영. 긴장해. 이제부터 제대로 올라갈 거니까.”

“으읍!”

“알았으면 고개 끄덕여.”

숨이 막히는지 성아영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끄덕이라고.”

“읍…….”

그제야 성아영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

정석적인 탑 등반은 주민성에게도 상당히 큰 선택이었다.

탑의 소유권을 챙긴 이상, 마음만 먹으면 건물 관조를 통해 순식간에 10층에 등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보상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변수가 있었다.

‘일단 최대한 정석대로 가 보자.’

주민성이 마음을 다잡은 사이, 최선아가 주민성의 팔을 두드렸다.

“민성 씨. 저쪽에 문이 있어요.”

“네. 들어가죠.”

그렇게 주민성 일행은 본격적으로 탑 1층에 입장했다.

이번에도 메시지가 떠올랐다.

[튜토리얼 탑 1층에 입장했습니다.]

[1층은 개인의 역량을 평가합니다.]

[지정된 몬스터를 상대로 승리하십시오.]

“음?”

어느새 주변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투기장과 비슷한 장소였다.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장소답게 성아영과 최선아는 어느새 사라져 있다.

각자의 공간으로 전송되기라도 한 모양이다.

“키이!”

“…….”

주민성은 말을 잃었다.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가 고블린이었기 때문이다.

“키……. 키이……?”

심각할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상대였다.

눈앞의 고블린은 멀쩡한 상태도 아니었다.

잔뜩 상처 입어 죽기 직전이었다.

“……이래서 튜토리얼인가.”

이런 상대라면 굳이 능력자라 아니어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냥 고블린에게서 도망치며 죽기만을 기다려도 되고, 상처를 헤집기만 해도 목숨이 끊어질 터였다.

하지만 주민성은 그런 고블린을 죽이지 않고 고민할 뿐이었다.

[부여되는 능력은 공략자의 행동과 습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능력이 주어집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다.

평범하게 고블린을 죽여서 얻는 거라곤 평범한 보상일 테니까.

“중립 고블린한테는 이용료 청구도 할 수 없는데. 흐음.”

이용료 지불 능력이 없는 몬스터는 이용료 청구 능력에 당하는 순간 광증에 빠진다.

그래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학습이 우선이었다.

주민성은 고블린을 중심으로 새로운 텐트를 세웠다.

“키익?”

이용료 청구를 하지 않았지만, 소유한 건물에 노출되면 최소한의 건물 부가효과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미량의 회복 효과가 적용된다.

“후우. 끝.”

텐트가 완성되고, 주민성은 나직하게 고블린에게 말을 걸었다.

“내 말. 제대로 들릴 텐데.”

“어, 어떻게 말을……?”

“1층에 대해 아는 거 전부 말해. 그러면 치료까지 확실하게 해줄 테니까.”

고블린은 주민성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몸상태가 회복된다는 걸 자신이 가장 잘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다!”

“나 여기 탑 주인이야. 그래도 안 할 거야?”

“키익?”

표정이 굉장히 다양한 고블린이었다.

지금은 명백히 당황한 기색이다.

“너. 왠지 고블린 같지 않네.”

“…….”

주민성은 나름 고블린 전문가였다.

최선아 수준까진 아니어도 크룩스와 꽃블린을 통해 상당한 이해도를 쌓았기 때문이다.

눈앞의 고블린은 고블린 특유의 본능적인 습관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키익거리는 소리마저도 어색했다.

“흐음. 분명 뭔가 숨은 요소가 있는 것 같은데.”

주민성은 1층 입장 당시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1층은 개인의 역량을 평가합니다.]

[지정된 몬스터를 상대로 승리하십시오.]

1층의 주제는 몬스터를 상대로 승리하는 것.

죽이는 행위도 어찌 보면 정답이겠지만, 진정한 답으론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치료를 통한 대화를 유도했다.

그럼에도 승리를 알리는 새로운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어쩔 수 없군.”

결국, 방법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이 방법은 아무도 따라하지 못할 건물주만의 독창적인 방법이어야 했다.

“키, 키이?”

주민성은 포스트잇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협조적으로 교화시킬 것.

포스트잇은 그대로 고블린의 텐트에 붙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자고.”

“자, 잠깐!”

[텐트 450이 수납됩니다.]

수납과 동시에 1층 클리어를 알리는 메시지도 떠올랐다.

[해당 구역에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2층 입장 권한을 획득합니다.]

[2층 대기실로 전송됩니다.]

판정과 관련된 메시지는 없었다.

10층 도착 이후에 종합적으로 평가되려는 모양이다.

“고생했어요. 민성 씨.”

“뭐야. 왜 이렇게 늦게 와?”

2층 대기실엔 성아영과 최선아가 거리두기에 한창이었다.

“그보다 선아 씨. 저건…….”

“아? 부링이요?”

이번엔 부링이란다.

최선아는 1층에 있던 녀석으로 추정되는 고블린과 동행한 채로 2층에 도착해 있었다.

“야! 꺼져! 징그러워!”

“키이…….”

“부링이한테 험한 말 하지 마요!”

“…….”

최선아의 공략법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즉석에서 고블린을 교화시켜 승리한 모양이다.

그때, 성아영에게서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 나왔다.

“어휴. 저게 고블린인 줄 아나 봐.”

“……음?”

당연하게도 성아영은 고블린과 동행하지 않았다.

잭나이프에 피가 묻어있는 걸로 보아 특유의 무지성 플레이로 1층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까지는 전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주친 몬스터가 고블린이 아니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성아영.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어?”

“뭘?”

“방금 말했잖아. 저거 고블린 아니라며.”

“응. 왜?”

“어떤 근거로?”

“딱 봐도 알잖아?”

“…….”

성아영의 주장은 단순했다.

하지만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장 박사가 알려준 성아영의 과거 배경 때문이다.

-성아영은 자아를 유지한 채로 정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자아를 타인에게 옮길 수 있다는 뜻이지.

이 터무니없는 능력을 실행하는 조건은 하나.

상대에 관한 깊은 이해였다.

이런 점들이 뒷받침되어 성아영은 괴물 같은 수준의 관찰력을 가지게 됐다.

따라서 성아영이 본 고블린은 고블린이 아닌 내면 너머의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블린 아니면 뭔데?”

“몰라.”

“응?”

“몬스터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사람이라 하기도 애매하거든.”

이것이 성아영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 탑이 가진 비밀과 꽤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렇군.”

결과적으로 최선아와 주민성은 고블린을 살렸고, 성아영은 고블린을 죽였다.

지표로는 나쁘지 않다.

이후에 탑에 오를 사람들이 1층을 어떻게 공략하는 게 유리한지 참고할 수 있을 테니까.

“1층은 생각보다 많이 쉬웠네요. 바로 2층으로 가죠.”

“네.”

다른 문으로 이동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튜토리얼 탑 2층에 입장했습니다.]

[2층은 개인의 역량을 평가합니다.]

[지정된 몬스터를 상대로 승리하십시오.]

2층 역시 1층과 같은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일행과 떨어진 상태에서 몬스터가 나올 예정인 듯하다.

“그럼 다음 대기실에서 봐요.”

“민성 씨도요.”

“흥.”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이번엔 투기장이 아닌, 묘한 실내 공간이었다.

딱히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주민성은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개인전인데 선아 씨 고블린은 어떻게 되려나.”

혼잣말을 마친 주민성은 그대로 몬스터의 멱살을 잡았다.

“취이!”

“취이이!”

2층의 몬스터는 건장한 오크들이었다.

녀석들은 만물 소통이 적용 중임에도 콧소리를 반복할 뿐이었다.

“역시 평범한데. 일반인 배려 차원인가?”

“취이!”

녀석들의 근력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저 주민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할 뿐이다.

“말 제대로 하지?”

“취, 취…….”

물론 1층보다는 발전했다.

상대는 주민성의 압박에도 끝까지 어색한 오크어를 고집하고 있었다.

“쯧. 지능은 오크와 비슷할지도 모르겠군.”

1층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주민성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2층의 몬스터는 둘이었기 때문이다.

즉, 한 녀석한테는 얼마든지 실험을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이용료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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