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튜토리얼 탑의 건물주 (1) (207/250)


튜토리얼 탑의 건물주 (1)
2022.06.26.


“……민성 씨?”

“아아. 네.”

“갑자기 말이 없으셔서요.”

주민성의 볼은 최선아에 의해 쭈욱 늘어난 상태였다.

“괜찮아요?”

“아뇨. 잠깐 메시지가 떠서요. 잠시만요.”

“아아? 네!”

주민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메시지를 뚫어질 듯 바라봤다.

[혼돈의 존재가 강제로 차원에 개입했습니다.]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개입입니다.]

[힘의 균형을 위한 신규 차원 연동이 진행됩니다.]

[지정된 장소에 튜토리얼 탑이 생성됩니다.]

혼돈의 존재의 개입.

다시 봐도 리어카에 실려 있는 녀석들 때문에 떠오른 메시지일 터였다.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건, 혼돈의 위령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뜻이었고.

문제는 다음 줄부터였다.

‘신규 차원 연동이라.’

연동 메시지 역시 처음은 아니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장소에 갔을 때.

게이트나 새로운 차원에 갈 때마다 떠올랐었다.

‘연동의 결과가 튜토리얼 탑 생성이고.’

[지정된 장소에 튜토리얼 탑이 생성됩니다.]

이것이 핵심이었다.

지정된 장소가 어디인지 주민성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민성 씨!”

최선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쿠구구구……!

“저, 저게 뭐죠?”

“아.”

카오스 게이트 뒤편 공터에서 기괴한 탑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게이트에서 쌓았던 잔해 탑과는 규모부터가 달랐다.

심지어 송파구에 위치한 고층 타워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탑이네요.”

“불안하게 생겼어요……. 저건 대체…….”

메시지는 눈앞에서 치솟는 탑을 튜토리얼 탑이라 명명했다.

튜토리얼은 보통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게임 적응을 돕는 초심자 과정을 의미했다.

곧이어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해당 차원에 혼돈의 존재가 개입했습니다.]

[혼돈의 존재는 현 시간부터 1개월간 봉인됩니다.]

[시련을 돌파해 새로운 힘을 쟁취하십시오.]

[시련은 튜토리얼 탑에서 치를 수 있습니다.]

“민성 씨……. 방금 메시지…….”

“예?”

메시지는 주민성에게만 떠오른 것이 아니었다.

최선아에게도 떠올라 있었다.

“대장님! 방금 새로운 메시지가!”

급히 합류한 봉춘향도 마찬가지였고.

“시련? 혼돈의 존재? 이게 다 뭐야?”

판자촌 능력자들에게도.

“새로운 대격변이라도 오는 건가…….”

다소 접점이 없는 아린 길드원들에게도 떠올랐다.

즉, 방금의 메시지는 모두에게 떠올랐다고 볼 수 있었다.

“전체 메시지라니…….”

어느새 주변엔 핵심 세력원 전부가 모여 있었다.

“메시지는 특정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떠오른 것 같습니다. 우튜브도 난리입니다.”

“……주민성. 설명해.”

신우빈조차도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설명을 요구해왔다.

“나도 몰라. 알아야 설명을 하지.”

“……뭐?”

“진짜야. 원인 정도는 짐작 가는데, 튜토리얼 탑이 뭔지는 진짜 몰라. 가봐야 알겠지.”

주민성은 튜토리얼 탑 입구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어요. 다들. 금방 다녀올…….”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세심함이 부족한 주민성조차도 지금의 분위기 정도는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성. 우린 하염없이 대기만 하고 있었다. 무언가 계속해서 바뀌고는 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맞아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메시지가 떴어요. 이번만큼은 같이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저도 튜토리얼 탑만큼은 동행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메시지 때문일 터였다.

[시련을 돌파해 새로운 힘을 쟁취하십시오.]

[시련은 튜토리얼 탑에서 치를 수 있습니다.]

힘의 쟁취.

새로운 능력의 각성을 암시하는 문구였다.

튜토리얼 탑을 돌파함으로 새로운 능력을 얻는다는 건, 지금 같은 대격변 상황에선 누구나 탐낼 만한 보상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혼돈의 존재는 뭐지? 주민성. 카오스 게이트 너머에서 뭘 본 거냐.”

“어……. 그게 말이지?”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선 설명이 먼저였다.

지금의 사태는 생각보다 빈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 리어카. 안에 들어있는 게 혼돈의 존재야.”

“……!”

평온한 설명과 달리 주변은 경악 그 자체였다.

“저것 때문에 이 사태가 벌어진 거라고?”

“빨리 다시 집어넣어요!”

안 될 말이었다.

카오스 게이트 내부에선 차원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분명 어떻게든 혼돈의 존재를 통해 개입해 올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녀석들을 바깥으로 빼돌린 건 옳은 선택이었다.

“아뇨. 넣지 않습니다.”

“어, 어째서!”

“카오스 게이트 내부는 더 개판이거든요.”

주민성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현을 구해낸 것과 협회장의 포장마차도 함께.

“그럴 수가…….”

“과거의 사람들이 포장마차에 갇혀 있다니. 협회장 그 인간은 대체!”

협회장이 죽어 가며 뿌린 독은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포장마차를 탈취했다 한들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이젠 전 세계적인 시련이 코앞으로 닥쳤으니까.

“인벤토리……. 참 궁금하긴 한데 말이죠.”

파벨 역시 탄식했다.

왜인지 눈앞의 FF급 분석 능력자는 수납과정마저도 분석해서 차단하는 건지 인벤토리에 수납되지 않는 특이체질이었다.

“어쩔 수 없죠. 일단은 당장의 문제에 신경 쓸 수밖에.”

아쉬운 건 주민성도 마찬가지.

파벨이라면 포장마차까지 분석에 성공해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터였다.

“파벨 씨. 당장은 저 튜토리얼 탑부터 분석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첫 입장 인원은 소수로 편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시지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뜬 이상, 난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으음. 알겠습니다.”

“아니. 잠깐.”

왜인지 신우빈이 손을 들어 파벨을 제지했다.

“신성에선 외부 통제를 담당하지. 파벨 또한 신성 소속이다.”

“음.”

“저 탑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정론이었다.

상대가 혼돈의 존재인 이상, 혼돈의 존재에 맞서 싸울만한 힘이 보상으로 걸린 이상, 튜토리얼 탑은 미지의 위협이 반드시 도사리고 있을 게 확실했다.

혼돈의 존재가 가진 전투력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확실히 그렇군. 동의.”

신우빈이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제안이다. 최선호와 봉춘향의 차출을 반대한다.”

“예? 저요?”

“신우빈 씨! 무슨 소립니까! 저도 대장님과……!”

신우빈답지 않은 제안이었다.

“일단 제안은 확인했어.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봉춘향의 차출 반대는 주민성도 이해했다.

이젠 없어선 안 될 정도의 핵심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최선호는 달랐다.

튜토리얼 탑 역시 건물이었고, 주민성과 최선호는 둘 다 건물주 능력을 가졌기에 탑 공략의 핵심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순수 전투력이라면 김정남과 명일학, 임진석 등의 에이스들이 최선호를 압도한다.

굳이 신우빈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설명이라면 얼마든지. 최선호가 너 다음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응?”

“그 표정은 뭐지? 최선호는 네가 직접 키웠을 텐데?”

“……으응? 아니 잠깐. 선호가 강해진 건 맞는데, 나 다음은 아니지 않냐?”

주민성은 임진석과 명일학, 성우혁을 바라봤다.

왜인지 시선을 피하고 있다.

“어라?”

이들은 하나같이 최선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정말 모르는 표정이군.”

“…….”

“네가 없는 사이, 세력 내에 서열 싸움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주민성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책임을 물어야 할까도 고민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지금 세력의 크기는 몇 달 전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져 있었으니까.

“……누구냐고 묻진 않는군.”

“응. 결과만 따지자면 선호가 1위라는 소리네.”

“그래.”

최선호의 급격한 성장엔 짐작할만한 요소가 있었다.

바로 추방자 능력이다.

그 능력은 건물주 능력만큼이나 가파르게 성장하는 능력이었다.

“혹시라도 저 탑에서 네가 죽을 경우엔, 최선호와 봉춘향이 세력을 이어받는 게 최선이다.”

“…….”

주민성은 여태껏 신우빈에게 후계 싸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었다.

일부러 피해왔던 주제이기도 했다.

방금의 조언 또한, 후계 싸움의 치열함을 몸소 겪어온 사람의 진심어린 조언이었기에 흘려듣기도 어려웠다.

“받아들이지.”

“형!”

“대장님!”

최선호와 봉춘향이 억울한 표정을 지어왔지만, 이 부분에 있어선 주민성도 신우빈의 의견에 동감했다.

일단은 튜토리얼 탑이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더불어, 탑을 독점하려는 다른 세력들에 대한 견제도 필요했고.

협회장이 죽었어도 모습을 감춘 하성과 다른 지역의 빌런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거기에 해외 세력들의 개입까지 고려한다면 방어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주민성은 이런 부분들을 최선호와 봉춘향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내 말. 이해했을 거라 믿어. 안전성만 확인하고 다음 차례로 들여보내 줄 테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주민성의 진지한 태도에 상황은 자연스레 진정됐다.

자신의 바뀐 위상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젠 주민성과 함께 탑에 오를 사람들을 정할 차례.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저희 길드장님은 정말 안 됩니다.”

명일학과 성우혁 역시 비슷한 이유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주민성의 세력원이 아닌 아린과 서풍의 수장이었다.

“……제, 제가 갈까요?”

“아니.”

송몽룡은 같이 가자고 하면 따르겠지만, 주민성보단 언제나 그랬듯 봉춘향과 함께하고 싶은 눈치였다.

괜히 원망 받을 여지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고민할 필요 있어요? 저랑 가면 되잖아요.”

“아?”

어느새 주민성의 곁엔 최선아가 나타나 있었다.

“맞아요. 오랜만에 같이 다녀와요. 형.”

“어어?”

당연히 반대할 거라 생각했던 최선호도 찬성의 의견을 보냈다.

“부족 권한으로 누나도 많이 강해졌거든요. 이 기회에 한번 보세요.”

“그래도 위험할 텐데?”

“괜찮아요. 형 믿으니까. 여차하면 인벤토리로 같이 대피하셔도 되잖아요.”

“…….”

최선아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새삼 느끼지만 참 한결같이 긍정적인 사람이다.

“좋습니다. 그럼 선아 씨랑…….”

“나도 갈 거야.”

“응?”

최선아와의 동행이 확정되니 이번엔 성아영이 끼어들었다.

“나도 간다고. 여기 너무 지루해.”

“…….”

“왜? 문제 있어?”

“응. 문제 있는데.”

주민성의 위상이 바뀌었듯, 성아영도 마찬가지였다.

여왕벌의 권능을 가진 성아영은 주민성이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잘 들어. 여기서 네가 합류해버리면…….”

그러자 성아영이 주민성을 끌어당기며 귓속말했다.

“……분신은 두고 가면 될 거 아냐.”

분신 능력은 여전히 비밀이었던 모양이다.

“……아니. 자칫 실수하면 전멸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있어야 탈출이라도 하잖아?”

“……이게 이렇게 되네.”

“거기다 분신은 수면 상태로 유지하면 딱히 신경 쓸 필요도 없어져.”

“…….”

더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최선아가 가장 오래 지낸 동료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면, 성아영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생존 수단이었다.

“좋아. 그럼 동행해.”

“오예!”

선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일까.

왜인지 주변 분위기가 묘해졌다.

흥미로워 하는 사람도 더러 보였고.

“추가로 동행하실 분. 없습니까?”

“저……. 아, 아니. 아닙니다.”

눈치 없기로 유명한 진 이병이 잠깐 손을 들었지만, 유 중위에 의해 제지됐다.

위험에 민감한 유 중위의 판단이라면 주민성도 신뢰할 수 있었다.

“중위님.”

“으어? 예?”

“추가 인원 편성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크흠! 음……. 여기서 더 끼어들면……. 아니. 지금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그래요? 탑은 얼마나 위험할까요?”

“탑보단 지금……. 아아. 탑 쪽은 괜찮습니다. 아마도 훌륭하게 탐색을 끝내실 거라 예측됩니다.”

“의견 감사드립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유 중위의 판단이었다.

크게 부정적인 느낌은 받지 않는 모양이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여기서 인원이 늘어나 봐야 일정 수준 이상에선 지킬 사람만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주민성은 곧장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

“탑 정찰은 저희 셋이서 다녀오는 걸로 하겠습니다.”

16582637031825.jpg


0